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45
3부 663화(1545화)
9.
옛날 대한 무종 시절, 증기기관을 만드는 일을 처음 맡았던 야장(冶匠)은 숱하게 실패를 겪었다. 만들던 기관이 몇 차례나 폭발하면서 사상자도 꽤 발생했다. 그렇게 실험이 실패할 때마다 무종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전하, 부디 시간과 비용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다음에는 꼭 성공해 보이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하더구려.”
“대칸께서는 참으로 옛일에 박식하시옵니다.”
후금 대복진, 율리아가 웃었다. 그녀도 어느덧 마흔을 향해 다가가는 나이지만, 어머니인 귀비 소 씨를 닮아서 그런지 그 미모는 젊을 적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녀의 남편 부수도 마찬가지다. 마흔을 갓 넘은 부수는 여전히 근면하고 성실하기 이를 데 없다. 주님을 섬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신체도 건강하다.
“그나마 남조의 야장들은….황제가 자금을 풍족히 대주고 있어서 돈이 부족할 일은 없다고 하오. 다만 어서 결과를 내놓으라는 독촉에는 좀 시달린다고 하더군.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 사고를 내는 모양이오.”
박화탁이 야장들을 독촉하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가 결과물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종 시대 장인들은 자기들이 만들고자 하는 기관이 어느 정도 성능이 될지 알지 못하는 상태고 일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 청나라 장인들에게는 ‘대한제 기관’이라는 목표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만한 성능을 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거다.
“참으로 가엾군요, 대칸.”
“이를 말이오. 한에서 지금 쓰는 기관은 2백 년 동안 쌓은 경험으로 만든 것인데, 그것을 한순간에 따라 잡으려니 될 턱이 없잖소.”
증기기관에 관해서는 부수도 알고 있다. 대한에서는 증기기관을 여러 용도로 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지금 대한의 융성함이 증기기관에 가대는 바가 얼마나 큰데. 다만 후금에서는 증기기관의 필요성을 청나라만큼 시급하게 느끼지는 않고 있다. 청나라 쪽에서야 증기선도 굴리고 싶고 증기기관으로 공장도 돌리고 싶으리라. 광산에서 물도 뽑고 싶을 것이고.
하지만 후금은 그 세 가지가 다 없다. 수군이 없으므로 증기선이 급하지도 않고, 교역과 목축이 주산업이므로 대규모 공장도 없다. 철과 석탄을 캐는 광산도 지표에서 바로 캐는 노천광이라 대한이나 청나라처럼 갱도를 피고 물을 뽑아낼 필요가 없다.
“강을 따라 오가는 수로에는 이미 한의 증기선이 오가고 있으니 굳이 우리가 배를 갖춰야 할 필요가 없소. 장차 철로나 놓이면 충분하오.”
증기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부수지만 철도에는 관심이 좀 있다. 어차피 수로로 왕래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우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뿐이다. 그러니 후금과 대한 사이의 교통은 육로가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철도의 가치가 크다. 하지만 그 철로를 굳이 후금에서 건설할 필요는 없다. 장조의 무덤에 참배할 겸 황태손인 이영의 혼례에 참석할 겸 해서 8년 전에 한양에 다녀온 대패륵 파이도가 분명히 전달하지 않았던가. 대한 태황, 자기 장인이자 파이도의 외조부인 그분께서 확실히 말씀하셨다고.
“그 철로도 한에서 놓으리라 하였소. 지금은 한의 내지(內地)에 철도를 부설하고 있지만, 장차 철로가 심양까지 닿으면 그다음에는 우리 상도를 향한 길도 만들 것이라고.”
나라를 비울 수가 없어 부수 자신이 직접 기차를 구경하러 갈 수는 없었다. 율리아 역시 기차를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남편을 두고 혼자 구경하러 갈 생각은 없었다. 그 길에 아버지인 건흥제를 만나고 올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아들인 파이도는 한양에서 직접 기차를 봤고, 타보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가 경험한 바를 상세하게 기록하여 부황에게 보고했다.
그 보고서 내용 중에 장차 철로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에 관한 건흥제의 언급이 있었다. 한양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러시아의 수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까지 갈 수 있으리라고 했다. 말을 타고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말이다.
“기차는 막대한 사람과 짐을 싣고 밤낮없이 달릴 수 있는 탈것이라 하였소. 그것이 우리 대금과 한을 연결하게 되면 우리에게도 막대한 이득이 있으리다.”
