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201
3부 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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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척에 달하는 함대가 유유히 북쪽을 향해 움직였다. 잉글랜드 전열함 10척, 프리깃 4척, 네덜란드 전열함 4척, 프리깃 2척, 스페인 소형 갈레온 1척이었다.
오포드 백작은 휘하에 거느린 모든 함선을 다 끌고 나오지는 않았다. 4급 전열함 2척과 28문 프리깃함 1척은 바타비아를 지키라고 남겨놓았다.
동인도 전역을 들쑤시고 있는 중국 해적들을 걱정한 건 아니다. 중국 해적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정크선 따위는 동인도회사 소속 무장상선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오포드 백작이 우려하는 건 조선 해군 프리깃함이 빈집이 된 바타비아를 습격하는 사태였다.
“내가 함대를 거느리고 출격한 사이, 적이 나타난다면 큰일이지. 요새야 괜찮겠지만 항구 안에 있는 상선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될 거요.”
함대를 출격시키지 않을 수는 없다. 오포드 백작이 건너온 목적부터가 압도적인 위용으로 조선 해군의 기를 꺾고 저들이 화의를 청하게 만드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단초가 된 바타비아 봉쇄 이후로 조선인들은 바타비아에 손을 뻗지 않았습니다. 소관이 저들을 몰아낸 게 1703년 10월이었으니까 두 달만 더 있으면 만으로 4년이 됩니다. 4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지금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페어본 제독이 걱정할 필요 없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제독의 기함 사령실에 앉아 있는 오포드 백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유럽에서 원군을 불러오는 동안 조선인들은 전력을 증강하기 위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으리라 보시오? 저들은 본국이 코앞이오. 당연히 전함을 추가로 건조해서 전력을 보강했을 것 아니오.”
포모사 앞바다에서 교전한 조선 주력함대는 5급 프리깃에 버금가는 함선을 8척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조선 해군이 보유한 모든 전함이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동안 조선인들이 강화를 맺자고 은밀히 몇 차례 제안해 오기는 했다. 하지만 이쪽에서 패한 상태로 강화를 맺을 수는 없어 거절하자 최근 몇 달 동안은 그런 은밀한 제안도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적은 해적들에게 공격을 맡기고 함대를 증강할 작정인 게 분명하다.
“개전 전에 파악하기로 조선에는 유럽식 배를 건조할 수 있는 대형 조선소가 5곳 있었소. 그 조선소들이 지난 4년 동안 한 곳에서 각각 프리깃을 1년에 3척만 만들었다고 해도 조선 해군은 60척이나 되는 프리깃을 함적(艦籍)에 추가할 수 있단 말이오.”
기존 함정까지 70척이나 되는 프리깃들이 일시에 쏟아져나와 동인도를 휩쓸고 인도까지 위협하는 광경을 상상하니, 그것만으로도 섬?했다. 페어본 제독은 설마 그렇게까지야 되겠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포드 백작도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거요. 정말 저들이 프리깃함 60척을 건조했다면 애저녁에 동인도 전역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잖소.”
조선 해군이 현재 전력을 얼마나 증강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저들이 안심하고 공세를 펼칠 만큼 대규모는 아닐 것이다. 아직 조선 해군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그렇다 해도 조선 프리깃함 1~2척이 바타비아를 급습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소. 대비할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대비해두는 편이 좋소.”
잔류 함대를 제외하고 주력함대는 이대로 동인도 해역을 북상, 보르네오섬과 말레이반도 사이를 지나 성 자크만(성 자크만, 복승 : 모두 베트남 붕따우의 옛날 이름)으로 간다. 성 자크만은 인도차이나 남부에서 가장 큰 무역항인지라 무력시위를 벌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조선 상관도 아직 그대로 있다 하였지?”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렇습니다, 각하.”
필시 조선인들은 정보 수집 거점으로 쓰려고 성 자크만 소재 상관을 그대로 두었으리라. 그 지역을 통치하는 ‘다이 비엣’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취했으니, 계속 머무르며 첩보를 모으기도 좋았을 것이다.
