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156
3부 2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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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함대가 돌출행동을 벌여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발견하자 조선인들은 곧바로 자기들 함대를 셋으로 나눴다. 프리깃 전대, 대형 갈레온 전대, 중형 갈레온 전대였다.
대형 갈레온 전대는 처음 진로를 계속 유지했다. 중형 갈레온 전대는 무슨 생각인지 한층 속도를 내면서 본진 쪽으로 움직였다. 사령관의 깃발을 게양한 기함이 있는 프리깃 전대는 가장 과감하게 움직여서 스페인 함대를 포위하려고 했다.
조선 프리깃함들은 방향을 90도 가까이 좌측으로 꺾었다. 뱃머리를 스페인 함대 후방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스페인 함대를 멀찍이서 지나치면서 좌측으로 돌려고 했다. 다시 우현으로 급변침해서 스페인 함대의 왼편으로 들어올 생각인 게 분명했다.
“놈들이 걸려들었다! 이대로 적을 본진 방향으로 밀어붙인다!”
후안 마르틴 제독은 조선군이 자신이 선보인 미끼에 낚여서 함열을 분산했다고 판단했다. 역시 해전 경험이 많지 않은 자들이라 저런 실수를 한다며 환호작약했다.
제독의 명령에 따라 로스 앙헬레스를 비롯한 4척은 바람을 거슬러 움직이다가 말고 다시 키를 꺾었다. 풍하 방향에 있는 조선 프리깃함들을 본진 정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조선 함대 주력을 다른 배들과 분리해 놓고 격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스페인 함대는 미끼 노릇을 할 정도는 되었지만 적을 몰아붙이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았다. 둘째, 조선인들은 의외로 배를 다루는 솜씨가 좋았고 배 자체도 움직임이 빨랐다.
“조선 프리깃함들이 우리 앞길을 차단했습니다…!”
어느새 상황은 스페인 함대가 조선 프리깃함들을 본진 대열 앞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조선 함대가 스페인 함대를 포위하고 압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겨우 4척, 그것도 3척은 중소형 갈레온인 스페인 함대로서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서 나타난 세 번째 문제는 조선 함대 지휘관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본래 진로를 유지하려는 것 같던 갈레온 전대가 갑자기 키를 꺾더니 급속도로 접근했다. 4척밖에 안 되는 스페인 함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16척이나 되는 조선 함대 사이에 끼고 말았다.
“대포 발사 준비!”
심지어 로스 앙헬레스를 제외한 나머지 3척은 크기에서부터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싸워보지 않고 투항하는 것 따위는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던 수병들이 급히 대포와 소총에 화약을 장전했다.
그리고 여기서 네 번째 문제가 터졌다. 스페인인 수병들은 명령에 따라서 충실히 전투를 준비했지만, 새로 고용한 중국인이나 동인도 토인 선원들은 절망감에 울부짖으며 정신줄을 놓는 자들이 속출했다. 곤살레스 함장이 그 꼴을 보며 혀를 찼다.
“무장이 빈약한 상선을 덮칠 때는 용맹하기만 하던 놈들이…!”
그렇지 않아도 위기에 몰린 참인데 내부에서 이런 사태까지 일어났으니 대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겁을 먹고 마구 뛰어다니며 울부짖는 빌어먹을 놈들 때문에 대포 발사까지 방해를 받았다. 그 바람에 적이 먼저 발포하도록 허용하고 말았다.
“조선군이 쏩니다!”
조선 함대 사령관도 이쪽에 항복을 권할 생각 같은 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곤살레스 자신도 지금 조선군 사령관 입장이라면 고립된 스페인 함대를 신속하게 격멸한 뒤에 포구를 돌려 연합함대 본진을 상대할 것이다. 항복 교섭 따위를 할 시간이 없다.
“우리도 어서 응사해!”
호령하는 순간 날아든 포탄이 선체를 뚫었다. 육중한 철환에 맞아서 부서진 목재 파편이 주변으로 흩날리며 수병들의 피부를 찢고 근육과 내장에 박혔다. 철환 그 자체에 정통으로 맞은 수병들은 그대로 박살이 나서 피와 살과 뼈를 주변에 흩뿌렸다.
