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419
3부 537화(1419화)
3.
거대한 나팔이 찬지를 뒤흔다는 굉음을 토해냈다. 사람이라면 낼 수없는 커다란 소리에 대지가 흔들리고 하늘이 울렸다.
“후퇴하라!”
광서군 장수들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관군의 압력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특히 등 위에 탑을 얹고 전신에 찰갑옷을 걸친 코끼리부대의 독격을 막아낼 힘이 없었다. 이 코끼리들은 광서군이 기껏 세워둔 목책을 수숫대처럼 부러뜨리며 돌진했다.
“으아아악!”
겁에 질려 도망치는 병사의 뒷덜미를 낚아챈 코끼리가 방금 잡은 사람을 그대로 땅바닥에 팽개쳤다. 그리고 육중한 앞발로 그 몸통을 짓이겼다. 흉곽의 뼈가 우두둑거리며 부서지고, 입과 코로 피를 토한 병사는 그 자리에서 버르적거리다가 바로 숨이 끊어졌다.
“제기랄! 제기랄!”
병사 하나가 화살을 날려 목 위에 탄 몰리꾼을 쏘았다. 하지만 코끼리 최대의 약점이라고 할 몰리꾼마저 사슬갑옷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기껏 날린 화살은 그냥 몸에 맞고 튕겨 나오고 말았다. 절망적인 한숨을 토한 순간 탑 위에 올라탄 조총수가 탄환을 날렸다.
“역시 남만에서는 상군(象軍)이 무적이군. 고생했네.”
진남대도독 악종기는 선두를 맡아 적진을 돌파한 귀주군 코끼리부대를 칭찬했다. 귀주군 장수는 친찬 받아서 기쁜지 뭔가 감사의 말을 했지만,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감사하답니다, 대도독 대인.”
“뭔가 엄청나게 긴 말을 한 것 같았는데요, 저하.”
끝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만큼 긴 인사말이 딱 한 단어로 줄어들다니, 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족속에 따라서 같은 말이 한참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건 사실이니 그것도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광서군에고 코끼리가 있지 않습니까? 왜 안 내보내지요?”
중원 삼국 중에 코끼리부대를 쓰는 나라는 서나라뿐이다. 청나라는 코끼리를 아예 구할 수가 없고, 후송은 남부에서 코끼리가 서식하기는 하나 대포 한 방이면 죽는다면서 싸움에 쓰지 않는다. 하지만 서나라는 아직 코끼리를 전투용으로 쓰고 있다.
다만 그것도 남부에 있는 번왕들의 군대에서만이다. 사천이 코끼리를 사육하기 적당하지 않은 기후인데다, 형주나 섬서 모두 코끼리를 쓰기에 좋은 지형이 아니다. 게다가 청나라와 후송 모두 대포를 잔뜩 가지고 있으니, 전장에 코끼리를 내보내면 포에 맞을 뿐이다.
하지만 남쪽에서는 코끼리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사육에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북방만큼 대포가 흔하지 않고, 코끼리라는 짐승이 주는 인상이 워낙 강하다 보니 번왕들은 코끼리를 수십 마리씩 전투용으로 사육하면서 반란 진압이나 주변국과의 싸움에 동원했다.
이번 반라나에서도 그랬다. 토벌군에 참가한 귀주왕 장원락은 자기 휘하의 귀주군 3만 명과 더불어 애지중지하던 코끼리 30마리를 내놓았다. 다만 친정하지는 않고, 자기 대신 세자인 장장균을 내보냈다.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쓰려는 모양이지요. 광서왕게서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성격이시라, 대뜸 전력으로 일전을 벌이는 유형은 아니십니다.”
하지만 장장균은 귀주군의 지휘는 휘하 장수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악종기를 따라다니며 조언자 겸 통역 노릇을 했다. 하지야 겨우 18세의 나이로 장수 노릇을 하기는 좀 벅찼다.
“광서왕께서는 광동왕과 무척이나 가까우셨습니다. 지금도 차마 광동왕이 죽는 꼴을 보지 못해 돕고 계실 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겠다는 뜻을 없으실 겁니다.”
광서왕이 싸우는 양태만 보아도 그렇게 보이긴 했다. 소수의 군사를 두어 덫을 놓고 길을 막으며 토벌군의 진격만 늦추려고 했다. 적극적으로 싸우려는 태도가 아니었다.
