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50
3부 668화(1550화)
20.
죽은 황제 요제프 1세는 1678년생, 올해로 딱 60세다. 중병을 앓았다는 연락은 없었으나, 그만하면 자연사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황제가 죽었으니 카를 대공은 이제 합스부르크 가문에 남은 단 하나뿐인 남자가 되었다. 황제 자리를 비롯한 가문의 모든 직위를 물려받고 지위를 다져야 했다.
“빈으로!”
전선은 신뢰하는 장군들에게 맡겼다. 공세 계획은 모조리 연기하고 튀르크군의 움직임에 맞춰서 움직이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빈으로 떠났다. 대동한 인원은 사위인 로트링겐 대공을 비롯한 몇몇 측근들뿐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공 전하.”
헝가리를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동안에 마주친 헝가리 귀족들은 앞 다투어 성문을 열고 곧 황제 자리에 오를 대공을 환대했다. 합스부르크의 주인은 헝가리 국왕을 겸하므로, 대공은 이제 헝가리인들의 군주이기도 했다.
‘헝가리는 전하께 충성을 바칠 겁니다. 어서 제위에 오르시기를 바랍니다.”
“최대한 서두르겠소.”
카를 대공도 마음이 급했다. 자기도 이미 53세, 죽을 때가 된 노인이라고 자조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기반을 다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최대한 서둘러야만 조카들이 아니라 자기 장녀 마리아 테레지아를 후계자로 세울 수 있을 터였다. 카를 대공은 헝가리 수도인 부다성에서 잠시 여장을 풀었다. 여기서도 헝가리 귀족들이 앞 다투어 왕궁으로 달려와서는 그 앞에서 충성을 서약했다.
“합스부르크를 향한 저희 충성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입니다.”
“고맙소. 그대들의 충성, 내 후계자에게도 변함이 없기를 바라겠소.”
“물론입니다.”
형황이 죽어서 급히 가는 길이므로 화려한 연회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상중이라 해도 밥은 먹는다. 카를 대공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헝가리 귀족들과 저녁을 함께 나누면서 헝가리인들의 충성을 확인했다.
“저들은 모두 전하께 충성을 바칠 겁니다. 전하께서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적법한 계승자, 당연히 저들의 충성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계십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접견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온몸이 솜처럼 노곤했다. 하지만 바로 잠자리에 들 수는 없었다. 데려온 측근들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해야 했다.
“저들의 충성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헝가리의 충성 이상이 필요하네. 선거는 어디서 열릴 예정이라고 해지?”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가 아무리 합스부르크 가문이 세습하는 자리가 되었다지만, 일단 형식상으로는 선거제다. 그러니 선거는 치러야만 하고, 선거가 치러지는 장소는 기본적으로 헤센의 프랑크푸르트다. 하지만 그건 평소 이야기다. 하루 빨리 제위에 앉아야 하는 카를 대공으로서는 그 먼 길을 느긋하게 여행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이우크스부르크나 레겐스부르크에서라도 선거가 열리기를 희망했지만, 일이 쉽지 않았다.
“작센과 바이에른, 두 선제후가 힘을 합쳐서 황제 선거는 역시 프랑크푸르트에서 해야만 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장소 변경은 힘들 것 같다고 합니다.”
두 선제후 모두 선제 요제프 1세의 사위들이다. 이들에게는 카를 대공이 황제에 즉위하지 못하게 막을 명분은 없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결과를 최대한 늦추는 방법으로라도 훼방을 놓으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작센 선제후 아우구스트는 요제르 1세가 지원을 포기하는 바람에 폴란드 왕위를 잃었다. 그 원한 때문에 카를 대공 쪽을 지지할 만도 하겠건만, 자기 아내가 합스부르크를 이어받은 상속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게 잘 안 되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쾰른의 클레멘스 아우구스트 대주교는 바이에른 선제후의 친동생이니 말입니다.”
“그렇지. 그 방탕한 성직자.”
선제후 아홉 명 중에서 세 명은 트리어, 쾰른, 마인츠 세 대주교령을 다스리는 대주교다. 이중 쾰른 대주교 직위는 벌써 백 년이 넘게 바리에른의 비텔스바흐 가문이 차지하고 있다. 전임자는 바이에른 선제후 카를 알레르트와 클레멘스 아우구스트 형제의 숙부였다.
“여덟 명 중에 세 명이 힘을 합치면 상황을 주도할 만하지. 나머지는 딱히 맞설 이유가 없을 테고.”
나머지 다섯 선제후는 마인츠 대주교, 트리어 대주교, 팔츠 선제후 카를 필립, 프로이센의 국왕이자 브란덴부르크 선제후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영국 국왕이자 하노버 선제후 조지 2세다. 아홉 번째 선제후는 보헤미아 황국 국왕인데, 지금 공석이다. 그것도 죽은 요제프 1세가 겸임한 여러 직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합스부르크의 가주가 보헤미아 왕위를 차지하고 황제 선거에서 자신에게 1표를 던지는 건 오랜 관습이었다.
