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28
3부 646화(1528화)
2년 전에 강녕왕이 배에 태운 멧돼지는 쉰 마리쯤 됐다. 그중에서 열 마리는 바다 위에서 폐사해서 선원들의 식사가 되었고, 나머지 마흔 마리가 무사히 목적지에 닿았다. 이놈들을 받은 하상운은 신이 나서 곧바로 산에다 풀어버렸다.
“저는 그놈들이 한 5년은 자라야 사냥하는 재미를 느낄 만큼 덩치가 커지고, 사나워질 줄 알았지요! 그래서 10년 후에 사냥대회를 열겠다고 한 건데, 그 돼지들이 겨우 1년만 자라도 그리 흉포해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늘 사냥에서 잡은 멧돼지 고기를 뜯으며 하상운이 한탄했다. 속이 타는지 술잔도 벌컥 들이켰다. 내가 지금 술을 안마시고 있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금주를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강무 때문에 추운 밖에 나왔는데 어찌 술을 못 마시게 하겠는가. 하상운은 예전에 장가 들러 왔을 때 멧돼지를 보기는 했으나, 그 생태를 자세히 익히지는 않았었다. 자라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새끼를 얼마나 빨리 치는지 등등.
이런 점은 배송을 맡은 강녕왕이 알려줬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내 논총을 받은 강녕왕은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저놈, 저거 하와국에 있는 자식들이랑 애첩들 만나느라 바빴더니 정작 사위를 내팽겨쳤구먼.
“송구하옵니다, 폐하. 하와국 사내들은 그 기상이 높고도 용맹하니, 멧돼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사옵니다.”
강녕왕의 변명이 아예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하상운이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사냥꾼들이 작심하고 나서면 멧돼지 한두 마리쯤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경정적인 문제는 멧돼지들이 새 땅에서 정착할 여유를 줘버린 데 있었다.
“성질이 사나운 것도 문제였지만, 숫자를 충분히 불린 뒤에 사냥할 생각으로 아무도 잡지 못하게 명한 것도 신의 실수였습니다. 고작 1년 남짓한 기간에 수효가 무려 열 배로 늘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하와이 본섬에는 지금 수백 마리는 족히 되는 멧돼지가 서식한다. 그리고 이런 크고 힘센 들짐승을 본적도 없는 농부들의 밭을 짓밟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이놈들이 하와이 토종 동식물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까지 살필 여유는 하상운에게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우리 전사들에게 뒤늦게 돼지사냥을 명했으나, 헛되니 뛰어다니기만 할 뿐 멧돼지를 잘 몰지를 못하였습니다. 제대로 몰기만 하면 패 죽이는 건 쉬운데…..”
하와국 군대는….전쟁할 일이 없다보니 현대식 표현을 쓰자면 ‘아스팔트 군대’다. 체구도 크고 기운도 좋지만 그게 전부다. 지금 하와국에서 군대가 하는 역할은 국왕과 도주(島主, 각 섬의 영주)들의 신변을 경호하고 위세를 드러내는 게 전부라서다. 우리가 보내준 갑옷과 무기로 휘황찬란하게 차리긴 했다. 하지만 하정위가 일으킨 지난번 내란 이후 30년 이상 전쟁이 없었으니 실제 전투력은 보기보다 빈약하다.
말은 지휘관이 타고 뽐내는 데 쓸 뿐이고, 기병대는 없다. 포병은 약간 있으나 공병대는 없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습기 차고 더워서 활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궁병이 없는 건 그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우리한테 장비만 받을 게 아니라 고문관을 받으면 훨씬 도움이 되었을 테지만, 마우이고 카우이고 군사 고문은 받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 조정에서 보낸 고문관들은 학문ㆍ예법ㆍ의학ㆍ농법ㆍ토목 등을 가르칠 뿐, 군사와 관련된 지식은 전수하지 않았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놈들이 군사고문을 안 받으려는 이유는 군대가 왕보다 군사고문을 더 따르게 되어 자기를 허수아비로 만들까 봐 두려워해서라고 한다. 내가 그러려고 마음을 먹고 진주만에 주둔한 해군을 움직이면 하와군은 어차피 상대가 안 되는데, 참 쓸데없는…… 그래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와국이 약소국이긴 해도 최소한 자기 친위대 병력 정도는 확실하게 자기 손에 쥐고 싶을 테니. 뭐, 그 정도는 뜻대로 하게 봐줘야지.
