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193
3부 311화
– 3 –
하와이에서 퍼진 홍역은 대략 반년 만에 유행이 잦아들었다. 희생자는 총 3만여 명이라고 하니, 하와이 전체 인구의 15%가 한 방에 날아간 셈이다.
“그래도 우리 의원들이 많은 목숨을 살려내었습니다. 병에 걸린 이들을 찾아 열을 내리고 발진을 다스리며 분투하였으니, 적어도 수천은 살려낸 듯합니다.”
장계를 가지고 온 안용복의 현장 보고를 들으니 의원들의 공이 참으로 컸다. 원주민들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역이 빨리 오지 않으면 손짓과 몸짓으로 의사소통해가면서 사람을 살리느라 애를 썼다.
“하와국왕이 보낸 친서도 여기 있사옵니다. 우리 의원들이 힘을 쓴 덕에 하와국 왕손들도 여럿이 목숨을 구했다며 참으로 고마워하였습니다.”
안용복은 배를 몰았을 뿐, 사실 구호단장은 아니었다. 안용복도 정4품 정령이긴 하지만, 국가적 재난을 맞은 하와이에 나를 대신해서 보내려면 조금 더 격이 높은 사람이 적절했다. 그래서 중추원에 있는 은퇴한 고관 중 한 사람을 ‘원하사(援夏使)’로 임명해서 보냈다.
현대였다면 의료지원을 하러 가는 참이니 의관 중 한 사람을 단장으로 하는 게 적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의관은 잡관으로 취급되는 세상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
“원하사 반계원은 아직 하와국에 더 머물겠다 하였다고.”
원‘하(夏)’사인 건 하와이를 한자로 ‘하와국(夏?國)’이라고 쓰기 때문이다. 와는 ‘예쁠 와’자를 쓴다.
“예, 폐하. 역병을 다스리라는 어명을 받고 왔으니, 지금 병이 일시 수그러들었다고 해서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완전히 뿌리가 뽑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돌아오겠다고 합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원지에서 고생이 많을 터인데, 그 성의가 가상하구나.”
반계원은 내가 즉위한 초기에 우찬성, 좌찬성을 지냈다. 하지만 내가 그 윗자리인 삼정승 세 명을 6년 동안 교체하지 않으니 자기에게는 승진할 전망이 없다고 체념했는지, 물러나고 싶다며 사직을 청했다. 그러다 내게 잘 보일 기회를 잡았으니 한층 더 열심인 모양이다.
물론 나이가 있으니까 본인이 다시 벼슬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자신이 고생하면 자식들에게는 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계원이 바라는 것도 그 점이리라.
이런 상황에 유념해야 하는 건, 홍역이 한번 쓸고 지나갔다고 해서 하와이 주민 전원에게 항체가 생기지는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다. 남은 7만 명 중에서 항체가 제대로 생긴 비율은 아마 5%도 안 될 거다. 나머지는 운이 좋아 감염을 피했기에 생존자가 되었을 뿐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유행이 오면 또 수천 명이 무더기로 죽어 나갈 게 분명하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수없이 반복될 일이다. 피해자를 줄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겠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하와이에서 의생들을 데려다 교육하고 의료체계를 정비해줄 필요가 있다.
‘그게 패자(?者)의 의무, 제국의 짐이겠지.’
제국주의 시대 백인들이 주장하던 ‘백인의 짐’ 같은 위선이 아니다. 패자로서, 상국으로서 종속국을 거느리고 싶다면 보살피는 자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종속국을 제대로 챙겨 돌보지도 못하면서 상국이라고 위세만 부리면 누가 뒤를 따른다는 말인가.
“반계원을 비롯하여 이번에 하와국에 가서 토인들을 치료한 이들도 국위를 선양하였으니, 이는 곧 전장에서 싸운 장졸들 못지않게 나라에 공을 세운 것이다. 전장에서 싸운 이들에게 훈장을 내리듯이 이들에게도 훈장을 내리면 어떠할까 한다.”
자원한 자건 차출당한 자건, 이번 구호단은 하와이에서 우리 대한의 국위를 크게 떨치는 공을 세웠다. 마땅히 훈장을 주어 기리고도 남을 일이다.
