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467
3부 585화(1467화)
1.
“우리 장수와 군사들이 참으로 큰 일을 이루었다. 그동안 이들이 쌓은 공적이 참으로 크니, 심사청에서는 이들의 공을 평가하여 수훈자 명단을 뽑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잠시 창밖을 보며 이번 난리가 시작되고부터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생각보다 더 커진 사태 전개에 놀랐고 우리 군사들이 이뤄낸 성과에 또 놀랐다. 이렇게 큰 사건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라도 장장익이 최후의 결전 대신 항복하고 황제에게 구명을 청할 수도 있었고, 만사를 포기하고 외부로 망명할 수도 있었다.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게 무너지는 게 아쉬워서라도 말이다.
내가 만든 나라다. 내가 만든 군대다. 나라면 그 모든 성과가 불길 속에 무너져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라도 버리고 떠났을 거다. 나만 포기하면 그것들만은 그대로 남을 수 있으니까. 나는 없어져도 이 세상에 내가 이룬 일들이 남으니까.
‘넌 다음 생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야.’
머릿속의 상희가 속삭이는 말이들려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렇다. 나는 나라는 이가 숨 쉬고 살면서 이룬 것들을 붙들고 늘어지는 데 큰 미련이 없다. 이번이 네 번째 인생이고 이번 생도 이미 살 만큼 살았다고 여기니까 더 그렇다. 내가 장장익처럼 젊다면-그놈, 올해 만으로 마흔하나다-좀 달랐을 수도 있긴 하겠다. 마흔하나, 나는 그대 뭘 했었더라.
원래 생과 무종으로 살던 생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나이다. 장조 때-1593년-는 유럽에 2차 견서사를 보내고 을미동정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쁜 해였다. 음, 내가 가장 전쟁에 눈이 돌아가 있던 시절이군. 일본을 치고 히데오시를 잡아 족치고 말겠다고 반쯤 미쳐 있었지.
이번 생에서는 지난 병술년(1706)이 만으로 41세 되는 해였다. 그대도 계미남변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원정군이 바하 캘리포니아를 점령했다. 우리 대한에 유학을 와 있던 알렉세이가 루시아와 함께 떠난 해이기도 하다. 루시아를 떠나보낸 지 곧 25년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그리움이 함께 몰아친다. 자주 편지도 보내고 얼마 전에는 예카테리나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함께 그린 가족 초상화까지 보내오긴 했지만, 그 아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에휴.
어쨌든 마흔하나, 돌이켜보니까 확실히 많은 걸 이뤘고 앞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도 많은 나이다. 장장익도 허리를 조금 숙였으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만약에 장장익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했다면, 내가 자비를 베풀 수도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가 식은 탓도 있겠지만, 장장익이 만약 권훤에게 투항했다면 미주로 보내 변장(邊將)으로 살게 할 수도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흥시제의 시각으로 판단해도 세상 반대편으로 유배를 보낸 셈이니 그렇게 가벼운 벌은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이것도 일이 끝나고 나니 부리는 만용일지도 모르지. 막상 놈이 내게 투항했으면 서슴없이 목을 치고 머리만 흥시제에게 보내줬을 지도 모르겠다. 과실이라고 할지언정 우리 외교관을 죽인 놈이니 그게 마땅한 응징이기도 하고. 어쨌든 반란은 끝났다. 광동왕이 반기를 들 수밖에 없도록 흥시제가 압박하면서 몰아갔건 어쨌건 먼저 칼을 뽑은 쪽은 장장익이었다. 먼저 칼을 뽑은 이상 역적이 되는 건 광동왕이 될 수밖에 없고, 패배한 이상 역적으로 역사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반란’이 단 1년 만에 마무리되는 데는 우리 원정군이 큰 공을 세웠다. 만약에 우리가 돕지 않았다면 관군은 패배했거나, 아직도 싸우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으리라.
“아닐 것이옵니다. 우리를 끌어넣을 계획이 없었다면 어찌 감히 서제가 광동왕을 토벌할 마음을 먹었겠나이까. 필시 선제가 그리했듯이 두고 보면서 속만 끓였을 것이옵니다.”
“국상의 말이 옳소. 설사 광동왕을 이기더라도 그 과정에서 군력(軍力)을 크게 낭비했을 터이니, 차마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거요.”
어차피 처음부터 다 알고 들어간 일이다. 우리 외교관이 죽은 이상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그리고 서나라 조정으로부터 대가도 톡톡히 받았고.
