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04
3부 622화(1504화)
19.
겨울이라고 해도 가끔 폭풍이 분다. 번개도 치고 천둥이 울리기도 한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벼락이 쳐도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낙뢰가 떨어진다고 해서 이 궁궐이 파손될 걱정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할바마마. 무척 심한 폭풍이옵니다. 혹시 이 침전에 벼락이라도 떨어지면…..”
“공연히 말을 돌리지 말거라. 천둥이 치든 말든 이 문제에 관해서는 결착을 지어야겠다.”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울렸다. 피뢰침을 대린 벼락이 발하는 광채가 창문 밖을 환하게 밝혔다. 조선에서 처음 피뢰침을 세운 건 내가 무종이던 때 일이다. 나도 기억이 희미해서 기록을 뒤져보고 다시 기억난 거지만, 무종 3년에 사간원 정언 송흠(宋欽)이 내게 지껄인 개소리 때문이었다.
“지금 철이 아닌데 우박이 내리고 별빛이 도수를 잃으며 경복궁 정전에 벼락이 떨어지는 이유는 오로지 전하께서 즉위하신 뒤로 경연에 납시지 않으시고 신하들의 간언도 전혀 듣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늘이 이렇게 꾸짖어 경고하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신다면 기필코 손상과 패망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이런 개소리를 허구한 날 듣고 살았으니 무종 시절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사화를 두 번이나 일으켜서 조정에서 저 시끄러운 놈들을 털어냈지만, 그래도 다 없어지지 않아서 장조 때까지도 한동안 저런 소리를 들었다. 그때 피뢰침을 세운 뜻은 벼락이 떨어지는 건 내 행동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증명하려는 데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피뢰침이 벼락을 죄 끌어들이자 대간들은 물론이고 도성 백성들까지 ‘이게 다 주상이 부덕하다는 증거’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조총 시사를 직접 맡을 만큼-그 조총, 아직도 군기시에 보관되어 있더라-내 최측근이던 박원종까지 ‘전하, 그 쇠기둥은 그만 없애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하니 더 버틸 재간이 있나. 그래서 내가 처음 대궐에 설치했던 피뢰침은 겨우 넉 달 만에 철거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녹여서 증기기관 만드는 데 썼다.
그렇게 퇴장했던 피뢰침이 다시 나타난 건 성이 때였다. 그때 한참 짓고 있던 마포성당이 연달아 벼락을 맞자-그야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니-백성들이 마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롤리타의 눈물 어린 하소연을 들은 이덕형이 무종 시절의 기록을 직접 뒤져 성과를 확인한 뒤에 지붕 위에 피뢰침, 아니 뇌주(雷柱)를 설치하여 번개를 피했다.
대궐에 피뢰침이 있을 대는 대궐안에 벼락이 떨어진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욕을 먹었다. 하지만 성당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있다. 벼락이 연달아 떨어져도 성당 건물이 아무 해도 입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나자 피뢰침에 대한 신뢰도 올라갔다. 그 뒤로 대규모 건축물에는 피뢰침을 필수로 부설하게 되었다. 당연히 경희궁에도 있고 원각사 대탑에도 있다. 선교사들의 보고를 통해 유럽으로도 퍼져나가서 무척 호평받는 우리 발명품 중 하나다. 그 구조가 별로 복잡하지도 않고, 특허도 안내서 특허료는 못 받지만.
덕분에 유럽에서 무종을 지칭하는 별호(別號)는 ‘번개왕’이었다. 파리나 런던에서 학회에 나가 학자들을 만나서 공부할 때 그들이 우리를 무척 높게 평가한 요소 중 하나도 바로 이 피뢰침이었다. 2백 년 전에 어떻게 그런 걸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모릅니다. 워낙 공부를 게을리해놔서…..핫핫핫.”