아시아 전대가 성 자크만으로 들어가 닻을 내리면, 분명 조선인들은 기겁하리라.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든 마닐라에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유럽 측 함대가 나타났다’라고 알릴 것이다. 그러면 조선 제독도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이리라.
“덤으로 동남아시아 각국에 우리 대(大) 브리튼 왕국이 얼마나 강력한 함대를 가졌는지 과시할 수 있겠지. 귀관이 이미 한번 다녀왔다고는 하나, 증원을 받아서 더 늘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오.”
“그건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다가스카르 해적들 때문에 그놈들이 조선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상태라서 말입니다.”
페어본 제독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그 해적 놈들이 그토록 마구잡이로 날뛸 줄은 몰랐던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 해적들은 ‘조선과 그 동맹’이라는 조항을 멋대로 해석하고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다이 비엣과 시암 같은 중립국 연안까지 약탈하고 있었다.
“그놈들이 일으킨 문제는 그놈들을 몽땅 제거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소. 조속히 조선과 강화협상을 체결한 뒤에 합동으로 해적 토벌을 벌이는 수밖에.”
오포드 백작은 처음 약속대로 해적들을 사면해줄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이 약속한 것도 아닐뿐더러, 계약 조건을 어긴 건 그놈들이다. 해적 따위는 주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오점이니 이참에 한 무더기 쓸어버릴 셈이었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소. 믈라카 인근에 있는 조호르에서 내전이 아주 치열하다던데, 그쪽 상황은 어떻소?”
오포드 백작이 바타비아까지 오는 길로 순다해협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그 내전이었다.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긴 하지만, 공연히 휩쓸리면 귀찮아진다.
“중국 해적 패거리 중 하나에서 내분이 일어나서 두목이 쫓겨났는데, 새 거점을 얻겠다며 자기에게 충성하는 부하들과 일본인 용병들을 거느리고 조호르 술탄국을 넘보고 있습니다. 딱히 우리와 상관이 있는 일도 아니라 방관하는 중입니다.”
알몬데 제독도 없이 두 사람만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야기하기가 편하다. 알몬데 제독과 함께 회의하는 중이었다면 아까 언급했던 ‘대 브리튼의 영광’ 같은 대화를 대놓고 꺼내기는 좀 껄끄러웠으리라.
비록 지금은 두 나라가 동군연합 상태지만, 30년 전만 해도 잉글랜드와 네덜란드는 서로 치열하게 싸운 전적이 있다. 잉글랜드는 참패해서 뉴욕까지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총독으로서 잉글랜드 왕위까지 얻은 윌리엄 3세가 잉글랜드 쪽에 힘을 실어주면서 두 나라 해군 사이에서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후계자가 없는 윌리엄 3세가 사망하면 동군연합도 해체되니, 언제 다시 적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럼 폐하께서는 끝내 재혼하지 않으신 겁니까?”
“돌아가신 여왕 폐하께 품으신 사랑이 너무 크셔서, 도저히 다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실 수가 없다 하오. 앤 공주께서도 돌아가셨으니, 스튜어트 왕가는 이로써 막을 내린 셈이오.”
국왕의 처제이자 유일한 혈육인 앤 공주는 지나치게 살이 찐 것이 원인이 되어 2년 전에 죽었다. 국왕 윌리엄 3세와 마찬가지로 앤 공주에게도 살아남은 자녀가 전혀 없으니, 다음 국왕은 방계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설마 파리에 있는 참칭자가 국왕이 되는 건 아니겠지요?”
페어본 제독이 말하는 참칭자란 폐위된 국왕 제임스 2세의 외아들 제임스 왕자를 말한다. 두 공주 자매의 이복동생인 이 왕자는 자신이 정당한 잉글랜드 국왕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제임스 3세라고 칭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게 되는 일이겠소? 이미 폐하께서는 후계자를 확실히 정하기 위해 1701년에 의회에 왕위계승법을 제정하게 하셨잖소. 돌아가신 여왕 폐하의 오촌 고모뻘이신 하노버 선제후비…조피 공녀께서 다음 여왕이 되실 거요.”
