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0
1부 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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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은 천하를 이끄는 중심이다. 이곳을 지배하는 군주, 홍치제는 요즘 신경을 거스르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앞에는 총애하는 중신들인 이부상서 마문승(馬文升)과 예부상서 장승(張昇), 병부상서 유대하(劉大夏)가 고개를 조아리고 조용히 서 있었다.
“그대들은 요즘 조선의 움직임을 어찌 생각하오?”
침묵을 깬 것은 황제였다. 세 신하들이 함께 머리를 조아렸다.
“최종적인 결론은 다른 상서들과 함께 논의한 뒤에 내려야겠지만, 일단 그대들 세 사람과 먼저 이야기를 해보아야겠소. 지금 조선에서 온 사신이 불제위를 치도록 허락해달라는 국서를 가져오지 않았소? 조선의 최종적인 의도가 어디에 있다고들 보오?”
조선은 니마차 올량합을 치겠다고 표문을 보냈다. 조선 국왕 이융(李?)은 니마차가 제대로 왕화를 입지 못한 야인여진이라며, 조선 백성을 자꾸 약탈하기에 징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명나라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니마차가 해서여진 74위 중 하나인 불제위(弗提衛)라는 점이었다. 해서여진이 처음 연맹을 결성할 때 속해 있던 부락이면서 명나라가 구축하고 있는 대몽골 포위망에서 중요한 한 고리이기도 하다.
불제위가 위치하고 있는 송화강 일대와 몽골 사이에는 강물 외에 자연적인 장애물이 없다. 사람과 가축을 노리고 수시로 습격해 오는 몽골인들을 막으려면 이 일대 야인들은 힘을 합쳐 싸우는 수밖에 없었고, 명나라도 몽골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에게 꽤 지원을 하고 있었다.
“만약 조선이 불제위를 쳐부수고 요동에 거점을 마련한 다음 달단과 연결하여 중원을 치려 모의하고 있다면, 실로 큰일이오. 그대들은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보시오?”
34세인 젊은 황제는 자신보다 여섯 살 아래인 조선 국왕에 대해 그동안 별다른 경계심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조선국왕은 사신도 꼬박꼬박 보내고, 바치라는 신무기도 바쳤다. 보내는 국서를 보면 내용도 실로 정중하고 형식도 예의바르기 짝이 없었다.
헌데 몽골과의 싸움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기자 지금 상황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국왕은 왜인들과 싸운다는 명목으로 한 해에 수만 근이나 되는 염초를 사들였고, 요동의 야인들에게 힘을 과시했다. 과연 경계하지 않아도 될까?
“요동의 각 위에서 호소하기를, 조선이 자기들을 자꾸 압박한다 합니다. 조선 변경을 약탈하는 자들을 단속한다는 구실로 군사가 수시로 압록강을 건너와 강 북안을 쑤시고 다니는데, 무고한 이들을 처단하는 사례도 있다 합니다.”
예부상서 장승이 장중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야인들과 얽힌 문제는 외교와 관련이 있으니 예부 소관이다. 게다가 명백히 다른 나라인 조선도 연관되어 있다.
“조선이 불제위를 친 뒤 그 영토에 눌러앉는다면, 달단과 손을 잡을 길이 열리긴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서로 손을 잡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달단(??)은 중원을 빼앗기고 몽골 초원으로 밀려난 원나라의 잔존세력이다. 이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몽골이라고 불렀지만, 명나라에서는 그 호칭을 격하하여 달단이라고 불렀다. 달단은 일찍이 칭기즈칸에게 정복당했던 타타르 부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신 병부상서 아뢰오. 일찍이 고황제께서 조선이 여진의 대병 20만을 몰아 중원을 침공할지 모른다고 우려하신 바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마땅히 요동에 주둔한 우리 군사들이 힘써 싸우겠습니다만, 무척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조선군은 만만치 않은 세력이다. 명군은 조선과 직접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과거에 조선의 전신인 고려군이 어떤 용명을 떨쳤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조선은 옛날 몽골군을 맞아 40년 동안 항복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합니다. 남송도 40여 년을 버텼으나, 그보다 훨씬 작은 나라가 40년을 버텼으니 그 어찌 약하다 하겠습니까. 또한 홍건적도, 왜구도, 장사성도, 나하추도 모조리 격파한 나라가 조선입니다.”
