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08
3부 626화(1508화)
4.
이 델리 상관 습격 사건은 작년(1734) 8월에 일어났다. 지금이 양력 5월이니까 딱 9개월 전이다. 요즘 동서를 오가는 항해 일정을 고려하면 지금쯤은 소식이 런던까지 들어가고도 남았으리라. 아무리 월폴이 평화 애호가라고 해도 이런 사태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잉글국 조정에서는 분명히 격분할 겁니다. 수십이나 되는 인명이 무고하게 학살당했으니 어찌 앙갚음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최근에 똑같은 일을 겪지 않았던가. 광동왕에게 살해당한 이인좌 한 사람 때문에 수만 대군을 풀어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막대한 이권을 받아냈다. 먼저 배상금과 주둔비로 현금 4백만 냥, 전부 일시불은 아니라고 해도 막대한 돈이었음은 분명하다. 다만 마침 서나라 내전이 끝난 그 다음해부터 흉년이 시작되는 바람에, 그 돈은 죄다 광동에서 매입한 쌀값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뇌주 할양. 뇌주가 별로 큰 땅은 아니지만, 그 항구와 산업은 상당히 수익성 좋은 알짜배기다. 게다가 정치.군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유사시에 중국 대륙 동해안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으니 말이다. 기존에 확보해둔 영토인 필리핀과 대만, 유구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나온 함대가 태평양에 나가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로 가는 길은 차단하기 힘들었는데, 뇌주에 우리 함대가 들어가면 그 길도 막아버릴 수 있다.
게다가 뇌주가 비록 본토에 붙은 땅이라고는 하지만, 핵심인 뇌주만은 여러 개의 섬으로 둘러싸인 항구다. 적-서나라, 후송, 아니면 혹시 광동을 차지할지 모르는 또 다른 누구-이 육지 방면에서 공격해와서 본토 쪽 요새를 전부 함락하더라도, 섬에 있는 우리 근거지는 무사하다. 처음부터 섬인 홍콩과 별 차이도 없는 셈이다.
정확히 어디를 노렸는지는 몰라도, 영국 동인도회사는 무굴제국에서 똑같은 일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지금 있는 영국 상관이 대개 인도 중서부해안과 북동부해안에 몰려 있는 걸 생각하면 비어있는 남서해안 방면을 노리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망할 대포는 대체 추가 판 건가? 혹시 우리가 판 물건이 그리로 흘러 들어간 건 아니겠지?”
물론 영국 동인도회사가 인도에서 총포를 팔기는 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무기를 거래하는 나라는 영국만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모두 무기를 판다. 우리도 일부 무기를 판다. 심지어 일본도 무기를 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일본은 막부의 지원으로 유럽인 기술자까지 고용해서 병기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했다. 그리고 동양 전역에서 무기를 팔고 있다. 일본은 수백 년 전부터 동양을 주름잡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라는 브랜드 말이다.
게다가 경인왜란과 을미동정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왜인 용병이 퍼졌고, 이들이 일본도를 가지고 나가면서 일본도 수요는 더 폭발했다. 그 덕분에 무기, 특히 도검류 시장은 일본이 완전히 휩쓴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총포류도 만만찮은 품질로 내놓는다.
“골가타에서도 모른다고 하옵니다. 다만 우리 대포는 확실히 아닌 것이, 우리 상관에서는 마라타와 직접 거래하지도 않습니다.”
마라타 동맹의 근거지는 인도 중서부다. 우리 상관이 있는 실론과 벵골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 마라타 동맹이 위치한 지역에 개항장을 두고 있는 국가는 고아를 보유한 포르투갈과 봄베이를 보유한 영국이 있다.
“…..그럼 역시 잉글인들이 판 게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영국인들이 실제로 무굴제국과 마라타 동맹 사이에서 줄타기하다가 실수로 자승자박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놈들이 무굴과의 협상은 협상, 마라타와의 무기 거래는 그저 거래로 나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재무대신 성시진은 단호하게 고래를 저었다. 마라타 동맹군이 보유한 대포가 정말 영국제가 맞는지도 알 수가 없을뿐더러, 영국제가 맞는다고 해도 그걸 영국인들이 팔았다는 증거는 안 된다고 했다.
