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205
3부 323화
– 1 –
올해도 가뭄은 면했다. 덕분에 전비를 충당하면서 어떻게든 빚을 내지 않고 나라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전쟁 때문에 상당한 세수가 줄어들었다. 유럽과의 교역이 줄어들다 보니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도, 수출품에 매기는 수출세 ? 수출세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외수사에서 남기는 수출 이윤이다 ? 도, 항구에서 거두는 입항세도 모두 없어졌다.
이를 보충하느라 전세를 기근 전 수준으로 환원하면서 전세 수입을 25%나 끌어올렸다. 그리고 연초세와 주세를 각기 20%씩 인상했다. 당연히 백성들이 반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심했지만, 돈이 필요하니 눈 딱 감고 진행했다.
어차피 주세라고 해도 대량으로 제조하는 대규모 술도가에서만 내는 세금이고, 농민들이 집에서 직접 담가 마시는 가양주(家釀酒)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다만 담배는 내수사에서 독점하는 전매품이나 마찬가지인지라 세금이 오르면 바로 영향이 간다.
“다행히 백성들이 참으로 열심히도 피워주었습니다.”
호부대신의 말에 나도 기꺼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로다.”
영토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권세를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쟁을 시작했다면 내 백성들이라고 해도 그리 쉽게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스페인이 먼저 시작한 전쟁이었고, 우리에게 확고한 정당성이 있었다.
다만 당장 우리 땅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아니다 보니 의병으로 참가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돈을 내려는 백성들은 많았고, 이들은 열심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전비를 보탰다. 원납전을 내도 되지만, 기왕이면 즐거움을 맛보면서 돈을 내자는 태도였다.
더불어서 연초세나 주세보다 더 많이 올렸으면서도 백성들에게는 반감을 거의 사지 않은 세금도 있었다. 바로 노비세다.
연이 시기에 올린 노비세는 연 10냥, 신냥으로는 5냥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전쟁 중에 많이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공헌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을유년(1705)부터 노비세를 신냥으로 20냥까지 올렸다. 처음 부과된 성이 시절에 비하면 40배가 된 셈이다.
당연히 노비세 징수가 4배 늘어나지는 않았다. 아직 노비를 잡고 버티고 있던 부유층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그나마 남아있던 노비를 거의 해방하고 고용한 일꾼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제 법적으로 노비 신분인 사노비는 거의 소멸했고 노비세 징수도 거의 제로로 떨어졌다.
하지만 노비가 없어졌다는 건 그만큼 양민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조세와 역을 납부하는 양민이 늘어난 만큼 국가 수입도 늘어났으므로 전체적으로 따지면 별로 손해도 아니었다. 아, 역(役)이라고 해서 몸으로 일하는 부역은 아니다. 말이 역이지 돈으로 낸다. 인두세다.
주세와 연초세는 전쟁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내릴 예정이지만, 조세와 노비세는 인상된 상태 그대로 간다. 조세는 옛 제도의 환원이니까 상관없고, 노비세도 노비제도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니까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세 차례 생에서 내가 잘 써먹기는 했다만, 노비제도가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선의 현실이 현실이니까 노비제도를 없애겠다고 나서서 설치지도 않았다. 공연히 신분제 폐지 따위를 시도하다가 분란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명나라 붕괴라는 대격변이 일어난 틈에 성이와 연이가 노비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노비제 축소로 가는 길을 먼저 열었다. 덕분에 내가 노비세를 올리기도 용이했다. 공노비는 일단 노비라고는 해도 세습제 하급 공무원에 가까우니, 조금 경우가 다르고 말이다.
어쨌거나 2년 동안 작황이 괜찮았던 덕분에 전세 수입이 안정적으로 들어왔다. 미주에서 채광하는 은광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으니 신서반아와의 교역이 끊어졌어도 화폐 제작에 사용할 은이 꾸준히 공급됐다.
전열함 건조에 쓰겠다고 국채를 발행해서 모은 자금도 계획보다 조기에 대부분 상환했다. 예정에 없던 수입인 누에바 에스파냐 약탈로 거둬들인 돈 덕분이다. 특히 파나마에서 얻은 약탈품이 막대한 액수라서 그동안 기공한 전열함 건조비를 메울 수 있었다.