지금 대한에서는 훈장이 무공훈장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 한국에서도 무공훈장 외에 문화훈장이나 체육훈장이 있었고, 다른 나라들도 별로 차이 없었다. 프랑스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만 해도 원래는 무공훈장이지만 별의별 분야에서 다 수여하지 않던가.
“옛 법도에 따르자면 품계와 벼슬을 올려줄 일이옵니다. 허나 이미 군공을 세운 이들에게 서훈하는 법도가 생겼으니, 하와국에 간 자들에게 서훈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원하사 반계원 이하 의원들과 의녀들, 그리고 배를 몬 이들에게도 서훈하소서.”
내각승상 민성윤이 조심스럽게 내 의견에 동의했다. 대양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까지 가서 고생한 이들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원칙에 대놓고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의술로써 세상을 이롭게 한 이들에게 내리는 훈장이니, 그 이름을 신농장(神農章)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부대신 김치성은 중국 신화에서 의술의 시초인 신농씨에게서 따온 이름을 쓰자고 했다. 중국이 셋으로 갈라져 망했어도 사대부들 머릿속을 차지한 중국의 위상은 바뀌지 않았으니 이런 이름을 제안할 수도 있긴 하겠다.
신농씨는 의술 외에도 농업, 약초, 불을 관장하는 신이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니 이만큼 중요한 신이 있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도 신농씨를 모시는 제사를 선농단에서 지내고 있고, 이는 사직단에서 바치는 제사와 더불어 중요한 국가 제례 중 하나다.
아마 과학이 발달한 현대 사회가 되어 제사의 정치적?종교적 의미가 사라져도 이 제사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종묘제례처럼 문화유산이 될 테니까.
하지만 신농씨가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과 별개로, 중국 신화에서 나오는 신 이름을 우리 대한의 훈장에 붙인다는 건 마음에 안 드는 일이다. 훈장은 곧 나라의 얼굴인 셈인데, 다른 나라 신 이름을 붙이다니 말이 되는가.
“아닙니다. 선조께서 칭제건원하신 이래, 우리는 중원의 것과 다른 우리의 천하가 있음을 분명히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삼황오제는 실로 위대한 군주들이었다 하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면서 굳이 그 명칭을 옛 중화의 신에서 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마땅치 않아 하는 기색을 보이니까 좌승상 성시균이 헛기침하더니 반론을 제기했다. 예부대신 윤시현이 옆에서 거들었다.
“균형도 맞춰야 합니다. 무공을 세운 이들에게 내리는 자응장은 태조께서 떨치신 용명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 의약에 관한 훈장은 중국의 신과 잇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을 겁니다. 마땅히 다른 이름을 지어서 붙임이 적절하겠습니다.”
“예부대신은 생각한 바가 있는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공을 세웠으니, ‘홍익장’이라 명명하면 어떻겠습니까? 의관이라 하여 굳이 의술과 관련된 이름에만 한정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윤시현이 이야기한 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그 ‘홍익’이다. 단군이 내세운 이념이니만큼 역사성도 있고, 우리 대한의 천하를 강조하는 의미에서도 중국에서 내세운 이런저런 용어나 사상보다 나은 점이 있다.
대상을 의료 분야에 한정하지 않는 이름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나중에 외교관, 문화인, 과학자 등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에게 수여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듯하다.
“예부대신의 생각이 괜찮은 듯하다. 그대들은 어떠한가?”
“좋은 이름 같사옵니다.”
다른 신하들도 별 반대는 없었다. 새 훈장 제정 문제는 이로써 조정에서 통과된 셈이다. 중추원에서도 별 반대는 없으리라.
– 4 –
하와이 상황에 관한 보고는 그래도 바람직한 분위기로 끝났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신서반아 방면에서의 현황에 관한 보고는 그다지 유쾌한 게 못 되었다.
“그놈의 열병이 역시나 문제로구나.”
“예, 폐하. 친초피도 듣지 않는 열병이 만연한다고 하니, 신서반아 남부는 실로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듯하옵니다.”