“천축인들은 외국에서 사들인 물건을 자기들끼리 또 사고팝니다. 그러니 어찌 지금 쏘는 대포를 확실히 잉글국에서 사들였다고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지금 우리로서는 영국이 정말로 두 세력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는지를 단정할 수 없는 셈이다. 그래도 혹시나 확인할 다른 방도가 하나 있지 않나 해서 질문해보았다.
“그도 그렇구나. 헌데, 제물포에 있는 잉글인들은 혹시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가?”
“신이 이미 알아보았습니다만, 자기들은 전혀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알아도 모른다고 하겠지.”
그놈들 처지에서 굳이 자기네 본사 영업 정책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을 필요가 없으리라. 그놈들한테서는 뭐 캐낼 게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하겠다. 더구나 우리는 4년에 걸친 기근에서 막 벗어난 참이다. 조정 중신들 대부분은 인도에서 전쟁이 터지든 말든, 기근 때문에 고생한 우리 백성들을 보살피고 민생을 회복하는 일에나 힘쓰자고 했다. 영국인들이 우리와 친한 벵골 태수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여유를 부릴 대가 아닙니다, 폐하. 벵골은 천축에서 가장 풍요롭고 인구가 많은 땅이 아닙니까. 혹시 잉글인들이 욕심을 품는다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육군대신 이광덕이 우려를 표했다. 우리 군이 쓰는 초석 태반이 벵골에서 들어오는 만큼 그와 해군대신 송창명은 벵골의 안위에 신경을 크게 쓸 수밖에 없었다.
“벵골도 황제에게 반기를 든 땅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잉글국은 우리 골가타보다 상류인 후굴리에 상관을 두고 있으니, 개입하기 좋은 거점도 있습니다.”
후글리(Jughli)는 본래 포르투갈이 세운 거점이었다. 그런데 약탈과 노예무역,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 개종을 일삼던 포르투갈인들이 샤 자한에게 쫓겨나고-성이 시절 일이다-나서 영국인들이 다시 들어가서 거점을 만들었다.
“지금 골가타에서 있는 우리 타천군은 겨우 4백, 여기에 천축인 토병 6백이 있을 뿐입니다. 유지에 비용이 든다고 해서 계속 병력을 줄인 탓에, 남은 병력으로는 상관을 수비하는데도 빠듯합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군사를 더 보내소서.”
이광덕은 영국이 벵골을 공격한다면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서 다른 4개국 상관도 모조리 공격하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니 벵골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수비대를 증원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폐하. 벵골에 욕심을 품는 것과 벵골을 차지하는 건 전혀 다른 일입니다. 벵골에 상관을 둔 나라는 모두 다섯이나 되는데, 어지 잉글국이 이를 독차지하겠다고 마음대로 그 욕심을 뻗치겠습니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손대지 못할 것이옵니다.”
좌참정대신 이광좌가 단언했다. 다른 신하들도 다들 그 견해가 옳다고 했다. 다섯 나라가 모두 벵골 태수에게 줄을 대고 있다가 영국 하나만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벵골을 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이다. 다구나 벵골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상관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잉글국은 무굴 관민의 공격으로 수십이나 되는 인명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당장 델리에 있는 조정부터 공격해서 배상금을 받으려 하겠지요. 벵골에 신경을 쏟을 틈은 없을 것입니다. 벵골에 보낸 군사가 있다면 차라리 조홀국에 보내시옵소서.”
지금 조홀국에서는 아체 술탄국을 공격하는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정경신이 돌아간 뒤에 정명완이 돌린 표문에 따르면, 전선 30척과 군사 4천 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했다. 참, 조홀국 수군이 보유한 ‘전선’은 모두 백 톤 정도 나가는 작은 범선들이다.
“대남에서 모집한 토병 2천과 남부통제영 예하 전선 몇 척만 보내줘도 조홀국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홀국은 우리 신하인데, 동원한 병력에서 잉란 양국에게 뒤지지는 말아야 우리 면이 설 것 아니겠습니까?”
이광좌는 우리가 아체 정벌에서 영국군과 원활히 협력하는 만큼 벵골에서 영국군이 우리 상관을 공격할 가능성도 더 낮아지리라고 확언했다. 믿을 수 있는 우방국의 영토를 건드려 공연히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지 않으냐면서 말이다.
