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300
3부 4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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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방 부족들이 중앙에서 내려오는 통제 따위 무시하고 상대방 영역에 쳐들어가 약탈을 벌이는 사례가 가장 많다. 어느 한쪽만 그러는 게 아니고 후금과 준가르 양쪽이 서로에게 그 짓을 한다.
약탈을 겸해 서로의 종교시설을 파괴하기도 한다. 후금군은 준가르인들이 신봉하는 불교 사찰을 파괴하고, 준가르인들은 가톨릭 성당을 불태웠다. 사원에 보관돼 있던 모든 보물은 전리품이 되었다.
붙잡힌 양쪽 승려들의 운명은 두 가지다. 몸값 거래에 따른 볼모가 되면 운이 좋은 거고, 정말 운이 없으면 화살 세례를 받아 고슴도치가 되곤 했다.
약탈을 노린 소규모 습격은 상대방의 약한 구석을 찾아 파고들기 때문에 성채를 세우고 주둔하는 수비대는 도리어 공격을 잘 받지 않았다. 국경이 짧고 인력이 풍부한 청나라보다 후금이 불리한 것도 이런 부분이다.
근래 들어 준가르에서 내분이 일어나면서 준가르 쪽에서의 침입은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이쪽에서 넘어가는 사례는 더 많아졌다. 후금 조정에서는 숙적이던 준가르가 이쪽에 정신을 쏟을 여유가 없음을 확인했고, 이참에 대대적으로 적을 몰아낼 계획을 세웠다.
건주 양국이 후송과 싸울 때는 청군이 주력이 되고 후금군은 소규모 지원군만 보내는 게 보통이다. 후송과 국경을 맞댄 상태인 청나라가 연합군 주력을 맡는 게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두 나라가 준가르와 싸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준가르와 싸우는 전선에서는 후금군이 주력을 담당할 때가 많았다. 청나라와 준가르 간의 국경보다 후금과 준가르 간의 국경이 근 다섯 배쯤 더 길고, 충돌도 더 잦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나라 쪽에서 뜻밖의 제안이 왔다.
“남조에서 제안하기를, 자기들이 7만 병력을 준비할 테니 우리에게는 철기 3만만 내라고 하였습니다. 준가르가 수년째 혼란스러우니, 이참에 아예 밀어 버리자고 하는군요.”
청나라 쪽에서 보내온 작전안에 따르면 자기들은 옥문관까지 가고, 후금군은 함께 움직여 알타이산맥까지 가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명나라가 멸망하면서 생긴 혼란을 틈타 준가르가 차지한 하서회랑 일대를 몽땅 되찾겠다는 것이다. 남조(南朝)가 청나라를 말한다.
현재 준가르는 북쪽의 준가르부와 남쪽 티베트의 코슈트부로 갈라져 서로 싸우는 중이다. 그리고 이들이 목표로 삼은 땅은 모조리 준가르부의 영역이다.
“이미 코슈트부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는 준가르부로서는 세 방면에서 받는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도 몽골 전체를 통합한다는 숙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요.”
여름 수도인 카라코룸에 도착할 때마다 절감하곤 한다. 후금 대칸으로서 몽골의 대칸까지 겸한다고 자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몽골 전체를 지배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카라코룸은 옛날 오고타이칸이 직접 세운 도시로, 쿠빌라이가 대도로 옮길 때까지 몽골의 수도였다. 그리고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북벌을 벌여 파괴했다. 그 뒤로 폐허가 되어있던 이 도시를 손에 넣고, 여름 수도로 선포한 건 와극달의 부친인 현종 석새였다.
지금 후금의 영토는 분봉을 받은 성종 황태극 시절에 완성된 게 아니다. 황태극 이후 70년에 걸쳐 뺏고 빼앗기는 혈전을 수없이 치르면서 서진한 끝에 지금의 영토를 확보한 거다. 그 작업이 여태 완수되지 않았기에 할하부 일부는 아직 준가르의 영토고 말이다.
상황이 그런데도 현종이 카라코룸을 여름 수도로 선포한 건 언젠가 몽골 전체를 지배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준가르도 이를 알기에 카라코룸을 탈환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감행했지만, 후금은 도시를 요새화하면서 완강히 버텨내고 있다.