광서왕은 한황의 부마가 자기 영역을 왕복하는데도 연줄을 만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 만큼 정치적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광서 백성들을 보살피는 데는 관심이 컸다. 유능하진 않아도 자애로운 인군(仁君)이라고 해서, 자기 봉지에서 인망은 높다.
그 때문인지, 광서왕은 도중에 있는 마을이나 농토를 하나도 파괴하지 않았다. 광동으로 가는 토벌군이 광서 일대를 약탈해서 물자를 보충할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역시 백성를의 삶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신 겁니다. 그래서 우리 관군의 손에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견벽청야를 하지 않으신 게지요.”
견벽청야(堅壁淸野)는 손자병법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전법이다. 쳐들어온 적군이 양식을 구할 수 없도록, 지킬 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버릴 곳은 싹 비워버리는 거다. 하지만 광서왕 장원호는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었다.
장장균은 당백부의 자비로움을 칭송했다. 하지만 악종기는 그 의도를 다르게 보았다.
“아니지요, 저하. 자기 백성들이 관군에게 약탈당하게 하고, 이로써 광서 백성들이 우리를 향해 반감을 품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적을 막기 위해 청야를 한다는 건 군주가 자기 백성을 약탈하고 자기 나라를 파괴한다는 말과 같다. 당연히 백성들의 직접적인 원한이 군주를 향한다.
하지만 그 일을 적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뒤로 빠진다면, 백성들의 원한은 침략해온 족을 향한다. 적에게 물자를 내주는 대신 난관도 치르게 만든다. 실제로 관군에게 사람과 재물을 빼앗긴 광서 백성들이 무장하고 토벌군을 기습하는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소장이라면 향병 따위에게 그런 기대를 걸지 않고 청야를 철저하게 할 겁니다만.”
악종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동쪽 하늘을 보았다. 아무리 광서왕이 싸움을 피하려고 한다고 해도, 설마 왕도(王都) 계림까지 이런 식으로 넘겨줄 수는 없으리라.
4.
서나라에서 마침내 내란이 터졌다는 소식은 하늘을 나는 새처럼 산과 강을 넘어 개봉으로 전해졌다. 대한 만큼은 못할지 몰라도, 청나라 역시 그 정도 첩보망은 구축해두고 있었다.
“남쪽으로 수도를 옮기니 역시 소식이 빨리 들어오는 듯하군.”
즉위한 지 이제 2년이 안된 청나라의 새 황제, 흥화제 박화탁이 느긋하게 뇌까렸다. 수도를 개봉으로 옮긴 지도 벌써 5년, 박화탁에게는 개봉이 자기 수도였다.
“폐하, 그래봐야 엿새 정도 빠를 뿐입니다.”
신하들이 지적했다. 하지만 박화탁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엿새가 얼마나 긴 시간이냐.. 그대들도 들었겠지만, 천주교도들은 이 세상을 창조하는 데 엿새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느냐?”
대한 황실이나 마찬가지로 청나라 황실에서도 천주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천주교를 자유롭게 신봉할 수 있고, 선교사들이 황궁에 드나들며 지식과 기술을 전수한다. 그래서 청나라 조정은 선교사들을 후하게 대접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도 시간을 벌었군.”
박화탁이 미소를 지었다. 서나라가 내전을 시작했다는 건, 놈들이 장안을 넘볼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박화탁은 청나라가 강성하려면 건주 조상들의 기상을 잊지 않되, 나라를 운영하는 체제는 대한이나 중원 왕조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적인 예로 그동안 명목상으로는 아직 황족들의 소유로 여겨지던 팔기 각 부대를 모두 황제 밑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있었다.
“폐하! 저희 친왕가는 태조께 기주(旗主) 지위를 인정받고서 120년 동안 양백기(?白旗)를 지켜 왔습니다. 그동안 기주로서 명예를 더럽힐 일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저희의 권리를 빼앗으려 하십니까!”
양백기만이 아니다. 다른 일곱 기의 기주들까지 더해서 철모자왕 여덟 가문이 모두 황제 앞에 엎드려서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박화탁은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그것이 이루어야 할 법도이기 때문이오. 모든 군사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애초에 팔기란 그저 부대를 구분하는 표시일 뿐이었잖소.”
