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400
3부 518화(1400화)
“하나 묻겠다. 열기창은 본래 병기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기관과 기관차를 만드는 관청이 아닌가. 귀차는 엄연히 병기이고, 이를 만들어야하는 곳은 마땅히 군기시일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담당한 업무가 아닌 병기를 만들었는가?”
칭찬은 해야겠지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열기창은 기본적으로 무기를 제작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무기는 기본적으로 군기시가 관리하는 병기창에서 제조한다. 철도도감과 더불어 공무부 소속인 열기창은 일반 산업시설이지 무기공장이 아니다.
금위사에서 열기창에서 뭔가 엉뚱한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보고를 올리기는 했다. 하지만 열기창이라는데는 원래 산업용, 선박용 증기기관과 증기기관차까지 만드느라 무척 혼잡한 곳이다. 그래서 뭔가 신형 기관이라도 만드는 중이겠거니 하고 별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김필용이 내게 직접 장계를 올려서는 자기가 귀차를 만들었다고 보고하지 않는가. 김필용은 김지의 5대손-옆에 있는 도승선 최시은이 귀뜸해주었다- 이기까지 하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달려왔다.
“송구하옵니다. 실은 철도도감에서 요청한 바에 따라 기관차를 제작하던 중에, 문득 철로 기관차를 만들 수 있다면 너무 무겁다고 하여 옛적에 만들기를 포기한 귀차도 혹시 만들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만들어보게 되었사옵니다.”
김필용이 조상의 지혜를 되살린 기반에는 기술의 발달이 있었다. 수십 톤짜리 쇳덩어리도 끌고 움직일 수 있는 증기기관차의 개발, 그리고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지반을 단단히 다져 놓은 철도의 존재가 귀차제작을 시도할 수 있게 했다.
본래 장조 시절에 김지가 만들었던 귀차는 황소 8두가 끌도록 설계했었다. 하지만 김지가 잘못 행각한게, 설계도에 따라 완성한 귀차는 그 무게가 15톤에 가까웠다. 목재와 철재를 조합한 차체, 보강재, 구동계 무게만 8톤이고 철제 장갑판 무게는 거의 7톤이었다.
‘심지어 무장을 전혀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랬지…..’
황소 한 마리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백 관(375kg)이 안 나간다. 겨우 이런 놈들 8마리 정도 가지고 15톤이나 나가는 쇳덩어리 수레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리 없다. 여기에다가 승무원과 무장, 탄약까지 더해야 실제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은가.
황소 8마리가 아니라 80마리쯤 연결해야 제대로 끌 수 있었으리라. 그것도 아지가 아닌 평탄한 도로에서나 말이다. 그런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어떻게 전장에서 써먹는단 말인가? 차라리 분해해서 조립식 보루인 귀소(龜巢)로 만드는 편이 낫고, 그렇게 활용했다.
이번 생에서도 별로 생각이 바뀌지는 b았기에 귀차 실용화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군기시에 남아있던 귀차 재고도 계미남변 때 몽땅 필리핀에 보내서 귀소로 사용했다.
그 뒤로 귀차를 만들라는 명령 같은 건 딱히 내리지 않았다. 그런 무거운 게 필요할 일이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귀차건 귀소건 전쟁을 해야 필요할 게 아닌가.
물론 증기기관으로 그는 귀차, 즉 장갑열차를 만들 생각을 내가 안 한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철도 노선이 치안이 다소 불안하고 전쟁이 일어날 우려가 있는 변경까지 뻗었을 때나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해서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낼 줄이야.
“일단 신이 시험 삼아 한 대를 만들었으니, 폐하께서 높이 평가하신다면 군기시에 명하여 제작하라 하시옵소서. 다만 신이 생각하기에는 군기시에서는 이런 물건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으니 열기창에서 계속 만들게 하여 주셔도 좋을 듯하옵니다.”