와극달은 여름이 되어 카라코룸에 갈 때마다 느꼈던 불안감을, 겨울이 되어 상도로 다시 돌아올 때마다 느꼈던 안도감을 곱씹어보았다. 이참에 청군과 합세해서 준가르를 서쪽으로 밀어낸다면, 후금 대칸은 진정한 몽골의 대칸이 될 수 있으리라.
“우리가 3만을 준비하겠다고 했던 건 단순한 약탈 원정을 생각했으니 그랬던 게 아닌가. 적을 아예 서쪽으로 몰아내고 할하부 전체를 장악할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도 남조 쪽과 같이 7만 군을 준비하자.”
와극달은 이번 준가르 원정이 필생의 대사업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예전에 종종 시도했듯 국경을 넘어 노략질이나 벌이는 게 아니다. 성공하면 알타이산맥 동쪽 땅을 모조리 빼앗아 완전한 몽골의 대칸이 될 수 있다.
“이 원정이 성공하면, 우리는 준가르를 인구나 병력에서 홀로 압도할 수 있게 되리라.”
준가르는 후금보다는 인구가 좀 더 많다. 하지만 그래봐야 그 숫자는 4백만 내외로, 후금 인구보다 ⅓정도 더 많을 뿐이다. 게다가 그 전부가 준가르인도 아니고, 한족·몽골·카자흐·티베트·부하라·위구르인도 있다. 심지어 지금은 준가르부와 코슈트부로 갈라지기까지 했다.
반으로 갈라진 준가르라면 건주 연합군의 14만 대군 앞에 추풍낙엽이 될 뿐이다. 늘 후송 쪽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준가르 쪽에는 큰 관심이 없던 청나라가 이렇게 나서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모두 기뻐하는데 흥이 오른 신하 하나가 제안했다.
“대칸, 심왕부에도 참전을 제안하면 어떻겠습니까? 심왕은 대패륵처럼 코끼리를 좋아하니, 코끼리를 타고 전장에 나갈 기회라고 하면 분명히 귀가 솔깃해서 나설 겁니다.”
심왕부에 후궁으로 들어간 공주는 올해 여름에 드디어 딸을 하나 낳았다. 몇 년 동안 큰 관심을 주지 않아 혹시 소박을 놓을 생각인가 했는데, 이제 사이가 좋아진 듯하다. 그러니 처가를 위해 전장에 나서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건의였다.
“심왕부에 있는 군사라고 해야 기병 1천 기밖에 없지 않은가. 싸움에는 별 도움도 안 될 텐데 거추장스럽기만 할 걸세.”
“심왕이 전공을 세우고 싶다면 부친인 한황에게 군사를 얻어내지 않겠습니까. 그리한다면 실질적으로 대한군이 참전하는 셈이 됩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심왕군이 참전하는 거니, 한황이 출병에 대한 보상으로 영토를 달라거나 하지는 못하겠지요.”
심왕을 굳이 전장까지 끌고 갈 필요도 없고, 안전한 카라코룸 궁전에 두고 가자고 했다. 전장에는 심왕이 데려온 한군만 데려가고 말이다. 하지만 그 제안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와극달은 곧 결론을 내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아니야. 한군에 파병을 청할 만큼 우리 사정이 절박하진 않네. 게다가 남조와 합쳐 14만 대군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치중만 해도 상당한 양인데, 대한군까지 부양하자고?”
대한군 병마만 먹이면 되는 것도 아니다. 심왕이 자기 코끼리 무리를 끌고 온다면 그것만 해도 엄청난 부담이다. 아무리 카라코룸 궁전에 두고 간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코끼리가 거론되자 신하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대패륵께서 혹시 코끼리를 타고 출진하시겠다고 하면 어쩌지요?”
후금 대칸은 12사도 ? 후금의 여덟 친왕과 몽골의 네 칸 ? 위에 오를 수 있는 전사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보위에 오르기 전, 대패륵 시절에 적어도 한 번은 출정해서 전공을 세워야 한다. 반쯤 정주국가화된 청나라에는 없는 관습이다.
하지만 지금 대패륵인 파포태는 올해로 24세가 되었으나 아직 한 번도 전장에 나간 적이 없었다. 아들의 능력과 인품을 전혀 신뢰하지 못한 대칸 와극달이 출정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리어 둘째 부수 쪽이 전장에 나간 경험이 더 많았다.
