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252
3부 3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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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진에서 괴이한 일이 발생했기에 삼가 아뢰옵니다. 지난 3월 7일에 송군(宋軍)에서 우리 기갑선보다 큰 철갑선을 건조하여 바다에 띄웠사온데, 그 수가 무려 3척이나 됩니다. 여기에 작은 당선(唐船) 십여 척이 옆에 붙어 호송하니, 실로 하나의 함대였습니다.
장강 하구에서 철갑선이 나왔다는 척후장의 보고를 받은 신이 급히 기갑선을 타고 나가서 직접 확인하니, 그 배들은 그사이 남으로 내려와 해안을 따라 항주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천리경으로 관측하니 저들이 몰고 나온 철갑선은 그 길이가 대략 200자(60m)에 달하며 폭은 50자(15m), 수면 위로 드러난 갑판 높이는 15자(4.5m)나 되었습니다. 배 위에 올린 누각 크기만도 판옥선과 비슷합니다.
선체와 누각은 겉에다 온통 철갑을 붙였으며, 그 철판에는 어떤 칠도 하지 않아 번쩍이는 광채가 사방에 빛을 뿌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저 눈으로 보아서는 선체에 붙인 철판이 얼마나 두꺼운지, 어떤 철로 만들었는지까지는 판별할 수 없었습니다.
선체 형상은 흔한 당선과 같으나, 깃발이 달린 깃대는 있어도 돛대는 없었습니다. 대신에 선체 양 측면 하부에 수차가 12개씩 설치되었고, 선체 후미에도 큰 수차가 하나 달려서 총 25개에 달하는 수차가 배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선체 중앙에는 굴뚝이 있고 연기가 나오는데, 그 양이 많지 않아 그 안에서 타는 연료가 석탄인지, 장작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누각과 선체 측면 상부에는 검게 칠한 철판으로 덮은 포문이 전후좌우로 있는데, 그 수가 무려 80여 개에 달했습니다. 다만 신이 관측하는 동안 포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기에 그 안에 실제로 포가 있는지, 구경은 얼마나 되는지 등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신이 잠시 고민하다가 신호기를 올려 접근 목적을 물었으나, 저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혹시 우리 신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여 목소리가 들릴 거리까지 다가간 다음에 목청이 큰 자를 시켜서 외쳐 부르고자 하니 철갑선을 호위하는 작은 당선이 막아섰습니다.
‘우리 수군이 새 전선을 시험하고자 나왔을 뿐이다. 주산진을 치려고 움직이는 게 아니니, 한군(韓軍)은 우리를 방해하지 말고 물러가라.’
‘저 배는 어떤 배인가? 철갑선이 맞는가? 기관도 설치되어 있는가?’
‘본관은 그대가 묻는 바를 알지 못하고, 안다 해도 나라의 기밀을 외인에게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배를 두고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러는 귀측도 우리가 묻는다고 귀측 장갑선의 철판 두께나 대포 구경을 알려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안 되는 일로 귀찮게 하지 말고 어서 물러가라. 그리고 철갑선 따위는 만들려 들기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저들이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하였으나, 대놓고 적대적으로 행동하지도 않으니 신으로서는 싸움을 벌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기갑선 3척과 2등 중선 2척으로 적당히 떨어져 움직이면서 천리경으로 계속 움직임을 관찰하였습니다.
송군 철갑선들은 오후 4시경까지 유유히 해안을 따라 움직이다가 항주 항구로 올라가는 전당강(錢塘江)으로 들어갔습니다. 혹시나 하여 정박하고 기다렸더니,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바다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날 움직인 경로를 그대로 되짚어 장강으로 돌아갔습니다.
근래 후송에서 양선을 건조하고 대포를 새로 주조하는 움직임이 매우 성하였으니, 정말로 저들이 철갑선을 건조하였다면 상당한 위협이 아닐까 합니다. 꼬박 하루를 따라다녔음에도 적선의 정체에 관해 제대로 알아낸 것이 없으니 폐하께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적이 끌고 나온 새 배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하였으나, 소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바는 그대로 적었사오니 부디 조정에서 정확히 판단하는 자료가 되기를 바라옵니다. 행여 선입견을 주게 될까 하여 신의 억측은 하나도 적지 않았습니다.
