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43
1부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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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국 태수 대내전에게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예조판서 김감이 장중한 목소리로 아뢰었다.
“또한 소이전에게서도 사신이 왔사온데, 모두 접견하시겠는지 감히 여쭙습니다. 저들 둘 다 전하를 뵈옵고 서한을 드리고자 원하고 있사옵니다.”
대내전(大內殿)은 오우치 씨, 소이전(小二殿)은 쇼니 씨를 가리킨다. 규슈 북부를 주름잡는 패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두 가문이 동시에 내게 사자를 보내다니, 재미있는 일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우치 씨나 쇼니 씨는 일본의 지방장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회담을 갖기에는 확실히 나보다 격이 낮지만, 실질적으로는 뭐 대등한 관계라고 봐도 되겠다. 사실상 자신이 확보하는 영토를 독자적으로 다스리는 독립국가의 군주인 셈이니까. 소국일 뿐.
일본에서 나와 격이 같은 존재라면…천황 ? 일단 그렇게 불러는 준다 – 은 허수아비니까, 아마 명나라에서 일본국왕으로 봉한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만 지금은 전국시대고, 쇼군도 형식상의 권위밖에 갖지 못하고 있으니 별 의미가 없다. 지금 쇼군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흥미도 없다.
“마땅히 모두 접견하리라. 동래에서 도성에 이르기까지 각 객관과 역에 명을 내려 오랜만에 찾아온 손을 후히 대접하도록 하고, 행여 중로에 불상사가 없게 하라.”
두 가문은 지금 원수지간이다. 정말 만약의 경우지만, 오는 길에 양쪽 사신이 칼부림이라도 벌여서 피를 보면 그건 내 체면을 망가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심려 놓으시옵소서. 수행하는 군사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키겠나이다.”
“전하, 왜국 대내전이 보낸 사신이 입시하나이다.”
내관이 낭랑하게 외쳤다. 김감과의 저 대화가 벌써 보름 전, 이것저것 다른 일을 처리하는 사이 왜인들이 도성에 도착했다. 한번 동시에 들어오게 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지만, 서로에게 비밀로 해야 할 이야기도 있을 텐데 그건 곤란하겠다 싶어서 접었다.
작년에는 연말 선물로 말과 원숭이를 바치더니 올해는 갑주 한 벌과 검 세 자루를 가지고 왔다. 선물을 건네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에, 사자가 소반에 얹은 종이봉투를 들어 정중하게 내밀었다. 꽃무늬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저희 주군께서 전하께 올리는 국서이옵니다.”
봉투를 집어든 도승지가 알맹이를 꺼냈다. 한번 훑어보고 나서 조심스럽게 내게 건넸다. 눈 가는대로 죽 읽어보니 생각보다 급진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힘을 합쳐서 소이 씨(쇼니 씨)를 치자고?”
“그렇습니다.”
조선과 직접적인 통교가 드물었던 오우치 씨 진영에는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사절이 없었던 모양이다. 통역을 거치다 보니 약간 어색하거나 전달이 잘 안 되는 표현들이 좀 있었다.
“소이 씨는 90년 전 조선에서 대마도를 정벌한 이래로 원한을 품어 왔습니다. 당시에 소이 씨를 이끄는 가주였던 소이 미츠사다는 군선 수백 척을 몰아 조선의 섬과 해안을 치고 이로써 한을 풀겠다고 호언한 바가 있습니다.”
쇼니 미츠사다(少??貞)가 그런 소리까지 했었단 말인가. 난 대마도 원정 이후로 일본이 취하는 태도가 수그러졌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하긴, 쇼니 씨가 대마도의 뒷배라는 사실도 여기 와서야 제대로 알았다. 망했던 쇼니 씨가 재기하는데 대마도가 큰 공을 세웠다는 사실도. 둘이 그런 관계라면 대마도를 침공한 조선을 향해 쇼니 씨가 복수하겠다고 날뛰는 심리도 이해는 간다.
“허나 저희 대내 씨(오우치 씨)는 본래 백제 혈통으로, 비록 지금 몸은 왜 땅에 있으나 바다 건너 조상의 땅을 언제나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하면서 어찌 간적들이 조선을 넘보도록 방치하여 전하께 걱정을 끼치겠나이까.”
그런 까닭으로 쇼니 씨를 계속 공격하여 저들이 조선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어이고, 참 눈물 나도록 고맙구먼. 다 자기들이 필요해서 한 전쟁인 거 뻔히 알겠는데.
