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5
1부 155화
– 7 –
“3백 명은 되겠는데.”
이장곤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덤불 속에 철저하게 몸을 숨기긴 했지만, 행여 큰 소리를 냈다가 저들이 듣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저기 두목이 보입니다. 한 방 쏴붙일까요.”
옆에 같이 엎드려 있던 다지가 어깨에 매달아둔 화로에 화승 끝을 꽂으려고 했다. 가죽과 솜으로 싼 주먹만 한 크기의 놋쇠 화로에는 공기구멍 네 개가 뚫려 있었고, 이 구멍들은 딱 화승을 꽂을만한 크기였다.
“아니, 놔둬. 지금 쏘면 놈들이 도망간다.”
갑옷을 갖춰 입고 부하들 사이에 앉아 있는 저 놈은 낯이 익었다. 한세충을 찾으러 왔을 때 만났던 니마차 추장들 중 하나였다. 그때는 아직 야인 말이 서툴러 직접 대화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무척 인망도 높고 지도력도 뛰어난 자였다고 기억했다.
야인들은 추장이 발휘하는 개인적인 지도력에 크게 의존한다. 게다가 저들의 부락은 이미 조선군이 불태웠다. 그런 판에 추장까지 갑자기 죽는다면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그대로 흩어져 도망가 버릴 가능성이 크다.
“도절제사 대감은 이 일대에서 야인들을 아예 일소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놈들을 도망가게 만들 게 아니라 어떻게든 끌어들여 섬멸해야 해.”
다지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지시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총만 잘 쏘지만 이장곤은 머리를 잘 쓰고 정세 판단도 빨랐다. 그동안 같이 돌아다니면서 그 점만은 확실히 알았다. 다지가 풀어서 용두에 걸었던 화승을 도로 팔에 감았다.
“알겠습니다.”
아쉬워하는 태도에 이장곤이 한숨을 쉬었다. 자기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얼른 돌아가서 사또께 알리도록 하자. 그러면 사또께서 도절제사 대감께 보고하시겠지.”
여기서 사또란 당연히 회령부사 황형을 뜻한다. 황형은 수하에 있는 군사들을 시켜 좌군이 진격하는 주변에 대한 정탐을 철저히 진행하여 박원종에게 보고했다. 황형은 본래가 확실한 정보 없이는 절대 군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서 이장곤은 약간 들뜬 기분이 들었다. 본래 무관은 아니었지만 요 근래 들어서 어째 이 일이 갈수록 즐거워졌다. 한세충을 잡겠다고 야인들의 땅을 누비고 다닐 때만 해도 지겹기 짝이 없었는데, 요즘은 그냥 즐거웠다.
잠시 숲을 헤치고 나가니 말고삐 세 개를 잡고 기다리고 있는 목금이 보였다. 세 사람은 거리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숨죽여 걷다가 안심할 만큼 멀어지자 등자에 발을 걸었다. 곧 말 세 마리가 조선군 진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음, 분명 놈들도 우리를 정탐하겠지.”
보고를 받은 박원종은 잠시 고심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기껏 나타난 적을 놓치지 않으려면 가능한 이쪽이 허술하게 보이는 게 나았다.
“놈들은 우리 빈틈을 노려 공격할 생각으로 기회를 노리는 게 분명하다. 다만 방어가 너무 엄중하니 선뜻 치지 못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을 터.”
좌군이 이제까지 발견한 야인 부락은 총 27곳이나 되었다. 반항하다가 격멸당한 곳이 여덟, 항복한 곳이 열넷, 나머지는 부락을 버리고 부락민들이 도망쳤다. 박원종은 아무리 작은 야인 부락이라도 발견하면 모두 공략하게 했다.
중군에서 계속 진격 독촉이 오는데도 박원종이 야인 부락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접수하려고 노력한 이유는 둘이었다. 일단 근본적인 문제는 보급 유지가 곤란하다는 데 있었다.
중군은 강을 끼고 진격했기 때문에 강을 보급로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좌군은 순전히 산과 골을 넘어 진격하느라 보급로를 구축할 형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회령은 온성보다 서쪽이면서 한참 남쪽이기까지 해서, 집결지점까지 행군해야 하는 거리도 가장 멀었다.