군기시에서 주로 제작하는 장비는 총포류니까 그 말도 틀리진 않는다. 도검과 갑주도 꽤 제작하지만 아무래도 주력하는 생산품은 소총과 대포다. 장갑차랑 같은 걸 갑자기 만들기는 어렵다. 이걸 더 만든다면 열기창에서 만들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그 문제는 나중에 논하겠으니, 어찌 저 귀차를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말해 보아라.”
내 지시를 받은 김필용이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주 뿌듯하다는 빛이 얼굴에 가득했다.
“현제공께서 처음 귀차를 고안하셨을 때, 가장 큰 문제가 그 체구였습니다. 지나치게 크고 무겁다 보니, 도저히 싸움터로 끌고 다닐 물건이 못 되었지요. 그 당시에는 기관차도 아직 나오지 못했으니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사옵니다.”
“그랬지. 그런데 지금 여기 있는 귀차는 옛 귀차보다 도리어 더 크지 않느냐?”
김지가 처음 만든 귀차는 높이와 폭이 여섯 자(1.8m), 길이는 스물 네 자(7.2m)였다. 이 정도면 평범한 승합차 정도 크기다. 현대에 살면서 보던 평범한 승합차라면 무게가 2톤에서 2.5톤 정도밖에 안 나갔으리라.
하지만 김지는 충분한 방호력을 얻을 생각에 무거운 참나무 목재를 세 치(7.5cm) 두께로 붙여서 귀차의 차체를 짰고, 그 위에 여섯 푼(1.5cm) 두께의 철판을 붙였다. 그러니 크기는 작아도 15톤씩이나 무게가 나간 거다. 여기에 실을 거 다 실으면 17톤을 넘겼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새 귀차는 높이가 일곱 자에 폭은 여덟자, 길이는 마흔 자 정도는 족히 되었다. 이만하면 김지의 원형보다 거의 두 배 반 가까이 더 크다. 그럼 훨씬 더 무거운 거 아니야?
“예, 폐하. 일부러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김필용은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자랑했다.
“현제공께서 만드신 원형 귀차는 크기가 너무 어중간했습니다. 적과 싸우려면 그 안에다 충분한 인원과 화포, 탄약을 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전투에 투입하려면 내부 공간이 넉넉하기는 해야 한다. 저 정도 크기라면 승무원 10명쯤 타고 무장도 충분히 갖춰서 전투에 임할 수 있으리라.
김지가 만든 원판은 그런 면에서 좀 어중간한 건 맞다. 다룰 수 있는 크기로 줄이려다가 보니 무장도 고작 총통틀 8개가 전부였고, 탄약도 2회 발사분밖에 싣지 않았다.
“새 귀차는 기존 무장인 총통틀에 더해서 자모포 4문과 자포 40개를 싣습니다. 재장전할 화약도 넉넉하게 실어서, 훨씬 오래 싸울 수 있습니다.”
무게는 도리어 김지가 만든 원형보다 덜 나간다고 했다. 김지는 여섯 푼이라는 정신 나간 두께의 철판을 붙여서 18근 포를 쏴도 돋지 않을 괴물을 만들었지만, 김필용은 지나치게 두꺼운 철감은 도리어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봐서 그 두께를 ⅓로 줄였다.
“좋구나. 김지가 만든 원래 귀차는 철판이 너무 두껍기는 하였지.”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을 만큼 두꺼운 갑옷을 입고 다니면 확실히 좋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그걸 입으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라면 그건 도리어 손해가 된다.
“예, 그래서 크기는 커졌으나 무게는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전체 크기가 커지면서 귀차의 차체 무게는 14톤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일 철판 무게는 4.6톤으로 확 줄었다. 여기에 사람 10명과 무기, 탄약을 더해도 전체 중량은 20톤을 약간 넘을 뿐이다. 원판 귀차가 같은 조선에서 17톤쯤이었으니, 거의 늘지 않은 셈이다.
