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182
3부 3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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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경회루에서 흥겨운 음악과 춤이 흘렀다. 내일 북쪽으로 떠나는 루시아와 알렉세이 두 사람의 혼인 축하연, 그리고 함께 떠나는 건주 태자 두 사람을 위한 송별연이다.
2년 동안 가뭄이 이어진 만큼 지나치게 화려한 잔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갖출 건 갖추고 차릴 건 차린, 제대로 격식은 갖춘 자리를 만들도록 했다. 내 딸이 이제 다시는 못 만나는 먼 나라로 떠나는데 어떻게 그 준비를 소홀하게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자주 편지하거라, 공주야. 무척 보고 싶을 거다.”
“예, 아바마마.”
루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비쳤다. 아무리 올렝카가 몇 달을 붙들고 앉아서 유럽식 예법과 더불어 공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가르쳤다지만, 말 그대로 황실에서 귀한 장미꽃처럼 자란 아이가 세상 반대편으로 시집을 가게 됐는데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차라리 몇 살 더 먹었다면 자기 엄마 올렝카나 옛날 차차처럼 야망으로 불타서 이국으로 시집가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루시아는 이제 겨우 만으로 10살이 아닌가. 두렵고 떨리는 게 당연하다.
아, 루시아의 봉작은 본래 수빈옹주였지만 혼인식을 앞두고 수빈공주로 올렸다. 국내에서 혼처를 찾았다면 모르겠으나, 그래도 명색이 외국 왕실로 시집을 보내는데 정식 작호에다가 ‘서녀’라고 박아놓을 수는 없잖은가. 어차피 법적으로는 중전 앞으로 되어있기도 하고.
전례는 얼마든지 있다. 중국에서 주변 이민족들에게 보내던 화번공주만 해도 진짜 ‘공주’였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당연하게도, 어떤 황제도 자기 딸을 기꺼이 이민족에게 보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로 시집온 원나라 공주들도 하나 빼고는 다 가짜 공주였다.
당태종이 토번국왕 송찬간포(松贊干布)에게 시집보낸, 원래 중국 역사에서는 가장 유명한 화번공주였을 문성공주(文成公主)만 해도 걔가 진짜 누구 딸인지 아무 기록이 없다. 그래도 공주라고 봉작해서 보냈었다. 그런데 내 딸이 분명한 루시아한테 공주 봉작도 못 하랴?
“이로써 루스국 태자도 장조 폐하의 피를 받아 우리 일족이 되었으니 참으로 기쁘옵니다. 소인도 장차 태자마마께 공주를 하사받아 제 아들에게 짝지어줄까 합니다.”
파포태가 옆에서 변죽을 올렸다. 어이구, 기분도 좋구나. 헤헤거리는 걸 보면 본인은 아무 생각도 없는 모양이지만, 이놈 때문에 내가 모후께 불려가서 직살나게 깨진 생각을 하면 콱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다.
“이게 다 주상께서 부주의한 탓입니다! 꼭 타야 하는 상황도 아닌데 그 귀한 자손들을 배 따위에 태우다니요! 기왕 태웠으면 아무 일이 없도록 잘 돌보기나 하시든가요! 자칫했다간 타국의 종손이 죽어 황통이 끊어지는 참담한 사태가 일어날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날 환궁하자마자 귀신같이 태황태후전 상궁이 날아와서 호출 명령을 전했다. 지은 죄가 있으니 꼼짝없이 달려갈 수밖에 없었고, 모후 앞에서 변명도 못 하고 꾸지람을 들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 되는, 태손도 보지 못한 귀한 태자가 물에 뛰어들었어요! 무사히 건졌으니까 망정이지, 혹시 태자가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주상께서는 어찌 선대 조상들을 뵙고 무슨 변명을 하셨겠습니까!”
막내아들이라면 죽고 못 살던 모후의 깊은 총애는 어느새 맏손자에게로 옮겨간 뒤였다. 모후는 물에 빠진 파포태를 구하겠다고 뛰어든 은이의 행동을 두고 나를 무섭게 나무랐다. 내가 귀국하고 이렇게 크게 혼나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송구하옵니다, 어마마마.”
“송구하다고요? 애초에 자맥질 따위를 가르치지 마셨어야 했습니다. 어설프게 배웠으니 태자가 높은 지체도 잊고 객기를 부린 게 아닙니까!”