“반란만 진압해 준 게 아니지 않사옵니까. 내우를 틈타 침입한 외환까지 물리쳐 주었으니, 수제로서는 폐하께 만 번 엎드려 절해도 부족할 것이옵니다.”
“외무대신의 말이 옳소. 우리가 아니었으면 어찌 서나라가 지금 평안을 누렸겠소.”
이게 무슨 소리냐고? 별거 아니다. 반란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무렵에 뒤늦게 국경을 넘은 후송군을 격파한 일에 관한 이야기다.
2.
불산성이 무너진 지 22일 뒤, 예상하지 못한 적군이 광주를 향해서 진격하는 후송 복건군 10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미리 와서 포진한 상대편 군사는 7만 명, 그리고 한군에 일군, 서나라 관군까지 3개국의 군기가 바람을 맞으며 펄럭이고 있었다.
“그대들은 반군을 지원하러 왔을 것이다. 기회를 줄 테니 어서 돌아가라! 역도 광동왕은 이미 죽었다. 그대들에게 내응할 다른 역도도 없으니, 고이 보내줄 때 목숨을 건져서 얼른 돌아가라.”
형식상 이 연합군의 최고 수장인 악종기의 이름으로 사람을 보내 전했다. 하지만 상대방 지휘관인 정주 도통사 예하 총병 홍사옥은 홍안의 젊은이답게 기세 좋게 거절했다.
“무슨 헛소리인가. 서주의 압정에 분개하여 광동인 전체가 반기를 들었음은 천하가 아는 바다. 우리 폐하께 귀부하겠다는 광동왕의 서한까지 본관이 이미 받았으니, 지금 철병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대들이 막는다면 부수고 지나가 광동왕을 구원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홍사옥은 악종기가 자신에게 허풍을 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기도 얼마나 견고한지 잘 알고 있는 그 불산성이 벌써 함락되었을 리가 없다고 말이다. 불산성이 대군을 보유하고 저항하고 있다면 토벌군이 후송군 쪽으로 전력을 많이 돌릴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숫자분만이 아니라 그 질에서도 마찬가지다. 포위망을 조금만 느슨하게 하면 광동왕이 치고 나올 테니까 말이다.
“어쩔 수 없소. 격멸하는 수밖에.”
말로는 차마 싸우고 싶지 않으나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투였지만 표정을 달랐다. 권훤의 두 눈에는 확연한 광체가 빛나고 있었다. 덤으로 굴러온 호박을 넝쿨째로 걷어다가 끓이고 부치고 볶아서 먹을 생각에 신이 난 표정이었다.
“싸우겠다고 몰려오는 상대를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마땅히 도전에 응해야지요.”
요시히데도 적극적인 응전파였다. 하지야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싸우지 않고 끝낼 수도 없지만 말이다.
“좋습니다. P 분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일전을 결하도록 하지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악종기는 광동왕부를 쳐부순 뒷수습을 하느라 불산에 남아있다. 악종기 대신 여기에 온 사람은 악종기 밑에서 경략(經略)으로 있는 사제세(謝濟世)라는 문관이었다. 비록 광서 출신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중앙 조정에서 경력을 쌓아 출세한 황제의 충신이다.
“맡겨주시지요. 혼쭐을 내줄 테니.”
권훤이 흐뭇하게 웃었다. 일은 마음대로 처리하면서도 그 책임은 전혀 지지 않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광동 토벌 연합군의 포진은 대한군 2만과 일본군 2만이 나란히 선진에 서고 서나라 관군 3만이 그 뒤를 받치는 형식이었다. 일본군 병력 규모가 불산성을 공략할 때보다 더 많아진 건 싸움에서 포로로 잡은 왜인 용병들을 임시로 편입했기 때문이었다.
“너희는 쇼군께 맞섰으니 반역자다. 반역죄는 당연히 처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저희는 그저 고용주의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게다가 저희가 광동왕에게 고용될 때는 쇼군게서 보낸 군대와 싸우게 되리라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막부의 허가를 받아 출국하면서 다시는 일본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서약한 바가 있다. 그것도 막부의 요구에 따른 서약이었다. 이는 곧 쇼군이 먼저 자신들과 주군과 신하의 연을 끊겠다고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따졌다.
“그런데 어찌 우리가 쇼군께 반역의 죄를 지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요시히데는 이들의 변명을 인정했다. 하지만 태도가 건방지다고 전부다 처형하기에는 그 전력이 너무 아까웠기에 조건을 걸었다.