베르사유 궁전 지붕 위에 떡하니 솟아있는 피뢰침을 봤을 때의 그 기분은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봐도 정말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뽕이찬다고 하던가, 정말 그런 기분이 제대로 들었다. 루이 14세가 입에 달고 먹는 홍삼보다 지붕 위에 솟은 피뢰침이 더 가슴이 벅찼다. 그래서 경희궁을 지으면서도 일부러 내 방에서 잘 보이는 곳에 피뢰침을 두게 했다. 가끔 벼락이 그 위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주 시원한 마음이 들어서다. 상희는 취미도 참 이상하다고 질색했지만, 그렇다고 피뢰침을 옮기라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벼락이 떨어지는 장면을 봐도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영이 녀석이 편전에서 지껄인 쓸데없는 소리 때문이다.
“장길산 그 도적놈은 네가 잡으러왔다고 해서 제 발로 소굴에서 나와 무릎을 꿇을 그런 순진한 도적놈이 아니다. 너는 사자심왕이 아니고 그놈도 두건공 로빈이 아니란 말이다.”
‘두건공 로빈’이란 로빈후드를 말한다. 로빈후드 이야기는 우리가 수입한 다른 책 사이에 끼어서 우연히 들어왔다. 그런데 ‘탐관오리에게 수탈당하던 시골 선비가 참다못해 숲에서 패를 모아 악당들을 응징하고 왕을 만나 귀순하는’ 줄거리가 의외로 대중의 입맛에 맞았다.
다만 셰익스피어 비극과 마찬가지로 결말은 약간 바뀌었다. ‘두건공전’에서는 로빈이 국왕 리처드 1세를 만나 충성을 맹세하고 관직을 받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그 뒤에 왕이 죽자 다시 도적으로 돌아가거나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는 부분 같은 건 다 잘렸다. 원래 역사에서는 홍길동전이 의적 이야기의 최고봉이었다.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원채 못된 악당이었던 홍길동이 미화될 여기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의적이라고 할 만한 유명한 도적이 따로 없었다 보니 남의 나라 도적 이야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이 책을 사전청 책 무더기 속에서 흠쳐다가-정철은 이 책도 잡기라고 번역하지 않고 팽개쳐 두었었다-허균을 시켜 번역한 이항복만 테카메론에 이어서 또 떼돈을 벌었다. 그리고 허균은 홍의동전을 짓고 로빈후드를 번역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아버렸고. 다만 ‘두건공’이러는 번역은 오역이다. 허균은 Hood를 성이 아니라 로빈이 머리에 두건을 쓰고 다녔던 데서 붙은 별명이라고 생각해서 책 이름을 ‘두건공전(頭巾公傳)’이라고 붙였다.
“그놈이 그토록 순진했으면 감히 내수사 재산인 태호은광을 털었겠느냐? 네가 만약 놈을 잡겠다고 직접 나섰다가 도리어 잡히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층 더 단단히 쐐기를 박았다.
“대신들이 하는 말을 너도 들었을 거다. 황실의 후사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황태손이 험난한 바다를 건너 원지(遠地)에 갈 수는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할바마마, 제게 아버지처럼 한 번은 미주에 다녀오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는 저도 17세가 되었습니다. 보위를 이을 사람으로서 한 번은 미주에 건너가서 백성들을 만나 보살피고 와야 한다고 말씀하신 분은 바로 할바마마십니다.”
영이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그래, 내가 분명히 너를 앉혀 놓고 그렇게 말하긴 했지. 하지만 내가 그 말을 했을 때는 상황이 지금처럼 될 줄은 몰랐단 말이다.
“할바마마, 지난 임진년(1712)에 아버지가 미주로 건너갔을 때도 후사에 관한 일은 저와 마찬가지 형편 아니었습니까. 그때는 진왕 형님조차 없고 두 누님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보내주신 미주를 왜 제게는 허락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네 아비와 너는 사정이 다르다. 네 아비는 무슨 일이 생기면 아우들에게 자리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너는 그럴 형제가 없지 않으냐. 진왕이 물려받으면 되잖냐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라.”
진왕인 원이가 제위에 오를 수 없다는 건 이제 말하기도 진력이 난다. 그래도 은이가 좀 건강하면 혹 모르겠다. 영이가 다녀올 때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여차하면 또 자식을 낳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은이의 건강은 내 눈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마구 피를 토하거나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지경은 아니지만, 도무지 낫지 않고 아주 천천히 나빠지고 있다. 이러다가 언제 갑자기 확 나빠질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외아들이나 마찬가지인 영이를 미주에 보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태증손이 있다면 혹시 모르지만, 영이는 이제 딸만 둘이다. 절대 안 된다. 아니, 태증손이 있어도 안 된다. 이젠 나도 늙었다. 미주에 다녀올 시간이 있으면 하루라도 더 붙잡고 가르쳐야 한다.
