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18
3부 636화(1518화)
23.
해사도 첨사에게는 이미 반란 진압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내려두었으니 당장 조정에서 할 일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대붕영에 출동 대기만 걸어두고 급한 내정부터 먼저 돌보고 있는데, 뜻밖의 소식이 남쪽에서 올라왔다.
“새 조홀국왕이 내 생각보다는 꽤 결기가 있구나.”
나는 정주신에 관해서 그다지 많이 알지는 못한다. 일단 의원공주가 시집간 뒤로 한 번도 정주신을 데리고 본국에 온 일이 없다. 친부인 경흥왕이 ‘출가외인은 친정에 자주 드나들면 안 된다’라고 미리부터 가르친데다, 공주 본인이 더위에 지쳐 몸이 약해진 탓이 컸다. 본국에서 조홀국까지, 아무리 짧게 잡아도 왕복하는 데만 두 달은 걸린다. 여건이 그렇다 보니 몸이 건강치 않은 의원공주로서는 도저히 그 힘든 여행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물론 세자 혼자도 오려면 올 수 있다. 같은 번국인 하와국이나 술루국에서 수시로 세자를 비롯한 왕자들이 본국에 찾아온 전례가 이미 있는데, 조홀국이라고 해서 세자가 못 건너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하와국은 조홀국보다 훨씬 멀다. 하지만 정명완은 하나뿐인 적자를 자기 손에서 떠나보내려 하지 않았다. 나도 딱히 와서 인사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들지 않아서 내버려 뒀다. 그래서 정주신에 관해서는 간접적으로 접한 바밖에 없다.
그동안 들은 바에 따르면 정주신은 문약한 청년이라는 인상이었다. 진무왕(振武王)이라는 왕호를 받을 정도의 무골로 성장한 정명완과 달리 모친을 닮았는지 책을 벗 삼아서 지냈다. 정주태가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것도 어린 데다 책만 파는 동생을 만만하게 본 탓이 컸다. 하지만 지금 남쪽에서 올라온 소식이 알려주는 바는 명확했다. 정주신은 글 읽는 것밖에 모르는 약골이 아니었다.
“조홀국왕이 선언하기를, 20년 전 어린 나이에 급사한 원자는 실은 암살당했으며 흉행을 저지른 범인은 지금 파항군과 동행하고 있는 신빈 마씨라고 공표했다고? 어허, 끝을 보고야 말겠다고 선언한 셈이로구나. 의외로 의지가 굳다.”
이번 반란이 오로지 제위를 노린 형제간의 다툼에서 비롯되었다면 정주태가 항복했을 때 용서할 여기가 있다. 조홀국 인구의 절반이 말레이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들을 다시 신하로 들이려면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주태 하나만 노리는 게 아니라 그 모친인 신빈 마씨에게까지 원자 살해의 죄를 씌운다면, 이는 절대 화해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신빈 마씨와 정주태를 잡아서 죄에 합당한 벌을 내리고, 반군을 몽땅 섬멸할 때까지 싸움을 그치지 않겠다는 소리다.
“더불어, 삼정(미쓰이) 상회에 용병 2천 명을 더 고용하겠다는 제안을 넣었다고.”
정주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 필요는 없다. 수도에 머물며 전선에 나간 장수들에게 지원만 제대로 해주면 족하다. 왜병 2천 명을 보충하면 관군의 수효는 총 1만이니, 토벌전에 나설 전력으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정주신의 결정 중 한 가지는 아쉽다. 정주신은 정명완의 두 번째 말레이인 후궁인 덕빈 무씨 및 그 소생 만내인 올해 15세 된 부탈군(부탈君) 정주명이 미처 수도 제홀(制?)-원래 역사에서는 조호르바루가 있던 자리-을 빠져나가지 못한 틈을 타서 이들도 곧바로 붙잡아 구금했다. 이것 역시 말레이인들과 타협할 생각 따위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나라면 다르게 움직였으리라.
“역시 어리도다, 어려. 성품은 단호하나 적당히 자제할 줄을 모르는 구나.”
“그렇사옵니다, 폐하. 부탈군과 그 일가를 구금하기보다는 일단 융숭히 대우하면서 적을 분열시킴이 훨씬 현명할 것인데 말입니다.”
