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495
3부 613화(1495화)
28.
지난번 폴란드 국왕 선거에서는 프랑스와 스웨덴에 맞서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협력해서 아우구스트 2세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나라가 모두 자기 사위들을 지원하면서 편이 갈렸다. 심지어 러시아가 프랑스 편이 되었다. 요제프 1세는 이번 폴란드 국왕 선거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상을 유지하려면 자기 사위 아우구스트가 즉위하는 방안이 최선인데, 굳이 욕심을 부리는 차르 알렉세이가 못마땅했다.
“러시아가 프랑스와 혼인할 때 예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군. 폴란드도 자기네 세력권에 집어넣어 우리를 압박할 생각이야.”
프랑스는 과거 몇 번이나 오스만과 손을 잡고 오스트리아를 협공한 전력이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자기네 동맹으로 끌어넣었다. 이제는 폴란드까지 그 동맹에 포함하려고 한다. 그 동맹이 완성되면 오스트리아는 문자 그대로 적대세력들에게 포위되고 만다.
“적어도 세 방향에서 말이지.”
어떻게든 아우구스트가 부친의 뒤를 잇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선거운동에 쓸 자금을 제공하고 국경에 군대를 대기시켰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아우구스트가 하지 나름이다. 아우구스트가 폴란드 왕위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는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나중에 신성로마제국 황제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서도 그 자리가 필요하다.
요제프 1세는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왕세자가 자기를 지지하리라고 믿고 분노한 부친의 손에서 구해 주었다. 하지만 왕세자는 뜻밖에도 황제의 동생인 카를 대공이 주선한 아가씨와 결혼해버렸다. 이는 왕세자가 카를 대공 편에 섰다고 볼 수 있는 행동이었다. 황제로서는 자신을 지지하리라고 잔뜩 믿었던 프리드리히가 자신이 죽은 뒤에 과연 자기 딸들을 도와줄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위들이 세력을 넓힐 기회를 잡았을 때 하나라도 더 얻도록 도와야 했다.
“앙주 공작이 당선되느니 차라리 스타니스와프 전 국왕이나 우렘 백작이 왕으로 즉위해도 좋을 텐데 말이옵니다.”
스타니스와프가 친스웨덴파였던 경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일이다. 스웨덴은 러시아와의 전쟁에 패한 뒤 발트해의 패권을 잃었다. 지금은 남은 세력을 유지하는 데만도 벅차서, 폴란드네 세력을 뻗치고 어쩌고 할 상황이 아니다. 세력 기반이 없는 스타니스와프는 분명히 후원자를 필요로 할 테고, 그 후원자는 당연히 오스트리아가 되리라. 그는 앙주 공작의 출마를 방해한 시점에서 이미 프랑스와는 척졌다. 과거 아우구스트 2세를 도와 자기를 쫓아낸 러시아인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을 테고.
우렘 백작도 오스트리아와 인연이 있다. 포르투갈 왕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오스트리아로 달려와 오스만과의 전쟁에 참전한 용사다. 그 본인은 지금 자신은 주변국 중 어느 나라와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굳이 나누자면 친오스트리아파라고 할 수 있다. 신하들은 이처럼 이들 두 사람도 괜찮다고 했지만, 황제는 두 사람 모두 마땅치 않았다. 역시 작센 선제후가 폴란드 국왕으로 뽑히는 편이 가장 좋다.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제 열흘 남았다.”
“그렇습니다, 폐하.”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초조한 기색으로 한숨을 쉰 요제프 1세가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렸다. 부디 주님께서 9월 12일에 바르샤바에 손을 내미시어 사위인 아우구스트를 도우시기를 바랐다.
29.
바르샤바에서는 네 후보자가 표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치열하게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각자 자신이 가진 여러 강점을 내세우고 약점은 감추면서, 국왕 선거권을 가진 귀족들에게 열심히 호소했다.
“그대들, 그대들은 짐을 잊지 않았을 거요. 나는 본래 그대들 중의 한 사람이었고, 러시아 때문에 밀려나기는 했으나 분명히 그대들을 다스리는 국왕이었소. 부디 내가 당당한 자세로 고국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시오.”
