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388
3부 5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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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후금과 러시아 사이는 괜찮은 편이다. 옛날 러시아가 처음 동진하던 시절에 조금씩 충돌하던 거야 대한도 하던 거고, 준가르 정벌이후 국경에서 이어지던 충돌도 가라앉았다. 새 대칸은 부수와 알렉세이 사이에서 체결된 조약 덕분이다.
그 조약에서 후금 측은 러시아로 도망간 망명자들을 쫓아 국경을 넘는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 역시 망명자들이 후금에 보복하러 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대체로 준수되고 있다.
다만 교역에서는 후근 측이 다소 손해를 보고 있다. 바이칼호 남안 지역이 지난 조약으로 러시아령이 되면서 러시아와 대한이 직접 국경을 맞대게 되었고, 러시아에서 들어 오는 대상(隊商)이 후금 측에 통과세를 낼 필요가 없어진 거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전에도 바이칼호를 건너는 수상 교역로가 있었으니까 후금 측에서 교역을 독점한 건 아니었지만, 상당한 이득이 있었던 건 사실이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의 회견 장소는 사냥터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에는 새와 짐승이 풍부한 늪지대와 숲이 여전히 널려 있다. 알렉세이는 사냥을 좋아해서 종종 사냥터에서 휴식을 취한 이후에 뭔가 결단을 내리곤 했다.
알렉세이가 사냥을 좋아하는 건 역시 사냥을 좋아하는 건흥제에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탓이 크다. 정작 부친인 표트르는 짐승을 잡는 사냥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단 걸 생각하면 묘한 대비다. 표트르는 사람을 잡는 전쟁과 정치를 좋아했지, 사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부자에게는 또 한 가지 차이가 있다. 표트르가 예브도키아와 예카테리나라는 두 아내 외에도 십여 명은 족히 넘을 정부를 두었던 데 반해, 알렉세이는 아내인 루시아 표도로브나 외의 다른 여자에게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남자들이 정부를 두는 게 머누도 당연하다. 여자들도 흔하게 정부를 둔다. 심지어 얼마전 사망한 황태후도 표트르 생전에 정부를 들이다가 발각되어 정부가 처형당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차르인 알렉세이와 차리나인 루시아는 어느 쪽도 정부를 전혀 두지 않았다. 알렉세이가 수도를 떠나 혼자 외지에 나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르쿠츠크에서 만났을 때, 박문수가 슬쩍 그 문제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홀로 지내시는 전하께서 외로움을 달래려고 정부를 두시더라도 공주께서 크게 나무라진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왜 홀로 지내십니까?’
‘같은 논리로 공주가 정부를 둔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자마자 그놈을 찾아 총으로 쏴버리고 공주와 사생결단을 낼 텐데 어찌 내가 정부를 두겠소?’
부친인 표토르는 예카테리나가 정부를 두었다가 들켜도-심지어 상대방은 옛날 표트르가 데리고 있던 독일인 정부의 남동생이었다-예카테리나에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세 차르는 자기 성품이 부친만큼 ‘대범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자기 역시 아내와 같은 도독적인 기준으로 살아가기를 택했다.
“종종 생각하오. 선황들께서 생각하는 방향을 조금 달리하셨으면, 후금이 가톨릭에서 다시 정교회로 개종해서 우리 신앙의 형제가 되지 않았겠냐고 말이오. 그랬으면 누구보다 든든한 방패이자 동맹이 됐을 텐데.”
어차피 후금이 가톨릭을 받아들인건 정치적인 목적에서였다. 러시아에서 처음 정교회를 받아들인 키에프의 블라드미르 역시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교회를 골랐을 뿐이니까.
“어떻소, 백작의 생각은? 가능한 일 아니오?”
“백 년 전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불가능할 겁니다. 지금 대칸에게 다시 세례를 받고 정교회로 신앙을 바꾸라고 하면 무릎을 꿇는 대신 분명히 칼을 들 테니까요.”
