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06
3부 624화(1506화)
23.
엄밀히 말하면 내가 그 품팔이군에게 해준 설명도 정확하지는 않다. 세금이 더 붙는 만큼 담뱃값이나 술값은 당연히 오르게 되어있으니까. 더구나 이번 주세 인상안은 원래 비싼 술이었던 소주 같은 술이 아니라-전통 주조법으로 내린 소주(燒酒)는 절대 싸구려 술이 아니다-원래는 거저나 다름없는 사구려 술이라서 많이 소비하는 만주산 호주나 남만산 당밀주를 주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 영향이 더 크다.
다만 그 오르는 정도가 당장 소매가가 두 배로 뛰는 그런 정도는 아니라는 말일 분이다. 원액 한 통당 얼마씩 붙는 세금은 유통단계에서 부담이 조금씩 분산되게 마련이니까. 끝에 가서 술집에서 최종소비자에게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사실의 일부를 말하지 않은 것과 아예 거짓말하는 건 다르지 않은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모처럼 대궐 밖에서 만난 정호찬이 맞장구를 쳤다. 방문 박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풍악을 배경으로 삼은 정호찬의 목소리가 느긋하게 이어졌다.
“당밀주나 호주나, 그저 싼 맛으로 마시는 술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값을 올리면 취객들이 난리가 날 테니, 필시 술청에서는 값을 올리는 대신 물이나 더 타겠지요.”
정호찬이 지적하듯, 당밀주와 호주는 원액에다 물을 왕창 타서 파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게 술을 싱겁게 해서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 너무 독해서 물을 안타면 그대로는 마시기 힘들어 서다. 이 술들은 본래 40도에서 50도에 달하는 독한 증류주다. 그 탓에 그 독한 원액을 그래도 퍼마시다가는 자칫 사람이 죽어 나가기 딱 좋다. 그래서 보통 주막 같은 곳에서는 당밀주에 물을 타서 막걸리보다 좀 더 독하게, 10도 내외 정도로 맞춰서 판다.
물론 독한 걸 좋아해서 물을 조금만 타거나 아예 안타고 마시는 주당들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매상 대부분은 애초에 물을 타서 가격을 더 낮춘 물량이다. 그러니 물만 좀 더 타면 세금 상승분 정도는 메우고도 남는다.
“주정 한 통에다가 우물물 세 동이씩만 더 타고 술청에서는 세금 오른 만큼은 벌충하고도 남을 겁니다. 술이 싱겁다고 한 잔씩 더 마시면 도리어 매상이 두 배로 늘 터이니 돈을 더 벌겠지요.”
“…..그러도 보니 비슷한 이야기를 전에도 어디서 들은 듯하군.”
어디긴 어딘가, 내가 살던 현대 대한민국이지. 원래 25도 수준이던 희석식 소주가 고객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서 어쩌고 하는 명분으로 15도 수준까지 도수가 떨어지면서도 술값은 그대로였다. 덕분에 1병 마시던 사람이 2병 마시는 결과만 나왔다. 정호찬의 발언도 요지는 이와 같다. 세금 때문에 술청에서 파는 호주와 당밀주의 도수가 낮아지면 술 소비량은 더 늘고 당연히 주세 수입도 더 늘게 된다는 말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알 수 없는 묘한 쳇바퀴가 돌아가는 셈이다.
사실 이 문제는 재무부에서도 이미 예상한 바다. 성시진은 그것까지 전부 고려해서 주세 수입이 두 배로 늘 거라고 가늠하고 있다. 나도 동감이다.
“어차피 배로 잔뜩 실어 온 주정에다 물 타서 파는 건 둘 다 똑같지 않습니까. 세금이 몇 푼 더 붙는다고 해 봐야 큰 영향도 없습니다.”
남쪽에서 오는 당밀주 원액이야 당연하지만, 북쪽에서 오는 호주 주정도 거의 배를 타고 서해를 통해 들어온다. 너무 싸서 육지로 운반하면 운반비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찾는 고급주 정도가 아니면 주류의 장거리 운반은 다 수로로 오간다. 덕분에 세금 매기기가 더 쉽다. 항구에서 짐을 하역할 때 바로바로 확인하고 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호주 주정을 양조장에서 실어낼 때 이미 주세를 납부한다.
