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337
3부 4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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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2년 3월 1일 일요일, 후금의 수도 상도에서는 성대한 대칸 즉위식이 열렸다. 왕관을 물려받은 주역은 당연히 대패륵 파포태였다.
“전임 대칸께서는 병으로 인해 더 이상 나라를 이끌 수 없으시므로, 장자이신 대패륵께서 대금국의 정통 대칸으로서 새로이 기름부음을 받으시고 천하를 다스리시노라.”
그리고 가장 용맹한 전사이자 가장 솜씨가 뛰어난 사냥꾼, 가장 자애로운 목자(牧子) 등 대칸을 수식하는 전통적인 어휘들이 수없이 따라붙는 치사가 이어졌다. 목자가 가축을 많이 가졌다는 데 방점이 찍히지 않고 자애롭다는 점을 강조하는 건 당연히 천주교의 영향이다.
즉위식은 상도에 있는 대성당에서 열린다. 유럽에서 건너온 건축가들의 조력을 받아 50년 전에 완공된 성당은 무려 3천 명이 한꺼번에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거대한 건물이다. 한양에 있는 마포성당보다 큰 동양 최대의 성당이다. 마포성당은 겨우 2천 명이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주교는 처음에 즉위식을 집전하기를 거부했었다. 중태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대칸이 살아있는 데다가, 양위 의사가 확실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 상황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압박은 엄청났다.
“대칸께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상황임은 주교께서도 직접 보셨잖소. 그리고 그 자리를 이을 후계자로 아우구스티노 대패륵 외에 누가 계시오? 그러니 어서 즉위식을 주관하시오.”
이탈리아인인 주교는 신실한 이패륵을 당연히 대패륵보다 더 좋아했다. 하루도 빼지 않고 미사에 출석하고 태도도 신실한 부수와 주일미사도 수시로 빼먹고 방탕한 생활이 끝이 없는 파포태, 둘 중에 누가 교회의 지지를 받을지는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대칸이 중태인 것도, 파포태가 대패륵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부수는 도망쳤고, 그가 러시아와 내통해서 난을 꾸몄다는 의혹을 부정할 근거도 없다. 게다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난폭한 파포태가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다.
형제의 모친인 황후가 건재했다면 그런 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으리라. 하지만 청나라 공주 출신인 황후는 이미 3년 전에 병으로 죽었다. 와극달이 쓰러지기보다 훨씬 더 전이다. 그러니 주교로서는 파포태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 이마에 성유를 발라주는 수밖에 없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즉위식을 마친 파포태는 곧바로 커다란 잔치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상도에 거주하는 10만 백성에게 술과 음식을 거하게 베푸는 큰 잔치다.
“모두 실컷 먹고 마셔라! 새 대칸께서 베푸시는 은혜니라!”
“대칸 만세!”
백성들로서야 파포태가 공짜로 주연을 베푼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거리에 나와 크게 환호하는 백성들을 보며 파포태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대한으로 도망간 부수 놈만 돌아오지 않으면 모든 게 잘 마무리되겠군.”
“이패륵은 겁쟁이니까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탁자 주위에 둘러앉은 신하들이 낄낄거리며 술잔을 들이켰다. 이들이 부수를 겁쟁이라고 부르는 건 부수가 용맹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무리 싸움터에서 잘 싸우면 뭐 합니까? 스스로 싸움에 나설 의사가 없으면, 그게 바로 겁쟁이지요. 겁쟁이 이패륵은 따뜻하고 풍요로운 동쪽 땅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편안히 여생을 보낼 겁니다.”
파포태의 측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부수를 비웃었다. 자기들이었다면 자기 편을 모아 반격할 궁리부터 했을 거라며, 아내를 데리고 도망칠 생각밖에 안 한 부수가 무슨 사내냐며 말이다.
평소 부수를 지지하던 만주인이나 왜인 귀족들은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서 부수를 깔보고 비방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파포태가 그런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새 대칸의 즉위를 축하하면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지 않고 무엇을 하는가? 자, 그대들도 어서 이들의 뒤를 이어 내게 술잔을 올리며 충성을 맹세할지어다. 나는 천주의 은총을 받아 그대들의 위에 오른 자, 대금국의 적법한 대칸이니라.”