이는 회령을 출발할 때 지참한 물자로 원정이 끝날 때까지, 적어도 중군이나 수군과 합류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좌군으로서는 눈에 띄는 야인 부락이란 부락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털어서 식량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후방의 안전에 대한 불안이었다. 중군은 강을 따라 보급로를 유지하느라 일부 병력을 계속 뒤에 떨어트려 놓았는데, 역설적으로 이들이 본대의 뒤를 받쳐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좌군은 후방에 병력을 남기지 않았다. 치중대를 중심에 두고 전군이 한꺼번에 이동하다 보니, 일단 통과한 지역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만약 놓치고 지나간 야인들이 있을 경우, 저들이 병력을 조직해서 후방을 괴롭히면 매우 골치가 아파지는 셈이다.
“놈들은 우리 본대를 공격하기에는 전력이 부족한 만큼, 분명 우리가 분산시킨 별군을 찾아 공격하려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포위해서 섬멸하면 좋겠지만, 대군이 움직이면 필시 낌새를 눈치 채고 도망치겠지.”
척후를 맡은 소수라면 모를까, 대군이 움직여 적을 둘러싸면서 적이 모르게 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숲속에서 움직이는 재주는 야인들 쪽이 훨씬 뛰어나다.
“대감, 차라리 적당한 미끼를 주어 놈들이 물게 함이 어떻겠습니까. 소관이 보건대 적들은 우리 주변을 돌면서 약한 군사를 쳐서 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일 터, 저들이 치기에 적당한 먹잇감을 하나 내주소서. 단, 독을 발라서 말입니다.”
회령부사 황형이 제안했다. 박원종도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자칫 미끼부대가 전멸할 수도 있으니 위험부담이 크긴 하지만, 적을 아군에게 유리한 위치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었다.
“치중을 실은 우차 몇 대와 그에 딸린 보병 얼마간을 뒤에 떨어트려 본진과 거리를 두도록 하면 적당하겠소? 책임자로는…마침 적임자가 있군.”
임금이 직접 뽑아서 넣어준 종사관이 한 명 있다. 무척 유능하고 청렴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추천하던데, 확실히 글재주는 뛰어나고 사무를 보는 능력도 출중했다. 하지만 도대체 사람이 빡빡하고 냉정한 것이 도무지 정이 없었다. 마주하고 있으면 얼음인형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좋소. 추진합시다. 수레 스무 량과 군사 2개 중대 정도면 되지 않겠소? 그쯤 되어야 야인 기병 3백기가 덮치더라도 한동안은 버틸 테니.”
“소관이 생각하기에도 그렇습니다. 그럼 소관이 거느린 군사들 중에 척후를 맡은 자 일부를 거기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숲을 누비는 데 익숙한 이들이라, 적이 접근하는 조짐이 보이면 바로 대비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소. 열 명만 보태시오.”
– 8 –
도절제사는 갑자기 뜬금없는 명령을 내렸다. 보병 2개 중대의 지휘권을 주더니 본영 밖으로 나가 뒤에서 따라오라고 했다. 둘레에 벽을 두른 우차 스무 량이 덤으로 주어졌다.
“만약 적습을 당하면 즉시 수레에 불을 질러 신호하라.”
지급받은 우차 중 한 량에는 기름과 짚만 잔뜩 실려 있었다. 여기에다 불을 지르면 불꽃과 연기가 치솟을 것은 분명해 보였다. 종사관 남곤은 도절제사가 자신을 야인들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쓸 생각임을 눈치 챘다.
“귀관이 신호를 하면 바로 본영에서 구원에 나설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도록 하라.”
수레 스무 량, 아니 열아홉 량으로 방책을 치고 2개 중대를 그 뒤에 숨겨 싸우면 야인 기병 수백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남곤도 머릿속으로는 이를 알았지만, 근본이 문관이다 보니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거부한다면 군율로 다스리겠다. 당장 명을 받들도록 하라!”
“…어찌 받들지 않겠습니까. 따르겠습니다.”
남곤은 본래 순수한 문관이었다. 전장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임금이 무슨 생각으로 내린 지시인지는 몰라도 어명에 따라 박원종의 종사관으로 출전하게 되었다. 그것도 군량과 노획물을 관리하는 군량관이라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임무였다.