아무튼, 이 돈 문제로 하는 고민도 이제 끝날 조짐이 보인다. 왜냐고? 그야 당연하다. 돈 잡아먹는 괴물이었던 이 전쟁이 드디어 종막으로 접어들 기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 2 –
이번 전쟁은 두 방면에서 벌어졌다. 동남아시아 전선과 북아메리카 전선이다. 두 방면에 전선을 열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두 전선에서 모두 대승을 거두었다. 몇 년에 걸쳐 유지되던 교착상태가 올해 들어 일순간에 뒤집힌 거다.
“참으로 훌륭하다. 복승 해전에 참전한 수군 장졸 전원에게 공에 맞추어 자응장을 수여할 것이니, 병부에서는 그 공훈을 따져 명부를 작성하도록 하라.”
현대적으로 하자면 참전기장 쪽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훈장도 갓 만들었는데 참전기장까지 도입하는 건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싶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통제사 이홍원은 그동안 세운 다른 공도 있으니 남해공으로 봉할까 한다. 다른 장수들도 그동안 세운 공을 따져 작위를 내리려 하니, 병부에서는 대상을 선발하라.”
모든 중신이 내 명에 선뜻 따르려 하지는 않았다.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랬다.
“폐하, 이번 싸움에서 불타거나 가라앉은 적선은 한 척도 없습니다. 수백이나 되는 우리 수졸들이 죽고 상하였는데 전과라고는 고작 항구에 남아 싸우지도 않던 소선 한 척뿐이니, 어찌 서훈과 봉작을 내리기에 충분한 승리를 거뒀다 하겠습니까? 부디 재고하소서.”
이홍원 본인도 장계에서 ‘적과 싸웠으면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라고 사죄하면서 죄를 청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사실상 제대로 된 첫 전열함 해전에서 패하지 않고 비등하게 싸운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우리 수군은 전열함을 운용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초보인 우리 수군이 세계 최강 해군인 잉글랜드 함대와 네덜란드 함대를 상대로 진형을 유지하면서 전력을 보존했다. 게다가 적이 먼저 전장을 떠나게 했으니, 전장에 마지막까지 남은 것도 우리다.
“정남수군통제사는 싸움이 벌어지는 내내 굳건하게 위치를 지켰으며, 막판에 물러난 것도 도주하려 한 게 아니라 적을 끌어들여 기습하려고 미끼를 던져 유인하였는데 적이 걸려들지 않고 물러난 것이다. 이는 적전도주와는 거리가 머니, 마땅히 승전이라 할만하다.”
신하들이 말하는 것처럼 눈에 띄는 화려한 승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 의미를 포장할 필요가 있다. 전열함이 포함된 함대로 영란함대를 막아냄으로써 저들이 함부로 북상할 수 없도록 했으니, 그 전략적인 의미는 말할 수 없이 크다.
“통제사 이홍원과 그 수하 장졸들의 용맹은 잉글국 수사제독도 인정하였으니 어찌 작다고 하겠는가? 또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도 잡았으니 그 공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오포드 백작, 친서까지 남겨 가면서 이홍원의 용전을 칭찬할 줄은 몰랐다. 예전에 영국에 있을 때 몇 번 만나고 참 좋은 인상을 품었는데, 이렇게 적으로 재회할 줄이야.
헌데 그 점잖은 사람이 스페인 총독을 우리 손에 넘겨주다시피하고 혼자 가버린 걸 보니, 스페인하고 동맹하는 게 정말 싫었나 보다. 하기야 나라고 해도 내가 외교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는데 밑에 있는 놈이 멋대로 굴어서 일을 망치면 패 죽이고 싶겠지.