작년 7월 18일, 양력 8월 25일에 우리 함대가 파나마를 함락했다. 기존에 두 번 여기를 습격한 프랑스 함대가 항구만 약탈하고 바로 다른 표적을 찾으러 떠났던 것과 달리, 이번에 감행된 공격은 대놓고 도시 자체를 정복한 전면전이었다.
그동안 몇 차례 겪은 해적의 습격 때문에 파나마는 도시 전체를 방어용 성벽으로 둘러싸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 함대가 항구만 약탈하고 떠났던 것도 대규모 공성전에 따른 아군의 손실을 고려할 때, 다른 목표를 약탈하러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민지상은 5천 병력을 투입했고, 이만한 병력이면 도시 자체를 포위하고 공격하기 충분한 규모였다. 닷새 동안 공방전이 벌어진 뒤에 마침내 성벽이 뚫렸다. 성벽이 돌파되자 수비군은 항복했고, 덕분에 도시는 불바다가 되지 않았다.
도시 자체를 함락하면서 거둔 재보는 막대했다. 5백만 냥에 달하는 금은보화를 손에 넣은 민지상은 프랑스인들과 4:1로 전리품을 나눴다. 이번에는 우리 쪽에서 투입한 전력이 훨씬 많았으므로, 당연히 우리 몫이 많아야 했다.
여기까지 함께했던 프랑스인들은 전리품을 나눈 뒤 사흘 만에 남쪽으로 떠났다. 그놈들이 마닐라에 처음 나타난 게 1703년 9월이었으니, 3년을 꽉 채워서 우리 영역을 떠난 셈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도시를 함락한 뒤의 일이었다. 민지상의 장계를 읽어보니, 파나마에서 겪은 어려움이 절절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신은 서반아인들이 재보를 나르지 못하게 길을 막는 한편으로 대동양과 대서양이라는 두 바다를 잇는 운하를 파면 유용하리라는 폐하의 과거 분부를 실행할 방안을 찾아보고자 파나마에 군사를 두고 주변을 살폈사옵니다.
지도만 보면 그 거리가 2백 리가량이라 운하를 팔만하나, 현지의 지형을 살펴보니 그것이 참으로 어렵겠습니다. 읍성(邑城) 바깥은 그대로 밀림이 우거져 있고 지협을 건너는 길은 그 밀림을 지나야 하며, 이 험로를 지나가려면 보름은 족히 잡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저 밀림이 우거졌을 뿐이라면 모두 벌목하고 불태워 없애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험난한 고갯길을 넘어야 합니다. 운하를 파자면 이 산을 몽땅 깎아서 해면에 이르기까지 그 높이를 낮추어야 하니, 그 벅찬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게다가 파나마는 사람이 살 곳이 못 됩니다. 신을 포함하여 수많은 장졸이 모기에 물려서 열병을 앓았으니, 이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도원수가 참으로 고생이 많았구나.”
장계를 보니 파나마에는 말라리아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군의관들이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이 숱하게 나왔다. 소량으로 보유한 키니네가 전혀 듣지 않고, 환자의 피부가 노랗게 변했다는 보고를 보니 황열병이 분명하다.
“폐하, 그렇다 해도 점령한 땅을 멋대로 버리고 물러난 일에 관해서는 도원수를 문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파나마가 서반아 조정을 압박할 수 있는 요지라고는 하나, 우리 군사들이 역병에 걸려 줄줄이 쓰러지는데 계속 머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도원수가 남은 군사를 수습하여 악가불고로 물러난 것은 전선에 나간 장수로서 합당한 조치였으니, 문책하자고 하지 말라.”
민지상은 석 달 동안 파나마에서 버텼다. 하지만 육군과 수군을 합쳐 1만여 명에 가까운 휘하 군사 중 4천여 명이 병에 걸려 쓰러지고, 그중에 사망자만 2천여 명에 달하는 참상이 벌어졌으니 물러나지 않을 재주가 없었다.
“아무리 물을 끓여서 마시고 모기장을 치고 방충고(防蟲膏, 벌레 쫓는 연고)를 잘 발라도 치료할 약도 없는 병으로 군사들이 쓰러지면 버틸 수가 없는 법이다. 모기가 적은 곳으로 군사를 물리고 다시 군세를 정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민지상은 기억에 새겨둔 모양이지만, 파나마 운하를 내가 언제 언급했는지는 나는 기억도 안 난다. 파나마에다 운하를 팔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민지상도 말했지만, 파나마 지협을 해면까지 깎아 수평식 운하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19세기 프랑스도 못 해낸 일이다. 20세기 미국도 그건 못 한다고 현지에 있는 강과 호수를 이용한 갑문식 운하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공사다.