“이런 대규모 출병에서도 대패륵께서 나가지 않으신다면, 세간에서는 대칸께서 대패륵을 제거하실 계획이시라고들 떠들 겁니다.”
후금 황실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처형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당장 형을 암살했다가 처형당한 와극달의 넷째 형이 있었고, 3대 대칸 무종 호격 시절에도 부친을 암살하고 대칸 자리를 차지하려고 은밀히 군사를 모으다가 들켜 처형당한 패륵이 있었다.
“출전시켜야지. 출전은 시켜야지….”
와극달이 불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씹듯이 내뱉었다.
“코끼리는 마음대로 하라고 해! 황야로 끌고 나갔다가 죽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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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수도인 카라코룸과 겨울 수도인 상도 사이 거리는 3천 리가 넘는다. 두 수도는 전혀 다른 기후와 더불어 주변 상황도 전혀 다르다.
상도는 평화롭다. 만주인들의 수도 북경과도 가깝고, 심양과도 별로 멀지 않다. 주변에서 누가 쳐들어올 일도 없다.
하지만 카라코룸은 긴장감이 넘친다. 언제 적이 습격해올지 알 수 없다. 인력이 충분한 청나라는 준가르와 마주하는 국경선 전체에 장벽을 쌓고 초소를 세워서 준가르군의 침입을 막지만, 후금은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카라코룸을 좋아하지 않아.”
파포태가 침상에 누운 채로 느긋하게 지껄였다. 파포태 옆에는 나체의 시녀가 허리까지만 이불을 덮고 엎드린 채 지쳐 잠들어 있었다. 아우 부수가 들어와 있건만, 파포태는 시녀를 깨워서 내보내거나 이불로 덮어서 몸을 가릴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춥지, 건조하지…내 코끼리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코끼리들에게는 여기 상도가 훨씬 좋은 집이야. 내가 대칸 자리에 오르면 여름 수도 따위 없애버리고 상도를 유일한 수도로 정할 테다. 그러면 모두 좋아할걸?”
의자에 앉은 부수가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 형은 대패륵이니 장차 대칸이 되리라. 자신은 아우니까 당연히 형의 뜻을 따라야겠지만, 선대 대칸들이 그토록 고생하면서 획득한 영토를 이토록 무가치하게 여기는 태도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포태가 어려서부터 카라코룸을 별로 안 좋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싫어하게 된 건 코끼리를 잃은 일 때문이었다. 몇 년 전에 심왕이 두 마리를 또 선물해서 파포태가 소유한 코끼리는 세 마리가 되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카라코룸에 가다가 죽고 말았다.
당시에 파포태는 심양에서 막 도착한 코끼리가 아프다면서 자기는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칸은 ‘대패륵이 낙오하다니 말도 안 된다!’라며 따라오라고 했고, 상태가 별로 안 좋던 코끼리 한 마리가 결국 도중에 쓰러져 객사하고 말았다.
기껏 선물로 받은 코끼리를 잃은 파포태는 미친놈처럼 날뛰었다. 부친인 대칸에게 대놓고 덤비지는 못했지만, 원래 싫어하던 카라코룸을 이제는 증오하다시피 하게 되었다. 부친의 명에 따라 지금도 봄마다 카라코룸에 가기는 하지만 말이다.
“황실과 조정이 통째로 움직이는 게 오죽 귀찮은 일이냐? 비용도 많이 들잖아? 그 귀찮은 일을 면하는 거다. 황실 식구들도 좋아할 거고 늘 돈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대신들도 낭비가 줄어서 좋아할 거야.”
파포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어이가 없어진 부수가 물었다.
“형님. 카라코룸을 여름 수도로 두고 대칸께서 한 해의 절반을 거기서 보내시는 건 그저 휴양하러 가는 게 아닙니다. 몽골 왕공들이 대칸의 위엄을 보고 굽혀 따르게 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걸 포기하신다고요?”
“내 처가인 보르지긴 씨가 있지 않으냐.”
부수가 걱정하는 말을 듣고도 파포태는 태연했다.