홍건적은 원나라 붕괴시기 혼란을 틈타 일어난 여러 도적들 중 하나다. 사실 까놓고 솔직히 말하자면 주원장 역시 그런 도적패들 중 하나였다. 장사성은 그런 도적들 중 하나로써 가장 마지막까지 주원장과 싸운 상대였다.
장사성이 난을 일으켰을 때 원나라 조정은 고려에 지원군 파병을 요청했다. 이때 고려에서 군사를 이끌고 와서 용명을 떨친 장수가 바로 최영이다.
“나하추는 원의 행성승상으로, 요동에서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려를 침입하다가 무참히 패하였으니, 이때 고려군을 이끈 장수가 바로 강헌왕 단입니다. 단은 본래 권신 이인임의 아들인데, 일생에 걸친 싸움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용장이었습니다.”
강헌왕(康獻王) 단(旦)이란 조선을 세운 장군 이성계를 가리킨다. 강헌은 명나라에서 내려준 시호이고, 단은 이성계가 임금이 된 뒤에 개명한 이름이다. 그리고 조선에서는 발칵 뒤집힐 일이지만, 명나라에서는 이성계가 이인임의 아들이라고 기록해놓고 있었다.
“허나 지금 국왕인 융은 단의 6대손이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던 국왕들 중에서 딱히 군을 이끌며 싸운 무장이 있었다는 보고도 없소. 단이 용장이었다 하여 융도 군대를 잘 이끌 리는 없지 않소.”
홍치제는 탐탁지 않은 투로 답했다. 조상이 천하를 주름잡는 용장이었다 해서 후손들도 다 용장일 수는 없다. 재주는 하늘이 정해주는 대로 각자가 타고나는 것이니까.
“허나 신으로서는 수십만 대병을 동원할 수 있는 조선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 호구를 파악하지 못하여 상세한 수는 알 수 없으나, 조선이 만약 결심한다면 20만 정도는 동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만이라고?!”
홍치제의 표정이 굳었다. 유대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합니다. 단이 고려왕 우가 내린 명을 받고 홍무21년에 요동을 치려고 했을 때 휘하에 5만 군사를 이끌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호구가 늘었을 것이 분명하며 왜구도 수그러졌고 국정도 훨씬 안정되었습니다. 총력을 기울인다면 20만은 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명나라는 북원을 지배하는 칭기즈 칸의 후계자 다얀 칸을 상대하는 일만 해도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조선군이 동쪽에서 요동을 친다면, 거기에 여진군까지 합세한다면.
황제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유대하는 침착하게 보고를 계속했다.
“총 문제도 있습니다. 조선에서 보낸 조총은 확실히 성능이 좋은데, 이번에도 사신이 4천 자루나 되는 총을 진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옵소서. 비록 폐하께서 크신 은혜를 내려 사여를 넉넉히 내리신다 하나, 과연 저들이 생산한 총 전부를 우리에게 가져오겠습니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였다. 분명 조선에서 실제로 만드는 총 숫자는 명나라에 바치는 수량 이상일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저들이 총을 비축하지 못하도록 진상하는 양을 늘리게 하면 어떻겠는가?”
“총은 손으로 만드는 물건이니 공장(工匠)들의 숫자만 늘리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여를 하면서 총을 바치는 숫자를 과도하게 늘리면 조선이 총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능력만 키워주고 마는 결과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호부에서도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다. 조선에서 들어오는 조총은 명나라제보다 다섯 배나 비싼데, 그런 물건을 지금보다 더 많이 사겠다고 하면 호부상서 진현(秦?)이 뒤로 벌렁 나가자빠질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지금도 비명을 지르는 판이다.
“이부상서는 어찌 생각하오?”
이부상서 마문승이 조용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융이 즉위한 이래, 조선은 그전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왕이던 이혈은 선비를 아끼고 덕을 앞세운 통치를 하였으나, 융은 패도를 앞세우고 선비를 억압한다는 평이 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이재를 밝혀서 국가 재정보다 사재를 불리는데 혈안이 되었다 합니다.”