이들로서는 나오라는 명을 받은 이상 이 식전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거부했다면 부수의 편을 드는 반란자로 취급받아 곧바로 파포태 편에 선 ‘관군’의 공격을 받았으리라. 지도자가 되어야 할 부수의 소재도 확실하지 않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즉위식에 참석했다고 일이 끝난 것도 아니다. 무장하고 식장을 에워싼 파포태의 군사들이 무언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파포태가 살짝 손짓만 해도 연회장이 피바다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하하! 그대들은 지금 무엇이 두려운가? 내게 술잔을 바치고 주님의 이름으로 충성한다고 서약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 못 하는 이유가 뭐지? 선대 대칸께서 책봉하신 대패륵도 아니고, 계집이나 챙기는 겁쟁이에게 아직도 미련이 있나?”
파포태가 너털웃음을 웃자 파포태 편에 속하는 몽골과 일부 만주 귀족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트렸다. 부수를 지지하던 귀족들은 모욕감을 느꼈지만 반박할 수도 없었다.
“대칸, 제가 먼저 충성을 맹세하는 잔을 드리겠습니다. 받으시지요.”
몸이 좋지 않다며 조금 늦게 도착한 파포태의 막냇동생 나십이었다. 파포태 파 귀족들이 충성 서약을 하고 난 뒤에 식장에 왔기 때문에 아직 술잔을 올리지 않았다.
“대칸께서는 대금에서 가장 용맹한 전사이자 가장 솜씨가 뛰어난 사냥꾼, 가장 자애로운 목자이십니다. 전장에서, 사냥터에서, 목초지에서 언제나 우리를 이끌 지도자이시니 영원한 충성을 그대에게 맹세합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나십이 신성한 마유주가 든 술잔을 정중하게 큰형에게 바쳤다. 술잔을 받아든 파포태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아우를 가볍게 나무랐다.
“식전에 늦은 것은 죄라고 하겠지만, 네가 이토록 충성할 뜻을 보이니 따로 벌은 내리지 않겠다. 내 하나뿐인 아우로서 앞으로 충성을 다하라.”
부수가 떠난 이상 하나밖에 안 남은 동생이라는 말이 틀리진 않는다. 선대 대칸 와극달은 형제간 다툼에 진절머리가 나서 측복진을 두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복형제도 하나도 없었다.
“예, 대칸.”
나십이 먼저 나서서 술잔을 바치자 머뭇거리던 부수파 귀족들도 하나씩 일어서서 파포태 앞에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바쳤다. 파포태가 호쾌하게 웃으며 술잔을 연달아 비웠다.
– 8 –
파포태가 정식으로 대칸으로 즉위했으니 당연히 황궁 내 처소도 바뀐다. 아직 살아 있는 와극달의 병실은 구석진 곳에 있는 별전(別殿)으로 옮겨지고 대전은 파포태가 쓰게 되었다.
중궁전 역시 주인이 바뀌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냥 새 주인이 들어왔다. 옛 주인은 3년 전에 죽었고, 그 뒤로 계속 비어있었으니까 말이다.
“기쁘시겠습니다, 황후마마.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파포태의 처는 황실에 들어온 두 번째 보르지긴 황후다. 첫 번째 보르지긴 출신 황후였던 경효의황후(敬孝義皇后)는 4대 대칸이었던 천권제 석새의 아내였다. 2대만인 셈이다.
“아닙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고생이 많으셨지요. 저는 별로 기쁘지도 않아요.”
황후의 얼굴에는 식전을 치르느라 지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즉위식에서 황후에게도 기름을 바르지는 않지만, 식전에 참가하는 것만도 피로한 일이었다. 그래서 잔치 자리에는 끼지 않고 먼저 중궁전으로 돌아왔다. 대칸은 아내가 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인 새 대칸이 아내를 홀대하는 거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용모 탓이라고 하지만, 기실 그녀는 그렇게 못난 외모도 아니었다. 아무려면 보르지긴 씨족에서 눈 뜨고 보지도 못할 만큼 추하게 생긴 여자를 황후로 보냈겠는가.