“연초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초세가 오르면 분명히 잡풀을 섞어 연초양을 블리는 놈들이 나오겠지요. 지금도 싸구려 연초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를 말이겠는가. 장사치라는 것들이 다 그렇지.”
인간이란 어떻게든 더 많은 이익을 얻는 방법을 찾게 되어있다. 질을 떨어트리든 가격을 올리든 해서 세금으로 줄어든 이익을 벌충하려드는 게 당연하다. 세금 때문에 값이 오르고 싱거워진 술을 마시기 싫다면 안 마시면 그만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쪽 세계에서는 가양주(家釀酒)가 합법이지 않은가.
막걸리든 청주든 소주든, 집에서 직접 술을 빚으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도 신나게 술을 마실 수 있다. 실제로 대갓집 중에는 집에서 빚은 술만 마시는 집도 많다.
“저희 집에 모처럼 와주셨는데 술은 안 드시고 어찌 그리 담화만 나누고 계십니까, 폐하.”
삼군부 도총사 권훤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끊겼다. 권훤은 자기를 뒤따르던 시비들을 돌아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얘들아, 폐하와 정 대감 앞에 놓인 음식이 다 식었잖느냐. 어서 새 상을 올리거라.”
정호천이 사직할 때 직급은 정2품 상장이었지만, 물러난 뒤에 그동안 세운 공적을 기리는 뜻으로 종1품 대장으로 가자(加資)를 내렸었다. 그러니 권훤과 정호찬은 직급이 같다. 허나 임관 서열로 보면 정호찬이 하늘같은 선배인지라, 권훤은 여전히 꼬박꼬박 존대하고 있다.
“예, 대감마님.”
야단을 맞은 시비들이 급히 움직였다. 우리가 먹던 상이 쏜살같이 들려 나가고, 바로 새 음식상이 들어왔다. 권훤이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신이 그만 제대로 챙기지 못하여 폐하께 식은 음식을 올렸습니다.”
“괜찮네, 따뜻한 방에서 느긋하게 즐기느라 식은 줄도 몰랐지. 술과 음식이 간소하면서도 정갈하고 맛이 좋으니, 도총사가 이번 잔치를 공들여 준비한 줄을 알겠구.”
오늘은 권훤의 처 정경부인 이씨가 환갑잔치를 치르는 날이다. 그래서 잔치 음식이나 좀 얻어먹을 겸 들렸다. 정호찬도 그래서 왔다. 보리스도 오긴 했는데, 방에 있기는 답답하다며 밖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 신나게 떠들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잔치에서 사용할 이런저런 물품이나 음식 같은 것을 풍족하게 내렸으리라. 권훤이 아닌 다른 중신들이 집에서 환갑 외에도 혼례식이나 장례식 같은 큰일을 치를 때도 종종 그랬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권훤은 디에고의 사돈이 아닌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권훤은 ‘올해는 사정이 다소 낫다고는 하나 아직 기근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감히 부모님도 아니고 처의 환갑을 거창하게 치를 수는 없다’라며 이씨의 환갑을 아주 간소하게 치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럼 물품은 생략하고 몸만 오기로 한 것이고.
다만 남의 환갑에 내가 가서 신경이 쓰이게 하는 것도 분명한 민폐이므로, 작은 방 하나만 내달라고 하여 정호찬과 함께 느긋하게 쉬는 중이었다. 밖에 있는 손님들을 적당히 처리한 뒤에 들어온 권훤은 너무 늦게 들어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술이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년 만에 담근 술이라, 잘 빚어졌을지.”
“맛과 향 모두 기근 전과 똑같네. 요즘 대궐에서 마시는 술보다 한결 맛이 좋구먼.”
권훤도 집에서 빚은 술밖에 안 마시는 사람 중 하나다. 권훤네 집 가양주는 찹쌀로 빚은 청주인데, 맛과 향이 얼마나 뛰어난지 한 모금 두 모금씩 홀짝이다 보면 어느새 취해버리기 일쑤다. 도수도 20도쯤 되어 청주치고는 무척 독하다. 권훤의 집안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이건 권율과 이항복이 합심해서 처음 만들어낸 술이라고 한다. 둘 다 나보다 나중에 죽었으니, 사실이라면 내가 죽은 뒤에 만들었으리라.