스타니스와프 레슈친스키는 자기가 폴란드 귀족 출신이고 스웨덴을 등에 업었다고는 해도 한때 폴란드 국왕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건 명분뿐이고 군대도 돈도 없었다. 프랑스 왕이 주는 연금으로 겨우 버텨온 처지에 그런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당연히 스타니스와프의 인기는 최저였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인터렉스(interrex)인 포토츠키 대주교가 뜬금없이 외국인 국왕은 안 된다면서 스타니스와프를 지지하고 나섰다. 대주교의 지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 귀족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여러 귀족 제위께서는 내 아버지가 30년 동안 폴란드를 다스리면서 이룬 위업들을 알고 계실 거요. 스웨덴도, 러시아도, 튀르크도 폴란드에 손을 대지 못했소. 셰임이 보유한 권리 역시 그대로요. 외국인이라고? 나는 선왕의 아들인데, 내가 어떻게 외국인이겠소?”
선왕의 유일한 후계자인 아우구스트, 작센 선제후는 대주교의 외국인 반대 여론을 접하자 자신은 독일인이 아니라 폴란드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작센 왕가는 폴란드 왕위를 순조롭게 계승하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하기까지 했는데 쉽게 물러설 리가 없다.
더불어 아우구스트는 부왕 시절에 귀족들이 얼마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는지를 강조하며 돌아다녔다. 자기도 부왕처럼 귀족들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물론 이런 행동이 귀족들이 콧대를 높이고 왕권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조언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왕위 그 자체가 당장 날아갈 수도 있는데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내가 포르투갈 왕자고 이곳 폴란드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건 사실이오. 폴란드를 둘러싼 주변국과도 별 이해관계가 없소. 하지만 그러므로 한층 더 공평하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군주가 될 수 있소.”
우렘 백작 마누엘은 자기가 분명한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누군가의 앞잡이가 되어 나라를 팔아먹을 염려 따위는 없다고 보장했다. 포르투갈이 폴란드와 아무 상관도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야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오스트리아군 복무야 그저 튀르크 토벌 때문이었으니까. 물론 정말 누구의 후원도 없이 이런 활동이 가능할 리 없다. 우렘 백작은 사실 스페인의 호세 페르난도 1세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었다. 호세 페르난도 1세는 자신과 우호국인 포르투갈 왕족을 폴란드 국왕으로 만들어 오스트리아를 견제할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우렘 백작에게도 독자적인 기반은 필요하다. 우렘 백작은 부유한 상속녀인 마리아 조피아 차르토리스카 백작부인과 결혼하여 폴란드에서 기반을 얻는다는 계획을 세운 뒤 그쪽도 열심히 추진했다. 하지만 이쪽도 경쟁이 워낙 치열하여 진전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주목받은, 우렘 백작만큼이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경쟁자가 바로 앙주 공작이었다. 다른 두 명이야 당연히 왕위에 도전할 만한 이들이었지만, 설마 프랑스 국왕의 친동생이 이 선거전에 뛰어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분이 내가 폴란드를 러시아에 넘길까 봐 걱정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부르봉 왕가의 일원으로서 나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지위를 얻으려는 거지, 로마노프 왕가를 위해서 왕위를 얻으려는 게 아니오. 폴란드가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요.”
장소는 숙소로 사용하는 저택 연회장이다. 초대에 응한 폴란드 귀족들을 모아놓고 지지를 청하며 열변을 토하던 앙주 공작이 덧붙였다.
“여러분도 기억하실 거요. 36년 전, 내 일족인 콩티 공이 바로 이곳 볼라에서 국왕으로 선출되었으나 러시아군을 등에 업은 선왕 아우구스트에게 밀려났다는 사실을 말이오. 나는 그 빚을 받으러, 우리 일족의 정당한 자리를 찾으러 돌아온 거요.”
그래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귀족들에게는 다른 후보들의 결격사유를 집요하게 파내어 전달했다. 여기에 허위는 없었다. 모두 명백한 사실들이었다.
“스타니스와프는 스웨덴과 결탁한 전과가 있소. 여러분, 스웨덴이 폴란드에 돌아오는 꼴이 그렇게 보고 싶소? 아우구스트는 합스부르크의 맏사위지요. 지금 황제에게는 아들이 없으니 그 자리를 승계할 아주 유력한 후보요. 그대들은 폴란드가 헝가리처럼 되기를 원하시오?”