후금에 있는 수백만 천주교도 태반이 허울뿐인 신자라고 하지만, 적어도 일부는 열성적인 진짜 신자다. 그들에게 러시아 정교로 개종하라고 요구하면, 그 뒤에 나타날 일은 백 년 전 유럽을 휩쓸었던 종교전쟁이 후금 땅에서 재연되는 결과를 불러올 뿐이리라.
후금이 내란으로 약해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 누가 정권을 잡고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청나라는 좋아할지도 모르지요. 건주를 재통합할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
박문수는 청나라의 건주 재통일이 별로 반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강한 힘을 얻은 청나라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주상은 늘 말씀하셨다. 나라 사이의 관계에 영원한 신의 따위는 없다고, 선조께서도 대명을 버리지 않으셨냐고 말이다.
백여 년 전, 만약 선조가 결심만 했으면 명나라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양응룡 토벌 때처럼 군사 2~3만 명만 배에 태워 직례로 보냈어도 태창제가 고깃국이 되기 전에 북경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고양상의 반란군 따위는 얼마든지 쳐부술 수 있었다. ‘하지 않은’ 거다.
최근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의명 공주와 누이동생의 말동무가 되어 주려고 남은 차리나는 사냥대 본대가 진을 친 곳에 남았다. 그래서 이들은 둘이 여러 주제에 관해 편히 이야기를 나누며 숲을 걸었다. 그러는 중에 갑자기 몇 발짝 앞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뇌조다!”
박문수가 잽싸게 시위를 당겨 날린 화살이 날아오르던 뇌조의 몽통을 그래도 뚫었다. 참 멋진 솜씨라며 알렉세이가 칭찬하자 이 종도는 별거 아니라며 박문수가 고개를 숙였다.
“아까 나누던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그런 생각도 폐하께서 동방에 나가 다른 세상을 직접 보시고 시야를 넓히셨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어떻습니까, 폐하. 혹시 차레비치를 폐하가 그러셨듯이 동방에 보내, 주상 폐하께 맡겨 보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차레비치 표트르는 이미 만으로 열두 살이다. 알렉세이가 시베리아를 건너서 한양에 갔던 때와 비교하면 네 살이나 많다. 부모 곁을 떠나려면 충분이 떠날 수 있는 시기다.
주상은 이 이야기를 러시아 정부에 보내는 공식 국서에 넣지는 않았다. 박문수에게 따로 귀띔하면서 이건 절대 요구가 아니고 비공식적인 제안에 불과하니 지나가는 말로 운이나 띄워 보라고 했다.
“주상께서는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외손자를 한번 만나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주상께서 얼마나 능숙한 군주인지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 폐하께서 해보셨듯 몇 년 정도 보내셔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허락하신다면 제가 기꺼이 수행하겠습니다.”
박문수는 이미 파에비치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를 몇번 만나 보았다. 부친인 알렉세이를 그대로 빼닮은 소년은 조부와 외주부를 섞어 놓은 듯한 장난꾸러기로 자라고 있었다. 키는 보통 도래들보다는 크지만, 자기 조부만큼 크지는 않다.
알렉세이는 박문수의 제안에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차르가 잠시 침묵하는 사이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더니, 차레비치 표트르였다. 두 사람을 따르던 시종들이 얼른 표트르가 타고 온 말의 고삐를 잡았다.
“폐하! 제가 사슴을 잡았어요! 한 방에 맞혔다고요!”
말에서 뛰어내린 차레비치 표트르가 한껏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알렉세이가 활짝 웃으며 처음으로 사슴을 잡은 아들의 솜씨를 칭찬했다.
“훌륭하다. 오늘 저녁에는 네가 잡은 사슴고기를 먹겠구나. 들판에서 사냥감을 바로 굽는 재미도 훌륭하지. 백작이 잡은 뇌조도 함께 곁들이자꾸나.”
표트르는 잔뜩 신이 나서 다음 사냥에서는 늑대, 그다음 사냥에서는 곰을 잡고 말겠다고 떠들었다. 아들을 귀엽게 쓰다듬던 알렉세이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박문수에게 속삭 였다.
“차레비치가 듣고 있으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소.”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폐하.”