이쪽 대포도 뒤늦게 불을 뿜어 반격했다. 몇 발인가는 조선 함선에 명중했으나 나머지는 바다에 떨어져 헛된 물기둥만 피워올렸다. 표적을 맞힌 포탄들도 적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2사 준비!”
호령했지만 답은 없었다. 조선군이 쏜 포탄에 맞아 쓰러진 수병들이 흘린 피로 갑판 위는 이미 피바다였고, 갑판 아래쪽 상황도 짐작이 갔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뒤를 따르던 세 척은 선체가 작은 탓에 이쪽보다 더 끔찍한 꼴을 하고 있었다.
“적이 또 쏩니다!”
혼란에 빠진 선원들, 게다가 첫 포격을 맞고 입은 피해 때문에 다시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로스 앙헬레스를 향해 적이 쏜 두 번째 포격이 쏟아졌다. 적어도 백 문은 족히 넘는 대포가 이 배 한 척을 노리고 불을 뿜었다.
“각하! 제독 각하 어디 계십니까?”
후안 마르틴 제독과 함께 선미루(船尾樓) 위에 서서 부하들을 지휘하던 곤살레스 함장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선미루 갑판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잠시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는데 방금까지 앞에 있던 후안 마르틴 제독이 보이지 않았다.
“각하! 각하…?”
휘청거리며 발을 내딛는데 물컹거리는 촉감이 느껴졌다. 섬?한 기분으로 발밑을 내려다보니 포탄에 맞아 하체가 통째로 박살이 난 제독이 두 눈을 크게 뜬 채 갑판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방금 밟은 물컹거리는 물체는 박살이 난 제독의 배에서 흘러나온 창자였다.
“…각하!”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시체에는 익숙했다.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 명령을 내리려는 참에 조선군이 세 번째 포격을 퍼부었다. 일방적인 포화 세례를 받은 배가 뒤흔들리고 사방에서 비명이 울렸다.
다시 갑판을 뒹군 곤살레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사관 한 사람이 달려와 급히 부축했다. 겨우 일어나 주변을 살피니 왼쪽에서 포격을 가하던 조선 프리깃함들은 스페인 함대를 버리고 본진 쪽을 향하고 있었고, 오른쪽에 있던 갈레온들이 빠르게 근접해왔다.
저들이 접현전을 벌일 생각인 건 분명했다. 수병들이 칼과 권총을 들고 뱃전에 무리 지어 있는데 다른 의도가 뭐가 있겠는가.
로스 앙헬레스에서도 살아남은 사관들이 남은 병사들을 갑판으로 끌어냈다. 적이 갑판을 점령하면 선실 안에서 웅크리고 있어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무기를 들고 싸워야 했다.
“쏴라!”
적선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뱃전에 기대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소총을 발사했다. 적군도 마찬가지라 구름 같은 초연이 양쪽 배 갑판을 뒤덮었다. 갈고리를 단 밧줄이 날아와 뱃전에 걸렸다.
“저게 다 우리가 가르쳐준 전법인데….”
곤살레스로서는 쓴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백여 년 전에 동방의 미개국이었던 조선에 가서 조선인들에게 서양식 함선을 건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해군 전술을 전수한 게 바로 자기들 스페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곤살레스가 기가 차서 웃는 사이 조선군 수병들이 우렁차게 함성을 지르며 이쪽 갑판으로 넘어왔다. 어느새 반대편으로 넘어갔는지 좌현에도 적함 한 척이 잽싸게 달라붙었다. 좌현 쪽에도 갈고리가 걸리고 조선군들이 은빛 광채를 발하는 검을 휘두르며 뛰어들었다.
포탄 세례를 뒤집어쓰고 이미 엉망진창이 된 수병들은 양현에서 적이 밀려들자 더 버티지 못했다. 곤살레스가 허탈한 기분으로 뒤를 돌아보자 뒤를 따르던 요함(僚檻) 세 척은 이미 저항을 완전히 멈추고 항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신교도 놈들도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비명 같은 부하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리니 본진 쪽으로 조선군이 로켓을 마구 날리고 있었다. 따로 앞서 나간 중형 갈레온 전대였다. 대포 사정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연신 쏘아대는 로켓은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우리가 카가얀에서 뒤집어쓴 것보다 한참 크군….”