굳이 보르지긴 씨족이 저지른 실수를 찾는다면, 대패륵이 생각하는 미녀의 기준이 그토록 높을 줄은 몰랐다는 점 정도겠다. 파포태가 그 정도로 여자의 얼굴에 환장하는 줄 알았다면 양녀를 들여서라도 파포태의 입맛에 맞는 여자를 보냈을 것이다.
허나 그녀는 대칸의 하나뿐인 적자를 낳은 정식 아내였다. 파포태에게는 다른 아들이 단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계승자의 어머니로서 그녀의 지위는 확고했다. 시어머니인 황후가 죽은 뒤로 내명부 내에서는 명실상부한 일인자였다.
“그러신가요…. 하지만 저는 황후께 꼭 여쭤보아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황후마마, 이패륵 일가에게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당장 도망치라고 경고를 보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황후의 오빠인 색이합(索爾哈)은 황후를 돕던 측근에게 들어 그 사실을 알고 경악을 멈출 수가 없었다. 파포태의 권력을 확고하게 다지려면 부수를 제거해야 했다. 대한에 건너가서 돌아오지 않는 건 차선책일 뿐, 후환을 완전히 없애려면 자객이라도 보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부수가 도망칠 수 있게 해서 일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황후인 자기 친동생이다. 색이합으로서는 기가 막혀 입이 딱 벌어질 일이었다. 새로 즉위한 대칸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이패륵을 찾느라 수천 군사가 각지를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그날 이패륵 일가를 깔끔히 해치웠으면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그게 다가 아니고 이패륵이 대한군을 이끌고 돌아올지도 몰라서 다들 전전긍긍하게 되었습니다.”
“이패륵은 겁쟁이라서 돌아오지 않고 대한에서 처가 신세를 지면서 태평하게 살 거라고들 다들 왁자지껄하게 떠들지 않았나요? 왜 이패륵이 돌아올 걸 걱정하세요?”
황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색이합은 차마 누이를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거야 그렇지만…만일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쩔쩔매던 색이합이 곧바로 화제를 원래대로 돌렸다. 어쨌거나 이 사건의 책임은 이패륵을 탈출시킨 누이에게 있는 것이다.
“그날 이패륵을 놓쳤다고 대칸이 얼마나 미쳐 날뛰었는지 아십니까? 혹시 영지에 계시는 아버님이 아신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겁니다. 대칸이 알면 어떤 보복이 닥칠지 모르는데 왜 그런 짓을 하셨습니까?”
색이합이 따져 물었지만 황후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파포태 따위는 뭐라고 하건 전혀 무섭지 않다는 투였다.
“오라버니는 저만큼 대칸을 모르십니다. 이패륵과 공주를 잡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이 안 되시나요?”
색이합은 누이의 얼굴에 떠오른 냉소를 보았다. 혐오와 멸시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 습격으로 수명공주가 죽거나 다쳤으면 대한 태황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소중하게 여기던 딸을 위해서 당장 보복에 나설 텐데요? 차라리 풀어서 보내주는 게 나아요.”
공주가 무사히 대한으로 돌아갔으니 한황도, 그 신하들도 이번 사태를 그만큼 덜 심각한 상황으로 생각하리라. 군사를 일으켜 징벌하려는 동기도 훨씬 약해질 게 분명하다.
게다가 이패륵은 겁쟁이라서 절대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당신들이 장담하고 있지 않으냐는 비아냥이 또 튀어나왔다. 색이합이 인상을 찌푸린 채 반론하지 않자 황후가 피식 웃었다.
“인질로 잡아놓고 한황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위협하는 수단으로만 써도 된다고 하시겠죠.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 인질이, 우리한테, 저와 보르지긴 씨족에 과연 도움이 될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황후께서 이 자리에 계시고 대패륵을 낳으신 이상, 황후께서 대칸께 다소 서운한 점은 있으시다고 해도….”