“지금 경인선에서 운행하는 기관차는 60톤을 끌 수 있으므로, 조금만 무리하면 한꺼번에 귀차 세 량을 끌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속도를 줄인다면 더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견인형 말고 아예 기관을 내장하고 직접 움직이는 동차(動車)형 장갑열차의 설계도 준비되어 있었다. 기관실 앞뒤에 전투실을 설치해서 화포로 무장한 병사들을 가득 태운다. 이 정도면 웬만한 적은 범접하지도 못할 게 분명해 보였다.
“다만, 기관을 내장하면 차량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아주 곧은 선로라야 쉽게 운행할 수 있으리라 보이옵니다. 굴곡이 심한 노선에서는 운행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알겠다. 고생이 많았다.”
수고는 했다. 하지만 이 물건에는 만들어봐야 당장 쓸데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 사실은 귀차를 제작한 김필용 스스로부터가 아주 잘 알고 있으리라.
“솔직히 말해 보라. 이 귀차는 그저 그대가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들었을 뿐, 완성한 뒤에 어디에 쓸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닌가?”
“….. 송구하옵니다.”
그러면 그렇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김필용이 관직에서 두각을 드러냈을 때부터 김지의 핏줄인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키는 일만 했을 때는 이런 성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열기창 도제조 자리에 앉혔는데…..
“어찌 그대의 현조와 이토록 같은가.”
그런데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쥐더니 곧바로 김지와 똑같은 본성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성질 말이다.
“이 장갑열차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으니, 언젠가 만들었어야 할 물건이기는 하다. 그러니 시험 운행을 해보고, 아직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라. 다만 이거 한 량으로 그치고, 짐이 명할 때까지는 2호차의 제작은 금한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열심히 만든 물건을 자랑하려고 나를 불렀는데 칭찬은 못 받고 꾸리람만 자꾸 받아서인지 김필용의 ㅁ ㅗㄱ소리는 무척 기가 죽어 있었다. 나는 대놓고 화를 내지는 않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당사자는 아닌 모양이다. 괜히 또 가엾어졌다.
“생각해 보니 짐의 어차(御車(로 이 차량을 사용해도 될 듯하다. 측벽이나 철판은 그래도 두고, 내부를 어찌 개조할 수 있을지 생각하여 장계를 올리도록 하라.”
열기창은 지금도 중랑천 옆, 응봉산 밑에 있다. 자체적으로 증기기관을 가동하는데 물이 넉넉히 필요할뿐더러, 제작한 기관을 배에 실어 옮기기 쉽게 하느라고 고른 자리다.
지금은 용산역에서 한강변을 따라 열기창으로 직접 들어가는 철로도 있다. 완성된 열차를 바로 용산으로 보내기 위한 수송용 노선인데, 이 노선이 가지를 쳐서 경희궁으로 들어간다. 당장 오늘 내가 열기창에 오면서 이 노선을 달리는 임시열차를 타고 왔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다시 원기를 좀 북돋워 주려고 한마디 했더니 기가 죽었던 김필용의 얼굴에 바로 화색이 돌았다. 이놈, 이것도 역시 제 조상이랑 같은 부류로구먼.
어쩠거나 이 귀차를 내 어차로 삼아도 나쁠 건 없다. 방탄유리가 없으니까 창문에는 질긴 철망을 치는 수밖에 없겠지만, 어쟀든 ‘세계 최초로 방탄차를 채용한 국가 원수’라는 이름을 길이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이쪽 세계에서도 기네스북은 생기겠지?’
그런 사소한 ‘업적’까지 가로챌 생각은 없어서 일부러 그런 걸 만들지는 않았다. 조보에서 가끔 신기한 소식 같은 걸 싣고, 세간에서도 신기한 세상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실은 책을 종종 내기는 하지만 기네스북 같은 목적으로 작정하고 만드는 책은 아직 국내에 없다.
“누가 만들지 몰라도 최초의 뭐를 찾는 항목 몇 개는 우리 몫이겠지…..”