그날 사건은 이랬다. 파포태는 뒷갑판 난간에 앉아 두 다리를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풍이 불면서 중심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뒤로 발라당 자빠졌다. 곧바로 강물 위에 물보라가 일었다.
앞에 있던 은이가 그걸 보자마자 맨손으로 뛰어들었다. 경호를 맡은 내금위 군사들은 몇 발 떨어진 곳에 있어서 미처 은이를 제지할 수가 없었다.
은이는 파포태가 물에 잠기기 전에 붙들기는 했다. 하지만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데리고 돌아오기까지는 무리였다. 다행히 은이의 뒤를 따라 곧장 뛰어든 내금위 군사 넷이 은이와 파포태를 붙잡아 구생죽 위로 끌어올리고 구조를 기다렸다. 곧 단정이 이들을 건져 올렸다.
헤엄칠 줄 알 리가 없는 파포태가 익사를 면한 건 은이 덕이 컸다. 은이가 곧장 뛰어들어 붙들지 않았다면, 내금위 군사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가라앉아 보이지 않게 됐을 위험이 크다. 그 경우 밀어닥쳤을 후폭풍은…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은이가 공을 세운 것과는 별개로 객기를 부린 건 사실이었다. 상황이 그러니 모후 앞에서 얼굴도 못 들고 그 꾸지람을 다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태황태후마마. 태자께서 드셨사옵니다.”
“태자가?”
나도, 모후도 부르지 않았건만 은이가 스스로 말을 타고 달려왔다. 이제 만으로 14세에 접어들어 청년티가 나기 시작한 내 맏아들은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와서 모후에게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고했다. 그리고 이런 말로 마무리를 했다.
“할마마마. 옛 성현이 말씀하시기를,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광경을 보면 본 사람이 누구든 달려가 구하리라 하셨는데 이는 곧 측은지심이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후금국 태자는 남도 아니고 소손의 내사종제(內四從弟)이기까지 하니,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맹자를 거론하면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니 모후로서도 은이를 크게 나무랄 수가 없었다. 더불어서 내게 대한 비난도 자연스럽게 방향을 잃었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어찌 남에게만 처리를 맡기겠습니까. 할마마마께서 노하신 것이야 당연하오나, 부디 사정이 불가피하였음을 이해하시고 아바마마께 역정을 내지 말아주소서. 소손에게 결단이 필요할 때 망설이지 말라 가르치신 것도 아바마마시옵니다.”
‘저도 이제 열다섯 살인데, 어찌 부모의 지시를 받은 후에야 만사를 결정하겠습니까?’라는 은이의 항변은 의외로 먹혀들었다. 어쩌면 모후가 선조인 이순신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충무대왕 이순신도 어릴 때는 만만찮은 악동이었다 했으니 말이다.
그날의 꾸지람은 결국 ‘앞으로는 그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라는 주의로 적당히 끝을 맺었다. 혹시나 나나 은이를 보고 배를 타지 말라고 금지하는 건 아닐까 했는데, 모후 역시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정했는지 배를 타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
“훗날의 혼사야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그보다 네 목숨을 우리 태자가 구하였으니, 그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물론입니다, 폐하. 제가 명을 다할 때까지 태자 전하의 은덕을 늘 명심하며 살겠습니다.”
파포태가 실족하여 물에 빠진 것을, 다른 사람도 아닌 은이가 직접 뛰어들어 살려냈으니 정말 큰 은혜를 베푼 셈이다. 와극달이 자기 아들 제대로 안 돌봤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긴 하겠다만, 은이가 직접 물에 뛰어든 시점에서 관리 소홀 같은 건 이미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낼 게 아니다. 이 은혜를 지렛대로 해서 와극달에게 파포태의 동생과 율리아 사이의 혼담을 제안해도 되지 않을까?
루시아처럼 율리아도 옹주가 아닌 공주로 봉작하고, 조선 교구 주교 ? 가톨릭에서는 ‘대한 교구’가 아니라 ‘조선 교구’라는 명칭을 여전히 쓰고 있다 ? 명의로 적법한 혼인에서 태어난 친자임을 인증하면 신분 문제도 웬만큼은 보완할 수 있을 거다. 여기에 혼수 웬만큼 들려서 보내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이건 겨우 열세 살 난 대패륵과 논할 문제는 아니다. 후금 쪽 주재대관과 천천히 논의해볼 이야기니, 여기서는 그만 화제를 돌려야겠다.