헝가리는 본래 독립국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오스트리아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만약 튀르크라는 적만 없었다면 헝가리인들은 순순히 그 밑에 있지 않았으리라. 합스부르크 황제 밑에 있느니 차라리 튀르크 술탄을 받들고 살겠다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동쪽 국경 너머에 주둔하는 러시아군? 그게 뭐가 문제인가. 오스트리아군 역시 남쪽 국경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건 똑같은데. 서쪽 국경에 있는 작센군도 마찬가지다. 아우구스트의 이복동생으로, 프랑스 육군에서 소장으로 복무하고 있는 모리스 드 삭스가 앙주 공작을 수행하는 것도 아우구스트의 평가를 깎아내리는 데 한몫했다. ‘오죽 못났으면’ 이복형제조차 아우구스트 편에 가담하지 않겠느냐는 소문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왕위에 앉는다고 해서 폴란드가 프랑스나 러시아에 병합될 일은 없소. 우리 형님이신 루이 폐하께서도, 장인이신 차르 알렉세이 폐하께서도 동생과 사위의 땅을 노리지 않으시오. 결정적으로 여러분에게는 군주를 선출한 자유가 있지 않소?”
이 발언은 자신이 왕좌에 앉아도 셰임의 권한은 계속 유지되리라는 간접적인 약속이었다. 군주가 절대 권력을 쥐는 프랑스의 왕자로서 폴란드에서도 똑같은 일을 시도하리라고 생각해 경계를 풀지 않는 폴란드 귀족들을 한시름 놓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여기 더해서 프랑스 왕실 금고에서 가져온 막대한 돈이 뿌려졌다. 역시 금화는 사람들이 무릎을 굻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알겠습니다. 그만하면 망설임 없이 앙주 공작께 제 표를 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맙소.”
모임에 참석한 폴란드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앙주 공작 주변에 모여들어 굽실거리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한참을 와글거리며 떠들던 폴란드인들이 마침내 모두 물러가자 공작이 쓰러지듯 옆에 있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떻소, 부인. 이만하면 그대가 원하는 대로 잘 해낸 거요?”
“네, 전하. 아주 잘하셨어요.”
공작이 연설하는 동안 내내 그 옆에 서 있었던 앙주 공작부인 카트린, 러시아의 차레브나 예카테리나 로마노바가 장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남편을 붙들고 원고를 외우게 하면서 몸동작과 어조까지 연습시킨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틀에 한 번씩 연회가 있을 거예요. 매번 오늘처럼 하셔야 해요. 앞으로 겨우 네 번이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앙주 공작은 분명 왕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다. 하지만 천성이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탓에 막상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시기가 오자 걱정만 하고 움직이기를 망설였다. 그래서 예카테리나가 이처럼 목덜미를 붙잡아 끌다시피 해야 했다. 하지만 지쳤다며, 오늘은 그만 쉬고 싶다면서 침실로 돌아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예카테리나의 눈빛은 아까와는 달랐다. 공작부인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정부들을 꿰차고 침대에 뛰어들 때는 그렇게 기운차더니…..”
못난 남편을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신이 폴란드 여왕-프랑스어로는 여왕이나 왕비나 모두 Reine이다-가 되려면 저 한심한 남자가 꼭 필요했다.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참으면 왕궁에 들어가고 파리에 남겨두고 온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다. 소비에스키의 피를 이어갈 그 아이들에게 합당한 자리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귀족들에게는 절대 왕위를 세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건 보헤미아 왕국처럼 하면 되는 일이다. 합스부르크 영지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보헤미아 왕국도 왕을 의회에서의 선거로 뽑는다. 단지 합스부르크 가문 후계자가 단독으로 입후보해서 당선될 뿐.