“저희 군사들이 몇 달을 고생했으나 겨우 어린놈 십여 마리를 잡았을 뿐이었습니다. 이를 어찌 할까 하다가 와도에 있는 하와진 첨사에게 도움을 청하였더니, 폐하의 허락 없이는 군사를 움직일 수 없다고 하여 고민하던 참에 마침 기회가 생겨 이리 오게 되었습니다.”
하와진 첨사가 움직이지 않은 건 당연하다. 하와국 내전 당시 첨사가 하정위가 준 뇌물을 받아먹고 현지 사정을 보고하지 않다가 적발되어 처형괸 전례 탓에, 우리 주둔군은 함부로 하와국 일에 개입하지 못하게 되어있으니까 말이다. 좀 고기식해 보여도 잘 처신했다.
어쨌든 그 탓에 하상운으로서는 내게 국서를 보내 직접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조문 전까지 겹치게 되자 직접 왔다는 소리였다. 오자마자 멧돼지 소리부터 하지 않았던 건 조문하러 와서 그따위 이야기부터 하는 건 예가 아니니 참았다는 거고 . 의외로 기특하구먼. 어린놈들이기 해도 이미 십여 마리를 잡았다고 하니, 경험이 더 쌓이면 이놈들도 멧돼지 사냥에 능숙해지긴 할 거다. 그래도 상국 체면이 있느니 도와줘야지.
“그대가 어찌 대응할 작정이냐에 따라서 짐이 줄 도움이 달라질 것이니라. 오늘 보았듯이 군대를 움직여 산을 휩쓸며 짐승을 잡을 텐가. 아니면 돼지를 잡는데 익숙한 포수를 양성해 꾸준히 사냥할 텐가.”
전자를 원한다면 하와국 군사들에게 진법 훈련을 시킬 군사고문을 보내줄 것이고, 후자를 원한다면 숙련된 포수와 사냉개를 보낼 거다. 전자는 훈련에 시간이 걸리지만, 후자는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쪽도 별로 나쁜 선택은 아니다.
“포수를 보내주시옵소서, 폐하.”
하상운의 선택은 후자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배운 데 따라 군사에서 자주성을 계속 유지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효율성 문제도 있고, 자기가 멧돼지를 섬에 들인 원래 목적이었던 트로피 사냥을 포기하기 싫기도 해서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트로피 사냥은 10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부터 시작해야 할 거다. 10년이나 멧돼지가 자유롭게 번식하게 놓아두었다가는 멧돼지 수만 마리가 하와이를 휩쓸고 다닐지 모르니, 지금 바로 사냥을 시작해야 그나마 수를 통제할 수 있을 테니까.
“강녕왕, 그대가 아는 포수 스무 명을 골라 하와국에 보내도록 하라. 총과 창으로 짐승을 잡는 자들뿐 아니라 덫을 놓고 함정을 파는 데 익숙한 자들도 넣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지급할 보수는 전부 그대가 부담할지어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멧돼지에 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책임을 지라는 요구다. 그동안 하와국에 갈 때마다 사위 덕분에 신나게 즐기고 살았으니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
30.
강무가 끝난 뒤에 연회를 베풀기 전, 하상운은 사냥한 짐승이 산처럼 쌓인 모 습을 보고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년 수천 명이나 되는 병사를 동원해서 이렇게 대규모로 짐승을 잡는데도 어떻게 산에 짐승이 남아 있느냐며 신기하게 여겼다.
“산과 숲에 나무가 무성하니 가능한 일이다. 숲이 있어야만 새와 짐승이 넉넉하게 깃드니, 그대도 이를 잊지 말고 하와국에서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도록 하라.”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내가 무종 시절에 확립한 법에 따라서 수금절목(樹禁節目)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원래 역사에서는 소나무를 함부로 베면 안 된다고 송금절목(松禁節目)이라고 했다지만, 여기서는 참나무도 중요한 재목으로 치고 있으므로 모든 수종을 통칭하는 ‘수금절목’이다.
