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251
3부 369화
– 3 –
디에고 본인은 지난번 전쟁에도 나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사실상 황자인 디에고가 혹시 전사하거나 적에게 포로로 잡힐 위험을 생각하면 절대 출전을 허락할 수 없었다. 안용복과 함께 가볍게 남미 원정을 나갔을 때도 얼마나 조마조마했었는지.
윌리엄 3세나 조지 1세처럼 총지휘관이라면 혹시 모른다. 하지만 디에고의 신분과 직위를 생각하면 그런 자리를 줄 수도 없었다. 성시균이 주장했듯이 임명할 수는 있지만, 디에고가 그런 자리에 앉기에는 나이도, 경력도 부족했으니까 말이다.
그 조지 1세는 지금 섭정으로서 대프랑스 전쟁을 총지휘하는 중이다. 유럽에서 들어오는 소식에 따르면, 플랑드르 방면은 완전히 연합군이 장악했다. 하지만 명성 높은 보방 원수가 국경선을 따라 건설한 난공불락의 요새선 탓에 연합군이 프랑스 영내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여유가 생긴 영국-네덜란드 연합군은 다른 방면으로 보내는 지원군을 늘리고 있다. 이제 프랑스군이 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전선은 남쪽의 스페인과 이탈리아 방면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라고 했다.
“루이 국왕이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스페인 제국 전체를 자기가 먹겠다고 했으니, 어떤 나라가 그런 괴물의 출현을 인정하겠습니까?”
한양 주재 영국 동인도회사 상관장은 최근에 교체됐다. 하기야 바뀔 때도 됐다. 전임이던 로버트 헌팅턴은 형황이 사망했을 때부터 거의 10년을 재임했으니 말이다. 계미남정 시기는 잠시 떠나있었지만, 그 기간을 고려해도 오래 있었다.
새로 파견된 상관장 프레드릭 소여는 그동안 인도 무역에 주로 종사하다가 한국으로 옮긴 사람으로, 인도에서도 우리 상관과 꽤 교류가 있었다. 다만 지금은 인도보다는 유럽 소식이 더 흥미가 있다.
“이탈리아 방면은 프랑스군이 아직 밀라노를 확보하고 있고,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폐하와 인연이 있는 빌라다리아스 후작이 용전하는 중이긴 해도 프랑스군이 스페인군보다는 강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곧 뒤집힐 겁니다.”
도버 해협이 안정되고 대서양 연안에 주둔한 프랑스 함대가 확실하게 봉쇄되면서, 영국은 지중해로 해군 전력을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툴롱을 모항으로 하는 프랑스 지중해 함대는 대서양보다 전력이 더 적으니, 제대로 저항하기 힘들 거라면서 말이다.
게다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육군 병력도 추가로 투입한다. 그러면 프랑스인들도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게 되면 스페인에는 바이에른 출신 ‘바비에라 왕가’가 확실히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존속에는 우리 대브리튼 왕국과의 우호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스페인이 지브롤터를 넘기려는 것도 그런 탓이 아니겠습니까.”
“호세 페르난도 국왕이 지브롤터를 귀국에 아주 양도한다는 말이오?”
지브롤터는 지중해 입구를 틀어막을 수 있는 요새다. 원래 역사에서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은 스페인을 견제하기 위해 영란 연합군이 점령해서 빼앗았지만, 이쪽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페인을 돕기’ 위해 영란 연합군이 진주해서 활용하는 중이다.
일단 이쪽 세계에서는 동맹국이니 잠시 쓰다가 전쟁이 끝나면 스페인 측에 반환하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걸 은근슬쩍 집어삼킨다고? 잉글랜드 놈들 정말 혐성이 쩌는구나.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폐하. 지브롤터는 저희가 강탈한 게 아니라는 사실쯤은 아시지 않습니까? 스페인 국왕이 프랑스 해군을 견제하기 위해 자청해서 우리 측에 주둔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저희 윌리엄 3세 폐하께서 스페인 영토를 빼앗으려고 하신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마땅히 스페인 정부에 반환해야 하지 않는가?”
“이번 전쟁이 끝난다고 프랑스가 새 스페인 왕실에 대한 적대행위를 종료하리라는 보장이 없지요. 스페인 측이 원하는 보호를 계속 제공하려면, 지브롤터에 우리 함대를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여는 지브롤터의 소유권을 완전히 영국으로 양도하는 건 아니고, 스페인 정부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지브롤터를 임대하는 형태가 되리라고 예측했다. 다만 두 나라 정부가 협의한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하, 하지만 저는 외교관이나 군인이 아니라 상인입니다. 부디 폐하께서 교역과 관련된 사안을 더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그쪽은 그대들과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외수사와 의논하면 되지 않는가? 짐은 유럽 소식 쪽이 듣고 싶으니, 오늘은 참게.”