“좋다. 그렇다고 해도 너희는 포로며, 포로의 거취는 승자의 처분에 달려 있음을 너희도 알 것이다. 지금 쳐들어오는 송군과의 싸움에서 너희 몫을 제대로 한다면 모두 풀어 주겠다.”
보수는 다로 없다. 다른 광동군 포로들처럼 노예로 전락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 그게 이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수다. 풀려난 뒤에 어디로 갈지는 각자의 자유에 맡긴다. 그만하면 괜찮은 조건이었고, 용병들도 수락했다.
후송군을 상대로 대한군에 뒤지지 않는 전과를 내고 싶은 요시히데로서는 충분한 병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비교적 관대한 조건으로 이 용병들과 협상했다. 이미 일본과 인연을 끊은 자들에게 공연히 가혹한 조건을 내걸었다가는 반란을 일으키기 밖에 더 하겠는가. 이렇게 편성된 일본군은 우익을 맡았다. 좌익은 대한군이 맡았고, 이들은 나란히 포진하 채로 후송군의 공격을 기다렸다. 서나라 관군은 후송군이 옆으로 돌아서 한일군을 포위하지 못하도록 후방을 엄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제세는 주인 된 도리로서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며, 자기 군사들도 마땅히 한일 양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권훤은 요시히데와 의논하여 서군은 뒤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편이 언제 무 너질지 모르는 측면을 걱정하고 있기보다 마음이 편했다.
“방포하라!”
이쪽으로 진군하는 적군을 향해 신기전이 날아갔다. 무거운 중포는 놓고 왔어도 신기전은 가져왔다. 수십 발이나 되는 산화신기전이 날아가서 공중에서 터지면서 불덩어리 수천 개가 후송군 머리 위로 흩뿌려 졌다. 질서정연하게 진군하던 후송군 대열이 삽시간에 흐트러졌다. 행군 중인 후송군 군사들 머리 위에 불비를 뿌려 봐야 딱히 궤멸적인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적의 기세를 약하게 하고 공격을 늦추게 할 정도는 되었다.
“후송군도 화기는 넉넉히 가지고 있으니, 불벼락을 맞고 화약통이라도 몇 개쯤 터져 주면 좋겠군.”
옛날 명나라 시 절만 해도 강남의 군사들은 절강병법을 썼다. 하지만 절강병법은 왜구를 상대하는 쪽에 특화된 병법이라 철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는 건주 팔기와 싸우는 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새로 등장한 전법이 무한병법(武漢兵法)이다. 무한병법은 건주의 철기를 저지하기 위한 철부병(鐵夫兵)과 철기를 타격하기 위해 소총과 대포를 운용하는 화기병을 중핵으로 한다. 철부병은 눈만 빼고 전신을 철갑으로 감싸고 큰 도기와 언월도로 무장한다. 말 그대로 기병의 진로를 막는 임무에 최적화된 병종이다.
그 외에도 또 독특한 부분은 전차가 있다는 거다. 다만 고대의 전차처럼 보병을 짓뭉개며 싸우는 게 아니다. 후송군에서 전차는 이름만 전차지 실상은 적 기병의 행로를 봉쇄하고 그 위에서 총포를 소는 움직이는 성채 역할을 맡는다. 물론 기병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후송이 말을 구하기 좀 힘든 환경이다 보니 기병은 그 수가 무척 적다. 화포나 치중도 모두 소가 끌게 하는 형편인지라 기병을 대량으로 편성할 여유가 없는 탓이다.
“복건군도 꽤 정예입니다. 대인게서 적을 만만히 보시면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임용완이 옆에서 조언했다. 의병을 조직해서 운남왕을 대려잡으로 가느라 잠시 진영에서 이탈했지만, 운남왕이 조정의 명에 따라 성도로 압송되자 대한군 본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악종기의 명을 받아 고문관 노 릇을 하고 있다.
“크게 걱정할 것 없네. 그대는 우리 대한군이 야전에서 제대로 적과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그런 말을 하겠지만, 곧 생각이 바뀔 걸세.”
권훤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 임용완은 권훤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양쪽 진영에서 도합 5백 문 가까운 야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철환이 사람의 신체를 몇 개나 짓부수고 날아가 땅에 박혔고, 산탄이 쓸고 간 자리는 피와 육편이 흩어진 공백으로 변했다.
“방포하라!”