예카테리나는 기운찬 발걸음으로 자기 침실을 향했다. 일단 열흘 뒤에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끝이다. 그러면 저 형편없는 인간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정부들을 끼고 놀 수 있고, 자신은 드디어 되찾은 폴란드를 다스리는 자리에 설 수 있다.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30.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황궁에서는 손꼽아 소식을 기다렸다. 알렉세이와 루시아 모두 앙주 공작이 이기리라고 생각했지만 얼마나 크게 이길지에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당연히 앙주 공작이 압승하지 않겠어요? 프랑스에서 뿌린 돈에다, 우리 군대 2만 명까지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게다가 우리 예카테리나는 소비에스키의 피를 받았다고요.”
루시아는 상황을 무척 희망차게 예측했다. 하지만 벌써 8년째 직접 나라를 다스리며 많은 경험을 쌓은 알렉세이는 상황을 그렇게 낙관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오는 보고를 들으니 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건 모를 일이오, 황후. 폴란드인들이 제대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선뜻 예측하기가 망설여지오. 압승은 힘들 듯하고, 신승(辛勝)하지 않을까 싶소.”
포르투갈 왕자 따위야 솔직히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까 뺀다. 나머지 유력 후보 세 사람이 표를 나눠 갖는다면 극히 미미한 표 차이로 다음 폴란드 국왕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러면 떨어진 이들 모두 선뜻 동의하지 않을 테고, 분명 싸움이 벌어지리라. 루이 16세는 여차하면 자기도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약속하기는 했다. 하지만 프랑스군이 과연 폴란드까지 건너올지, 얼렉세이는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오스트리아와 전쟁까지 할 생각이 별로 들지 않소. 오스트리아는 튀르크를 물리치기 위한 소중한 동맹이잖소. 저들에게 너무 타격을 주면 튀르크만 어부지리를 누리게 된단 말이오.”
“그래서, 튀르크인들과 싸울 동맹군이 필요하니 우리 공주를 돕지 않겠다는 말씀이신가요, 폐하.”
루시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이게 벌써 몇 년 된 계획인가. 소비에스키의 피를 폴란드에 돌려보낸다는 이 계획을 이루려고 몇 년을 고생하고 소중한 딸을 만나기도 힘든 프랑스까지 시집을 보냈다. 그런데 막상 일이 끝날 때가 오니 남편이라는 작자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
“아니, 그런 게 아니오. 내가 예카테리나에게 어떤 도움이든 줄 테니까 안심하라고 약속한 건 황후도 알고 있잖소. 그저 말이 그렇다는 거요.”
알렉세이가 급히 상황을 수습했다. 평소에는 황후로서 나무랄 데 없이 품위 있는 태도를 지키는 루시아지만, 예카테리나와 폴란드 왕좌 이야기만 나오면 타협 불가능한 고집불통이 된다. 이건 알렉세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진정한 두 사람이 잠시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러나 했더니 시종이 달려와 알렸다. 폴란드에서 사람이 왔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예카테리나가 보낸 연락문을 가지고 온 사자였다.
“사자를 당장 여기로 들라 하라! 어서 선거 결과를 들어야겠다!”
두 사람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기다렸다. 기대감을 잔뜩 품고 봉투를 뜯으니 뜻밖의 내용이 펼쳐졌다. 당황한 알렉세이가 편지에서 눈을 떼고 사자를 바라보았다.
“져, 졌다고?”
“예, 폐하!”
투표에 참석한 선거인단의 수는 대략 13,500명이었다. 이중 4,600명이 대주교의 지시를 받은 스타니스와프를, 4,400명이 앙주 공작을, 4,300명이 작센 선제후를 뽑았다. 논외였던 우렘 백작은 200표를 받았다.
“아니야…..이럴 리가 없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선거라니!”
루시아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급히 자신의 왼손을 뻗어 아내의 손을 잡아 진정시킨 알렉세이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국경에 대기한 병사들을 곧바로 바르샤바로 보내라! 이번 선거는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고 투표를 새로 한다!”
결국 이번 폴란드 국왕 선거도 과거와 같은 궤를 밟는 셈이다. 불만을 품은 측이 군대를 보내 결과를 뒤집는다. 스타니스와프 측은 도와줄 세력도 없으니 금방 끝나리라. 러시아군이 빤히 보고 있는데 두 번째 투표에서는 아우구스트를 뽑는 선거인은 없으리라. 조만간 앙주 공작이 국왕이, 예카테리나가 왕비가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올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