지금은 대한에 보내는 수출품들을 대부분 낙타나 말의 등에 실어서 나른다. 비료도 도기 재료로 쓰는 짐승의 뼈에서부터 가축의 털과 가죽에 이르기까지, 모두 짐승의 등에 싣는다. 말과 소, 양 같은 생축(生畜)은 자기 발로 걸어서 간다.
“하지만 장차 철도가 놓이면 그것들을 전부 화차에 실어 편히 운반할 수 있다고 하였소. 얼마나 편리하겠소.”
다만 철도가 후금을 통과해서 유럽까지 가리라는 전망은 부수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데다 자기 생전에 이루어 질 것 같지도 않아서다. 하지만 상도까지라면 머잖은 미래에 철로가 깔릴 수도 있을 듯했다.
“심양에 있는 심왕 오라버니께서도 철도를 깔고 계시니까요?”
“물론이오. 그쪽에서는 이미 철로가 바다에 닿았으니까.”
삼왕부가 내는 돈을 까는 철도는 벌써 요동만에 있는 잉구(仍口)까지 닿았다. 한양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철로가 참으로 지지부진하게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전광석화처럼 깔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별게 아니다. 일단 예정 노선의 지형이 퍽 평탄할뿐더러, 북방에서는 대한 본국 – 부수나 융리아나, 아직은 둘 다 대한 본국은 양강(압록강과 두만강) 이남 지역만 해당하지 않냐는 인식이 강하다 – 에서처럼 주민들의 반발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북방에는 대한 본국처럼 위세 있는 양반들이 많지 않다. 본국보다 인구도 훨씬 더 적고, 가장 큰 방해요인이었던 무덤도 별로 없다. 그러니 지도 위에서 선을 죽죽 긋고 측량원들이 현장에 나가 측량을 마친 뒤 공사를 진행하면 그만이다. 필요한 철재는 인근인 안산에 건설한 대규모 철소(鐵所)에서 생산한다. 침목도 그 일대의 산에서 베어 온다. 철도도감에서 나온 기술진 외에 노동력은 각지에서 고용한 한인일꾼들과 청나라에서 건너온 한공 일부를 활용한다.
“아직 기차가 운행하지는 않지만, 조만간 남쪽에서 배로 열차를 실어 온다 들었소. 그러면 한번 가보도록 합시다. 한양까지 가는 건 무리지만, 심양 정도라면 잠시 다녀와도 괜찮을 거요.”
심왕 이준은 율리아의 이복오빠고, 심왕의 후궁인 정빈 김 씨는 부수의 친누이다. 게다가 파포태의 난 때 이들을 구해준 은혜도 있으니 답례 삼아 방문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율리아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심왕 오라버니는 여름에만 심양에 계시는 걸요. 대칸께서는 여름에는 카라코룸에 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도 카라코룸에 갈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부수는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카라코룸에 조금 늦게 가면 되지 않겠소.”
후금이 카라코룸을 서쪽 수도 – 요즘은 종종 서경(西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로 삼은 건 몽골 서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준가르를 견제하는 거점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후금 대칸의 권한이 취약하던 시절의 유산이다. 하지만 이제는 몽골 여러 부족에 대한 대칸의 지배력은 확실하다. 준가르 역시 서쪽으로 쫓겨났고, 변경에서의 소규모 도적질 외에는 별 피해를 주지 못한다. 이만한 여유가 있으니 부수가 카라코룸에 체류하는 기간이 한두 달쯤 줄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도는 장차 우리 대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탈것이오. 그러니 미리 보아두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오. 상도에 철도가 들어온 뒤에는 카라코룸으로도 가야 한 텐데, 그전에 미리 봐 두어야 하지 않겠소.”
두 수도가 훗날 철도로 연결되면 지금처럼 두 달이나 걸려서 오가지 않아도 된다. 부수는 장차 철도를 통해 더 풍족해지고 더 결속이 강해진 후금의 모습을 꿈꾸었다.