왕위계승법은 가톨릭 신자는 잉글랜드 국왕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혈통만 본다면 조피보다 훨씬 왕좌에 가까이 있던 수많은 계승권자가 모조리 밀려났다. 그 선두에 선 자가 바로 제임스 왕자였다.
“선제후비께서는 이미 나이가 80에 가까우시지 않습니까? 제대로 국왕 노릇을 하시기는 좀….”
“그야 그분의 아들이신 선제후 게오르크 공을 바라보고 하는 거지. 선제후비께서는 잠시 왕관을 맡아두실 뿐이고, 국왕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은 왕세자께서 맡아 하시게 될 거요.”
하노버 선제후 게오르크 1세는 일찍부터 전장에 나가 용명을 떨쳤다. 프랑스와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는 중이니, 군대 경험이 풍부한 국왕이 즉위해서 나쁠 건 없다.
이제 대 브리튼 왕국의 왕세자 전하가 되면 선제후의 이름도 독일식인 게오르크가 아니라 잉글랜드식으로 조지가 되리라. 조지라는 이름을 쓰는 왕은 처음이므로 조지 1세가 된다.
오포드 백작이 포츠머스에서 출항했을 때 이미 윌리엄 3세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쯤은 하노버의 조피가 ‘소피 여왕’으로 즉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8 –
전열함 10척이 일제히 옆구리에서 불길을 뿜었다. 수백 개나 되는 철환이 일시에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표적이 된 도시와 항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조준은 약간 서툴러도 좋다. 속사하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라.”
이홍원이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다. 통제사 좌선이 된 청해의 함장 박종원이 우렁차게 그 지시를 받았다.
“예, 수사또.”
이번 전쟁 전, 수군이 화약을 펑펑 쓰던 시절에는 석 달에 한 차례 정도는 실제로 사격을 했다. 실탄 사격을 자주 했기 때문에 포수들이 포에 익숙해지는 것도 빨랐다.
하지만 봉쇄 때문에 염초 공급이 끊어지자 이런 훈련이 계속 줄어들었다. 이번에 내려온 전열함 포수들은 가장 많이 쏘아본 이들도 새로 배치된 배에서 다섯 발 이상 화포를 쏘아본 이가 없었다. 훈련에 쓸 화약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열함 한 척이 일제사격 한 번만 해도 보병 수천 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화약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전쟁 전처럼 신나게 포를 쏘며 훈련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조정에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청나라와 후송에서 약간의 염초를 들여오기는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나중에 정치적으로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청나라가 증기선을 탐낸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후송이 청을 추월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대한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이들은 분명히 그 틈을 노릴 것이다.
물론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고 당장 염초를 구해와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신하들도 있었다. 하지만 비축해둔 화약과 국내에서 생산하는 염초만으로도 어떻게든 꾸려 나갈 수는 있는데 외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이들도 많았다.
반대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임금도 청나라나 후송에서 염초 수입을 늘리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지난 3년 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염초를 악착같이 모아서 비축했다. 그 덕분에 훈련은 좀 부족했어도 전투에서 사용할 화약은 넉넉하게 쌓아두었다.
“그 화약을 이제 신나게 쏘아보도록 해야지. 지금은 엄연히 실전이니라.”
술루 왕국은 해적들의 소굴이다. 고로 신나게 두들겨서 제압해야만 한다. 이홍원은 술루 왕국이 지배하는 팔라완섬을 새롭게 편성한 함대가 그 위용을 과시할 첫 목표로 삼았다.
이홍원은 마닐라 방어는 기갑선들과 포대에 맡겼다. 그리고 3등 대선 및 5등 대선 전부, 6등 대선 전부를 거느리고 당당하게 출정했다. 이 대함대가 앞바다에 나타나자 아직 저항을 계속하던 술루 측은 난리가 났다.
이홍원은 적에게 항복 따위는 권하지 않았다. 물론 아군의 사기를 올리기에는 무혈개성 쪽도 좋다. 하지만 지금 그가 거느린 함대에는 그저 사기를 올리기만 하는 조치보다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 쪽이 더 필요했다. 실탄을 연사하는 경험 말이다.