보고에 따르면, 발데즈라고 하는 총독이 도망가지 않고 복승에서 버티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놈은 영란함대가 프리깃과 갈레온밖에 없는 우리 함대를 간단하게 짓부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발데즈가 복승에서 우리 상관을 습격하여 인명을 살상하고, 제지하는 안남군 병사들에게 무기를 휘두른 건 분명히 안남 측에 대한 모욕이었다. 하지만 영란함대 측의 무력을 배경에 둔 발데즈를 안남 측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발데즈는 유유히 배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해전이 그놈의 운명을 바꿨다. 당연히 영란함대가 이기리라고 생각한 발데즈는 선원들에게 출항 준비도 시키지 않고 항구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태수에게 오포드 백작의 편지를 전하러 왔다가 금방 떠난 프리깃함을 보고도 선뜻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발데즈 총독이 문제가 생겼다고 깨달은 건 30척이나 되는 우리 함대가 복승항 앞바다를 가득 메운 광경을 보고서였다. 탈출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항복 이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그자는 다른 선원들과 함께 필리핀에 압송해 두었다고 하였겠다.”
스페인 포로들은 모두 무인도나 마찬가지인 금광도에다 옮겨 두었다. 마다구를 몰아내고 술루 왕국도 밀어내면서 이제 루손섬 주변에서는 해적의 위협이 거의 사라졌으니, 금광도로 옮긴다고 해서 사고가 날 일은 없다.
“폐하, 안남국에서 자기들 땅에서 무례를 범한 범죄자이니 자기들이 처벌하겠다 한다는데, 내주어서 완씨가 자기 뜻대로 벌하게 하소서.”
차도살인(借刀殺人)을 할 생각인지 베트남에 넘겨주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발데즈를 베트남에 넘기는 건 그다지 좋게 생각되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그놈을 넘겨받기만 하면 당장 갈가리 찢어 죽일 테니까 말이다. 성시균 역시 나와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자가 우리 관부도 아니고 외수사 상관을 쳐서 많은 인명을 해하였으니, 분명히 상당한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포로인 데다 그 직분도 필리핀 총독이니, 함부로 처형함은 옳지 않습니다. 일단 살려두고 벌한 뒤에 교섭에 쓰소서.”
“짐도 좌승상의 발언이 옳은 듯하다.”
해놓은 짓은 괘씸하다만, 필리핀 총독이라는 직위는 함부로 처형하기에는 좀 높다. 체포 도중에 사망했다면 전사로 취급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놈이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잡혀 버려서 말이다.
차라리 이게 잘된 건지도 모른다. 고귀한 푸른 피가 흐르는 스페인 귀족님께서는 단박에 목이 잘려 죽으면 도리어 순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그보다는 전신이 땀투성이가 되어 노역하는 걸 더 수치스럽게 여길 거다.
“전임 총독인 드 에체바리 총독은 남중성 주재 우리 상관을 철저히 보호하였건만 이번에 온 총독은 그런 기초적인 법도도 몰랐으니, 마땅히 가르쳐서 사람을 만들지어다. 아오지에 보내서 몸소 석탄을 캐며 자신의 죄를 깨닫게 하라.”
이홍권도 아직 살아서 석탄을 캐고 있으니, 발데즈도 강화협상이 체결될 때까지 몇 년쯤 광부 노릇을 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거다. 혹시 그러기 전에 낙반이나 폭발 같은 사고라도 당해 죽는다면 그건 본인이 운이 없는 탓이고 말이다.
“안남 측에서 우리 해군의 위용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하며 배를 구입할 방안을 물었다고 하였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아직은 우리가 배를 판매할 입장이 되지 못하니, 예부에서 좋은 말로 사양하도록 하라. 장차 우리가 필요한 만큼 배를 갖추고 나면 판매할 수도 있으리라.”
일단 말로 해두는 것뿐이지 정말로 양선을 넘겨줄 생각은 없다. 베트남이 어떤 나라인가? 그놈들은 그거 뜯어서 역설계해서 직접 배 만들고도 남을 놈들이다. 배 받았다고 고분고분 내 앞에서 허리 숙일 놈들도 아니고.
어차피 내가 안 줘도 안남은 하려고만 하면 배를 구할 루트가 많다. 섬라(태국)에 거점을 마련한 프랑스도, 인도네시아에 있는 네덜란드도 안남에 배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안 팔아도 저들이 양선을 갖추는 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으리라.
자, 그러면 시간상으로는 동남아시아보다 먼저 결판이 난 바다 건너 신서반아 쪽 소식도 정리해 볼까나.