“어떠하냐. 그 고생을 했는데 여전히 배를 타고 귀국할 생각이 있느냐?”
핀잔을 주자 파포태가 싱글거리며 웃었다.
“그때 바람만 불지 않았더라면 어찌 소인이 물에 빠졌겠습니까? 하오나 폐하께서 걱정이 크시니 배를 태워달라고 강청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보다는 코끼리를 타고 가게 해주시면 더 기쁠 듯합니다.”
“코끼리? 허허, 너희가 완친왕과 더불어 놀더니 아주 물이 제대로 들었구나.”
준이는 여전히 코끼리를 좋아한다. 형들과 장릉에 다녀오고 싶다며 사복시에서 코끼리를 끌어내 타겠다는 계획을 세워 내 허락을 기필코 받아냈을 정도였다.
물론 이들이 탄 코끼리는 사복시에서도 가장 작은 놈들이었고, 어상(御象)임을 나타내는 표지 같은 것은 일절 달지 못했다. 그래도 신나게들 다녀왔다.
“배는 상도에 가져갈 수 없사오나, 코끼리는 가져갈 수 있지 않습니까? 폐하, 가장 작은 녀석이라도 좋으니, 소인에게 내리실 혼인선물로 코끼리 한 마리만 주실 수는 없으실지요?”
파포태는 자신이 올해 안에 혼인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코끼리 한 마리만 달라고 졸랐다. 옆에 있는 준이 녀석도 거들었다.
“아바마마, 사복시에는 지금 코끼리가 열 두나 있지 않사옵니까? 한 두 정도는 금형에게 하사하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부디 선심을 베푸시지요.”
나이가 비슷하고 항렬도 같아서인지, 준이는 파포태와 가장 죽이 잘 맞았다. ‘금형’이라는 호칭도 ‘금나라 형’이라는 뜻이다. 조카뻘이지만 나이 차이가 커서 거리감이 있는 박화탁을 상대할 때는 이처럼 격의 없는 호칭은 쓰지 않았다.
“주려면 못 줄 것은 없겠으나, 그동안 혼례 선물로 코끼리 같은 것을 넘겨준 전례가 없다.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로다. 게다가 너희가 출발하는 날은 내일인데, 어찌 하루 사이에 보낼 코끼리를 고르고 차비까지 마칠 수 있겠느냐.”
안남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데려오려면 운반비를 포함해 신냥으로 은 4천 냥 정도 든다. 그동안 혼례 선물에 들이는 액수가 통상적으로 천 냥 내외였음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과도한 선물이다.
‘율리아의 혼수라고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루시아에게 딸려 보내는 만큼 율리아에게도 혼수를 줄 생각을 하면 코끼리 한 마리 정도 보낸다고 해서 큰 부담도 아니다. 더구나 코끼리는 새로 돈을 들이는 것도 아니고 있는 놈 중에서 한 마리 나눠주는 거니까 더더욱. 혼담을 걸면서 미리 보낸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런데 말이다. 그대에게 혼인선물로 코끼리 같은 것을 준다면 청국 태자에게도 뭔가 더 큰 선물을 주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 어떤가. 박화탁 그대는 혹시 받고 싶은 것이 있느냐?”
“이미 혼인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선물을 다시 받겠습니까. 금국 태자가 코끼리를 받고 싶다고 하면 내리소서.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가. 그렇다 해도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이 있기는 할 것 아닌가?”
내가 은근슬쩍 추궁하자 박화택이 의심을 피하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한 마디 더 건네서 그 속을 확실히 파악하려는데 황실 어른들에게 축하주를 한 잔씩 받은 알렉세이가 빨개진 얼굴로 자기 자리에 돌아왔다. 그런데 얼굴만 빨갛지 언행은 멀쩡하다.
“차레비치는 웬 술을 그리 마셨느냐?”
“태황태후께서부터 한 잔씩 주시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하.”
이놈 제 아비만큼이나 술이 센 모양일세. 나중에 술 먹고 루시아한테 행패라도 부리는 건 아닐 테지? 혹시라도 그런 소리가 들리면 아주 묵사발을 내버릴 테다, 이놈. 아무리 여기서 내 아들같이 지냈다고 해도, 루시아를 힘들게 하면 그딴 거 없다.
