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257
3부 3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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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끄는 어차가 당당하게 남대문을 통과해서 도성으로 들어갔다. 어차가 지나가는 양편은 과거 대화재 때 잿더미가 되었던 구역이지만, 그 뒤에 다시 토대를 닦고 집을 새로 지어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며 살고 있다.
이쪽에서 가장 수가 많은 건물은 3층짜리 벽돌집이다. 전에 언급했듯이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 데다 겨울에는 난방에 문제가 있어서 크게 인기가 있는 주거는 아니지만, 값이 싸기 때문에 서민 주택으로는 많이 쓰인다.
저걸 지을 때···처음에는 옥상을 만들면 마당 면적을 줄여도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한반도에서 평평한 지붕은 방수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여름에 비가 새지 않게 하려면 기와를 얹어서 제대로 지붕을 씌워야 했다.
이 삼층집, 내가 즉위한 뒤에 본격적으로 보급됐다고 해서 ‘건흥옥’이라고 불리는 벽돌집 대부분은 주거용이다. 하지만 대로변에 있는 집들은 3층까지 전부 상가로 개조하여 간판을 걸고 열심히 영업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모든 창문이 닫혀 있다. 내 행차 때문이다.
태황의 행차가 지나간다고 하면 1시간 전에 오군영 군사들이 쫙 깔린다. 그리고 길 양쪽 건물들은 2층, 3층 창문을 모조리 꼭 닫아야만 하며 누구도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봐서는 안 된다. ‘감히 임금을 내려다보는’ 불경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현대 유럽이라면 시민들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임금에게 환호를 보내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겠으나, 여기는 18세기 동아시아다. 그런 모습은 아직 나타날 수가 없다. 그 전례가 아직 없기는 하나, 행여 누가 위층에서 저격을 시도할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뒤에 있는 마차에 탄 상익은 자기가 왔던 2년 전보다 더 번성하는 한양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으리라. 북쪽으로 출발하는 건 닷새 뒤니까 그동안 우리 대한의 수도가 얼마나 번영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줘야겠다.
“남아있는 놈이 하나도 없도록 처리는 확실하게 했겠지?”
“예, 공방 나리. 물론입죠. 확실하게 처리했습니다요.”
한성부 관원 한 사람이 골목 안쪽에 서서 초조한 기색으로 큰길을 내다보았다. 큰길에는 코끼리가 끄는 태황의 어차를 중심으로 호위하는 군사들이 촘촘한 대열을 이루어 지나가는 중이었다. 번쩍이는 갑옷과 창칼이 빛을 발했지만, 그의 눈에는 그것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네놈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행여, 행여 단 하나라도 더러운 것이 폐하의 눈에 띈다면 네놈들 모두 경을 칠 것이다!”
“쇤네들도 폐하의 행차를 처음 치르는 게 아니니 염려 놓으십시오.”
역부(役夫)들이 연달아 위로하는 말을 건넸지만 한성부 공방 방장 황기춘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임금께서 행차하시는 앞길에 혹시 말똥 한 덩어리라도 떨어져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제기랄, 마차가 정말 싫다. 가마꾼들이라면 길거리에 똥오줌을 싸재끼지는 않을 텐데.”
옛날이라고 해서 길거리에 똥오줌이 굴러다니지 않은 건 아니다. 그때도 가마보다 말이나 나귀를 선호하는 이들은 있었고, 짐을 실은 우차나 마차가 오가면서 짐승들이 똥을 흘리는 건 예삿일이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이나 애새끼들도 여기저기 마음대로 똥을 쌌다.
하지만 지금 길거리를 메운 말들이 싸대는 말똥의 양은 옛날 장조나 경조 시대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말이라는 짐승은 도무지 배변을 참도록 가르칠 수가 없고, 지가 누고 싶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뿌직뿌직 똥을 싸질렀다.
“내가 말똥이나 치우려고 그 고생을 한 게 아니었는데···.”
조정에서는 올해부터 편제가 12부로 바뀌었다지만, 지방 관아는 아직 기존의 6방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성부 산하 육방 방장이라면 당당한 정6품이다.