“미주 백성들에게 황실의 은덕을 되새기게 하려면 황손이 직접 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황실의 사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네 아비에게도 내가 단단히 일러야겠다.”
은이 이놈, 미주에 가고 싶다는 영이를 말려도 모자랄 판에 ‘아비는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너라. 지금 안 가보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테니, 필시 후회하리라’라면서 부추길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분명 보위에 오르면 미주에 못 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은이 이 녀석은 말을 타기 힘들 만큼 몸이 안 좋아졌어도 성격은 예전 그대로다. 정말로 마음만은 여전한 건지, 아니면 그런 척을 하는 건지….
“미주 백성들을 다독이는 일은 꼭 미주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찍이 장조께서 보이신 선례에 따라, 미주 백성들을 본국으로 소환해 덕을 베풀어도 된다.”
그때 내가 오금족 추장 50명을 불러들였던가.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추장들을 불러 대한이 어떤 나라인지 선보인 일이 충성심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생에 미주에 있을 때도 본국에 다녀온 이들이 감격하는 걸 봤었고.
물론 본국에 데려와서 감읍하도록 할 수 있는 건 일부 유력자들뿐이다. 이에 반해서 직접 미주에 가면 미주 백성 전체가 눈물을 줄줄 흘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안 되는 데. 여론 주도층인 유력자들만 데려와도 충분하다.
“대신 네 이름으로 미주 백성들을 상대로 하는 별과(別科)를 열고, 급제한 이들을 본국에 불러 직접 치하하고 벼슬을 내리면 어느 정도는 벌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만연하는 돌림병 대처를 위해 약재와 의원을 보내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영이를 보내기 망설여지는 또 한 가지 이유가 몇 년 전부터 남미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 열병이다. 신서반아와 신불랑 중 어느 쪽에서 유입된 건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치사율도 엄청나게 높다. 지금도 매년 이민선이 건너가는데도 미주 인구가 거의 늘지 않을 지경이다.
계미남변을 경험한 군의관 출신 의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환자들이 보이는 증세는 분명한 황열병이었다. 그런데 황열병은 남미주, 즉 캘리포니아에는 그동안 보고가 안 된 병이었다. 이게 일회성으로 퍼진 건지 중남미에서처럼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예방접종도 없는데, 영이가 혹시 황열병으로 죽기라도 하면 내겐 정말 하늘이 무너진다. 장길산 따위 쫓지 않고 얌전히 있다가 온다고 해도 보내기 망설여지는 게 당연하다.
“알겠사옵니다, 할바마마.”
겨우 영이가 납득하고 고개를 숙였다. 속으로 안도하면서 열심히 다독였다.
“너도 잘 생각하면 떠날 수 없다는 걸 알 거다. 네 아비를 더 잘 도울 수 있도록 한층 더 열심히 학문을 닦고 예의와 도리를 익혀 훗날 성군이 될 준비를 하여라.”
“예.”
영이를 내보내고 혼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은이가 넣은 바람을 빼느라 내가 고생하다니, 이거 역할이 정반대 아닌가. 보통은 세상을 살만큼 산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바람을 넣고 아들은 ‘아버지, 노망이라도 나셨어요? 하면서 말리느라 진땀을 빼는 게 보통일 텐데. 고개를 내젓다 말고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두 눈가가 눈물로 젖었다. 이렇게 고생시켜도 좋고 홍이처럼 속을 썩여도 좋으니까….제발…..나보다 먼저 죽지만 말아 줬으면.
20.
밤에는 혼자 울더라도 낮에는 그런 티를 낼 수 없다. 스트레스를 풀겸 해서 잠시 경연을 열어 경연관들과 토론하면서 잡념을 쫓았다. 무종때 송흠이 한 말을 생각하면 천지개벽할 일이지만, 나도 어느새 조선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졌는지 경연을 즐기게 되었다.