조선 사신들이 배를 타고 오면서 진상품인 총 외에 갖가지 상품을 싣고 온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조선에서만 산출되는 경유(鯨油)라든가 세랍, 홍삼 같은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신단에서 사적으로 휴대한 물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왕 소유가 분명했다.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런 물건들을 가져온 조선 사신단은 기항하는 항구에서마다 물건을 팔고, 그 값으로 받은 은을 써서 향료, 비단, 염초, 구리 등 갖가지 중국 상품을 구입해갔다. 당연히 여기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이는 조선 국왕 융이었다.
“게다가 군마를 확충하며 군사조련을 강화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총으로 모든 상공(上貢)을 대체해서 말을 진상하지 않게 되니 이를 군마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이융이 군사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병부상서 유대하가 굳은 얼굴로 진언하자. 황제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금 몽골군을 상대하는 일만 해도 벅찬 참인데 조선까지 쳐들어온다면 감당하기가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조선은 단지 육지로 쳐들어올 뿐 아니라….
“만약 조선이 수군을 몰아 바다로 쳐들어온다면, 우리 해안이 매우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혹시 약탈을 미끼로 해서 왜구를 한패로 끌어들여 함께 들어온다면 그 혼란이 얼마나 커질지, 차마 예상하기 힘듭니다.”
조선이 육군으로 요동을 치면서 왜구와 힘을 합쳐 명나라 해안을 직접 공격한다니, 생각만 해도 무서워지는 일이었다. 헌데 황제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 전에 마문승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병부상서가 아뢰었듯이 저들이 군사를 강화하고 있고, 재물도 쌓고 있음은 분명하나 딱히 아직까지는 우리를 위협할 기색은 없습니다. 요동에 있는 각 위가 조선의 위협을 받고 있다 하나, 상황을 명백히 보면 저들이 먼저 조선 변경을 침범하니 그런 꼴을 당하는 것입니다.”
사실 여진족들은 조선뿐만 아니라 명나라 백성과 마을도 공격해서 털어갔다. 요 근래 10년 정도는 비교적 잠잠하지만, 그전에는 무작스럽게도 습격이 반복되었다.
“그보다 큰 문제는 저들이 고황제께서 윤허하셨다며 ‘두만강 북쪽 7백리’가 경계를 나누는 선이며, 그 이남은 자기들 관할이라 주장한다는 겁니다.”
“그 논리는 궁극적으로 요동을 병합하겠다는 게 아닌가?”
“일단은 아닙니다. 이단이 요양성을 함락했던 바는 있으나 곧바로 물러났으며, 지금은 이미 우리 요동도사가 주재한지 오래입니다. 조선도 압록강 이북에 대해서는 전혀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고, 고황제께도 단지 두만강 이북만 자기 땅이라고 고했습니다.”
“두만강 이북…장백산 동편…그쪽은 야인 여진의 땅이지.”
태조 주원장은 중원 바깥 영토에 대해서 별 욕심을 내지 않았다. 중원에 비해 별로 가치가 없는 땅이고 다스리기도 힘든데 전쟁까지 해 가면서 정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치제 역시 주원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명나라는 천하에서 가장 넓고 비옥한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필요한 모든 물자가 생산되고, 조선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나라들은 스스로 찾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무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말이다.
굳이 정복으로 얻을 게 없다면 평화롭게 지내는 게 최선이다. 홍치제는 조선, 여진,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가능한 평화를 추구했다. 다만 몽골의 다얀 칸만은 예외인데, 저쪽이 약탈을 노리고 계속 쳐들어오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합니다. 농사도 지을 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이 고기를 낚고 짐승을 사냥해서 연명하는 땅입니다. 신의 보잘것없는 뜻으로는, 만약 조선이 그 땅을 가지고 싶어 한다면 가지라고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이옵니다.”
“신은 반대이옵니다! 북방으로 나간 조선이 장차 요동 전부를 노리거나, 달단과 연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겠습니까? 이단의 아비 이인임도 북원과 연계하여 본조에 맞선 전과가 있었사옵니다. 이단도 즉위 초기에는 요동을 위협했사옵니다.”
유대하는 여진까지 합쳐서 더욱 강력해진 조선군이 산해관으로 밀려드는 모습을 떠올렸는지 치를 떨었다. 하지만 마문승은 자신의 뜻을 굳세게 내세웠다.
“폐하. 야인여진의 땅은 요양에서도 지극히 멀 뿐 아니라, 날씨도 춥고 끝없는 숲이 이어져 있어 농사도 짓지 못하는 곳입니다. 사는 이도 흉포한 야인들 약간밖에 없으니, 조선이 그곳 땅을 얻은들 무엇에 쓰겠습니까? 오직 짐승의 가죽이나 거둬들일 뿐입니다.”