“지금 소이 씨는 대마도에서 패한 뒤로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간신히 편성한 수천 군사가 모두 물고기 먹이가 되었고 성과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 기회를 노린 각 세력들이 사방에서 집중공격을 퍼붓고 있으니, 말 그대로 위기입니다.”
“그대의 주군은 위기에 처한 소이 씨를 놓고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가?”
사신이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육군을 보내 소이 씨를 함께 치시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군사를 동원하기 쉽지 않은 사정도 이해합니다. 더구나 바다 건너 이국으로 군사를 보내기는 불안하실 것입니다.”
“그대의 말대로다. 그럼 차선으로는 어떤 제안을 할 생각인가?”
“제 주군이신 대내전께서는 대마도 앞바다 싸움에서 조선 수군이 발휘하는 힘에 큰 감명을 받으셨습니다. 가능하다면 전하께서 수군으로 소이 씨가 지배하는 해안과 섬 일대를 휩쓸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노획한 인신(人身)과 재물은 모두 조선의 것으로 하셔도 좋습니다.”
흠, 거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수군만 출동시킨다고 하면 부담도 적다. 게다가 노력봉사만 하라는 것도 아니다. 소득을 거둬가라는, 까놓고 말해 해적활동을 하라는 제안이다.
확실히 구미는 당긴다. 수백 년 동안 왜구가 한반도를 털었던 걸 생각하면 그 정도 복수는 얼마든지 해도 되지 않겠는가. 물론 쇼니 씨 산하에 있는 세력들만 왜구로 활동한 건 아니나, 나머지한테는 그 다음 차례로 참교육을 시전해 주면 되는 문제다.
“무도한 소이 씨를 타도해 구주를 안정시키게 되면, 대내전께서는 어떤 왜인도 감히 조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잠시 군선을 움직이시는 것만으로도 누대의 평안을 얻게 되실지니, 부디 청을 받아들여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오우치 씨가 동쪽에서 쇼니 씨 본거지로 진공하는 사이 수군으로 서쪽을 견제한다…현실성 있는 계획이다. 고려는 해볼 만하다. 물론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지만.
“그대 주군이 보낸 전갈은 고려해 보겠다. 그만 객관으로 돌아가 쉬도록 하라.”
“깊으신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오우치 씨는 필시 간교한 속임수로 전하를 속이려들었을 것입니다.”
쇼니 씨 편에서 온 사자는 면담을 시작하자마자 제법 유창한 조선말로 오우치를 헐뜯었다. 이런 태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대립하는 양 진영에서 온 사자를 따로따로 만났다면, 회견을 먼저 한 쪽이 상대편을 험담하지 않았다고 믿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
노골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회견이 좀 더 재미있어졌다. 아마 쇼니 씨 쪽은 사자가 조선말을 구사하느냐의 여부가 협상력 강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확실히 재미는 좀 더 있다. 나한테는 말이다.
“과거 조선과 저희 쇼니 씨 사이에 분란이 있었음은 인정합니다. 미츠사다님 때, 우리에게 속한 쓰시마를 조선이 무단으로 침공했던 일과 2년 전에 역시 조선이 쓰시마를 공격했던 일이 모두 무거운 과거입니다.”
“그래서 그 무거운 과거를 어찌하겠다는 말인가?”
“제 주군이신 스케모토 님께서는 과거는 모두 잊겠다고 하셨습니다. 오우치가 보낸 사자가 지금 구주에서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말씀드렸는지는 모르겠사오나, 지금 저희 소이 씨 편이 좋지 않은 상황임은 인정합니다.”
“대내 씨가 그리 말하기는 하였다.”
함께 쇼니 씨를 공격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까지 말하면 난 바보인데다 신의까지 없는 저급 인간이 되겠지. 확실히 동맹을 맺기로 했다면 모를까, 아직은 발설할 사안이 아니다.
“오우치는 신의가 없는 족속입니다. 재작년 대마도 싸움 때도 앞장서서 우리에게 ‘쓰시마를 지원하라’고 부추겼고, 진행하던 전투도 모두 먼저 휴전했습니다. 군사와 군선까지 지원하면서 ‘조선의 침략에 맞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막상 수전에서는 배를 돌려 도망갔습니다.”