만약 저들이 건조한 철갑선이 정말 위협적이라면, 주산진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산첨사의 장계가 실로 상세하구나. 당장 벼슬을 올리거나 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후에 자리를 옮길 때 가점을 주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도승지가 보름 전에 일어난 사건에 관해서 낭독을 마치자 신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후송제 철갑선이라! 자칫 그동안 우리가 노력하면서 유지해 온 동북아시아 지역 해상전력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이다. 소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익문사에서는 대체 왜 이런 첩보를 미리 접하지 못하였는가? 그런 큰 물건이라면 완성할 때까지 적어도 1년은 넘게 걸릴 것인데, 그런 물건을 세 척이나 만드는 동안 눈치를 전혀 채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소, 송구하옵니다. 저들이 우리 눈이 미치는 남경 대신 훨씬 상류에 있는 다른 고을에서 철갑선을 건조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익문사장 김광리가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다. 작년에 유구가 칭제한다는 데 미리 파악하지 못한 죄로 잘린 임승덕의 후임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뽑았더니 평소 하던 일은 완벽하게 해치우는데, 갑자기 생긴 일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건 좀 어려웠다.
후송 땅은 넓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관원이 정식으로 주재하지도 못하는 적지였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쉽게 정보를 수집하지는 못한다. 우리 손바닥 위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유구에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됐다. 그대는 어서 수단을 가리지 말고 후송에서 이 철갑선에 관한 첩보를 얻도록 하라.”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김광리를 내보내고 나서 신하들에게 이 문제에 관해 논하게 했다. 호부대신이었던 좌참찬 신용헌이 먼저 우려를 표했다.
“저들이 철갑선 10여 척을 몰아 주산진을 급습한다면 우리 해군이 차마 다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산이 무너진다면 장강에서 나온 후송 수군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서 우리 본국, 제주도, 유구, 구주까지 손을 뻗칠 수 있게 됩니다.”
신용헌은 남만으로 내려가는 우리 교역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발언에 나선 다른 중신들도 앞다투어 걱정을 드러냈다.
“우리가 청국 및 금국과 잇달아 국혼을 맺고, 또 심왕까지 책봉하며 동맹을 강화한다니까 송주가 불안해진 모양입니다. 송에도 힘이 있으니 무시하지 말라는 시위가 아닐지요.”
우참찬이 된 윤시현이 상황을 분석했다. 외교 전문가다운 태도였다.
“그만한 크기라면 우리 판옥선보다 두 배 반이 큽니다. 물건이 모양을 유지한 채 길이가 두 배가 되면 무게는 세 배가 되니, 길이가 두 배 반이라면 무게는 열다섯 배가 넘습니다. 배는 속이 빈 부분이 많아 열다섯 배까지는 안 되겠지만, 그 반인 여덟 배는 될 것입니다.”
학무대신 박태한은 이번에 주산진에서 관측된 후송 수군 철갑선은 중량이 천 톤은 확실히 넘으리라고 예상했다. 역시 수학이 필수 학문이 되니 사대부들도 이런 계산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구나.
문제는 우리 해군이 지금 보유한 기갑선은 다 그것보다 작다는 거다. 우리 기갑선은 6백 톤급이 3척, 3백 톤급이 7척이다. 계미남변 도중에는 기갑선을 12척까지 늘렸었지만, 그중 2척은 이미 사고로 잃었다.
1척은 본국 연안을 순시하다가 화재로 침몰했다. 1척은 마닐라에 있다가 전쟁이 끝난 뒤 본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폭풍을 만나 견인하던 밧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실종되고 말았다. 서풍에 밀려가 사라졌으니 지금쯤은 대남도 동쪽, 필리핀해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으리라.
남은 10척 중 3척은 주산진에 있고 나머지 7척은 모두 경기도 일대에 집결해 있다. 배를 유지하기 위한 제반 시설은 본국이 더 충실하니만큼, 유사시가 아니라면 본국에 두는 편이 유리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굴뚝에서 연기를 뿜는다고 하니, 저들도 증기선을 만든 모양입니다. 여기에 서양 화포까지 실었다고 하면 이는 참으로 큰 문제라….”