말이 좋아서 상인이지, 동인도회사 상관장은 반은 외교관이나 마찬가지다. 괜히 너스레를 떠는 것뿐이다.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 관해 좀 더 묻다가 내가 전혀 모르는 역사적 인물 쪽으로 질문을 바꿨다.
“잉글랜드 여왕은 나이가 무척 많다고 들었는데, 건강에 문제는 없으신가?”
“올해 82세이십니다. 건강에 큰 문제는 없으십니다만, 아무래도 연로하시고 국내 사정에 어두우시다 보니 국사는 거의 섭정공께 위임하셨습니다. 다만 섭정공께서 플랑드르 전선에 나가 계실 때가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국사는 대부분 의회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조지 1세가 런던에 머물렀어도 아마 의회에는 잘 안 나갔을걸. 조지 1세도 영국 내 사정 잘 모르고 영어 못하는 건 자기 엄마하고 똑같지 않은가.
어쨌든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 끝나가기는 하는 모양이다. 과연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될지 모르겠다. 루이 14세가 얼른 적당히 포기하면 좋겠다. 그래야 안부 편지라도 좀 편히 보내지.
– 4 –
프랑스와의 연락 자체는 지금도 가능하다. 러시아를 통한 육로 루트를 사용하면 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는 확실한 단점이 있다.
그동안 항해술이 발달한 덕분으로 해로를 이용하면 이제 유럽까지 1년이면 된다. 육로로 시베리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가는 정기 우편은 그것보다 반년쯤 더 걸린다.
이걸 획기적으로 단축하려면 대륙횡단철도를 부설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륙횡단철도 부설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이 남았다. 아직 경인선도 못 만들지 않았나.
“노량진에서 제물포까지 가는 첫 철도 노선은 단선으로 하는 게 옳겠다. 하지만 제물포로 가는 열차는 장차 수요가 매우 클 터이니, 부지는 복복선을 깔 수 있을 만큼 넓은 폭으로 확보하라.”
시작형 기관차는 나왔다. 하지만 이미 밝혔듯, 상업 운행을 개시하려면 그것보다 짐을 더 많이, 빠르게 나를 수 있는 신형 차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격적인 운행까지는 몇 년은 더 걸리겠지만, 철도를 부설할 땅은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이 좋다.
“예, 폐하.”
현대에 경인선 전철이 복복선이었지? 현대 서울과 인천 사이에 오가는 교통량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필요하긴 필요할 거다. 이쪽 세상이라고 해서 교통 수요가 적을 것 같지는 않다.
“폐하. 헌데 설마 네 가닥이나 되는 선로가 필요하겠습니까? 단선, 아니 복선만 하더라도 열차가 도성과 제물포 사이를 하루에 수십 차례는 왕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하면 필요한 사람과 짐을 나르기에는 충분할 텐데, 복복선은 과하다 보이옵니다.”
좌참찬에서 우찬성으로 오른 김치성은 선로 부지를 과도하게 확보하려다가 민생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염려했다. 말이 안 되는 주장도 아니었다.
“철도를 단선으로 깐다면 현재 닦아놓은 마차궤도 자리에다 놓으면 되고, 그러면 비용도 들지 않고 백성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선으로 부설하려면 많은 땅을 더 수용해야 합니다. 복복선을 깔면 지금 있는 도로보다 넓은 땅이 필요합니다.”
경인가도는 마차 4대가 부딪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폭으로 조성되어 있다. 당연히 그 옆은 빈 땅이 아니라 집과 마을, 논밭이 들어서 있다. 김치성은 억지로 집과 땅을 내놓아야 하는 백성들의 한을 어찌 감당하겠느냐며, 필요하지도 않은 선로 부지를 좁히자고 했다.
“아닙니다, 폐하. 옛날 무종께서 처음 각 고을을 연결하는 도로를 정비하라고 하셨을 때, 지금처럼 많은 인마와 수레가 그 위를 오가리라 예상하였다면 일찌감치 넓은 길을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탓에 몇 차례에 걸쳐 확장공사를 해야 하지 않았습니까?”