마문승이 내세우는 논거에는 허점이 없었다. 비록 그 먼 곳에도 위를 설치하긴 했지만 그건 영락제 때 벌어진 확장정책의 일환이었다. 홍치제는 영락제처럼 천하를 모두 직접 지배한다는 꿈같은 건 꾸지 않았다. 마문승 역시 황제의 뜻을 잘 알았다.
“조선이 우리에게 적의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는 지금, 공연히 저들을 자극하여 반감을 키웠다가는 중원을 도모할 의사가 원래 없었던 저들이 역심을 갖도록 만드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릅니다. 필요치 않은 의심으로 조선을 자극하지 말고 융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두소서.”
예부상서 장승은 확고하게 입장이 갈린 두 동료 사이에서 확고하게 어느 편을 들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황제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조선이 군사를 내면 야인 여진을 쉽게 복속시킬 수는 있겠는가?”
마문승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왜 열성조들께서 요동을 모두 점유하지 못하셨겠습니까? 여진은 대군이 접근하면 도주하고 지나가면 나옵니다. 조선이 그저 저들에게 혼만 내주고 돌아갈 생각이라면 모르겠으나, 직접 다스려 통치하려 한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구나.”
“더구나?”
“조선이 신출귀몰하는 여진 군사들과 싸우느라 군량과 병사를 헛되이 소모한다면 우리에겐 좋은 일입니다. 조선이 강병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가 위급할 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는데, 그 군사를 그대로 둘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헛되이 소모되도록 조장함만 못합니다.”
토목보의 변으로 정통제가 오이라트족에게 사로잡히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게 겨우 5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 조선은 군사 하나, 말 한 필 보내서 돕지 않았다.
물론 때맞춰 원군을 보내기도 쉽지 않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선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적군을 깨부술 수 있었다. 그리고 명을 돕는다는 핑계로 출병한 조선군이 요동에 눌러앉아서 차지해버리기라도 하면 그건 또 그거대로 큰일이었다.
때문에 사태가 진정된 뒤에는 명 조정이 파병하지 말라고 조선에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헛수고가 되든, 흑심을 품었든 간에 도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선을 정말로 자기들 말처럼 충성스러운 번국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여진과 조선이 서로 죽이고 빼앗느라 군사를 소모하고 국력을 소진한다면 우리로써는 좋은 일입니다. 병부상서가 걱정하는 바는 신도 이해하나, 조선이 마음대로 하도록 놓아두는 편이 훨씬 우리에게 좋다고 여겨집니다. 그동안 비축한 염초도 써 없애게 할 겸 말입니다.”
“경이 하는 말이 옳은 듯하다.”
이부상서 마문승은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신하 중 하나였다. 그 판단력은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었다.
“그 먼 땅을 영유해 봐야 조선이 딱히 득을 보지도 못할 것, 그대가 말했듯이 무리한 원정으로 물자와 병사만 소진하게 되리라. 조선의 군력(軍力)은 왜구를 막아 우리 해안을 범접하지 못하게만 할 정도면 족하니, 소모되게 두어도 좋을 듯하다.”
홍치제는 결론을 냈다. 요즘 조선이 하는 행동을 보면 묘하게 경계심이 드는데, 딱히 책을 잡아 다그칠 만한 명분은 없었다. 그렇다면 헛된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괜찮으리라. 직접 조선을 위압하는 대신 말이다.
“내일 조회에서 조선 사신이 가져온 상주문을 받아들인다고 밝히겠다. 그대들은 혹시 조정 신료들 사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거든, 여기서 오간 이야기를 바탕으로 잘 설득해주기 바란다.”
“누가 감히 칙명을 거역하겠나이까.”
세 상서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천하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중원이다. 그 바깥에 있는 이적들이 서로 죽이고 싸운다면, 그저 구경이나 하면 되는 것이다. 조선이 무슨 책동을 하건, 명나라의 위상에는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다.
홍치제는 백성을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나라를 다스리는 명군이었다. 학문을 즐기고 총명한 황태자도 있으니,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만 주력하면 된다. 물론 예상치 못한 사태를 대비해서 정세는 쉼 없이 살펴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