계미남변의 영향 중 하나가 후송의 완전 개항이다. 당시 후송은 우리와 국교를 회복했을 뿐 아니라, 일단 명목상으로는 우리 동맹군이 되기까지 했다. 마다구 상대로만 실컷 피를 봤고 영란 연합군과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지만 말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은 안 되었더라도 동맹은 동맹이다. 후송이 동인도회사에서 최신 대포를 사들이고 기술자를 고용해서 대포 주조하는 기술을 배운다고 해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후송도 후송이지만, 그들과 거래하는 두 동인도회사도 반발할 게 뻔하다. 그런데 뭐?
“아니, 잠깐. 굴뚝이 있다 하여 어찌 전부 증기선이라 하겠느냐. 우찬성이 우려하는 바는 알겠으나, 후송에서 만들었다 하는 철갑선은 증기선이 아닐 것 같다.”
우리가 후송에 한 번이라도 증기기관을 수출했다면 혹시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껏 우리는 증기기관을 단 한 대도 수출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놈들이 견본 하나 없이 그렇게 큰 배를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을 어떻게 곧바로 만든단 말인가.
“신이 보기에도 그 철갑선은 증기선이 아니라고 판단되옵니다. 주산첨사가 올린 장계에서 김을 빼는 기적소리가 들렸다는 언급이 전혀 없으며, 양 옆구리에 작은 수차가 12개씩 있다 하였는데 기관으로 수차를 돌릴 거라면 큰 수차 하나를 돌리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작은 수차 여러 개를 쓰면 왜 기계적으로 좋지 않은지, 공무대신 이징구가 복잡한 용어를 섞어 가며 설명했다. 최석정은 ‘암.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해군대신 이세진도 동조를 표했다. 다른 이들은 뭔 소린지 영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정 복잡하거든 그저 기관 하나에는 수차 하나만 연결해서 돌리는 편이 좋다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 배들도 다 그리하지 않느냐? 설마 후송 수군이 수차 25개를 돌리느라 작은 기관 25개를 싣지는 않았을 테니, 그 배는 기선이 아닐 공산이 크다.”
중국은 송나라 시대에 이미 인력으로 수차를 돌리는 외륜선을 제작한 경력이 있다. 사람 힘으로 쉽게 돌려야 하므로 그때도 작은 수차 여러 개를 달았다. 누군가 그 사실을 책에서 뒤져냈다면, 조형서가 그만한 배를 건조하는 게 딱히 어렵지는 않으리라.
후송이 만든 철갑선은 전함이라기보다는 부유포대(浮游砲臺)에 가까울 거다. 그 용도라면 속도가 빠를 필요도 없고, 인력 추진으로도 충분히 쓸만하다.
“기관을 관리하는 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므로 도리어 운용하기는 편할지도 모른다. 원양에서는 운용할 수 없겠지만, 어차피 후송 수군은 원양으로 나오는 게 급하지 않으니.”
항해성능도 미심쩍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보급 문제도 있다. 기관을 돌릴 석탄을 싣지 않는 대신 격군들 몫으로 식량을 무지막지하게 실어야 할 테니, 연안에서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을 거다.
“하지만 폐하, 신이 생각하기에는 성능은 떨어질지언정 기관을 달았으리라 사료되옵니다. 측면에 있는 작은 수차는 몰라도 선미에 있는 큰 수차는 기관으로 돌리지 않겠습니까?”
“재무대신, 그대는 왜 후송제 철갑선에 기관이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굴뚝이 있고 거기서 연기가 나온다고 하니 그게 곧 기관을 쓴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아니다. 굴뚝이 있다 해서 무조건 증기기관이 있다는 확증이 될 수는 없다. 혹시 배 안에 커다란 솥을 걸고 온종일 감저를 찌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수차 하나당 격군을 몇 명이나 붙일지 모르지만, 25개나 되는 수차를 교대로 돌리려면 백 명 단위일 건 분명하다. 여기에 전투원까지 더하면 전열함에 뒤지지 않는 규모의 승무원이 탈 테고, 그 많은 인원에게 밥을 먹이려면 중앙에서 집단취사를 하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아무리 후송이라고 해도 설마 수차를 밟는 격군들에게 말린 고구마나 먹이지는 않을 터, 솥에다 돼지고기를 삶고 그 김으로 고구마를 찌면 훌륭한 식사가 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고구마는 수차를 밟으면서도 반찬 없이 맨손으로 먹을 수 있으니, 밥보다 편리하고 말이다.