호오, 같은 이야기가 이쪽에서는 또 이렇게 되는군. 오우치 씨가 머리를 쓰긴 한 모양인데. 쇼니 씨를 아주 철저하게 엿을 먹이려고 말이다. 우리한테는 ‘조선을 돕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쇼니 씨를 속였다고 했것다. 개뿔, 당연히 스스로를 위해서 그렇게 했겠지.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함께 대내 씨를 치기라도 하자는 건가?”
“아닙니다. 저는 오직 대내 씨가 믿지 못할 존재임을 전하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입에다 꿀을 바르고 동료인척 하면서 옷 속에 칼을 숨긴 자보다, 당당히 활을 쏘며 싸우다가 승패가 난 뒤에 무기를 버리고 손을 맞잡는 자가 훨씬 신뢰할 수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서 어쩌란 이야기야. 본론을 말하라고.
“그대는 그저 그 이야기를 하러 한양에 왔는가? 대내 씨를 믿지 말라고?”
“아, 물론 아닙니다. 스케모토 님의 지시에 따라 전하께 제안을 드리러 왔습니다.”
쇼니 씨의 사자가 급히 옷 속에서 기다란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이번에도 도승지가 앞으로 나가 편지를 꺼내서 내게 전했다. 읽어보니 이쪽 편지도 충분히 깜짝 놀랄 내용이었다.
“뭐, 총을 팔아달라고?”
사자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스케모토 님께서는 지난번 대마도 싸움에서 조선군이 가진 총이 어떤 위력을 발휘했는지 익히 들어서 알고 계십니다. 그 총을 대량으로 장비할 수 있다면, 지금 처해 있는 곤란한 상황을 타파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선처해 주십시오.”
사자는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아, 측은지심 따위로 국사를 결정하면 안 되는데.
일단 우리가 쓰는 강선총은 절대 못 준다. 일본인들이 실제 역사에서 조총을 입수한 뒤에 얼마나 빨리 그걸 복제해냈는지 생각하면, 단 한 자루만 넘겨줘도 십년 뒤에는 수천 자루가 열도를 메우게 될 거다. 준다면 활강총이겠지만, 그것도 사실 곤란하지.
안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쇼니 씨는 과연 총 값으로 뭘 내놓을 작정일까? 듣자하니 요즘 구석으로 몰렸고, 그럼 돈도 없을 텐데.
“만약 내가 총을 준다면, 너희는 무엇으로 그 값을 치르려 하느냐?”
어디 들어나 보자. 내가 묻자 사자가 당장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전하께서 총을 주신다면, 그리고 조선과 독점적으로 무역할 권한을 허락하신다면 쓰시마를 명백한 조선 영토로 인정하고 추후 다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규슈 일대에서 누구도 왜구로 나서지 못하도록 해안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어이, 대마도는 벌써 내가 먹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이미 잃은 재산을 팔아먹으려는 거냐!? 아직 본격적으로 일본 내정에 얽히기 싫어서 법적지위만 이중복속으로 그대로 뒀을 뿐이라고! 그보다 너, 조정과 막부에 영토를 ‘외국’에 양도하는 문제로 허락을 얻을 생각은 한 거냐?
일본에 있는 각 영주들이 독립국가의 군주처럼 굴고 있긴 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나라를 소유한 게 아니라 통치권을 위임받았을 뿐이다. 자국인 일본 내에서 그 통치권을 뺏고 뺏기는 정도야 묵인되겠지만, 아예 외국에 팔아버려도 되는 건가? 그럴 권한이 있어?
일본 정세에 대한 바이블로 통용되는 신숙주의 해동제국기에서도 대마도는 일본국기에 넣어 일본 영토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본토는 아니지만 속령으로는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내 입장에서 이게 신경 쓰이는 건, 쇼니 씨의 행동에 분개한 교토 조정과 무로마치 막부가 토벌령이라도 내리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 다 허깨비 같은 존재들이지만, 허깨비도 권위는 있다. 자칫하면 명분을 얻은 규슈 영주들이 일제히 쇼니 씨를 공격해버릴 수도 있다.
쇼니 씨가 멸망하는 거야 괜찮다. 아플 것도 가려울 것도 없다. 성가신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반역자가 무단으로 외국에 넘긴 영토’를 탈환한답시고 규슈 영주들의 연합군이 대마도로 밀고 들어온다면? 그리고 내친 김에 경상도까지 공격한다면?