그러고 보니 루시아의 엄마 ? 올렝카 ? 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으려나. 고개를 돌려 흘깃 살피니,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게 적당히 맞춘 드레스 차림으로 자기 자리에 앉아 율리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휴우, 저것도 상희 덕분이군.
“순비, 그대도 그동안 황실에서 지내면서 배운 게 있을 것 아닌가. 어찌 폐하께서 겪으실 고충은 생각하지 않고 옹주의 지위를 높일 생각만 하는가?”
상희가 찾아갔을 때, 올렝카는 포기하지 못하고 태후를 찾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먼저 태후에게 호소해서 자기편으로 만든 뒤에 모후에게 함께 부탁하려고 말이다. 다행히 그보다 먼저 도착한 상희가 올렝카를 주저앉혔다.
“유럽에서야 정치적 사정에 따라 파혼하고 새 배우자를 얻어 혼인동맹을 맺는 일이 밥을 먹듯 일어나겠지. 허나 이곳 동방에서는 그렇지 않네. 도리를 지켜야 하고 약속을 존중해야 해. 무엇보다 주변 사정을 확실히 알고 행동해야 하고.”
상희는 만 하루 동안 올렝카를 붙들고 있으면서 올렝카의 행동이 어디가 왜 잘못되었는지 확실하게 가르쳤다. 진즉에 했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우리 둘 다 굳이 그럴 필요 있겠냐며 내버려 뒀던 일이다.
욕 한마디 섞지 않고 차분하게 타이르면서 말 그대로의 참교육을 실행한 결과, 올렝카는 율리아를 파포태에게 시집보낸다는 계획을 완전히 포기했다. 본인이 납득했는지와는 별개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받아들인 거다.
대신 상희는 율리아를 파포태의 동생과 맺어주겠다는 내 제안을 올렝카에게 전하고, 내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는 말도 전했다. 올렝카도 그 정도가 한계임을 이해하고 더 이상 큰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덕분에 오늘 연회에서 올렝카가 모후를 붙들고 율리아를 파포태와 맺어달라고 호소하는 광경 같은 건 연출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잔치고 뭐고 다 뒤집혔으리라. 모후가 이런 예의와 도리를 벗어난 소리가 어디 있느냐며 노발대발했을 테니까.
뭐, 안 일어났으니 됐다. 알렉세이에게 목을 축일 꿀물을 주면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차레비치, 떠날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폐하. 제 여행 채비는 달레 대령이 다 하였고, 공주의 채비는 시녀장 헬렌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잘 되고 있을 겁니다.”
시녀장 헬렌이란 올렝카가 폴란드에서부터 데려온 두 시녀 중 한 사람인 헬렌을 말한다. 루시아를 러시아로 보내기로 한 올렝카는 자기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헬렌과 상희가 새로 붙여준 폴란드인 시녀 중 둘을 루시아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측근 여섯 명 중 절반을 외국으로 보내는 건 확실히 올렝카에게는 충격이다. 하지만 다시 만나지도 못할 러시아에 딸을 보내는 이상, 자신이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붙여 보호해야 했다. 그게 헬렌과 다른 두 시녀였다.
물론 율리아를 시집보낼 때는 그럴 필요가 없으리라. 후금은 굳이 올렝카가 나설 필요도 없이 내가 챙길 수 있는 구역이니 말이다.
“5년이나 데리고 있던 그대를, 내 딸과 함께 보내려니 아쉽기만 하구나. 허나 이것도 다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니 참을만하다. 부디 오늘의 감정을 잊지 말고, 루시아를 존중하고 아껴주기 바란다.”
“물론입니다, 폐하. 공주를 아내로 맺겠다고 주님 앞에서 맹세하였으니, 그 약속을 엄중히 지킬 것입니다.”
“고맙다. 오늘 같은 날은 마땅히 불꽃놀이로 축하해야 할 것인데 사정상 그러지 못하여서 아쉽구나.”
작년까지 2년 연속 가뭄이었던데다, 인도산 초석 공급까지 끊어지고 보니 불꽃놀이 같은 사치는 당분간 부릴 수 없게 됐다. 전쟁이 끝나면 그때 꼭 신나게 한바탕 쏘아붙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