오빠가 하는 말을 듣던 황후가 갑자기 높은 소리로 웃어젖혔다. 깜짝 놀란 색이합이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주변을 둘러봤을 정도였다. 웃음을 그친 황후가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는 저만큼 그 사람을 모르시는군요. 그 사람은 공주를 그저 인질로 여기 잡아둘 성품이 아닙니다. 분명히 침전으로 불러들일 거고, 강제로라도 범하고 말 거예요. 그리고는 한황의 분노를 피하려고 수를 쓰겠죠.”
색이합을 비롯한 신하들도 파포태가 수명공주에게 분명히 손을 댈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런 짓이 한황을 분노하게 할 건 명백했으므로, 차라리 수명공주가 불타 죽었기를 바란 사람도 많았다. 그러면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을 테니까.
“그 수는 바로 공주를 자기 대복진으로 맞는 거예요. 황후 자리에 공주를 앉혀서 자기가 한황의 새 사위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죠. 남편을 잃은 공주가 부리는 앙탈 정도는 곧 사라질 거라고 믿을 테고요.”
“말도 안 됩니다. 엄연히 황후께서, 적자인 대패륵을 낳으신 황후께서 여기 계시는데….”
“그러니까 공주를 인질로 잡는 게 저하고 우리 씨족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거예요!”
황후가 빽 소리를 질렀다. 색이합은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건 이패륵을 경계한 황후와 보르지긴 씨족이 꾸민 음모다, 이패륵을 모함한 주역은 물론이고 이패륵의 저택을 습격해서 불태운 것도 모두 황후와 결탁한 보르지긴 씨족이 벌인 일이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저들이 멋대로 벌였다고 대칸이 주장하면 어쩌실 건가요?”
파포태는 자기는 속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한황에게 원병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가문의 영광을 재현할 생각에 그동안의 모욕을 참으며 파포태에게 협력한 보르지긴 씨족은 일거에 토사구팽당하게 된다.
“미녀와 코끼리에 미친 그 사람은 우리 씨족이 바친 충성이나 이미 태어난 적자의 존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아요. 한황을 장인으로 두게 되면 우리 보르지긴 씨족보다 더 든든한 뒷배경이 될 테고, 아들이야 공주와의 사이에서 또 낳으면 그만일 테죠.”
파포태는 애초에 자기 핏줄에 관한 애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뿐인 아들의 교육을 아내에게만 맡겨두고 방관하지도 않고, 임신한 애첩과 시녀들에게 낙태약을 먹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 독한 약을 먹다가 죽어 나간 시녀가 한둘이 아니다.
파포태가 사생아를 두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본인이 자식을 예뻐하지도 않을뿐더러, 혹시 반기를 들어 왕권을 노릴지 모르는 사생아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였다.
“대칸은 공주를 아내로 맺기 위해서라면 아주 간단히 나와 내 아들을 제거할 사람이에요. 교회에서는 이혼을 금지하니까, 그대로 없애버리는 편이 훨씬 쉽죠. 나한테 가만히 앉아서 그런 운명을 맞으라고요?”
색이합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파포태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없다는 게 가장 환장할 부분이었다.
“저는 제가 살기 위해서 공주를 탈출시켰어요, 오라버니. 제 뜻에 동의할 수가 없으시다면 가서 대칸에게 알리세요, 전 상관없으니까. 이러나저러나 죽을 텐데 무슨 상관인가요.”
대화를 멈춘 황후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웃어젖혔다. 색이합은 공포감에 등줄기가 살짝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누이를 바라보았다.
“아니면 이렇게 하세요. 혹시 이패륵이 군대를 일으켜 돌아오고, 저 형편없는 사내와 싸워 이겨서 대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때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고하시는 거예요. 미쳐버린 대패륵을 도저히 말릴 수 없어서, 그렇게라도 당신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고요.”
이제까지 보르지긴 씨족이 대놓고 부수를 공격하거나 적대한 적은 없었다. 그저 대패륵인 파포태가 ‘마땅히 받아야 할 충성’을 바치는 모습만 보여 왔을 뿐이다.
황후가 말하는 대로 한다면 확실히 보르지긴 씨족을 향해 날아들 칼은 그 기세가 약해질 것이다. 색이합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서 위험을 분산한다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인 건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