이 싸움에는 권훤이 지휘하는 육군도 투입되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를 내린 뒤에 육지 방면에 물샐 틈 없는 포위망을 형성하고 술루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충분히 두들기고 나서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곧바로 육지 방면에서 공세를 개시하리라.
“수사또 나리! 해안에서 백기가 올랐습니다.”
장루 위에 올라가서 적진을 살피고 있던 파수졸이 천리경을 들고 고함을 쳤다. 이홍원과 박종원이 나란히 서서 천리경으로 해안을 살폈다.
“단정 한 척이 백기를 들고 다가오고 있습니다. 용케 포탄을 피한 듯합니다.”
“운이 좋은 놈들이구려.”
대한군은 항구와 도시에 마구잡이로 포격을 퍼부었다. 정남수군이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싸운 덕분에 술루 측이 보유한 함대는 거의 전멸했고, 해전은 치를 필요도 없었다. 항구에 남아 있던 몇 척 안 되는 배들은 항구가 포격을 받을 때 몽땅 가라앉았다.
그만큼 맹렬했던 포화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저 배는 무척 운이 좋은 게 맞다. 이홍원이 애용하는 색경을 낀 채 지시를 내렸다.
“박 정령, 포격을 중단하고 저놈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신호를 보내시오. 기패관, 신호를 보내 나머지 배들에는 계속 포를 쏘라고 명하라. 좌선이 포격을 중단하면 다른 배들이 혹시 자기들도 포격을 중단해야 하는 줄 알지도 모른다.”
“예, 영감.”
이 항구는 술루 왕국이 팔라완에서 유지하던 가장 큰 거점이다. 여기가 항복하면 팔라완 전체가 대한군에게 항복하는 셈이다. 술루 왕국은 그 세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도시에 남아 있던 술루 해적들이 모두 항복했다. 도시를 포위한 대한 육해군이 잡은 포로 숫자는 적어도 4천 명에 달했다.
“이놈들의 처분은 대장군께 맡기도록 하세. 우리는 여기서 낭비하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팔라완 공략은 수졸들에게 포격 훈련을 시킬 겸 실행했다. 술루 따위는 이 대함대가 진짜 전력을 쏟아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하찮은 적이었다.
“그러면 예정대로 서쪽으로 가시겠습니까? 기왕 시작한 김에 남쪽으로 가서 술루 놈들을 끝장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참모진 중에는 남쪽에 있는 술루 왕국의 수도 ‘부안사’로 가서 아예 그놈들의 뿌리를 확 뽑아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홍원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바타비아를 직공할 거라면야 그놈들을 평정하고 그 길을 지나가야 할 거요. 하지만 우리 계획은 그게 아니잖소? 저들에게 우리가 저들 못지않은 강력한 함대를 갖추었음을 보여주어 저들이 강화를 청하게 만들자는 게 우리 목표요.”
새 함대를 잉내인들에게 보여주고 전투는 치르지 않을 수 있는 곳, 그곳은 바로 동방과 천축을 잇는 뱃길인 믈라카해협이다. 조홀국에서 들어온 첩보에 따르면 동인도회사는 여태 바타비아와 천축 사이에서 항로를 유지하며 교역선을 운항하고 있었다.
이 뱃길을 오가는 건 상선뿐이다. 잉내 양국 연합함대는 바타비아 인근에 머무를 뿐 해협 가까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그러니 정남수군이 해협 일대에 잠시 머무르며 위용을 과시하고 돌아오면 굳이 전투를 치르지 않고도 적을 위압할 수 있다.
“본래 예정을 바꾸지 않겠소. 곧바로 서쪽으로 움직여서 복승에 들러 안남국주에게 우리 수군이 갖춘 새 전선들을 보여주고, 시암에도 잠시 보여준 뒤에 바로 배를 돌려 조홀국으로 가도록 합시다.”
“예, 수사또 나리.”
전투가 없으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만약을 위해 대비는 철저히 한다. 이홍원은 이번 싸움에서 소모한 화약을 보충하고 등선군도 넉넉히 태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혹시 상황에 따라서는 육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