각 고을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는 서울-평양 구간만 벽돌로 된 포장도로다. 나머지 구역은 모두 속에 돌을 넣고 겉을 흙으로 다진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최석정이 지적하는 건 도로 상태가 아니라 도로 폭에 관한 이야기니까 이건 지금 거론할 이야기는 아니다.
“무종 시절에 처음 도로를 만들 때는 지방관들이 비용을 아끼느라 일단 기존 도로를 살짝 보수하기만 하였습니다. 교통하는 인마와 수레가 늘어나서 길을 더 넓혀야 할 때가 되어도 최소한으로만 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니 얼마 안 가서 또 길이 좁아집니다.”
최석정은 도로를 넓힌다고 해서 길에 붙어 있던 집을 내놓아야 했던 백성이 곁에다 새로 지은 집을 겨우 10년 만에 또 빼앗긴 사례를 몇 개나 언급했다.
“집이야 뜯어서 옮기면 그만이라고는 하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국가가 겨우 10년 앞도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야 어찌 백성들을 이끈다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제물포는 도성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니, 장차 그 길을 이용하는 인마와 수레가 얼마나 늘겠습니까?”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란 말이지. 3백 년 뒤의 세상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로 부지는 미리 넓게 확보해놔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더구나 이쪽 세상에서는 표준궤가 궤간이 5자(1.5m)이므로 1.4m 남짓인 원래 세계보다 조금 더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열기창에서는 공사비가 싸게 먹히면서 차량도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협궤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저 숫자를 확실하게 맞출 거라면 사실 3자나 4자 폭으로 궤도를 깔아도 된다. 허나 협궤는 간선으로 깔기에는 단점이 많은 탓에 원래 계획대로 5자짜리 광궤를 밀었다.
궤간을 넓게 잡으면 더 크고 힘이 센 기관차와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화차를 운행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반을 다지는 공사를 덜 해도 된다. 그런데 어떻게 협궤를 채택하겠는가.
“하오나 폐하, 언제 선로를 깔게 될지 모르는데 미리 토지부터 확보한다면 그 땅을 그냥 놀려야 하지 않습니까? 우찬성 대감의 제언처럼 선로 하나 분의 토지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이후에 필요할 때 차츰 넓히시지요.”
“놀려도 괜찮다. 남는 땅에 밭을 갈거나 가가(假家, 가건물)를 지어 원하는 이들에게 세를 줘도 상관없으니, 복복선을 부설할 만한 토지를 미리 확보하는 편이 낫다.”
민간인 소유 토지를 급하게 매수하는 것과 빌려준 토지를 회수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자기 땅을 떠날 수 없다고 버티는 놈을 상대하다가 공사가 대책 없이 늦어질 위험이 있지만, 후자는 우리가 원할 때 바로 퇴거시킬 수 있으니 상관없다.
“폐하께서 하교하신 바가 옳습니다. 일단은 선로 부지를 넉넉히 확보하고, 시험 삼아 먼저 부설하는 1개선 분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선을 부설할 땅은 지낼 땅이 없는 백성들에게 빌려주어 잠시 거처하게 하시면 될 듯합니다.”
호부…아니 재무대신 홍정원이 이미 머릿속에서 주판알을 튕기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밭으로 빌려주건, 가가를 짓건 세는 받을 게 아닙니까? 그러면 철도 유지비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재무대신의 말이 옳습니다.”
당장 철로를 깔 것도 아니니 시간을 두고 철로를 깔 땅을 넉넉히 준비하자는 안은 그렇게 별 반대 없이 통과되었다. 백성들의 집과 땅을 함부로 뺏지 않으며 대가를 치르고 사들여서 쓴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게다가 경인선은 공사하기에도 편한 노선이다. 죄다 평지고 중간에 있는 장애물이라고 해 봐야 안양천 하나밖에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서울 쪽 종착역은 노량진에 둘 예정이니까, 한강을 건너는 다리는 아직 만들지 않아도 된다. 공사비도 다른 노선보다 훨씬 덜 들 거다.
다만 도성 가까운 수도권, 게다가 경인가도에 접한 땅을 수용해야 하니 토지 매입에 제법 목돈이 들 수 있다. 학무대신 박태한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이제는 국고에 있는 황금을 좀 헐어서 써도 되지 않겠습니까? 재무부 창고에 쌓인 금만 5백만 냥이 넘습니다.”
“그 금은 장차 태환지폐를 발행하기 위해 몇 대에 걸쳐 쌓아둔 준비금이 아니냐?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돈이다. 차라리 국채를 한 번 더 발행하는 편이 낫겠다.”