– 3 –
양력으로 6월 9일에 벌어졌던 아카풀코 전투 결과가 내 손에 들어온 건 한 달 조금 전인 9월 3일이었다. 대동양을 건너는 항해 일정에다 현지에서 민지상이 장계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있으니 그 정도는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미주원정군이 아카풀코 전투에서 아군이 거둔 화려한 승리는 복승 해전보다 화제에 오르기는 더 좋았다. 신속한 기동, 흩어진 적에 대한 각개격파, 산병전으로 벌인 지연전술, 기병을 동원한 추격과 포위섬멸 등 갖가지 전술이 모조리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앞에 적은 장점들은 강무관에서나 화제가 될 부분이다. 조보를 읽는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죽거나 다친 우리 군사 숫자보다 쏘아 죽이거나 포로로 잡은 적이 다섯 배나 된다는 것이고, 도망친 군사는 열에 하나도 안 된다는 부분이니까.
“전국에서 폐하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열광적으로 이어지고 있사옵니다. 대승을 축하하는 논고가 각지의 시보에 실리고 있사옵고, 적이 아직 뉘우치지 않는다면 맥고성까지 진격하여 그 죄를 물어야 한다는 상소도 빗발치고 있사옵니다.”
이부대신이 보고하듯, 한 달이 좀 넘게 지나고 보니 그 전투에 관한 소식은 전국에 퍼질 대로 다 퍼졌다. 육군이 이런 화려한 승리를 거뒀고, 민지상에게 후작을 내리자는 논의까지 중추원을 통과한 참이니만큼 수군에게도 공적을 세워줄 필요가 있는 거다.
아, 민지상이 공작이 못 되는 건 파나마를 포기하고 물러난 탓이 컸다. 아무리 질병 탓이 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싸움 한번 없이 물러난 건 벌하지는 않더라도 칭찬할 일은 못 되지 않느냐는 게 중추원에서의 주된 기류였던 탓이다.
“포로를 심문한 바에 따르면 이제 신서반아 부왕청에는 정말로 병력이 없다고 했다. 그럼 이제 저들은 언제 우리 군사가 맥고성으로 들이닥칠지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하거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항복을 교섭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남아 전선에서는 당장 강화협상이 진행되기 좀 어려울 듯하다. 오포드 백작이 원군까지 끌고 온 걸 보면 아무래도 그놈들은 당장 협상 의사가 없는 모양이고, 일단 명목상으로는 스페인 측이 전쟁의 주역인데 협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신임 스페인 총독이 우리 포로가 된 신세니….
발데즈 놈과 강화협상을 시도하려면 그놈을 처형하는 건 말도 안 되고 노역도 못 시킨다. 도리어 콧대나 세우면서 온갖 개소리를 늘어놓을 텐데 그놈하고 강화협상이라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욕지기가 치밀어오른다.
“남만 쪽은 잠시 더 경계하면서 방어에 주력하라.”
신서반아에서 강화협상 제안이 오면, 그 사실을 바타비아에 통보하면서 너희는 우리와 더 싸울 필요가 없다는 암시도 한다. 그러면 오포드 백작이 아무리 결심을 단단히 하고 왔다고 해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으리라.
장계만 차분히 읽어봐도 영란함대가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덤볐으면 우리 피해가 훨씬 컸으리라는 게 보였다. 우리가 3년 동안 아무리 공을 들였어도 아직은 영란함대와 전투력이 상대가 안 된다.
물론 손실된 전력을 다시 보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속하게 보충할 수 있는 건 함선에 국한된다. 숙련된 선원을 다시 구하는 건 배를 보충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니 되도록 빨리 강화를 맺고 전쟁을 끝내는 편이 좋다.
회의를 진행하며 잠시 생각했다. 오포드 백작은 뭘 하고 있을까. 다음 전투에서는 압승을 거둘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까?
“안내할 배를 붙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각하.”
“아닙니다. 평화를 이루러 오셨는데 최선을 다해 영접해야지요.”
대한수군 정남수군통제사 이홍원과 영국 국왕 윌리엄 3세의 특사 오포드 백작, 에드워드 러셀은 서로의 우의를 희망하며 선상에서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지금 마닐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북쪽 도성에 계시는 주상께서 아셨다면 필시 무척 기꺼워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