무재라곤 없는 남곤으로서는 왜 자신이 전장에 나가도록 뽑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폐비 윤씨를 신원할 때 반대했던 탓인가? 아니면 북악산에 있는 모든 민가를 철거하라 명할 때 반대했던 일로 밉보였나?
아무리 임금의 친어머니라지만, 성종이 직접 결정한 폐비다. 그 신분을 다시 올린다는 것은 성종에 대한 모독이었다. 물론 죄인이라 해도 그 죄목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후에 판명된다면 마땅히 신원됨이 옳겠지만, 윤씨의 죄는 명백했고 뒤집을 여지가 없었다.
북악산 민가 철거 건도 마찬가지다. 남곤 자신이 북악산 자락에 살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장래의 위협을 가지고 임금이 백성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는 일은 옳지 않았다. 대가는 주었다지만, 설득해서 팔게 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빼앗지 않았는가.
그 외에도 남곤이 임금의 지시에 반대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임금을 능멸하는 태도 같은 것은 취한 바 없었고, 임금도 이를 알았는지 그동안 몇 차례나 있었던 역모 소동에서도 상처 없이 살아남았다. 벼슬도 정3품, 홍문관 부제학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헌데 이리 높은 지위에 오른 그를 이제야 전선에, 그것도 고작 종사관이라는 지위로 내보낸 상감의 의도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무장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줄 의도였다면, 종사관이 아니라 감군(監軍)으로 임명함이 옳지 않은가…?
감군은 본래 도성 안팎을 돌며 순군(巡軍)이 제대로 근무를 잘 서는지 감시하는 직책이다. 하지만 금상은 이 제도를 바꾸어, 군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은 없지만 주장을 따라다니며 그 행동을 관찰하는 직책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삼군에 각각 한 사람씩 붙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지만 일단 명을 받은 이상 따라야 했다. 회령에서 군량이 집적되는 상황을 점고하고, 출정한 후에도 소모되는 분량과 새로이 수집되는 노획물자의 수량을 하나도 빼지 않고 확인했다. 남곤의 승인 없이는 어느 누구도 쌀 한 톨 빼낼 수 없었다.
어느새 남곤은 좌군 도절제사 박원종이 자신을 매우 차가운 눈으로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연유를 몰랐지만, 한참 전부터 박원종을 수행하는 한 군관이 귀띔을 해주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남곤 때문에 사복을 채울 수 없어 미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원종은 예전에도 적에게 빼앗은 노획품을 빼돌려 사유화하는 버릇이 있었다. 진주, 모피, 금붙이, 가축 등등 가리지 않았다. 붙잡은 부녀자들 중 미인이 있으면 끌어다가 침소 시중을 들도록 시키기도 했다. 그나마 군량에는 손을 대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남곤은 적과 싸우고 돌아온 군사들이 본영에 복귀하는 현장에서 포로를 포함한 모든 노획물을 회수하고 기록하게 했다. 그러니 박원종이 빼돌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곤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박원종이 자신에게 ‘정이 없다’고 쏘아붙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상감께서도 이 일을 아시오? 좌군 도절제사가 전장에서 사복을 채운다는 사실을?”
“미미한 일개 군관인 소인이 어찌 알겠습니까.”
모를 일이다. 임금은 총신인 박원종이 부정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고, 차마 대놓고 사복을 채우지 말라고 명하지는 못하고 자신을 보내 저지하게 했을 수도 있다.
남곤은 일단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짐작이 가는 다른 이유도 없었다. 이에 임금이 부여한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기로 하고 철저히 노획물을 관리했다. 박원종이 닭 한 마리 마음대로 챙길 수 없도록 말이다.
당연히 박원종과의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결국 결말은 이런 방향으로 귀착되었다.
“군량관 영감, 놈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남곤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보고가 들어왔다. 본래 잘 알던 사이인 전 홍문관 교리 이장곤이었다. 문관이면서도 용력이 뛰어나고 활을 잘 쏘아서 인구에 회자되곤 했는데, 지난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변방 무관으로 좌천되었다. 뜻밖에 잘 지내는 듯해서 신기했다.
“가까이 있다니, 어느 정도인가?”