“몽골 왕공들은 여전히 보르지긴 씨의 말이라면 하늘같이 따른다. 내가 왜 예쁘지도 않고 성격도 나쁜 그런 여자를 대복진으로 맞았겠느냐? 그게 다 보르지긴 씨의 힘 때문 아니냐? 그리고 보르지긴 씨는 대칸의 처가라는 위명을 얻으려고 나한테 딸을 보낸 거고.”
부수가 보기에도 형수인 보르지긴 씨가 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포태가 아내의 침소에 거의 들지 않고 시녀들만 끼고 사는 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하느님 앞에서 혼배성사까지 치른 아내인데, 파포태는 그 심정을 전혀 배려하려 하지 않았다.
독수공방으로 지내게 된 형수 보르지긴 씨는 갈수록 성격이 거칠어졌다. 친정인 보르지긴 가문도 딸이 받는 취급 때문에 치솟는 분노를 억지로 참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처가 기분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파포태 대신 대칸과 부수가 직접 나서서 다독여야 할 정도였다.
“내 처가 네 처처럼 미인이었다면 나도 시녀 따위에는 눈길도 안 줬을 거다. 내가 시녀를 품는 건 내 탓이 아니야.”
부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크게 화를 내진 않고 간단히 한마디만 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대칸도 파포태를 몇 번이나 나무랐다. 하지만 자기 형제들이 벌였던 피바다가 생각나서 그랬는지 개인적인 품행 문제를 두고 아들을 크게 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장에 내보내 대패륵의 지위에 걸맞은 공을 세울 기회도 주지 않았다.
“난 상관없다. 대칸께서 나를 대패륵 자리에서 내쫓으실 것도 아니잖느냐. 어차피 내년에 있는 전쟁에는 출정할 테니까, 내가 대칸 자리를 물려받는 데는 아무 문제 없을 거다.”
파포태는 싱글거리며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카라코룸은 보르지긴 씨에게 주고, 몽골을 통제하는 거점으로 삼게 하면 된다. 그러면 내 배려를 고맙게 여기고 한층 더 충성할 거야.”
“형님, 그건 위험한 일입니다. 대칸께서 정예를 거느리고 매년 여름 카라코룸에 머무시기 때문에 몽골인들이 고개를 숙이는데 그걸 보르지긴 씨에 내준다고요? 그들이 그 틈을 노려 몽골을 통째로 들고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어쩌시려고요?”
“자기 딸이 내 옆에 있지 않으냐. 그리고 외손자는 다음 대칸이 될 테고. 그런데 확실하게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반란을 일으키겠느냐.”
파포태는 여유만만이었다. 부수는 형과 더 이야기해봤자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단히 인사를 건넨 파포태는 곧바로 옆에 누운 시녀의 몸을 뒤집었다. 부수가 나가고 채 문을 닫기도 전에 방안에서 숨찬 신음이 들려왔다.
“대패륵께서는 좀 어떠신가요?”
수명공주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부수가 한숨을 쉬었다.
“늘 똑같소. 저래서야 과연 대칸께서 맡기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내년 원정에는 부수도 출전한다. 대칸은 혼인 초에는 부수에게 도성에서 공주하고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지만, 혼인 3년 차부터는 조금씩 밖으로 나가게 했다. 군사를 거느리고 준가르 국경에 나가서 소규모이기는 해도 전투도 치렀다.
부수가 군대를 거느리고 국경에 나갔을 때, 수명공주는 카라코룸 궁궐에 있으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겨울이 되어 상도로 돌아올 때가 되면 함께 돌아왔다. 비록 자기들이 직접 택한 인연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무척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
“그래도 내년 가을에 출정하신다니, 우리 아이는 보고 나가시겠군요.”
“그러게나 말이오. 주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니, 기쁘게 맞이해야지.”
수명공주는 첫아이를 배고 있다. 내년 1월쯤에 태어날 예정이라, 부부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부수는 아내의 부풋하게 솟아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아까 파포태와 주고받은 대화를 잠시 떠올렸다. 형이 설마 동생의 아내에게까지 흑심을 품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기분이 좋은 대화는 아니었다.
부디 형이 회개하고 바른 남편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내년 가을에 있을 준가르 원정에 나가서 공을 세워 무난히 후계자로 확정되기도 바랐다. 그게 처음부터 장남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어도 장남으로 길러진 자의 도리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