황기춘은 지방에서 고생한 끝에 한양으로 올라오게 됐다고 의기양양했었다. 안성군에서 재직하면서 관내를 통과하는 영남대로를 잘 관리했다고 하여 특별히 한성부 공방 방장으로 발탁되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정작 도성에 오니 가장 큰 일이 말똥 치우는 일이었다!
안성에서는 도로에 쌓이는 말똥 따위로 딱히 고민할 일이 없었다. 인근에 사는 농민들이 거름으로 쓴다고 죄다 주워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성에서는 정말 끝도 없이 매일 말똥이 거리에 쌓였다. 수거해다가 성 밖 초전에 갖다 붓는 것도 여간 큰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내 길가에는 늘 미처 못 주운 말똥이 굴러다닌다. 그래서 임금께서 어차를 타고 행차하신다는 통보가 오면 당장 공방에 비상이 걸렸다. 공방에 속한 역부들을 총동원해서 임금께서 지나가실 길을 쓸고 말똥을 주웠다.
전해지는 어느 일화에 따르면, 기껏 청소를 마친 길에 겸사복 기병의 말이 똥을 싼 적이 있었다. 마침 현장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공방 서리가 혼비백산하여 김이 솟는 뜨끈뜨끈한 말똥을 자기 품에 집어넣어 숨겼다고 전해진다.
물론 임금께서 말똥 따위를 보았다고 화를 내시지는 않는다. 하지만 임금을 모시는 주변 누군가의 한 마디가 돌고 돌아 공방에 떨어질 때쯤에는 날벼락이 되어있기 일쑤다. 당연히 공방 관원들은 말똥이라면 치를 떤다.
“아이고, 저놈의 코끼리가!”
부하 역군의 비명에 황기춘이 급히 고개를 돌리니, 어차를 끄는 코끼리가 사람 머리통만 한 똥 덩어리를 길에 쏟아내고 있었다. 기가 막힌 광경이었지만 그래도 안도는 됐다.
“됐다! 이미 폐하께서 오신 뒤니 뭐 어떠냐. 폐하께서 지나가시는 앞에만 오물이 없으면 된다.”
어차가 지나간 뒤라면 말똥이 쌓이든 코끼리 똥이 쌓이든 상관없다. 황기춘은 어서 태황 행차가 끝나기만 기다리며 천지신명께 빌었다. 그사이 태황의 어차가 골목 앞을 지나가고, 유구국 임금이 탄 팔두마차가 기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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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익에게 제일 먼저 보여준 것은 작년 남순 과정을 그린 《경인남순도(庚寅南巡圖)》다. 제물포를 출항해서 72일 만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사건을 우리 도화서 화공들이 72폭의 그림으로 그린 걸작이다. 공식 기록이라 화풍은 전통적인 대한 화풍이다.
이 모든 그림은 남순의궤에도 당연히 들어갔다. 하지만 책으로 만드는 의궤와는 별도로, 남순도는 병풍 크기로 크게 그린 그림들을 모아 파노라마 형태로 죽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설명 없이 그림만 보아도 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양화원들이 서양식 화풍으로 제작한 버전도 있다. 다만 이쪽은 병풍으로 파노라마를 만들지는 않았고, 단순히 여러 그림이 단품으로 늘어서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리고 초상화 비중이 높다. 요시무네의 초상화도 있는데, 두 개 그려서 하나는 선물로 일본에 보냈다.
“어떠한가. 짐이 어찌 움직였는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물론입니다. 그림을 보고 옆에 부연한 설명을 조금 읽기만 해도 폐하께서 남순에서 어떤 위업을 세우셨는지 알 수 있으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상익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내 눈으로 봐도 놀라운 수준이니, 남순도를 보고 상익이 입을 떡 벌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일본에 가셨을 때의 일도 놀랍습니다.”
내가 요시무네와 회견하는 장면, 술잔을 나누는 장면, 조약에 조인하는 장면도 모두 따로 그려놓았다. 다만 조인 장면을 묘사한 그림에서는 ‘두 나라 사이에 우호를 맺었다’라고 썼을 뿐, 조약 내용까지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런 건 공식문서에나 적으면 되는 거다.