해가 질 때가 되었기에 남곤이 이끄는 별군은 지금 숙영을 하고자 수레를 세우고 소를 풀어놓은 참이었다. 군사들은 땔감을 모아 밥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1각(15분) 안에 달려올 수 있습니다! 지금 석반(夕飯)이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군사들을 일으켜 세워 싸울 준비를 시켜야 합니다!”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남곤은 싸움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 어쩔 줄을 몰라 잠시 머뭇거리던 남곤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
“이 판관! 지금 본관이 거느린 군사 전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그대에게 위임하니, 이 군사들을 이끌어 적과 맞서 싸우라! 본관은 이 자리를 지키며 그대의 싸움을 살피겠노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이에게 넘기는 게 최상이다. 남곤은 지금 자기 밑에 있는 군사들을 가장 잘 지휘할 수 있는 이가 이장곤이라고 판단했다. 소대장과 중대장들 모두 전투경험이 없었다. 박원종이 일부러 그런 자들만 골라서 준 것이다.
“영감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장곤의 얼굴에 당장 화색이 돌았다. 기회다. 공을 세워서 도성으로 돌아갈 기회가 왔다! 곧바로 돌아선 이장곤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령했다.
“군량관 영감의 명이시다! 모든 군사들은 지금 즉시 취반(炊飯)을 중단하고 적을 맞아 싸울 준비를 하라! 우차 열아홉 량은 한 변에 다섯 량씩 놓아 네모꼴 진형을 만들고, 인마를 안에 넣아 적이 날리는 화살에서 보호하도록 하라. 우차 사이에 있는 틈은 양곡 자루로 막아라!”
보병으로 야인 기병과 싸울 때, 기본적인 대처는 거마목(拒馬木)을 놓아서 적이 근접하지 못하게 하고 그 뒤에서 활과 포를 쏘는 것이다. 하지만 도절제사는 이들에게 거마목도 야포도 주지 않았다. 곡괭이와 삽은 몇 자루 있지만 호를 파고 흉벽을 쌓을 시간은 없었다.
“판관 나리, 조총수는 어찌 배치할까요?”
“한 변에 열다섯 명씩 배치하고, 내가 지시를 내리면 발포를 시작하라. 그 뒤에는 자유롭게 쏘아도 좋다. 궁수들은 서른 명씩 배치하여 총을 장전하는 사이에 쏘도록 하라. 나머지 군사들은 창검을 들고 기다리다가 적이 방책을 넘으려 들면 말을 찔러라!”
이장곤은 본래 문관이고 해서 병서는 읽지 않았다. 하지만 다지를 비롯해서 내금위, 겸사복 출신으로 휘하에 들어온 군사들에게 도성에서 행해진 조총대 훈련에 대해서 많이 들어두었다. 오늘 내린 지시들이 다 그 전문(傳聞)에 기반을 두고 내린 판단이었다.
군사들이 이장곤의 지시에 따라 급히 움직이느라 숙영지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다행히도 적이 이 틈을 노려서 치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마 나름 주의하느라 조심해서 접근하는 중인 듯했다. 저들은 아군이 자기들이 접근하는 줄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까.
“당황하지 마라! 명에 따라 싸우고 있으면, 도절제사 대감이 구하러 오리라!”
군사들을 독려하는데 다지가 조용히 옆에 와서 섰다.
“판관 나리, 소인들은 어찌할까요.”
아, 잠시 잊고 있었다. 자기가 이끌고 온 회령부 소속 척후인 아홉 명.
“그대들은 두 사람씩 조를 나누어 한 변씩 가라. 그대는….”
입을 열기가 잠시 망설여졌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했다.
“…가장 총을 잘 쏘니, 본관과 함께 있으면서 급해 보이는 곳을 막도록 하자. 그대 친우인 목금은 다른 이 하나와 함께 남쪽 변을 맡게 하라.”
공과 사를 혼동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가능하면 다지를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뜻을 다지가 어찌 생각할까. 다지는 아직까지 그에게 있어서 부하 군관일 뿐, 크게 상관할 관계가 아닌 것을.
“명을 따르겠습니다.”
다지는 표정에 아무 변화도 없이 총을 들고 돌아섰다. 이장곤은 복잡한 기분으로 그 뒤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