박화탁은 애송이가 아니었다. 나이도 이미 40세, 부황이 비교적 장수한 덕분으로 황태자 자리에만 20년을 넘게 앉아 있었다. 그동안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청나라를 더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을 지 고심했다.
이를 위해 준비한 조치 중 하나가 황족들에게서 팔기군의 지휘권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팔기가 본래 황족들의 소유였던 게 아니고 태조 누르하치에 의해 ‘주어진’ 것이니만큼 지금 황제인 박화탁이 ‘회수’ 할 수도 있다는 게 박화탁의 논리였다.
물론 지금도 기주 자리에 있는 친왕이나 군왕이 황제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허나 박화탁은 기주 한 사람에게 명령하는 거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폐하, 저희는 지금껏 황실에 충성하며 한 번도 반기를 든 적이 없습니다. 팔기는 황실의 신하로서 모든 명을 충실히 따랐는데, 어찌 폐하께서는 저희를 믿지 못하시고…..”
박화탁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 말은 하기 싫었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지난 임인년에 북조에서 일어난 내란을 잊었소? 북조의 팔기가 각 기주의 뜻에 따라 폐패륵과 현 대칸의 편으로 갈라져 혈전을 벌인 일을?”
지금은 기주들이 황제의 명에 따르지만, 어떤 이유로건 국내에 분란이 생긴다면 파벌을 만들어 내전을 벌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럴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박화탁은 만주팔기 전체를 다른 세 팔기나 녹영병처럼 확실하게 자기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각 기 내에서 군사를 움직이는 모든 직위는 이제 짐이 직접 임명하겠소. 다만 태조께서 내리신 기주 직위만은 계속 세습해도 좋소.”
이런 중대한 결정이 당연히 황제의 말 한마디만으로 이루어질 리는 없다. 개국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여덟 왕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버텼고, 박화탁 역시 자신의 계획을 지지하는 신하들과 힘을 합쳤다. 그래서 요즘 조정에서는 늘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팔기 개편 외에도 박화탁이 시도하는 이런저런 새로운 계획이 많다. 녹영을 확대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변발을 허용하는 것도 그 일부다. 이것들을 잡음 없이 시행하려면 바깥에서 들어오는 간섭은 없을수록 좋다. 그런 면에서 서나라의 내전은 아주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놈들이 오래오래 싸웠으면 좋겠다.”
최악의 경우, 기주들이 팔기 개편에 반발하여 반란이라도 일으킨다면 대한에 원군을 청할 각오까지 해 두었었다. 반란을 진압한다고 남쪽 국경의 방비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나라가 내란에 돌입했다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후송 방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지금 후송 황제가 전쟁을 시작한다면 방비가 탄탄한 청을 치겠는가? 내란에 돌입한 서나라를 치겠는가?”
5.
새로 만드는 책은 동서고금의 모든 지식을 담았다. 중원에서 전해지는 책 외에 서양에서 들어온 책까지 참고하게 했다. 그래서 이름하여 팔고전서(八庫全書)라고 이름을 붙였다.
하루하루 원고가 쌓이고 내용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는 일이야말로 조형서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급보가 들어왔다.
“폐하! 한의 수군이 느닷없이 주산진에 나타났습니다. 전선과 수송선이 40여 척입니다!”
“아니, 근래에 우리가 놈들을 건드린 적도 없는데 웬 함대란 말이냐?!”
급보를 받은 조형서는 깜짝 놀랐다. 근래 들어 대한과의 사이는 평화롭고, 딱히 충돌이 벌어진 적도 없었다. 청나라와의 사소한 충돌이야 늘 있는 일이었으니, 새삼스럽게 한황이 청나라를 돕는답시고 군대를 보낼 일도 없었다.
“혹시 한황에게 국서가 왔는데 예부에서 짐에게 숨겼다거나 하는 건 아닌가?”
“어찌 감히 그런 무도한 일이 있겠사옵니까, 폐하! 한황에게서는 이 일과 관련해서 어떤 연락도 없었습니다.”