조약문 원문을 여기다 공개하지는 않아도 일본이 유구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고 있음은 누구나 안다. 상익은 그 점을 들어서 내게 다시 한번 감사하는 뜻을 표했다.
“과거 일본의 패자 직전이 난을 일으켰을 때, 저희 유구도 저들의 강요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군량미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어쩌면 사직까지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한의 역대 태황께서 지켜주시는 덕분에 그런 위협에서 해방되었으니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직전은 오다를 말한다. 이제 120년이나 된 일을 가지고 감사를 표하다니, 겸연쩍구먼.
“장조께서 하신 일이니 어찌 짐이 감사를 받겠느냐. 원한다면 장릉으로 안내할 테니, 그리 가서 장조께 직접 향을 피우고 술을 올리며 감사의 뜻을 표하면 어떻겠는가.”
상익은 이씨 후손이 아니고 대한의 관원도 아니니 종묘에서 제를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장릉에 가서 참배하는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상익은 기쁜 표정으로 얼굴을 숙였다. 이놈 진심이면 진심인 대로, 연기라면 연기인 대로 정말 엄청난 놈이로구나. 어느 쪽이든 대견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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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상익이 처음 한양에 왔을 때는 부친상을 당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우리도 국상을 치르는 중이었던지라 얌전히 유구관에서만 머물다 갔다. 게다가 국상이라고 웬만한 시설은 전부 문을 닫았으니 도성 안팎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려야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이번 방문은 상익에게 장려한 한양의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그래서 장릉에 참배를 마친 상익과 함께 방문할 두 번째 코스로는 홍제원을 잡았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안내는 내가 직접 하지 않고 준이를 불러 시켰다. 인사도 시킬 겸, 홍제원이야말로 준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니까.
“홍제원은 일찍이 장조께서 응방에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을 모으신 데서 시작되었지요. 처음에는 사냥에서 직접 사로잡은 동물들을 좀 뒀을 뿐이지만, 이제는 우리 대한의 강역이 얼마나 넓은지 백성들에게 보여주는 주요한 수단이랍니다.”
“그렇군요. 말로는 들었지만 참으로 신기합니다.”
홍제원을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준이의 설명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았다. 상익에겐 이미 준이와 비슷한 또래인 아들이 있지만, 아들뻘인 준이를 하대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했다.
“완친왕께서는 이제 곧 심왕 자리에 오르실 귀하신 몸이 아닙니까. 마땅히 예의를 지켜서 모셔야지, 어찌 나이가 어리다 하여 함부로 대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헤헤.”
차마 상익을 폐하라고 부를 수는 없었는지, 준이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하기야 유구를 실제로 우리와 동등하게 볼 수 없는 사람들로서는 상익을 뭐라고 부를지가 참으로 까다로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자, 이쪽은 천축에서 온 코뿔소입니다. 안남산 코뿔소보다 훨씬 크고 힘도 세지요. 풀밭 속에 숨어 있어서 찾기는 좀 어렵지만요.”
준이는 은근슬쩍 호칭을 생략하면서 상익을 이끌었다. 계속 어린애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을 자기 페이스에 맞춰 가며 능숙하게 인도했다. 심왕 자리에 걸맞은 몸가짐을 하도록 시강원 스승들과 친왕비 김씨가 달라붙어 가르친 보람이 있는 걸까.
“보세요! 저기 입을 떡 벌리는 장강악어를! 얼마나 멋집니까!”
···취소. 여기가 자기가 잘 알고 좋아하는 장소라서 저렇게 능숙했던 것뿐이다. 동물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주제로도 저렇게 사람들을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거, 아무래도 심양에도 동물원을 하나 만들 수 있도록 좀 도와줘야겠구나 싶다.
“말로만 듣던 홍제원의 동물들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저 감탄을 그칠 수 없습니다.”
상익은 연신 칭찬했다. 내가 알기로 유구 왕궁에도 동물원이 있다. 호랑이, 표범, 반달곰, 공작새 정도는 유구에도 있다. 물소나 코뿔소, 코끼리도 있다. 하지만 당연히도 전체 규모는 우리 홍제원과 비교가 안 된다.