“유주에서 일어난 전쟁도 이제 끝날 기미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잉글국도 이제 유주 정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터, 공연히 벵골을 쳐서 적을 늘리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 무굴국을 치든지 마라타를 치든지 둘 중 하나겠지요.”
이광덕은 아직도 난리지만, 확실히 내 생각에도 영국이 공연히 벵골을 공격해서 우리하고 싸움을 시작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사태로 인한 배상금과는 별개로, 무굴 조정을 대신해 싸울 상대라면 역시 마라타 동맹이 아니겠는가. 요즘 벵골은 델리 쪽에는 아예 신경을 끊고 신나게 혼자 놀기를 즐기고 있다. 무굴 측이 속은 타겠지만 당장 토벌하러 나설 만큼 급한 상대는 아니라는 소리다.
더구나 프랑스를 견제해야 하는 영국이 이쪽으로 대군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왜냐고? 그야 폴란드 왕위계승전쟁이 곧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5.
「….폐하께서 보내주신 자금과 조언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폐하의 피를 이어받은 혈육으로서, 그 피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제 폴란드 왕국 왕비의 관을 제 머리에 쓸 날이 머지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옵소서……」
루시아를 거쳐 내게 전해진 예카테리나의 편지는 자신감에 넘쳤다. 더불어, 자기 어머니 루시아가 특별히 보내준 ‘루시아 황후 조선인 연대’가 보인 활약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폐하께서 표트르 대제께 선물하신 정예병들과 그들의 아들들이 함께 총을 잡고 적을 대하는 그 기세가 용맹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 배나 되는 적의 공격을 버티는 모습을 보니, 차리나께서 늘 자랑하시던 대한의 정예란 이렇구나 싶어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표트르를 따라 폴타바와 프루트강에서 싸웠던 우리 군사들은 이제 늙어 장년에서 노년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러시아에서 낳은 후세들이 대를 이어 병사가 되어 아버지들과 함께 총을 잡고 있다. 러시아에서 이들은 서유럽 병사들 못지않은 정예로 통한다.
「…..조선인 연대를 비롯해 차르, 차리나 두 분게서 보내주신 지원에 힘입어 우리 군대는 작센군과 그쪽에 붙은 반역자들, 그리고 오스트리아군을 계속 격파했습니다. 바르샤바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겨우 백 배르스타 정도입니다…..」
베르스타(Bepcta)는 러시아식 거리 단위다. 1베르스타는 대력 1km 쯤 된다.
예카테리나가 거의 러시아 접경인 비텝스크에 루시아가 끈질기게 불러들인 탓이었다. 딸의 안전을 염려한 두 사람이 계속 위험한 짓을 하면 군대를 보내주지 않겠다고까지 위협한 끝에 겨우 거기까지 불러들인 거다. 실제로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오스트리아군, 아니 아우구스트군은 민스크까지 진격한 게 고작이었다. 연합군 총사령관인 사부아공 외젠은 바르샤바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작센군과 아우구스트파 폴란드군 만으로는 그 이상 진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예카테리나 측에서도 반격을 시작했다. 라인강과 이탈리아 방면을 공격하는 프랑스군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채로 시간만 끌고 있었지만, 주 전선인 폴란드 쪽은 본격적인 공세로 나간 거다.
지금 예카테리나는 바르샤바에서 200km 남짓 떨어진 브레스트까지 움직였다. 허울뿐이라 해도 일단 왕이 되어줘야 하는 루드비크 1세, 앙주 공작도 아내에게 끌려 비텝스크의 임시 궁정을 떠나 브레스트까지 움직였다. 앙주 공작은 역시나 그동안 형편 없는 꼴을 끝없이 보인 모양이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내인 예카테리나는 아무 말도 안 했고, 장모인 루시아만 몇 마디 적었다.
「…새 국왕은 왕관을 손에 넣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앞에 나서서 뭔가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왕비가 직접 마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병사들을 위문하고 귀족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러 다니는 데 자신은 칭병(稱病)하고 내실에 머무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이 결혼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앙주 공작, 원래 역사의 루이 15세가 이 정도로 결단력이 없고 소심한 인간일 줄은 몰랐다. 원래 역사에서 프랑스 궁정 신하들은 어떻게 이런 인간을 국왕으로 모시고 살았던 거냐? 정말 존경스럽다.