다만 보헤미아 국왕도 황제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귀족들이 선거로 뽑는다. 그래서 30년 전쟁 때 팔츠 선제후 프리드리히의 전례가 있듯이, 이변이 발생하면 다른 가문 출신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황제 선거를 기다리는 게 전혀 힘들 것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오스만과의 전쟁이다. 전쟁 지휘와 마리아 테레지아의 계승권 확립 준비를 동시에 해치울 수는 없었다. 어느 한쪽은 포기해야만 했다.
“전하께서 20년만 더 일찍 즉위하셨어도…..”
“그 입 다물게.”
카를 대공은 공연히 입을 놀린 수하에게 엄한 꾸중을 날렸다. 방금 그 언급은 형이 빨리 죽었어야 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대놓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내용 자체는 사실이기는 했다. 20년이라는 세월이 더 있었다면 합스부르크가를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물려주는 작업이 더 여유 있게 진행될 수 있었으니까.
“….역시 전쟁을 먼저 끝내야겠어.”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지금 오스만과 전쟁을 벌이는 주체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아니라 오스트리아 대공으로서의 합스부르크라는 사실이다. 카를 대공은 요제프 1세가 사망하면서 즉시 오스트리아 대공 직위를 물려받았고, 전쟁 지휘와 관련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내일 아침 일찍 동쪽에 있는 사령부에 사자를 보내라. 즉시 튀르크인들과 강화 교섭을 시작하라고. 그리고…..”
카를 대공이 이를 익물었다. 진심으로 속이 터질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소 불리한 조건이라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빨리 강화를 맺도록.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예, 전하.”
20년 전에 승리해서 얻은 영토 다수를 상실하게 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영토야 나중에도 되찾을 수 있지만, 딸에게 합스부르크 제국을 물려주는 일만은 지금 이때가 아니면 이룰 수 없으니까.
21.
베를린에 있는 왕궁은 오늘도 병사들의 함성과 행진 소리로 소란했다. 그 혼란 속에서,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귀찮은 투로 지시했다.
“프랑크푸르트에는 네가 가거라.”
“예, 전하.”
왕세자 프리드리히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애초에 있기나 했는지 의문이지만, 그의 가출 시도가 실패하고 아버지의 손에 처형당할 뻔한 뒤로 이 부자 사이에는 부자간의 정 같은 것은 단 한 방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국왕과 그 계승자가 있을 뿐이었다.
“먼저 빈에 가서 폐하의 장례식에 참례하고, 그 뒤에 프랑크푸르트로 가라. 어차피 선거 따위야 요식 행사에 불과하니, 새 황제가 되실 대공 전하께 인사나 잘 드리고 돌아오면 될 것이다.”
왕세자를 죽이지 말라고 자신에게 압력을 가한 일도 있어서,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요제프 1세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 황제로서 요제프 1세는 분명 그의 주군이기는 했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예의는 치러야 한다. 물론 예법에 맞게 행동하자면 야 마땅히 브란덴부르크 선제후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자신이 가야 한다. 장례식도, 차기 황제 선거도 모두 선제후 본인이 가는 게 맞다. 하지만 국왕은 섭생에 실패한 탓에 통풍과 위장병을 심하게 앓았다. 도저히 여행할 상태가 아니었다.
불과 50세밖에 안 된 처지에 이런 건강 상태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현실이 이렇다면 그대로 맞춰서 살면 그만인 것이다.
“너도 이제 스물여섯이다. 결혼도 했으니 인제 와서 엉뚱한 짓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지시한 임무를 실행하고 바로 돌아오너라.”
“예, 전하.”
내일 아침에 출발하라는 명령을 받은 왕세자는 고개를 숙여 부왕에게 인사한 다음 곧바로 돌아서서 나왔다.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아들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사절단의 인선도 전하께서 하셨으니 나는 내 짐만 챙기면 되오. 그것도 시종들이 다 할 테니 당신이 딱히 뭘 할 필요는 없어.”
“그렇군요.”
프리드리히는 자기 아내인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결혼한 이유는 순전히 부왕의 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였다. 결혼해서 이곳 라인스베르크 별궁으로 분가하고 나서야 일상에서의 자유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자신을 부왕으로부터 구해준 데 대헤서는 아내인 왕세자빈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그녀를 여성으로서 사랑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결혼한 후 단 한 번도 아내와 동침하지 않았다. 당연히 침실도 각방이다.
“일찍 쉬겠소. 당신도 편히 쉬시오.”