“이 괴이하게 생긴 짐승은 무엇입니까? 소의 일종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건 미주에서 배로 실어 온 미주우(美洲牛)라고 합니다. 성질이 아주 사납고 길들일 수 없어서 밭을 갈거나 수레를 끌게 할 수는 없지요.”
저놈을 구해오느라 안용복이 죽을 고생을 했지. 토인들이 미주대령 인근에서 생포해 바친 놈들을 덕진성으로 가져와 배에 싣다가, 하도 발버둥을 심하게 치는 바람에 기중기 밧줄이 끊어져서 한 마리가 우리째로 바다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놈은 결국 익사해버렸다.
생포한 게 한 마리가 아니었던 덕분에 나머지 놈들은 무사히 실었지만, 그놈의 들소들은 배가 흔들릴 때마다 멀미가 나는지 난동을 부렸다. 선원들은 바다를 건너는 내내 그 난폭한 놈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하얀 곰이라니! 정말 상서로운 짐승입니다. 한양에 주재하는 우리 관원들에게 보았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직접 보니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상익이 북극곰 우리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며 손뼉을 쳤지만, 만사 귀찮은 곰은 빙고에서 꺼내다 준 얼음덩이를 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신 준이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땅에서는 귀한 짐승이지만, 빙주에 가면 모든 곰이 이렇게 하얗답니다. 세상이 정녕 넓다는 증거가 아니겠는지요?”
북극곰은 준이가 코끼리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짐승이다. 코끼리를 좋아하는 마음이 100점이라고 하면 북극곰에게 주는 호감은 17점 정도 된다. 그래도 2등이다.
상익은 전혀 지겨운 기색 없이 준이의 설명에 맞장구를 치며 계속 홍제원을 돌았다. 과연 저건 진심일까, 연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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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익을 데려갈 곳으로 내가 중점을 둔 세 번째 코스는 열기창이었다. 물론 증기기관 제작 현장을 보여준 건 아니다. 기술자도 아닌 상익에게 공장을 보여줘 봐야 ‘아 쇳덩어리가 참 많구나’라는 정도 감상밖에 못 느낄 텐데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나?
상익도 증기선은 본 적이 있을 뿐 아니라 타보기도 했다. 유구첨사진에 상주하는 함선은 아직 다 범선이지만, 본국에서 북구주를 거쳐 대남도로 가는 정기 연락선은 유구를 거쳐서 간다. 상익이 세손 시절에 첨사한테 부탁해서 타본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증기기관차는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말 없는 수레’를 연구한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었겠으나 당연히 결과물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열기창에서 상익이 발한 감탄사에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전혀 과장된 빛이 없었다.
“이거, 정말 놀랍습니다! 대단하군요, 폐하!”
건주 양국 황족들을 데리고 선보였을 때는 짐을 잔뜩 싣고 천천히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해서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게 했다. 시속 15km면 사람이 달음질치는 속도 정도는 되므로, 상익을 놀래주기에는 충분하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네. 더 큰 놈을 하나 보여주지. 여보게, 도제조. 반고를 차고에 넣어 그놈을 끌고 나오게 해보게나.”
“알겠습니다, 폐하.”
기차놀이를 더 즐기고 싶었는지, 열기창 관원의 안내에 따라 객차에서 내린 상익은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기적소리와 함께 차고에서 다시 나온 반고가 뒤에 귀차를 끌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 저런 쇳덩어리를 끌다니···!”
상익은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절대로 연기가 아니었다. 보면 알 수 있었다.
“조만간 제대로 선로를 깔고, 차량을 양산하면 기관차들이 저런 철갑차를 여러 대씩 끌고 다니게 될 거네. 그러면 누구도 우리 철도에 손을 대지 못하겠지. 우리 대한은 우리 발이 닿는 모든 강역에 증기선과 기관차를 보낼 수 있을 거야.”
우리 증기선들이 세계를 지배할 거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노골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할 필요도 없고, 너무 천박하지 않은가. 그저 은연중에 드러내면 족하다.
“분명히 그렇게 될 겁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폐하.”
상익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배어났다. 그래, 이제 상익에게 보여줄 건 다 보여준 셈이다. 날짜도 다 되었으니, 이제 이 녀석을 데리고 심양으로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