– 15 –
현재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팽창하려는 제1 목표는 남쪽이다. 프루트강에서 패하는 바람에 친정에 나선 차르가 적에게 붙잡힐 뻔했다는 치욕적인 결과를 마주한 지도 15년, 그 상처는 많이 잊혔다.
다만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해도, 오스만과 이웃한 이슬람 국가인 페르시아의 사파비 왕조를 상대로 시도한 전쟁에서는 러시아가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이 표트르가 치른 마지막 전쟁이다.
표트르는 1721년에 뉘스타드 조약을 맺어 스웨덴과의 오랜 전쟁을 완전히 끝냈다. 이제 다른 방면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지만, 오스만과는 평화조약이 아직 유효했고 폴란드는 여전히 꽤 강력했다. 그 대신 떠오른 목표가 페르시아령 카스피해 연안이어?
몰론, 페르시아와는 언젠가 싸워야 한다는 게 표트르의 장기적인 계획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페르시아를 타도하려는 게 아니었다. 인도로 가는 교역로를 확보하고, 그 김에 표트르에게 지원을 요청한 캅카스산맥 일대의 기독교 공국들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해 여름, 아직은 제법 건강했던 표트르는 프루트강 전투 때처럼 예카테리나를 동반하고 친정을 감행했다. 6만에 달하는 대군을 이끌고 출정한 표트르는 순식간에 아스트라한에서 바쿠에 이르는 카스피해 서해안을 모조리 장악했다.
때마침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느라 끙끙대고 있던 페르시아군은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대부분 요새가 바로 항복했고, 바쿠 한 곳만 1년쯤 버텼을 뿐이다.
그런 탓에 이번 전쟁에서는 적군이 아니라 장거리 원정에 수반되는 보급 곤란 쪽이 훨씬 골치 아픈 적이었다. 카스피해에 몰아쳐 보급선단을 박살 낸 폭풍이 요새에 틀어박혀 있는 페르시아군 대포보다 훨씬 큰 피해를 주었다.
“그때도 내가 수도에 남아 섭정 노릇을 했지만…. 선황께서는 콘스탄티노플 못지않게 인도 방면으로 나가는 데도 관심이 많으셨소. 그것이 러시아에 더 많은 부를 가져오는 길이라고 확신하셨지.”
그래서 표트르는 혹시 인도에서 카스피해로 흘러들어오는 강이 없는지도 열심히 찾았다고 했다. 카스해까지는 강과 운하를 통해 수로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카스피해에서 인도까지 이어지는 강이 있다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인도까지 곧바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강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맞소, 없었소. 하지만 적어도 교역로 상당 부분이 우리 영토가 되기는 했소.”
차르 옆자리를 지키던 멘쉬코프 공작이 페르시아로 가는 교역로를 확보한 덕분에 늘어난 세수를 정리한 자료를 내밀었다. 받아든 박문수가 슬쩍 읽어본 뒤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페르시아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목표지. 임금 폐하께서도 백작을 통해서 격려해 주신 말씀대로, 우리가 세운 궁극적인 목표는 콘스탄티노플이오. 다만, 너무 성급하게 군을 움직였다가는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디.”
러시아 본국에서 발칸반도로 내려가는 보급선은 길고도 길다. 알렉세이 자신이 표트르를 따라 출정하면서 그로 인한 어려움을 질리도록 맛보았다.
그 미비한 보급선 때문에 표트르는 현지 협력자인 몰다비아와 왈라키아 두 공국의 물자를 받아 싸우기로 했었다. 문제는 몰다비아에는 물자가 없었고, 왈라키아는 표트르보다 오스만 측의 군대가 더 많은 걸 보고 그쪽에 붙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지난번에 백작과 대화를 나눈 뒤에 중신들과 함께 그 문제를 더 논의했소. 그리고 적이 우리 백성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우리도 당분간 튀르크를 공격하지 않기로 했소. 보급로가 확보될 때까지는 말이오.”
보급로를 확보한다는 말은 아직 오스만 영토인 우크라이나 남부를 빼앗아 보급거점이 될 도시와 항구를 건설하겠다는 듯이다. 지금 러시아는 흑해 연안에 변변한 항구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겨우 획득했던 아조프도 프루트강에서 패하는 바람에 도로 내놓고 말았다.