지금도 개간은 엄중한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목재로 쓰기 위해하는 벌목도 허가를 꼭 받아야 한다. 개인 소유 삼림이라도 함부로 베면 처벌 대상이다. 벌목이 이렇게 규제를 받을 정도니, 화전은 말할 것도 없다. 풍토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본국보다 척박한 만주나 반대로 정글 때문에 도저히 그냥은 개간이 힘든 루손에서는 화전을 허용한다. 하지만 본국에서는 여전히 절대 금지다. 화전을 하도 오래 금지했더니 본국에서는 화전을 경작하는 방법도 다 잊어버린 모양이라고들 한다. 화전에도 의외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해서다.
다만 죄인을 무조건 전가사변에 처하던 옛날과는 처분이 좀 다르다. 죄인이 죄를 짓게 된 경위와 범죄행위의 정도에 따라서 형량을 조절하고 있다.
“무단으로 벌목한 자 37명, 전원 북방에서 노역하는 도형(徒刑)이라.”
올해가 끝날 때가 되니 법무부에서 올해 처분한 죄수들의 목록을 올렸다. 형기는 1년부터 10년까지, 일터는 금광, 탄광, 어장, 벌목장 등이다. 본국에서 벌목을 제한하는 만큼 필요한 목재는 북방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외에도 숱한 재판 결과에 대한 보고가 산같이 쌓였다. 죽 훑으며 법무대신 남계진에게 주의시켰다.
“처음 잡힌 죄인을 대리하는 대송인이 초범이니 가벼운 형을 내려달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간혹 있던데, 절대 넘어가지 않도록 판관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도록 하라. 초범이라는 것은 죄를 처음 지었을 때 초범이고 개전의 정도 있는 것이지, 처음 잡힌 게 무슨 초범이냐?”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현대 세계에서도 정말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다. 수십, 수백 번이나 똑같은 나쁜 일을 저지른 놈이 ‘처음 잡혔다는’ 이유만으로 초범으로 취급받았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게 무슨 초범이야, 상습범이지. 몰래 나무를 도벌하고, 밀주를 빚고, 담배를 밀경작하고, 광산을 잠채(
潛採)하고, 노비를 불법으로 소유하는 것 같은 일이 체포가 안 됐다고 해서 나쁜 짓인 줄 몰랐다고 둘러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따위 변론을 하는 대송인부터 걷어차 버릴 일이다.
“조홀국은 어찌 되고 있는가.”
법무부 서류는 훑어보다가 덮고, 예무부가 올린 서류를 펼쳤다. 에무대신 송희진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조홀국 관군이 난적들을 꾸준히 제압하고 있사옵니다.”
송희진이 올린 보고를 보니, 조홀국에서는 반란이 터지고 지금까지 3만 개에 달하는 적의 수급을 베었다고 되어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반군의 소굴 3천 개를 불태웠으며, 5만 명에 달하는 남녀노유(男女老幼)를 포로로 잡았다. 노획한 무기와 재물도 막대하다. 아군의 병력 손실도 작지 않아서, 무려 4천여 명에 달했다. 대부분은 관군에 속한 일본인 용병들이지만 대남군이나 술루군에서도 적잖은 사상자기 나왔다. 열대지방이다 보니, 병에 걸려 죽거나 쓰러지는 병사도 아무래도 많다.
“조홀국 백성 절반이 말래인인데 거기서 또 절반이 죽거나 사로잡혔다고.”
“그러하옵니다.”
정말로 반란군 전사자가 3만 명이라면 교환비가 거의 1:8이다. 아무리 관군이 무장이 더 좋고 숙련도도 높다지만 이건 너무 많다. 포로나 비전투원을 학살한 게 아닌 이상 양편에서 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않겠사옵니까? 반적들이 먼저 대역의 죄를 지은 이상, 이를 벌하는 건 당연합니다. 저들이 순순히 투항했다면 어지 피해를 보았겠사옵니까?”
이미 반국 측에서도 한인촌이나 왜인촌을 습격하여 모조리 불태우고 주민을 학살하는 등, 고이 보아 넘기기 힘든 행각을 숱하게 벌였다. 관군이 악에 받쳐 보복 학살을 벌인다고 해서 조홀국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조정에서도 조홀국을 양해하는 분위기다. 차라리 반군이 소수였다면 적당히 위무해서 진정시킬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느슨하게 굴기에는 적이 너무 많았다. 나라의 절반이 반기를 들었으니, 도저히 허술하게 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만약 틈을 보였다가는 일거에 전세가 역전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시는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엄히 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다. 국상의 말이 옳다.”