멍한 표정으로 본진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칼 부딪는 소리와 비명이 가까이에서 들렸다. 그러더니 흉갑을 걸친 조선군 너댓 명이 선미루 갑판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리고 서툴지만 또렷한 스페인어로 크게 외쳤다.
“누가 제독이냐? 항복하라!”
곤살레스 함장이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판을 내려다보니 이미 싸움은 거의 다 끝나 있었다. 조선군이 항복을 권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제독께서는 전사하셨다. 나는 이 배의 함장이다. 내가 대표로 항복하겠다.”
곤살레스는 허리에 찬 칼을 빼서 조선군 장교에게 내밀었다. 비록 싸움에는 졌지만, 남은 수병들이라도 살리는 게 그가 할 일이었다.
– 14 –
조선군의 로켓 공격은 잉글랜드 전열함 대열에 집중되었다. 선두에 있는 네덜란드 함대와 후미에 있는 프리깃함들 쪽으로도 로켓이 날아가기는 했지만, 이쪽으로 날아온 로켓이 훨씬 많았다. 하필 잉글랜드 전열함대가 집중 공격을 받은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가 한가운데 있으니까.”
페어본 제독은 부하들의 갑론을박에 끼어들어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조선 해군으로서는 연합함대의 단종진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승기를 얻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함열을 해체하자면 앞이나 뒤쪽보다는 가운데를 공격하는 게 합리적이다.
어쨌든 이번 싸움은 끝났다. 연합함대는 키를 돌려 바람 아래 방향으로 도주하는 중이다. 스페인 함대가 전멸하면서 기선을 제압당한 데다가, 조선군이 대포 사거리 밖에서 쏘아대는 로켓의 위력을 보고 당황한 탓이다.
제대로 뱃전을 맞대고 포격전을 벌인다면야 지금도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었다. 동맹인 스페인 함대가 궤멸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개하면서 복수를 외치는 장교나 수병들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저 신기한 로켓이 문제였다.
잘 맞지는 않는다. 백여 발이나 되는 로켓이 날아왔지만, 목표를 맞춘 것보다 안 맞은 게 훨씬 많았다. 문제는 몇 발 안 되는 제대로 맞은 로켓이 발휘한 효과였다.
“요크는 아직도 돛대를 안 자르고 뭐 하나!”
페어본 제독이 역정을 내자 망원경을 들고 후방을 살피던 사관이 급히 대답했다.
“자르고 있습니다, 각하. 지금 넘어갑니다!”
요크(HMS York)는 후미에서 따라오는 60문 전열함이다. 재수가 없게도 조선군이 발사한 로켓이 돛대 바로 옆에서 터지면서 돛과 삭구에다 불덩어리를 흩뿌렸다. 돛대는 삽시간에 불덩어리가 되었다.
그대로 불이 번지면 화약고가 유폭해서 배가 박살이 날 수도 있다. 이럴 때 배를 구하기 위해서 함장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돛대를 쓰러트려 돛과 함께 통째로 바다에다 처넣는 거다.
그나마 요크에는 화재를 수습하고 돛대를 쓰러트릴 시간 여유라도 있었다. 28문 호위함인 세이렌은 선체가 작아서 어떻게 불을 끄려는 시도도 해보기 전에 배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침몰했다. 다행히 수병들은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포세이돈에 구조되었다.
이 재수 없는 배 두 척을 제외하고, 다른 배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명중한 로켓도 몇 발 없었고, 맞은 배들도 인원만 좀 다치거나 진압할 수 있는 수준의 불이 났다. 페어본 제독이 요크 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화약이라도 터트려서 빨리 쓰러트렸어야지. 자칫하면 배가 통째로 타버릴 뻔하지 않았나. 위험이 사라졌으니, 켄트는 견인을 계속하도록. 밧줄이 끊어지지 않게 잘 살피라고 해.”
“예, 각하.”
켄트(HMS Kent)는 요크 앞에서 움직이던 70문 전열함이다. 돛대 두 개를 바다에 처넣은 요크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으니 켄트가 앞에서 끌어주는 수밖에 없다.
만약 요크가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분명히 그 공격으로 불덩어리가 되어 화약고가 유폭하면서 침몰했으리라. 돛대를 잃은 요크를 견인하고 적으로부터 호송해줄 동료 함선이 충분히 있는 게 행운이었다.