“폐하께는 저희가 가르쳐드릴 것이 없사옵니다.”
“없기는 뭐가 없느냐. 시경 소아편(小雅篇) 학명(鶴鳴)에서 말하기를, 타산지석 가이공옥(他山之石 可以功玉)이라 하였다. 다른 산의 돌이라 하여도 옥을 갈 수 있으니, 짐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느니라.”
나 자신을 옥으로 높이면서 경연관들을 돌이라고 깎아내린 셈이니 겸손한 어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거 그냥 고전을 인용했을 뿐이지 악담이 아니다. 경연관들도 자기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리라. 그렇게 경연관들과 한참 동안 토론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계를 보니 회의가 시작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잠시 정원으로 나섰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는지 얼룩무늬 짐승 세 마리가 냉큼 다가왔다.
“라마, 시타, 바라타. 너희도 여기 있었구나.”
내 세 마리 치타들, 1세대 치타들이 의도치 않게 일찍 죽는 바람에 2세대인 이 녀석들을 키우면서는 특별히 공을 들인 보람이 있다. 새끼를 얻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새끼는 없어도 이 세 녀석이라도 건강히 살아주었으니 만족이다.
“뭐가 불만이냐, 시타. 라마나 바라타나 둘 다 호남아 아니냐. 형제 중 하나는 네 배필로 맞아도 될 저도 아니냐.”
라마, 바라타, 시타는 모두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 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다. 치타들이 인도에서 왔으니 부르기 편한 걸로 골라서 적당한 인도 이름을 붙였다. 라마와 바라타는 형제다 시타는 암컷으로, 원래 신화에서는 라마의 아내이므로 바라타와 맺어졌다면 사실 원작파괴인 셈이다. 뭐, 내 시타는 형제를 몽땅 차버렸으니 의미가 없지만. 세 마리 치타들은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 따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비볐다. 정말 개 같은 그 태도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데 뒤를 따르던 내관이 재촉했다.
“폐하, 송구하옵니다만 시간이…..”
“알겠다. 가마, 가야지.”
두 손으로 치타들의 턱을 한 번씩 꽉 잡아 감싸준 다음 다시 현관을 들어섰다. 치타들이 아쉬운 듯 냥냥거리며 울었다. 편전에 들어가서 내 자리에 앉으니 도승선 이순홍이 커다란 상자를 가져왔다.
“이게 무엇이냐?”
“궁무부에서 올린 새 항해용 시계이옵니다.”
경도를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정밀한 시계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게 6년 전이다. 다만 아직 우리가 시계를 제작하는 기술이 그만한 수준이 안되는 탓으로 더 이상 진전이 안 되는 답보 상태였다. 나는 그 보고를 받고 에라, 중요하기는 해도 급한 일도 아니니 나중에 영국제 크로노미터 사서 쓰면 되겠지 하고 기대를 접었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시계장인들 자존심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미친 듯이 항해용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이 세 번째 시제품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경도 측정용이라는 목표에 자극받아 점점 더 정교하고 정확한 시계를 개발하는 건 좋은 일이다. 공무부에서 첨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제품은 6개월 동안 오차가 1분밖에 나지 않았다. 이만하면 내가 보기엔 상당히 우수한 성능이다.
“다만 배에 실어서 시험하기 한 달도 못 가서 고장이 나 버렸습니다. 항해용으로 쓰기는 아직 좀 미흡합니다.”
공무대신 최신일이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송구함을 표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 성능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정확하기라도 한 게 어딘가. 그래서 어서 고개를 들라고 손짓했다.
“되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라고 하지 않았던가. 짐이 보기에 우리 장인들은 이미 백 리를 움직인 듯하니, 구백 리만 더 가면 되겠다.”
영국제 크로노미터보다 좀 못하면 어떠냐. 그것만 해도 육지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물건일 텐데, 그럼 됐다. 이렇게 시도하면서 점점 좋아지면 되는 거지. 이건 여기서 끝내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누구도 반기지 않을 정책, 세금 인상안이다.
치타의 이름을 갑돌이라고 한 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성의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