왜냐고? 그야 이항복 성격에 자기가 새 술을 만들었으면 자기만 먹고서 입을 닦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내 앞에 들고 와서 신나게 같이 마셨겠지.
“소인의 집에서 담근 술도 만만찮습니다, 폐하. 여기 권 대감네 술처럼 달콤하게 목구멍을 넘어가지는 않습니다만, 대신 훨씬 독하면서 뒷맛이 말끔하지요.”
“자네네 술도 좋기야 하지. 하지만 옛날만은 못하지 않은가.”
정호찬네 가양주는 소주다. 약재를 넣고 빚어서 색다른 맛이 있다. 다만 술 빚는 솜씨는 죽은 장호찬의 본처가 뛰어났던지라, 지금은 옛날만 한 맛이 안 난다.
“내년에는 파씨가 환갑이지. 내년에는 한 번 제대로 빚어보게.”
정호찬의 첩 이사벨라는 처가 아니라 첩인지라 외명부 봉작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막 이름으로 부를 수도 없으니 본래 성으로 간단히 부른다. 성이 ‘Fargas’리사 ‘파씨’다.
“정경부인이 벌써 환갑이고…..파씨는 내년이 환갑이고…..자네들도 늙었고…..”
문득 예전에도 이렇게 모여 환담하던 기억이 났다. 권훤이 아들의 혼사를 막 치른 직후, 정호찬네 집에서 술을 마시며 옛일을 회상했었다. 보리스도 함께 말이다. 그때 정호찬이 이사벨라를 두고 ‘버들가지 같던 허리는 통나무가 되었고 꾀꼬리 같던 목소리는 당나귀가 되었으며, 갓 딴 대추를 만지듯 매끈하던 얼굴은 말린 대추처럼 주름졌다’라고 해서 좌중을 웃겼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13년 전이다.
그대보다 시간이 지난 만큼 이사벨라도 당연히 더 나이가 들었다. 갈색 눈동자야 지금도 여전하지만, 새까맣던 흑발은 이제 반백이 되었다. 정경부인 이씨도, 장옥정도 마찬가지다. 미모도 명성이 드높았던 그네들도 이제는 노년의 미부(美婦)가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으면 어떤가. 그네들은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미주에서부터 그네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내 반려 상희는 죽었다. 늘 같이 있고 싶었건만 혼자서 먼저 떠났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두 달 전, 영이가 둘째를 얻은 딱 이틀 뒤가 바로 상희의 열 번째 제삿날이었다. 상희의 위패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는 자식들을 보며 상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 했다. 아마 다음 생을 이미 시작했겠지? 나도 경험한 바지만, 우리에게는 ‘생간기(生間期)’라고 할 만한 기간이 없다. 죽은 다음에 곧바로 다음 생이 시작된다. 그 말인즉슨, 대체 언제일지는 몰라도 상희는 이미 다음 생을 시작했을 거고 이 시대가 어떻게 끝맺었을지도 알고 있으리라는 거다.
나와 상희는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영이는 어떤 임금이 될지, 그리고 과연 은이는 얼마나 더 살지 등등…..
“폐하, 무슨 상념이 그리 깊으시옵니까? 소인이 바치는 술이나 한잔 받으시옵소서.”
“어허, 정 대감. 왜 순서를 가로채려 하십니까. 여기는 제 집이니, 마땅히 제가 먼저 잔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내게 술잔을 먼저 올리겠다고 다투는 두 사람 대문에 그만 생각이 끊기고 말았다. 잠시 쓴웃음을 짓고 술잔을 들었다.
“음, 정 대총관의 잔은 아까 이미 받았으니, 이번에는 도총사에게 한 잔을 받도록 하겠네. 그나저나 정대총관, 자네 회고록은 여전히 보여주지 않을 생각인가?”
“폐하,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회고록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완성되거든 그때 가서 읽으십시오.”
“그날이 오기 전에 보고 싶군.”
자기가 죽기 전에는 절대 안 보여 주겠다니, 정호찬은 혹시 그 회고록에 내 욕이라도 잔뜩 써놓은 게 아닐까. 그 내용이 궁금하다 보니 자꾸만 치근거리게 된다. 하지만 정호찬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늘 철벽을 쳤다.