“저들이 장강 상류에서 철갑선을 건조하는 동안에는 우리 눈을 피할 수 있었겠으나, 이제 하류로 내려왔으니 새로이 첩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과연 어떤 철갑을 두르고 어떤 무장을 갖췄으며 수차는 어떻게 돌리는지, 이제라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 꼭 닫혀 있었다는 포문 안에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어서 익문사가 정보를 뽑아 보고했으면 좋겠구나.
– 7 –
철갑선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을지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길었다. 하지만 그놈이 하필이면 지금 구멍에서 빠져나와 얼굴을 내민 의도에 관해서는 의견이 곧바로 일치됐다.
“포문도 열지 않고, 주산진에 접근하지도 않고, 그저 항주에만 들렀다가 돌아갔다고 하면 무력시위차 나온 게 분명합니다. 후송은 지금 전쟁을 벌일 상황이 아닐 테니까요.”
성시균은 젊어서나 지금이나 태도가 똑같다. 어떤 상황에 임해서도 당황한다거나 흥분한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늘 차분하다.
“돌림병 때문에 민심이 나빠진 건 후송이 청국보다 더합니다. 후송에서는 작년에 돈 괴질 탓으로 백성이 수십만이나 죽었는데, 이는 병이 퍼진 다른 나라에서 죽은 사람 숫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습니다. 이런 판국에 어찌 주산을 쳐서 우리와 전쟁을 시작하겠습니까.”
작년에 후송이 콜레라로 입은 피해는 우리가 입은 피해와는 비교가 안 된다. 가뭄 때문에 입은 피해를 더해도 의미가 없다. 조형서가 제정신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나빠진 민심을 더 깊은 구렁텅이에 처박을 게 분명한 전쟁 따위는 일으키지 않을 거다.
“승상께서 하신 말씀이 옳습니다. 송주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대한과 강화를 맺은 일을 자신의 큰 위업으로 선전해 왔는데, 우리가 딱히 저들을 도발하지 않았음에도 먼저 싸움을 벌인다면 송주 스스로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셈일 겁니다.”
윤시현 역시 성시균과 같은 편에 섰다. 다른 중신들도 여기에서는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해군대신 이세진이 그 의사를 대변했다.
“주산첨사가 송군 장수에게 들었다는 말이 아마 저들의 본심이겠지요. ‘우리도 만들려고만 하면 철갑선 정도는 만들 수 있으니, 무시하지 말라’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건주 양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서 불안해진 조형서가 허세를 부린다, 그 말이렷다. 옳다. 지금 후송 상황이라면 충분히 할법한 행동이다.
“폐하께서는 딱히 후송을 칠 필요도 없고 칠 생각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황실이 건주 양국과 국혼을 맺을 뿐만 아니라 완친왕께서 세 나라 모두의 계승권을 가지는 심왕에 봉해지실 예정이기까지 하니, 어찌 저들이 불안해지지 않겠습니까.”
지금 대한과 후송은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긴밀한 사이다. 차와 쌀, 목화, 견사, 홍삼 외에 갖가지 생필품과 사치품이 배에 실려 오간다. 심지어 잠상들이 관 몰래 벌이는 묘노 거래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우리는 후송을 때릴 생각이 없고, 후송은 우리를 때릴 해군이 없다. 하지만 전자는 우리가 건주와 가까워지면서 바뀔 수도 있고, 후자는 후송이 철갑선을 양산한다면 바뀔 수 있다. 그 정도 성능이라도 적어도 주산진 공격에는 쓸 수 있으니까.
“아마 지금도 세 척이 전부가 아닐 공산이 큽니다.”
저들이 1척만 보냈다면 단 1척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비웃고 무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척을 보냄으로써 우리는 후송이 보유한 철갑선이 3척 이상이리라는, 적어도 그 이상 만들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성능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이로써 후송은 노골적인 위협이 없이도 우리가 경계심을 품도록 했다. 어떻게든 철갑선을 만들고, 무력시위를 벌여서 전력을 과시하고…후송이 조승복이 저지른 외교적 재앙과 그로 인한 3면 포위를 견뎌내고 지금의 세력을 지켜낸 건 확실히 우연이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후송 황실과 신하들이 절대 무능한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