10,
부수가 언젠가 심왕부에 가서 기차를 구경할 계획을 짜고 있을 때, 심왕부에서는 성대한 잔치가 열리는 중이었다. 후금에 출사한 심왕의 셋째 아들, 원성군 이성호가 휴가를 받아 돌아온 참이어서다. 심왕부는 오직 한 사람, 세자에게만 재산과 지위를 물려준다. 많지 않은 재산을 흩어버릴 수 없어서다. 연수입 10만 냥은 꽤 많은 돈이긴 하지만, 이를 자손들이 나눠 갖기 시작하면 몇 대 안 가서 죄다 빈털터리가 될 터였다.
그래서 원성군을 비롯한 지차 왕자들은 자기 앞길을 뚫느라고 다른 나라에서 벼슬을 살고 있다. 원성군이 자기 외가인 후금 황실에서 무관 벼슬을 얻었듯, 동갑인 원신군 이성준은 자기 외가인 청나라에 가있다. 지금 세자 외에 삼양에 남은 왕자는 왕비 소생인 원현군 이성곤뿐이다. 이제 만으로 열네 살, 아직은 부모 곁에 머무를 나이인 원현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형님, 금국에서의 생활은 어떠십니까? 카라코룸까지 왕복하느라 많이 힘드셨지요?”
“말마라. 두 달 동안 말을 타고 황야를 가려니 죽을 것만 같더구나.”
심양에서 지낼 때가 좋았다. 먹는 것, 입는 것이 모두 사치스러웠을 뿐 아니라 즐길 것도 많았다. 부왕 몰래 홍재원에서 코끼리를 타고 연극과 독서를 즐겼다. 하지만 일단 분가하니 그게 다 쉽지 않았다.
“금나라에서는 코끼리의 ‘코’자라도 입 밖에 내면 엄청난 눈총이 쏟아진다. 게다가 극단도 자주 오지 않고, 오더라도 상도에만 머물다 가니 만나기가 쉽지 않더라. 1년 열두 달 중에 상도에 있는 건 겨우 넉 달 뿐이라.”
대칸은 원성군을 생질이라고 퍽 아껴 자기 호위대인 케식에 두었다. 이 말인즉슨 대칸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녀야 한다는 소리였고, 지난 3년 동안 원성군은 꼼짝 못 하고 상동에서 카라코룸까지, 그리고 광활한 후금 땅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했다.
“대칸을 측근에서 모시니 영광이라지만, 그것도 금국 귀족들에게나 영광이지 내게는 죽을 맛이었다. 책도 가지고 간 것 몇 권밖에 읽을 수 없으니 얼마나 사는 재미가 없던지.”
심왕부의 거대한 서고는 소장한 도서만 만여 권을 헤아린다. 게다가 부왕이 고르고 고른 책들이다. 그 재미있는 것들을 다 놓아두고 갔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대칸께도 서고는 있을 게 아닙니까?”
“들어가 봤는데, 순 행정문서밖에 없었다. 대칸은 워낙 성실하고 경건한 양반이라 일하지 않을 때도 읽는 책이라곤 천주서밖에 없더구나.”
천주서(天主書)는 비신자들이 천주교 성서를 가리킬 때 종종 쓰는 말이다. 그냥 성서나 성경이라고 하면 그게 어느 종교의 경전인지 구분이 안 되어서다. 사서오경에 팔만대장경, 회회경(코란)까지 전부 자기네 경전을 성서나 성경이라고 부르니까.
“대칸은 참 답답한 친구지. 너무 건실해서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니까.”
술잔을 든 심왕 이준이 혀를 찼다. 면전에 있다면 당연히 부수에게 존대를 한다. 하지만 심왕부의 지위가 세 황실 사이에서 애매하게 붕 떠있는 데다가, 사적으로는 부수가 자신의 손위 처남이자 매제이기도 하다 보니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는 그냥 편하게 불렀다.
“하지만 원성군, 그래도 네 외숙부이자 앞으로 일생을 책임져 줄 귀한 주군이니라. 공연히 투덜거리다가 쫓겨나거나 하지 말고 성의껏 섬겨라. 장가까지 보내주지 않았느냐.”
부수가 맺어준 배필은 예친왕 순영의 손녀였다. 처음에는 작은 외숙부인 나십의 딸 쪽을 제안했지만, 그쪽이 훨씬 더 미인이긴 해도 외사촌은 너무 가까운 거 아니냐고 질겁한 부왕이 적극적으로 거부해서 신부가 바뀌게 되었다. 이번 휴가에도 따라왔지만, 이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다. 먼 길을 여행하느라 피곤하다면 숙소에서 쉬고 있다.