예부상서의 말을 들으니 다소 안심이 됐다. 하지만 난데없이 눈앞에 나타난 대한 함대를 보고 전혀 당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장강주사의 함대를 장강 입구에 배치하라! 철갑선도 내보내라!”
다행이 이번에 나타난 대한 함대에는 철갑선이 없었다. 그렇다면 주산진에 상시 주둔하는 철갑선 2척만 상대하면 된다. 화력으로는 아군 철갑선이 대한의 일반 전선보다 뒤떨어지나, 철갑선은 화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적선을 저지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수군만으로는 부족하다. 황도 인근에 있는 각 군영에 대비하라고 명하라! 한군이 어디에 갑자기 상륙할지 모른다!”
대한 수군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아본 나라가 후송이었다. 최근 몇 십년 동안이야 화평을 맺으면서 비교적 평화가 유지되었지만, 나쁠 때는 허구한 날 불벼락을 맞고 적이 상륙해서 육지까지 쉽쓸었다. 그런 일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그런데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한 함대는 식수라도 보급하러 들렀던 것인지, 주산진에 단 이틀 동안 기항했다가 바로 남쪽으로 떠났다.
적이 장강으로 들어오지 않은 건 분명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남쪽 어딘가에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복건주사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과연 저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수 만 개가 넘는 눈이 그 움직임을 주시했다.
“조흘국으로 가는 원병일지도 모릅니다.”
대한의 번국인 조흘국은 꾸준히 북쪽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황이 지원군을 파견해서 조흘국을 도울 가능성도 있기는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그 추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보고가 복건에서 올라왔다.
“서나라 광동왕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그리고 광동왕이 한의 사신단을 볼모로 잡았고?”
그제야 후송 조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함대가 후송을 공격하려고 출동했을까 봐 그렇게 긴장하고 걱정했는데, 표적이 광동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말이다.
“됐다. 걱정할 필요 없겠다. 내버려 둬라.”
모처럼 조형서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서나라에서 내전이 일어났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저들이 내란을 벌이다니, 이건 좋은 기회입니다. 폐하, 이참에 광동을 도모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사천을…..”
“됐다.”
조형서가 느긋하게 몸을 뒤로 기대며 답했다. 긴장이 풀리자 만사가 줄거웠다.
“어부지리도 아무 때나 노리는 게 아니다. 이제 막 내란이 터진 판인데 우리가 끼어들면 저들이 싸움을 계속하겠느냐? 하려던 싸움도 멈추고 단결해서 우리에게 맞설 게 아니냐.”
조셩서도 이제 쉰을 바라보는 아니다. 천자의 자리에 46년을 앉아 있었다. 물론 전반기는 모후가 섭정했으니 다르게 보긴 해야 하지만, 그래도 엣날처럼 조급하게 굴지 않는다. 참을 때는 참을 수 있었다.
“서제와 광동왕 사이에 싸움을 중단할 수 없을 만큼 원한이 짚어지고 그 피해가 심각해질 때까지 내버려 두어라. 절대 짐이 윤허할 때까지 광동을 쳐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 대한군이 광동을 향하고 있다. 지금 후송이 광동을 치면 대한군과 충돌하게 된다.
“한황이 서나라가 망하기를 바랄 리 없으니, 분명 토벌에 참여할 거다. 자금 우리가 가서 광동왕 편을 든다면 우리가 대한과 싸워야 할 것이고, 한황의 편에서 광동을 친다면 광동이 더 빨리 망할 것이다. 그런 헛된 수고를 왜 한단 말이냐.”
그러니 이대로 내버려 둔다. 서나라 황제와 광동왕이 죽도록 싸워 둘다 지쳐 떨어지고, 출동했던 대한군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광동을 치는 건 끄때 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형주도통사와 종주도통사 두 장수에게 절대 황명이 내리기 전에 군사를 내어 국경을 넘지 말 것을 명한다.”
“예, 폐하.”
다만 내란을 오래 끌기 위한 술책을 부리는 건 허용한다. 재량껏, 눈에 띄지 않게 말이다. 그 구체적인 수단은 현장에서 정하라고 했다.
조형서는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조형서는 이제 전쟁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팔고전서를 완성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이름을 남기는 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부디 이 책이 완성될 때까지 서나라 안에서 내란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저놈들이 스스로 자기네 국력을 깎아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