“얼른 보고 싶으시다면 신에게 자결을 명하시면 되옵니다.”
“아니네, 되었네. 기다릴 테니 나중에 보여주게.”
웃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말란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까. 정호찬도 올해 여든넷이니 살날이 그다지 길지 않은데, 하루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물론 회고록은 읽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걸 보려 정호판이 어서 죽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읽고 함께 옛일을 회상하고 싶다. 부디 정호찬이 생각을 바꿔줬으면.
24.
겨울이 되자 또 천행수(독감)가 퍼졌다. 기근 때문에 잘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 많아 그런지, 요 4년 동안 겨울마다 천행수 때문에 사망자가 적잖게 나왔다. 다행히 황실에서는 큰 피해가 없다. 앓아 누운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한숨 돌리는 참인데 외수사 우편선이 새 소식을 가지고 왔다.
“일인들이 해남도에서 농장을 개척한다고…..”
지난 서나라 내전에 원군을 보내서 서나라 조정을 지원한 덕분에 일본도 꽤 많은 이권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해남도에서 농장을 개척한다는 거다. 이번 기근에서 일본도 상당한 고생을 하는 바람에, 자기들도 해외에서 쌀 공급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싶어진 모양이다. 우리로서도 크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농장주가 미쓰이든 어쨌든, 일단 전체적으로 쌀 공급이 늘어난다는 소리니까. 다음에는 조홀국에서 온 소식이다.
“조홀국 예조판서 정경신 입시이옵니다, 폐하.”
정경신은 대남도 정씨 가문 후예 중 하나다. 나힌테 보내는 사자라고 종친이면서 특별히 신뢰하는 측근을 보낸 듯하다. 이 녀석도 내 후예 중 하나라면 하나인데…..보고 있으려니 내 기분이 참 묘하구먼.
“아체국 토벌에 관한 잉내 양국 동인도회사와의 협의가 마침내 끝났기에 폐하게 보고하려 찾아뵈었습니다.”
지금 아체 술탄국은 세력이 분열되어 상호 분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조호르에도 한동안 크게 개입하던 외부세력인 부기스인들까지 개입해서 상당한 혼란에 빠져 있다. 술탄 자리도 부기스인들이 차지했을 정도다. 영국인들과 네덜란드인들은 이참에 아체를 쳐 동남아시아 제패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심산이라고 했다. 아예 멸망시킬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항구와 후추 생산지를 몽땅 빼앗아서 다시는 반항하지 못할 수준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말이다.
“조홀국이 저들에게 협력해서 아체를 치면 저들은 보상으로 무엇을 내겠다고 하던가?”
“내달령 말라카를 우리에게 양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말라카에 거주하는 포도아계 주민들도 모두 우리에게 귀속됩니다. 다만 내달국이 건설한 요새와 교역소는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저들이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영국 및 네덜란드 상선이 자유롭게 기항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은 덤이다. 그거야 해협 통행의 안정을 위해서는 당연한 조건이기에 나도 불만이 없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어떻게 몫을 나눌 생각이냐고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영국이 수마트라섬 전체를 네덜란드 세력권으로 인정하고 아체 정벌을 돕는 대신 네덜란드는 실론섬을 영국의 세력권으로 인정하는 합의를 했다는 거였다.
“그게 그렇게 바꿀 수 있는 거였나.”
원래 역사에서도 둘이서 그렇게 영역을 나누긴 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우리 때문인지는 확실할 수 없지만, 어재 역사가 흘러가는 속도가 많이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실론이 영국 세력권에 넘어간다고 해도 거기 있는 우리 상관에는 영향이 없다. 그건 이미 우리가 차지한 기득권이고, 영국이 새로 얻을 권리와는 무관하다.
“마침 천축에서 온 보고도 있군.”
천축총관부에서는 사람이 아니고 편지만 왔다. 정기 보고 따위에 굳이 사람이 올 필요가 없으므로 별 신경 쓰지 않고 두루마리를 좍 펼쳤다. 그런데 그 안에 엄청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게 정말인가?!”
“골가타 총관 강여호가 올린 표문에 따르면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순홍의 보고를 들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인도 놈들이 미쳤단 말인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델리 주재 영국 동인도회사 상관을 습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