혹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거기다 얼마나 많은 돈과 인력을 퍼부어야 할지 모르는데, 그럴 자원이 있으면 부산에서 바이칼호까지 우리 영토를 종단하는 철도 노선부터 깔겠다. 돈과 철재가 부족해서 철도도 못 깔았는데 무슨 파나마 운하인가.
그에 비하면 모기 퇴치는 차라리 쉽다. 미국인들이 했던 것처럼 웅덩이마다 기름을 붓고 모기장 철저하게 치면서 방제하면 잡을 수 있다. 모기를 없애봤자 산을 못 깎는 게 문제지.
“병부에게 묻겠다. 악가불고로 물러나도 파나마를 봉쇄하는 건 쉽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폐하. 우리 전선들이 악가불고에서 파나마를 왕래하며 바다 위에서 살피기만 해도 패루 부왕령에서 올라오는 배들이 파나마로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그러면 되었다. 서반아 조정이 압박을 받고 강화를 맺으러 나오게 하는 목적에는 지금 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파나마를 뺏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미주원정군은 바하 칼리포르니아, 즉 캘리포니아반도를 완전히 장악하고 아카풀코를 거점으로 멕시코 서해안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만하면 스페인 정부를 압박하기에는 충분하다.
“불랑국 수사가 대삼주 서해안을 쭉 훑으며 다시 내려갔으니, 서반아는 반격을 가할 만한 함대를 조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과야킬 같은 곳에서 배를 건조해 봐야 제대로 무장을 갖출 수 없을 거다. 이제 동태평양 제해권은 확실하게 우리 손에 들어온 셈이다. 알부케르케 공작으로서는 본국에 강화협상을 허락해 달라고 청할 수밖에 없으리라.
“폐하, 그리되면 강화 조건으로 우리 백성들을 학살하라 명한 그 주교를 처벌하라 덧붙여 요구하면 어떻겠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기는 하다만, 지금 스페인 조정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호세 페르난도 1세는 이제 15세가 되었으리라. 나이가 꽤 들긴 했지만, 주교씩이나 되는 고위 성직자를 체포해 타국에 넘길 만큼 강력한 왕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스페인이라는 나라 자체가 그게 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 짓을 하면 서반아 내부에서 전면적인 반란이 일어나리라. 불가능한 일이다.”
몬타네스 주교를 잡고 싶으면 우리 군대가 맥고성, 멕시코시티까지 쳐들어가서 직접 잡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잡아야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이번 전쟁에서 뺏은 영토면 그놈이 한 짓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 5 –
바타비아에 있는 총독 관저에서는 오늘도 고성이 흘러나왔다. 복도를 지나가는 하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릴 정도였다.
“마다가스카르 해적들이 설쳐대니까 조선 해군이 흩어졌잖소. 지금이 기회요! 그놈들이 해적을 토벌한다고 흩어졌을 이때를 이용해서 마닐라를 탈환하자, 이 말입니다!”
작년 가을에 스페인 본국에서 도착한 신임 필리핀 총독, 마르틴 데 발데즈가 격한 열변을 토했다.
“필리핀은 우리 왕국의 신성한 영토입니다. 마땅히 탈환해야 합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모두 개종까지 마쳤습니다. 그대들은 이교도가 우리 그리스도의 영토를 정복하고 주민들에게 이교도 신앙을 강요하도록 두고 볼 참입니까?”
알몬데 제독과 페어본 제독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앞에 버티고 선 이 골치 아픈 존재는 작년 9월에 겨우 소형 갈레온 1척과 병사 80명을 거느리고 아시아에 왔다. 그리고는 스페인 측 대표 격으로 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너 혼자 마닐라를 탈환하러 가라고 일갈하고 싶다. 하지만 격으로 따지면 여기 있는 네 사람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발데즈여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매일같이 짜증만 쌓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