경희궁으로 돌아가는 전용 기차에 앉아서 우리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게 얼마나 있을지 생각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하아, 나이가 들다 보니 피로가 빨리 오나 보다.
눈앞이 점점 어두워졌다. 나도 모르게 푹신한 의자에 묻혀 잠이 들었다.
– 5 –
현재 열기창은 지소 세 곳까지 해서 네 군데가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서로 경쟁도 제법 치열하다.
일단 기관 수출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증기기관 수요를 두고도 네 공장이 어느정도 경쟁하고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철도 부설 문제가 대두되면서 서로를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로 보는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
“폐하, 북방에 철도를 놓을 때는 해삼위에서 제작한 기관차를 스겠다는 애초 약속을 잊지 말아 주소서.”
“폐하, 삼남에도 철도를 놓아야 물자와 사람을 빨리 나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폐하, 서북선 부설을 최우선으로 하시겠다던 약속을 잊지 마소서. 다른 노선은 일단 때가 될 때까지 미뤄두기로 하셨사옵니다.”
세 열기창 지소는 말이 지소지, 이제 사실상 본소와 분리된 별개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열기창 본소가 지소 운영에 관해서 가진 권한이 전혀 없다 보니, 지소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 시도를 막지 못한다. 심지어 인사권도 각 지소가 자체적으로 행사한다.
당연히 이 지소들은 중추원에서 자기네 뜻을 대변해줄 사람 한둘씩은 다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민의를 전한다’라는 명분으로 열기창 각 지소가 내게 원하는 바를 대신 전했다.
“지금은 서북선 노선을 정하고 부지를 사들이는 일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지방에 철도를 부설하는 일에 기울일 여력이 없사옵니다.”
철도도감 도제조는 여전히 조명식이 맡고 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삼남이나 북방에서 선로 부설을 시작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아직 공사에 임할 숙련된 인원이 부족한 탓에 인원을 나눠 보내서 철로를 놓게 할 수도 없습니다. 먼저 서북선 공사를 완료하고 나면 현장 역군 중 일부를 북방으로 보내 북방에서 공사하는 법을 새로 익히게 하겠습니다만…..”
양강 이북과 본국은 퐁토가 무척다르니까 공사 요령도 다르긴 할 거다. 고로 아직 북쪽 지방에서 철도 부설은 힘들다. 열기창에서 돈 먹은 중추원 놈들이 아무리 내게 로비를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대들에게 이르니, 북방에서의 철도 부설은 아직 힘들다. 혹시 먼저 나서서 뭔가 해보고 싶거든,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 대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라도 만들어보아라.”
증기자동차도 꽤 괜찮은 교통수단이다. 원래 역사에서도 증기기관차보다 증기자동차가 더 먼저 발명됐었다. 비록 성능은 형편없었지만, 원래 최초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그 뒤에 가솔린 자동차가 나타나 시장을 휘어잡기 전에는 증기차도 꽤 대세를 이루면서 쓰였었다.
“폐하, 이미 작년에 열기창 대구지소에서 증기차를 처음 만들었다고 보고를 드렸사옵니다. 송가라고 하는 기계장이 사람 수물을 태우고 사람이 걷는 속도 정도로 움직이는 증기수레를 만들었다 하여 폐하께서 포상하신 바가 있사옵니다.”
“…아무려면 짐이 잊었겠느냐. 내 말은 다른 지소들도 그저 자기 구역에 철로가 놓이지만 기다리지 말고 힘을 기울여 할 일을 계속 찾으라는 것이다.”
국상 김여홍이 하는 말을 듣자 증기차를 이미 누가 만들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내 앞에 쌓이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그만 깜박 잊었던 모양이다.
나도 벌써 나이가 만으로 예순셋이다 보니 기억력이 완벽하지 않다. 슬슬 내 일을 조금씩 은이한테 넘길때가 다가오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