민지원이 사직하고, 그 자리에는 이광좌가 올라갔다. 외무대신 출신이나 좌참정대신으로 여러 해 재직하면서 다른 분야에도 유능함을 이미 보였다. 그가 남긴 뒷자리도 다른 이들이 승진하여 메웠다. 이제 올해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문득 한숨이 난다. 내년에는 또 누가 내 곁을 떠날까. 관연 내가 죽을 대는 내 곁에 누가 남아 있을까. 차라리 종교라도 진지하게 믿을 수 있다면 이럴 때 마음이 좀 편할 텐데.
31.
구월산 자락에 눈이 쌓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산길을 걸어 모여들었다. 위대하신 선지자, 덕성도인(德星道人)의 설법을 듣기 위해서였다.
“어허, 밀지 말아요, 밀지 마!”
“빨리 가면 안 밀지!”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사간이 되자 단상 위에 덕성도인이 나타났다. 덕성도(德星道)를 이끄는 지도자, 광진이었다. 광진은 찾아드는 이라면 누구에게든 꾸밈없이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며 가르침을 펼쳤다. 그 가르침에 감화된 이들이 입교하고, 또 자기지인을 데려오면서 덕성도 신도 수는 꾸준히 늘었다.
이제 정식으로 덕성도에 입교하고 정기적으로 설법을 들으러 오는 신도 수만, 2천여 명에 달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큰 절과도 비길 만한 숫자다.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 시주님, 여러분은 정말 큰 도를 얻으셨습니다. 제가 지금 여러분께 전하는 말씀은 모두 우리 예수불께서 저를 통해 내리시는 말씀이시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어진 설법은 무려 세 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단상 앞에 모인 신도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탄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거사님, 이제는 우리 덕성도도 질서를 좀 더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질서를 잡는단 말이오.”
설법을 마치고 돌아온 광진 앞에, 덕성도를 이끄는 주요 신도들이 모여 있었다. 덕성도를 지금처럼 큰 단체로 만드는 데 한몫 단단히 한 이들이다. 선두에 선 춘삼이 간곡하게 청을 올렸다.
“언제까지 겨우 거사라고 자칭하시렵니까. 거사께서는 수천의 신도를 거느린 예수불님의 대리자이십니다. 거사 따위보다 좀 더 품위 있고 위광을 떨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합니다.”
예수불(叡首佛)이라는 명칭은 본래 광진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광진은 본래 먼 장래에 다시 이 세상에 올 거라고 자신이 예견한 존재를 세 번째 석가이자 두 번째 예수라 불렀다. 이를 ‘예수불’이라고 처음 지칭한 이들은 언젠가 춘삼이 데려온 두 사대부였다.
덕성도에 입도할 것처럼 이것저것 물어보고 간 그 두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허나 광진이 듣기에 그 예수불이라는 이름이 괜찮은 것 같아 자신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름에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그때부터 갑자기 신도가 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정말 사대부는 아니라도 공부깨나 한 이들이 여럿 입도했다. 이들은 덕성도가 그저 그런 산골 집단이 아니라 황해도 일원을 아우르는 무리가 되도록 힘을 보탰다.
광진이 영감을 받아 집필한 삼존경-천주교의 삼위일체(성부, 성자, 성신)를 불교의 삼존(三尊. 본존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및 힌두교의 세 주신(비슈누, 브라흐마, 시바)과 동인한 존재로 간주해 저술한 교리서-은 이들에게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이제 덕성도는 옛날의 그 소박한 집단이 아니었다.
“교가 커졌으니 그만큼 질서를 제대로 잡아야 세상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습니다. 거사님, 부디 새 이름을 내걸고서 더 많은 중생을 구하도록 허락하십시오.”
“허허, 참…..알겠소. 하고 싶은 대로들 하시오.”
광진이 마지못해서 승낙하자 춘삼을 비롯한 신도들은 희희낙락하며 밖으로 나갔다. 이제 덕성도도 불교나 천주교에 뒤지지 않을, 위풍당당한 정식 종교가 되어 위세를 떨치는 일만 남았다. 덕성도인께 어떤 이름을 바쳐야 그 영광이 영원히 빛날까!
다만 개중에 한 사람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동료들을 뒤따랐다. 지금 정도가 딱 좋건만, 공연한 짓을 벌이다가 옛날 미룩당과 같은 결말을 맞아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