“그래도 형님은 행운이십니다. 아바마마께는 따로 받을 게 없으시지만, 금나라 황실에서 좋은 배필을 얻지 않으셨습니까. 지참금도 두둑한…..”
“어허, 그게 공짜인 줄 아느냐.”
원현군이 부러워하고 있는데 세자 이성균이 끼어들었다. 원성군은 짐짓 딴청을 피웠다.
“잊었느냐? 원성군은 배필을 얻기 위해 자기 혼을 팔았느니라. 혼을 팔아 얻은 아내이니 참으로 귀할 터인데, 이미 혼이 없으니 과연 사랑하는 마음은 있을 것인가…..”
“세자 저하!”
원성군이 빽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둘러앉은 심왕부 가족들이 너나할 것 없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원성군의 친모인 정빈 김 씨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원성군이 후금 황실에 장가드는 딱 한 가지 조건이 개종이었다. 원성군은 모친인 정빈이 독실한 천주교도임에도 그동안 세례를 안 받았었다. 이참에 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그 역시 천주교 세례를 받은 후금 귀족 대다수와 마찬가지였다. 허울만 신자라는 이야기다.
존래 독실한 천주교도인 정빈은 아들의 신앙이 이런 식으로 술자리의 놀림거리가 되는 게 불쾌했다. 그래서 화제를 돌렸다.
“원성군은 언제쯤 손자 소식을 들려줄 생각인가. 혼인한 지 3년이 다 됐는데 아직도 자식 소식이 없지 않은가.”
“자식을 만들고 싶어도 하늘을 봐야 별을 다지요. 대칸을 수행하느라 집에 들어갈 틈이 없는데 무슨 재주로 새끼를 만들겠습니까.”
원성군이 툴툴거렸다. 하지만 부왕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일이 좀 힘들어도 대놓고 불평해서 주변 사람들 눈 밖에 나지는 마라. 혹시 네놈이 케식 자리에서 쫓겨나고 이혼까지 당해서 심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절대 왕부 문을 열어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씀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습니다, 아바마마.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염려 푹 놓으소서.”
대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만큼은 일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 섬왕부의 왕자이자 예친왕부의 사위인 그에게 함부로 대할 사람이 없기는 했다.
“그나저나, 원현군도 2년만 있으면 심왕부를 떠나야 하지 않습니까. 역시 청나라로 가게 됩니까?”
원현군의 동복형인 원신군 이성준은 만주팔기 중 정예인 정황기에 들어갔다. 원성군처럼 황제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지만, 황제의 조카로서 요직을 맡아 바쁘게 일하고 있다.
“아니, 이 아이는 한양으로 보내기로 했다. 작년에 한양에 가서 네 조부이신 금상폐하와 의논해 봤는데, 내보낼 자식이 셋이면 하나는 한양에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구나.”
심왕부가 세 황실과 연계를 맺은 만큼 왕자들도 하나씩 보내는 게 논리적으로도 맞기는 한다. 이 왕자들이 주변 세 나라에 출사하는 건 자기 앞길을 스스로 여는 거기도 하지만, 일종의 불모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세 나라에 모두 볼모를 보냄으로써 심왕부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한다. 세 나라 역시 왕자를 하나씩 확보함으로써 유사시에 심왕부에 영향을 미칠 수단을 보유한다. 참으로 절묘한 균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뭐, 우리 심왕부는 세 나라 간 회맹의 상징으로서 남아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설마 정말 세 나라 황실 중 하나의 대가 끊어져 우리 후손이 그 뒤를 잇는 일 같은 게 일어날 리 없지 않으냐? 그러니 너희 모두 각자 앞길이나 열심히 챙기며 살거라.”
원성군이 크게 불만을 터트릴 기색이 보이자 부왕이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원성군의 불평은 끝나지 않았다.
“한양에는 코끼리도 있고 거대한 도서관에 천하제일의 극장도 있지 않습니까! 어찌 일 불공평할 수가! 아바마마! 자도 한양으로 보내주십시오!”
“시끄럽다, 이놈. 술이나 마시거라.”
투덜거리는 원성군 앞에 술을 찰랑찰랑하게 채운 큰 술잔이 들이밀어 졌다. 원성군은 계속 구시렁거리면서도 그 잔을 받아 쭉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