정주명의 외가는 조홀국 동부에 근거지를 둔 정주태의 외가와 달리 조홀국 서부에서 제법 위세 있는 호족이다. 잘하면 조홀국 내 말레이인 세력을 양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주신이 이참에 조홀국의 말레이인 세력을 아예 쓸어비릴 작정이라면 이쪽 역시 없애는 게 옳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굳이 처음부터 드러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일단 써먹고 버려도 될 텐데.’
모를 일이다. 정주신이 어려서 미숙하다기보다는 아주 과단성 있는 성격이라서 토사구팽 운운하는 소리를 듣기보다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처낼 생각인지도 모르지.
“그보다는 부탈군을 볼모로 삼아 서부 호족들을 통제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조홀국의 내정에 해당하는 일이니, 뜻대로 하도록 놓아두심이 어떨까 하나이다.”
좌참정대신 이광좌는 정주신이 무씨와 정주명을 일단 구금하기는 했으나, 바로 처형하지 않았고 원자 살해라는 죄목도 씌우지 않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것만 해도 말레이인들 쪽이 분열하기에는 충분하리라면서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 좌상의 말대로 일단 놓아두도록 하자.”
정 사태가 나쁜 방향으로 전개되면 그때 가서 끼어들어도 되니까, 일단 첫 단계는 국왕이니 정주신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인생이란 게 원래 뭐든 자기가 직접 시도해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배우는 거 아닌가.
24.
전에도 언급했든, 영국은 아시아 방면에 있는 전력을 인도로 집중시켰다. 아직 무굴제국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는 수라트 일대 해안을 점거하고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영구히 점령해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벵골 방면으로 군대를 보낸다던 건 역시 허언인 듯하다. 벵골 태수는 아직 형식적으로는 무굴 황제를 존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맞아서 보이는 태도를 보면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티가 팍팍 난다고 한다. 델리에서 저지른 사고를 벵골에서 해결하려고 들지말라는 태도를 대놓고 드러낸다고 말이다.
아마 영국 동인도회사도 이런 반발을 묵살하면서까지 벵골을 통과해서 델리로 진군하지는 않으리라. 벵골 태수는 위하에 20만 대군을 두고 있으므로, 동인도회사가 동원한 병사 몇 천 정도로는 감히 상대할 엄두도 못 낼 터였다. 병력 차이가 백배 아닌가.
‘아무리 영국군이라도 그건 좀 무리겠지.’
무굴제국 정부는 어서 체면 따위는 버리고 협상을 타결하는 편이 나으리라. 배상금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우면 영국 동인도회사를 용병으로 고용하는 돈이라고 생각해도 될 텐데. 이미 망해가는 제국이라지만 델리에는 전성기에 축적해놓은 금은보화가 아직 잔뜩 있을 테고. 인도에서는 전쟁이 터지고 조홀국에서는 내란이 터지면서 동맹을 맺은 세 세력 중에 둘이 전열을 이탈했으니 아체 원정은 자연스럽게 일단 취소됐다. 아니, 취소라기보다는 무기한 연기에 가깝겠다. 하긴 할 건데 각자 사정이 조금은 안정된 뒤에 결행하자는 거니까.
동맹 없이 혼자 아체를 공격하러 나서기가 애매해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도 공격 계획을 연기했다. 아체는 싫지만 혼자 고생하면서 남 좋은 일 시켜주기는 싫은 거다. 하지야 셋 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연합작전을 계획하게 된 거지만.
그래도 네덜란드가 아예 놀지는 않는다. 함대를 투입해 아체 해군이 지나가는 배를 습격-한마디로 해적질을-하지 못하게 견제하는 작전은 펼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제 안이 들어왔다. 우리 쪽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교섭이었다.
“말라카에 주둔한 그대들의 병력을 조홀국 반군 진압에 합류시키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바타비아에서 온 연락문을 들고 온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관장의 얼굴을 보며 그 의도를 고민했다. 어차피 말라카는 아체 토벌에 합류하는 대가로 조홀국에 넘겨주기로 한 땅이니까 크게 놀랍지는 않은데, 그 이야기를 왜 나한테 와서 한다는 말인가. 정주신과 해야지.