우크라이나를 획득하고 항구를 건설하면 해로로 보급을 받으면서 남진할 수 있다. 그러면 콘스탄티노플 탈환도 꿈이 아니다. 물론 언젠가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하기야 소피아에서 다시 미사를 드릴 날이 당장 내일 오지는 않을 거요. 충분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정해 봐야 실패밖에는 없을 테니.”
“옳으신 말씀입니다. 승리는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지요. 폐하께서도 손자병법에서 배우셨듯이 말입니다.”
옛날, 아직 칭제하기 전만 해도 세자의 교육은 경서 중심이었다. 하지만 장조 시절부터는 경서 외에 다른 학문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병학(兵學)도 포함되었다.
물론, 임금이 직접 군사를 지휘할 일은 없을 것이므로 장수들에게나 필요할 세세한 전술을 논하는 책을 배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데국적인 시각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손자병법은 모든 임금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 되어있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전쟁에 이기려면 외교가 아주 중요하다 하였습니다. 폐하께서는 그 부분은 어찌 계획을 세우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야, 신성동맹을 재건하여 함께 오스만을 공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 아니겠소? 주변국 모두 튀르크를 쳐부수고 싶어 하니까.”
신성동맹이란 신성로마제국, 폴라드, 베네치아 등이 러시아와 힘을 합쳐 결성한 동맹이다. 1686년부터 1700년까지, 오스만을 공격하여 대 승리를 거두었고 카를로비츠 조약을 체결해 막대한 영토를 빼앗았다. 러시아만 따로 콘스탄티노플 조약을 맺었다.
이 나라들을 다시 끌어들여 함께 오스만을 공격한다는 알렉세이의 계획을 들은 박문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폐하께서 세우신 계획은 당장은 옳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를 한 편으로 두는 데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대라는 점이지요.”
발칸반도로 세력을 뻗치고 싶어하는 건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다. 물론 저들은 동로마를 계승한 후계자로서 지니는 책임감이나 의무 같은 건 없다. 그저 빈까지 위협받았던 데 대한 복수를 하고 영토를 넓히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발칸은 폐하께서 회복하실 로마제국의 정당한 영토입니다. 그걸 저들에게 나눠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알렉세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멘쉬코프 공작이 대신 나서서 차르의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백작, 튀르크인들은 예전보다 더 약해졌다고는 해도 아직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소. 15년 전에 선황께서도 의도치 않게 저들에게 패하신 바 있소. 그런데도 장래 발칸을 두고 경쟁하게 될 일을 두려워하여 당장 힘이 될 수 있는 한편을 버리란 말이오?”
“물론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놓아두면 튀르크를 몰아낸 뒤에 누가 발칸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오스트리아와 싸우게 되리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뒤에 벌어질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알렉세이는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문수는 일반론임을 전제하면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주상께서 이 문제를 두고 말씀하시기를, 오스트리아가 발칸에 집중하기 힘들도록 저들의 후방에 폐하의 우방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스트리아를 견제할 수 있는 프랑스, 프러이센 같은 나라들과 친분을 다지셔서 여차하면 저들이 그 뒤를 치게 하십시오.”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와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프로이센 왕가는 그런 원한은 없지만, 독일 지역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느라 오스트리아와 경쟁하는 사이다.
“프랑스는 그렇다 치고, 프로이센이 너무 강력해지면 우리한테 위협이 될 수도 있지 않소. 과거에 스웨덴이 그러했듯이 우리를 공격해서 세력을 넓히려고 하면?”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지요. 폴란드를 지원해서 프로이센을 막는 방패로 삼으시라는 게 주상의 조언이십니다.”
폴란드는 이미 내리막길에 들어선 나라다. 얀 3세 소비에스키가 빈을 구출하며 이끌었던 영광도 어느새 빛이 바랬다. 지금 폴란드가 다시 일어나 러시아를 정복할지 모른다는 걱정 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 프로이센의 팽창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 정도밖에는 하지 못한다.
박문수의 설명을 들은 차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폴란드에 관해서는 그 역시 계획하던 바가 있었던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