지난번 1차 발행한 국채는 전함 건조에 쓴 돈이라 수익이 안 나는 순전한 빚이었다. 허나 철도 건설에 들어가는 돈이라면 철도에서 거두는 수익으로 상환할 수 있다. 일종의 투자로 인식할 수…잠깐, 그건 국채가 아니라 주식이잖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개성에는 주식시장이 있고 백여 개 이상 되는 기업이 주식(주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개성부윤이 맡은 일 중 하나가 주식시장에서 남들을 등쳐먹는 놈들을 잡는 거고, 전국의 치안을 맡는 우포청도 이 일을 맡고 있다.
“옳습니다. 철도도감을 설치하고 주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면 국고를 덜 들이면서도 철도를 부설할 수 있습니다. 운하도감도 주권을 발행해서 유지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도록 하시지요.”
“괜찮은 듯하다.”
없는 주식시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기업 주식이라면 시장이 신뢰할 테고, 주식이 안 팔리진 않을 거다. 게다가 주식은 빚이 아니라 투자 유치니까 원금 상환에 관해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고, 국채와 달리 이자가 정해져 있지도 않다.
‘배당금은 회사 실적에 따라 지급하니까….’
주식을 내는 쪽이 확실히 국채보다 낫겠다. 재무부 관리들하고 좀 더 의논해봐야지. 마침 올해는 작년과 달리 비도 잘 오고 있으니, 이것저것 챙기다가 때맞춰 심양에 가면 되겠다.
– 5 –
주산진의 인구는 대략 4만 명가량이다. 섬 몇 개에 사는 사람 숫자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코앞에 있는 후송은 인구 규모가 8천만이 넘으니 그에 비하면 정말 먼지만 한 숫자다. 이중 주산진에 있는 수군과 그 가족을 포함한 한인이 대략 1만, 본래 살던 중국인이 약 3만이다.
“이 적은 사람 숫자로 백 년을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오.”
“물론입니다, 대인. 허허.”
명나라 말에 주산 일대에 설치한 정해현(定海縣)의 지현(知縣) 유홍(劉弘)이 굽실거리며 주산진첨사 이민서 앞에서 비위를 맞췄다. 정해현은 주산진에 주둔한 조선 수군 덕분에 명 말기 혼란을 피했다. 그리고 천하에서 명나라 황제를 떠받드는 마지막 땅으로 남았다.
여기서 유홍이 아무리 ‘대명의 유훈을 받은 관리’라고 해도 이민서에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지현은 품계가 정7품이고 주산진첨사는 종3품이므로, 이민서 쪽이 훨씬 격이 높다.
혹시 두 명의 품계가 비슷하다고 해도 ? 원래 명나라 시절에는 조선 관원의 품계를 4등급 정도 깎아서 대했다 ? 유홍으로서는 이민서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주산현 주민 전체의 생사를 쥐고 있는 존재가 바로 주산진에 있는 대한 수군이기 때문이다.
“그게 다 대한 수군의 정예함 때문 아니겠습니까. 송적(宋賊)이 아무리 기를 써도 바다에 나오면 대한 수군의 밥이지요, 하하.”
“물론이오. 요 몇 년 동안은 놈들이 우리 해군의 위용을 보고 잠잠해졌지만, 예전에 감히 주산을 치려고 시도했을 때는 매번 불탄 나뭇조각과 시신으로 수면이 빽빽하게 덮였었잖소. 그러니 덤빌 엄두도 못 내는 것이고.”
이민서가 거드름을 피웠다. 말은 이렇게 해도 후송 수군과 싸운 적은 없다. 하지만 지난 계미남변에 참전해서 자응장 4등을 받았으니, 이곳의 중국인들 앞에서 으스댈 자격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
“후송 놈들은 작년에 괴질로 수십만 명이 죽어 자빠지기까지 했으니, 한동안 섣부른 짓은 벌이지 못할 거요. 그러니 우리를 믿고 마음 편히….”
이민서가 한참 잘난 척을 하면서 뽐내고 있는데 군관 한 사람이 급하게 달려왔다. 당황한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린 이민서가 무슨 일이냐고 하자 생각지 못한 보고가 튀어나왔다.
“첨사 나리! 장강 입구에, 후송 깃발을 올린 철갑선이 나타났습니다! 수차로 움직이는데, 우리 기갑선보다 더 큽니다!”
“뭐? 우리 것보다 더 큰 철갑선이라고?”
이민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첩보는 이제까지 전혀 없었다. 후송 수군에 철갑선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