“조호르 국왕은 아직 젊고 미숙합니다. 필요한 결단을 제때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일이 일어나면 좋을 게 없겠기에, 폐하께 직접 말씀드리고자 하였습니다.”
둘러대는 핑계 같은데. 이번 반란을 기회로 해서 말레이계 이복형제들을 작정하고 쳐내는 모습을 보면 정주신이 생각은 좀 미숙할지 몰라도 결단력이 없다는 말은 못 할 거다. 굳이 내게 이 제안을 들고 온 건 자기들이 조홀국을 도왔다고 나중에 말해달라는 의도겠지.
정주신이 지금의 저 자신감으로 반란을 진압하고 나면, 네덜란드 측에 ‘너희 도움 따위는 별것 아니었다!’라고 폄하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조홀국에다 확실하게 은혜를 팔아두고자 내 확인을 거쳐서 병력을 보내려는 거고. 뭐,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 받아두기로 할까.
“알겠다. 그대들이 병력을 원조하면 그들이 쓸 무기와 화약은 우리가 보내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네덜란드 측이 넘기겠다느 건 포르투갈인 및 메스티소 출신 병력 5백 명이었다. 말라카가 포르투갈령이던 시절에 정착한 포르투갈인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말라카에서 행정관, 병사, 상인 등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본래 말라카의 주인이었지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말라카를 빼앗은 뒤로는 2등 시민 취급을 받았다. 네덜란드인들은 이 포르투갈인들을 죽이거나 추방하진 않았지만, 딱히 우대하지도 않았다. 아체 원정에 대한 보상으로 조홀국에 기꺼이 내줄 정도니 말 다 했다.
임시로 편입한 이 포르투갈인들에게 줄 보수는 누손주 병영에서 내라고 명을 내려두었다. 루손에서 재배하는 마닐라삼은 밧줄 등 선박용 삭구 제조에 많이 사용하는데, 이쪽 시작이 요즘 호황이라 차나 비단 쪽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다. 그래서 누손주 병영도 여유가 있다. 차와 비단에서 우리 매출이 줄어든 건 후송과 서나라가 시장에 대량으로 상품을 쏟아내는 탓이 크다. 옛날부터 저쪽이 훨씬 질이 좋았던 데다가, 가격도 싸니 당해낼 수가 없다. 사람 손으로 짜는 비단이 수력이나 증기를 쓰는 우리 비단만큼 싸다니, 기가 막힌 일이지.
이렇게까지 싸게 물건을 쏟아내는 건 결국 군비 탓이 크다. 지난번 광동 내란 당시 크게 피해를 본 양국은 군사력을 복구하느라 막대한 돈을 썼다. 후송에서는 팔고전서 편찬 작업도 계속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겠는가. 수출산업 육성에 눈이 벌게질 수밖에 없다. 그 공을 들인 팔고전서는 지난 임자년(1732)에 결국 마무리를 지었다. 조 형서는 한 질을 나한테 선물로 보내면서 이 책에 ‘천만금’이 들었노라고 말이다. 설마 정말로 이 책 편찬 작업에 황금 천만 냥을 쓰지는 않았겠지.
“거참, 이쪽 세상에서도 세상의 은중 절반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나. 그러니까 그런 것도 만들지.”
국제교역에서 한국이 점유하는 비중이 원래 역사에서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기는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원체 크다 보니 그걸 우리가 다 먹을 수는 없었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은을 우리가 전부 먹으려면 일단 중국부터 먹어야 한다. 그게 될 리가 없으니 두고 보는 수밖에. 후송과 준전시상태를 유지하던 연이 시절, 부황 시절에야 억지로 그 길을 막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안 되잖은가.
우리가 앞으로도 중원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산업 능력을 발달시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저놈들이 계속 나뉘어 있도록 분열을 조장하는 수밖에 없다. 잘 되어가야 할 텐데.
25.
올해 세금 징수는 재무부의 예상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본국 및 북도 지방에서 거둔 전세 1천 4백만 냥, 주세 6백만 냥, 연초세 및 관세, 항세, 상세 등 기타 세입을 다 합쳐서 1천만 냥, 고로 신냥으로 대략 3천만 냥이 들어온다. 한 해 사이에 25%나 세입이 늘었다.