“적이 추격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러게나 말일세. 쫓아오면서 그 소이 로켓을 계속 쏘아대는 게 아닐까 했는데.”
잘 안 맞는 로켓이라고 해도 계속 쏘다 보면 명중탄도 많아진다. 그런데도 추격을 포기한 걸 보면, 역시 조선군은 연합군과 정면으로 대결하려고 함대를 출격시킨 게 아니고 봉쇄를 돌파하러 나왔는데 우연히 아군과 조우한 바람에 우발적으로 교전을 시작한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저들이 갑자기 강습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전 함대는 방어 태세를 게을리하지 마라.”
로켓의 위력을 본 조선 해군 사령관이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돌격하라는 명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연합함대를 전멸시킨다면 정말 엄청난 전공이 되고도 남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놈은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 로켓만 아니라면, 연합함대는 조선 해군을 여유 있게 격파할 능력이 있으니까 말이다.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조선 함대가 북상을 멈추고 정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르는 열광적인 함성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다행히 조선 해군 사령관은 잠깐 솟은 즉흥적인 흥분 때문에 대계를 그르치는 유형의 인간은 아닌 모양이었다.
“요크도 수리해야 하니, 이번 봉쇄 작전은 이제 중단하고 바타비아로 돌아가야만 할 거다. 다들 그렇게 알고 도중에 쉬어두도록 하라.”
“예, 각하.”
세이렌을 잃은 복수도 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력 보존이다. 프랑스 함대와 조우할 날을 생각하면 단 한 척이라도 허투루 취급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조선과 어떻게 싸울지, 그 방법에 대해서도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쥐어짜야 할 듯하다.
– 15 –
해명을 비롯한 모든 전선 갑판 위에서 만세 소리가 높이 올랐다. 그 강하다던 유럽인들이 몰고 온 함선들을 싸워서 쳐부쉈고 겨우 대신기전 몇 발을 쏴서 모두 쫓아버리기까지 했다. 정말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통제사또! 정녕 놀라운 전법이셨습니다. 작은 중선으로 양적 대선들을 불태워서 한 척을 가라앉히고 나머지도 쫓아내시다니요!”
휘하 사관들이 환호성을 쳤다. 하지만 이홍원은 여전히 색경으로 눈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대선 같은 건 굳이 건조할 필요가 전혀 없겠습니다. 움직임이 빠른 중선과 소선에 대신기전을 잔뜩 싣고 빠르게 접근해서 쏘면 어찌 적이 대처하겠습니까?”
몇몇 젊은 군관이 흥분해서 외쳤다. 이제 해전은 화포 수십 문을 실은 대형 전선 대신에 대신기전으로 무장한 소형선이 맡아 수행하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는데, 뜻밖에도 이번 대승리의 주역인 이홍원 자신이 탐탁지 않아 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대들은 대신기전 96발이 날아가서 몇 발이나 표적에 맞았는지 보았는가? 제대로 맞은 대신기전은 고작 7발일세. 훈련에 쓴 대신기전만 60발이니, 결국 160발을 쏴서 7발이 맞은 셈일세. 어찌 이런 부정확한 무기를 믿고 큰 싸움을 치르겠나?”
이 사격훈련 덕분에, 이홍원은 정남군이 보유하고 있던 대신기전 재고를 몽땅 써버렸다. 이번에 대남도에 온 목적 중에는 대남도 병영이 보유하고 있는 대신기전을 받아다가 쓰려는 것도 있었다.
중신기전은 아직 많이 있지만, 그건 적이 쏘는 대포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야 쏠 수 있다. 대신기전처럼 사거리에서 누리는 이점이 없다. 그러니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대선에는 대선으로 맞서야 하는 게 제대로 된 전법일세. 대신기전은 우리 전력이 부족한 탓에 부린 임기응변일 뿐이지. 그대들도 공연히 원거리에서 대신기전을 퍼부어 유주 함대를 전멸시키겠느니 어쩌니 운운하는 헛된 욕심을 품지 않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통제사또 나리.”
부하들을 나무라면서도 이홍원은 늘 차갑고 침착한 평소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전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치르게 될지에 관한 생각이 차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