호령에 따라 소총이 일제사격을 가하자 대열을 갖춘 병사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좀벌레가 쏠고 난 천처럼 여기저기 구멍투성이가 된 대열이 계속 진군했다. 뒤쪽 열에 있던 군사들이 급하게 앞으로 나와 빈자리를 메웠다.
“대열을 유지하라! 자리를 지키는 한 우리는 이긴다.”
미리 적절한 전장에 도착해서 축성을 자치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늘 그랬듯 대한군은 진영 앞에 호를 파고 파낸 흙으로 흉벽을 쌓았다. 주변에서 조달한 목재로 목책을 짜서 호 앞에 늘어세웠다. 그 뒤에 병력이 포진했으니 적의 사격을 받아도 피해가 크지 않았다.
바로 옆에다 진을 친 일본군도 고문관들의 지도에 따라 대한군과 마찬가지로 방어축성을 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다른 구석도 있지만, 호를 파고 흉벽을 쌓는 기본 얼개는 비교적 흡사했다. 제대로 익혔는지 효과도 꽤 괜찮은 편이었지만, 상황이 좀 나빴다.
“대감, 일본군 쪽 흉벽 몇 군데가 포탄을 맞고 무너진 듯하옵니다.”
“송나라 놈들, 의외로 큰 포를 끌고 왔구먼.”
후송군이 일본군 쪽으로 들이댄 대포가 큰 게 좀 더 많았다. 내심 이 쪽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권훤이 다시 자기 진영 전면으로 눈을 돌렸다.
“적은 우리 군이 뚫리지 않으니 당황하고 있다. 슬슬 기병을 내보낼 때가 된 것 같은데.”
“지시만 내리시면 바로 나갈 수 있습니다.”
권훤이 전국을 살피며 기병을 내보낼 때를 가늠했다. 후송군은 두 차례에 걸쳐 한일군의 진영 전면에 돌격해왔지만 끝내 실패했다. 야포와 소총, 척탄이 어우러진 방어에 흉벽 뒤에 있는 군사들이 내미는 총창이 결말을 냈다. 지금 가해지는 세 번째 공격도 곧 똑같은 마무리를 낼 참이었다. 대도를 휘두르며 흉벽을 뛰어남으려던 후송 단련병이 총창에 배를 찔려 그대로 호 바닥에 떨어지는 광경이 보였다.
“더 망설이시면 적이 공격 목표를 후방의 서군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만……”
서나라 관군이 핫바지 저고리는 아니긴 하지만, 여기 모인 삼군 중 가장 약한 고리인 건 사실이다. 만약 적이 후방에 있는 서군으로 목표를 바꿔 전력으로 밀어붙인다면, 한일군은 전방에서 포위된 채 괴멸한 지도 모른다.
“그럴 일은 없을 걸세.”
권훤이 웃어넘겼다. 마침내 세 번째 공격에 실패한 적이 네 번째 공격을 준비하느라 아군 진영으로 천천히 접근할 때 권훤의 호령이 떨어졌다.
“출격!”
그동안 말을 쉬게 하면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기병 1천여 기가 화살처럼 달려 나갔다. 적의 배치는 비승군이 다 파악해두었으므로, 걸리적거리는 철부병들이 있는 자리는 피해서 후송군 포대를 짓밟고 본진을 향해 짓쳐들어갔다.
“일제히 방포! 돌격학라!”
기병대가 적진을 휘저어 후송군이 혼란에 빠진 사이 본진에 있던 보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뛰쳐나갔다. 일본군도 함성을 지르며 맹렬하게 뛰어나갔다. 일본군 쪽에서도 기병이 달려 나가 적의 측면을 파고 들었다. 그 뒤를 왜인 용병들이 칼을 휘두르며 따랐다.
세 차례에 걸친 공세 실패로 이미 기세가 떨어져 있던 후송군은 급소를 찌르고 들어가는 한일 양군의 공세에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대승이었다.
“실로 훌륭했네. 송제가 화급히 사자를 보내 그건 자기 본의가 아니었다며, 밑에서 멋대로 군사를 움직여 저지른 일이라고 사죄했을 저도니까 말일세.”
“예, 폐하. 참으로 훌륭하게 이겼기에 그 한번 싸움으로 송제가 양광 땅에 손을 내밀 꿈도 꾸지 못 하게 만들 수 있었사옵니다.”
권훤이 거둔 대승리는 참으로 통쾌했다. 불산성 함락에 뒤이어 이번 승전까지, 그 공적을 평가하면 권훤을 무묘에 배향해도 아무도 반박하지 못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