시종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은 프리드리히는 창가에 앉아 새 황제가 될 카를 대공에 관해서 잠시 생각했다. 운이 좋았으면 자기 장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부왕에게 죽을 뻔했을 때, 황제와 대공이 자기를 구해주려고 애썼다는 사실은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알았다. 양쪽 다 자신에게 신붓감까지 소개해주었다.
그때 황제가 아니라 대공이 보낸 사자를 택했던 건 소개받은 신붓감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었다. 황녀들은 이미 다 결혼했지만, 대공녀 마리아 테레지아는 아직 미혼이라서였다.
‘사자께 청하겠습니다. 소개해주신분 말고, 대공녀와 결혼하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프리드리히는 베를린 안에 있는 별궁으로 분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프로이센이라는 나라에서 떠나고 싶었다. 그러려면 대공녀와의 결혼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부왕은 물론이고 카를 대공도 이 청혼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꽤 시간이 지난 뒤에 알았다.
‘이미 대공녀가 로트링겐 공과 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했지.’
이번에 빈에 가면 아마도 대공녀를 만나게 되리라. 하지만 대공녀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었던 게 아니므로 만난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거나 할 일은 없을 터였다. 그보다는 다른 문제에 관심이 갔다. 황제가 된 카를 대공은 분명 작센과 바이에른 선제후 가문에 시집간 조카들보다는 자기 딸을 후계자로 세워서 합스부르크 영지를 물려주려고 할 거다. 하지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게 도움을 청하겠지.’
프로이센에는 8만 명의 정예 병력이 있다. 게다가 작센을 북쪽에서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위치에 있다. 프로이센이 작센을 잡아주면, 오스트리아는 바이에른만 상대할 수 있다. 고로 이번 장례식과 황제 선거는 프로이센이 갖는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거다.
‘어디, 우리 몸값을 올려 볼까.’
지금 프로이센은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다. 전임 황제의 딸들과 현임 황제의 달 중에 보다 많은 이득을 주겠다는 쪽이 제위에 오르도록 도울 수 있다는 말이다. 부왕은 이런 쪽으로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지만, 함께 빈으로 갈 수행원 중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토의해 볼 만한 사람이 분명 있으리라. 프리드리히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사실은 베를린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지만 말이다.
22.
러시아군은 표트르 대제 이후로 분명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 벌인 원정은 모두 성과가 마뜩찮았다. 폴란드 출병에서는 사부아 공 외젠이 지휘하는 오스트리아 군대를 만나 연패했고, 이번 전쟁에서는 막대한 비전투 손실을 냈다.
“감염병 유행, 보급부대 피습, 식량 부족…..젠장!”
차르 알렉세이가 보고서 무더기를 앞에 두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의 전쟁은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는 부분이 어재 하나도 없었다. 러시아의 대군을 맞은 크림 칸국은 악착같이 저항했다. 아녀자들은 죄다 산속에 숨기고, 남자들만 남아서 유격전을 벌였다. 러시아군은 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적을 찾아서 그 넓은 크림반도를 헤매고 다녀야 했다.
문제는 크림반도가 러시아군의 손으로 완전히 황폐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적의 근거지를 너무 잘 파괴해버린 탓에 식량도, 마초도 구할 수 없었다. 모든 물자를 외부에서 보급해야 했다. 당연히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작년부터 전투를 시작한 우크라이나 방면 전선이라고 해서 나을 게 없었다. 오스만군은 요새에 틀어박혀 철저하게 방어로 일관했고, 보급선을 유지하는 것만도 벅찬 러시아군은 방어를 제대로 뚫지 못했다.
“가나마 적에게 돌파당한 오스트리아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봐야 하나.”
선제공격에 당했다고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전쟁 초반에 빼앗긴 영토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그걸 보면 오스만이 확실히 이를 악물고 침공을 준비한 게 맞는 듯했다. 우크라이나 방면에서도 전선을 고수하며 버틸 정도니까 말이다.
“어떤가. 황제가 죽었는데 오스트리아가 과연 전쟁을 계속할까?”
질문을 받은 신하들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폐하. 아마도 전쟁을 끝내려고 들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 제위에 오를 밀라노 대공에게는 오스만과 싸워 물리치는 일보다는 자기 딸에게 합스부르크령 전체를 물려주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할 테니까요.”
알렉세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예측대로 오스트리아가 튀르크와 강화를 맺는다면 러시아 역시 바로 강화를 맺는 게 나으리라. 거참, 분명 이쪽이 입은 것보다 더 큰 손해를 적에게 입혔는데 이쪽이 물러나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렇다고 우리 혼자 싸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폐하.”
“알고 있다.”
애초에 오스트리아를 위해 시작한 전쟁이다. 혼자 싸워서는 사울 의미도 없고, 막대하게 들어가는 전비를 감당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오스트리아에서 조만간 시작할 모양인 내란을 구경하며 군대를 다시 정비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