“허나, 지난 4년 동안 지출한 돈이 워낙 많아서 그 구멍을 메우고 나면 딱히 남는 돈은 없을 듯하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전에도 언급한 것 같지만, 금융시장에 국채를 발행하진 않았다. 하지만 외수사를 비롯해 어용상인 노릇을 하는 대규모 상단에 치러야 할 미수금은 상당히 쌓여 있다. 물건부터 먼저 받고 대금은 나중에 치르기로 한 거래가 많아서다. 이쪽은 청산 시점을 확실히 하지 않은 외상거래라서, 빨리 갚을수록 서로 좋다. 지난번에 국채를 조기에 상환했을 때처럼 귀찮은 논란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말이다.
재무대신 성시진은 온갖 상세한 수치를 제시하면서 올해 세수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아주 열성적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눈은 성시진을 보고 있었지만, 귀는 편전문을 향하고 그쪽에서 오는 소식을 기다렸다.
“폐하! 태손궁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들라 하여라!”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고개를 홱 돌리니, 얼굴이 붉게 상기된 태손궁 소속 내관이 서 있었다.
“어서 고하여라! 어찌 되었느냐?”
나만 흥분한 게 아니다. 편전을 채우고 있는 중신들도, 방금까지만 해도 열띤 목소리로 올해 세수를 보고하던 성시진조차도 말을 중단하고 태손궁 내관의 입만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 입이 열리자 편전 안이 환호로 들끓었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태손빈께서 남자 아기씨를 순산하셨사옵니다!”
“오, 드디어……!”
영이가 강가든 지 몇 년이던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증손이 드디어 태어났다. 감격에 차서 내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신하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폐하, 감축드리옵니다!”
“이는 우리 황실을 비추는 큰 경사이옵니다!”
“올해는 농사도 풍년인데 황실의 대를 잇는 기쁜 일까지 있었사옵니다. 실로 하늘의 복이 폐하께 닿았다고 하겠습니다!”
신하들은 앞 다투어 바닥에 엎드려 내게 축하를 건넸다. 경희궁에서 지낸 지 몇 년이건만, 여전히 이놈의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되었다, 되었다. 그대들은 모두 일어나도록 하라. 국상,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야겠소. 태, 태손궁에 가야겠소.”
“마땅히 가보셔야지요.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고맙소.”
급히 태손궁으로 달려가니, 시강원에서 수업 받다 말고 급하게 달려온 영이가 마침 도착해 있었다. 얼굴을 보니 아들을 얻은 데서 오는 기쁨과 아내가 무사할지 걱정하는 마음이 모두 떠올라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본래 어미란 아이를 여럿 낳을수록 차츰 그 일이 덜 힘들어지는 법이니라.”
차마 출산이 쉬워진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예전에 상희가 내게 ‘부러졌다가 나온 다리가 또 부러지면 안 아플 것 같아?’라고 한 말이 떠올라서다.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게 될 뿐, 정말로 안 아파지는 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상희는 세 차례 생에서 벌써 출산을 아홉 번이나 했구나. 처음에는 출산하다 죽는 고통까지 겪었으면서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아이를 가진 게 대단할 따름이다.
“오셨사옵니까, 폐하.”
혜련이가 나와서 고개를 깊게 숙였다. 황실에서 누가 애를 낳을 때는 혜련이가 정말 전담 주치의 노릇을 한다.
“어떠냐. 태손빈이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았느냐?’
제 아비나 아재비, 고모들이 혜련이에게 친누이처럼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탓인지, 영이는 혜련이에게 말을 잘 걸지 못했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영이 대신 내가 앞에 나서서 질문을 던졌다.
“괜찮습니다, 폐하. 진통이 여섯 시간 정도 걸렸사오나, 그 정도면 별로 길지도 않습니다. 아기씨를 낳으신 뒤에도 의식이 멀쩡하시니, 실로 하늘이 도우셨습니다.”
“다행이로구나.”
손자를 대신해서 손자며느리의 출산에 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묻고 있으려니 이것도 참 주책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대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그 아이가 꼭 필요한걸. 내 나라를 물려받을 내 증손자다. 이번 생에서 다른 아들들에게, 손자들에게 해준 것처럼 관심과 배려를 최대한 쏟아 가며 돌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