몸이 안 좋다고 침실에만 머무른 다는 말도 곱게 들리지 않는다. 말이 좋아 침실에만 있은 거지, 예카테리나가 자리를 비운 틈에 미인들을 불러들여 안고 뒹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도 이제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입니다. 아니, 끝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국왕이 수작을 부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튀르크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맞서려면 전쟁을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양쪽 다 말이지요…..」
그동안 러시아, 오스트리아는 힘을 합쳐 오스만과 싸워왔다. 남동부 유럽 전체를 차지한 오스만은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 상대할 수 있는 강적이었다. 표트르조차 혼자 오스만군과 싸우다가 잡혀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그 세력이 상당히 축소된 지금도 오스만은 흑해와 아조프를 장악하고 있으며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발칸반도 대부분 지역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어부지리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이놈들이 헝가리만 공격했으면 러시아로서도 나쁘지 않았을 거다. 프랑스 국왕의 계획에 따라 오스트리아를 포위하는 셈이고, 다급해진 오스트리아가 폴란드를 포기하고 물러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예카테리나는 유유히 바르샤바에 입성할 수 있다. 문제는 크림 칸국의 크림 타타르 족들이 또 남부 러시아를 약탈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놈들이 자주 벌이는 가벼운 겨울맞이 약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금방 끝나지 않았다. 계속 공격이 이어지고 주민들이 납치당했다.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예카테리나는 모를지 몰라도,, 나도 알고 알렉세이도 알고 루시아도 안다. 지금 단계에서 전쟁을 계속하는 건 오스만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뿐이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는 숙적인 오스만과 싸울 동맹으로서 서로가 꼭 필요했다.
“그래서 외젠도 바르샤바에서 꼼짝하지 않은 거였겠지”
러시아군을 너무 박살 내 버리면 오스만과 싸우는 전선에 구멍이 뚫린다. 그래서 수도인 바르샤바만 장악하고 알렉세이가 포기하기를 바라며 진군을 멈춘 게 분명하다. 순전히 노환 때문에 행군하기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고 말이다. 지금 예카테리나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그 애 생각처럼 러시아군이 잘 싸워서가 아니다. 그저 외젠이 제대로 안 싸우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함께 오스만과 싸워야 해서 말이다.
“경하드립옵니다, 폐하. 조만간 폴수국 왕비께서 도성을 되찾으실 듯하옵니다.”
“고맙소. 허나 내가 축하받을 일은 아니오. 사필귀정이라, 만사가 순리대로 돌아갈 뿐이니 어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의 몸으로 이를 축하 받겠소.”
두 나라 모두 주력군을 대오스만 전선으로 돌리려면 어서 강화를 맺는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면 폴란드 왕위는 앙주 공작이 가지게 되리라고 본다 지원군을 주로 보내준 두 나라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쳐들어오는 적은 크림 타타르다. 놈들은 약탈이 목적이므로 한동안 내버려 둬도 러시아라는 나라 자체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 농사는 다시 지으면 되고 애도 다시 낳으면 된다. 그러면 황폐해진 농토와 줄어든 인구를 복구할 수 있다. 그게 러시아인들의 자세다.
하지만 헝가리에 쳐들어오는 오스만 중앙군은 영토를 빼앗으러 오는 거다. 놈들을 놔두면 겨우 탈환한 헝가리를 또 빼앗긴다. 오스트리아 쪽 입장이 더 급할 수밖에 없다. 고로 협상 결과는 예카테리나에게 기울어질 수밖에 없고. 그리고 그렇게 전쟁이 끝나면 프랑스가 풀려난다. 오스트리아와의 싸움을 끝내고 풀려난 프랑스를 견제하려면 영국도 인도에 대군을 보내기는 어려우리라는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폐하. 가볍게 넘기기에는 이번 난리로 잉글국이 입은 피해가 너무 큽니다. 대군을 보내 보복할 공산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차피 불랑국과 당장 싸울 명분도 없지 않습니까.”
국상 민지원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영국이 대규모 원정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논의 끝에 나도 동의했다. 일이 작게 터질 줄로만 알았는데 크게 터지면 수습하기 어렵지만, 크게 터질 줄 알았는데 작게 터지면 비교적 쉽게 수습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