맹세코 말하는데 그런 상황이 초래되면 오우치 씨는 분연히 칼을 뽑아들고 ‘조상의 영지를 하러’ 달려오리라. 아 뭐 명분이야 다른 영주들이 차지하게 두느니 자기가 지켜야 하니 그러는 거라고 하겠지.
내가 북방에 얽매여 있는 사이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주 크게 골치가 아플 거다. 물론 일본을 상대로 크게 한 판 붙을 생각은 나도 하고 있지만, 그 때와 장소는 내가 골라야 한다.
“알겠다. 객관으로 물러가 쉬도록 하라.”
“네 생각은 어떠하냐?”
이 문제는 경연에서 토의해 볼 과제다. 물론 나는 두 세력 중 하나를 지원한다면 오우치를 도울 생각이지만, 언제 어떻게 얼마나 돕느냐 하는 문제는 중신들과 논의를 해봐야만 하니까 말이다. 신하들은 저쪽 말대로 군선을 보내되, 약탈은 그만두고 견제만 하자고 할 수도 있다.
다만 경연을 시작하기 전에 규슈 사정에 정통한 이에게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는 규슈 사정, 더 정확하게 말하면 쇼니 씨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가 있다.
“신의 생각으로는, 소이전은 이미 앞날이 어둡습니다.”
종성가가 침착한 표정으로 답했다.
“소이전은 대내전과 최근 벌인 쟁투에서 2대에 걸쳐 그 주인을 잃었습니다. 그동안 패배를 회복하고자 절치부심했으나, 대마도에서 입은 타격에서 헤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내전이 때를 놓치지 않고 몰아친다면 바로 멸망하지는 않더라도 크게 밀릴 것입니다.”
“네 부친은 어찌 행동하리라 보이느냐?”
“이미 전하께 충성을 맹세하였사온데 어찌 임의로 경거망동하겠나이까? 전하께서 명을 내려 움직이라 하실 때까지는 조용히 정세를 살필 것입니다.”
하긴 그렇다. 대마도주 종재성에게는 이제 쇼니 씨를 도와서 규슈에 개입할 힘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나마 박박 긁어모은 가용병력은 모두 평안도에서 수자리를 서고 있으니.
상세한 대답을 듣고 나자 새삼 종성가가 기특하게 보였다. 만약 내가 형인 종의성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이런 대답이 돌아왔을 게 뻔했으니까.
‘신이 답할 일이 아닙니다.’
아마 나름대로는 일개 호위무사를 놓고 복잡한 정치적 질문을 하지 말라는 의도일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들 두 사람을 단지 경호원으로 보는 게 아니다. 장래에 내 신하로서 대마도를 다스릴 재목, 영토는 작지만 분명 군주가 될 이들로 보고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단 말이다.
갈수록 종성가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다. 이러다 결단을 내리게 되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
1. 천황 국왕(天皇國王)의 나이와 자식의 많고 적음, 궁궐(宮闕)의 복식(服飾), 계승할 자의 나이와 명호(名號), 그리고 계승은 반드시 장자(長子)가 하는지의 여부를 상세히 묻도록 할 것.
1. 혼인(婚姻)·상장(喪葬)·제사(祭祀)·형벌(刑罰)·관제(官制) 등의 일을 듣고 본 대로 써 가지고 올 것이며, 조하(朝賀)할 때에 천황 국왕과 여러 신하가 입고 있는 복색(服色)·의장(儀仗) 및 군사(軍士)의 무기와 의복, 조하하는 일시(日時)를 듣고 본 대로 기록할 것.
– 성종실록 102권, 성종 10년 3월 25일 신사 1번째기사. “예조에서 일본국에 가는 통신사의 사목을 올리다”
작가의 말
본문에서 나오는 천황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설명을 추가합니다.
조선시대에 천황이 일왕이나 왜왕으로 호칭된 사례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이미 성종 이전부터 천황과 일본국왕을 구분해서 불렀기 때문에 지금 천황을 일왕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조선이 세계를 정복한다면야 뭐라고 부르든 자기 마음이겠습니다만, 무로마치 막부 쇼군들이 명나라로부터 일본국왕으로 책봉을 받았는데 책봉받은 당사자가 아닌 다른 이를 일본국왕으로 부른다면 이는 명나라 황제의 권위를 무시하는 게 됩니다.
때문에 작중에서는 빙산이 좀 비아냥거리면서도 그냥 천황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으로 설정했으니, 혹시 거슬리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