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58
3부 676화(1558화)
12.
그동안 우리 조정에서는 장길산 일당이 금은보화나 식량도 아닌 사람을 왜 잡아가는지를 두고서 의론이 무척 분분했다. 데려가서 노리개로 쓸 생각이라면 여지들만 잡아가면 족했을 텐데, 남자들도 숱하게 끌고 가서 소식이 끊겼기 때문이다. 돌아온 이들도 간혹 있기는 있다. 장길산 패거리가 금품을 갈취하려고 인질로 잡아갔다가 가족이 낸 인질금을 받고 돌려보낸 사례도 있고, 감시를 피해서 탈출한 이들도 있다. 다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숫자가 조사된 수만 대력 천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행방에 관해서 우리 조정에서는 ‘동변 어딘가에서 강제로 금이라도 캐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미주에 금이 풍부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고, 장길산의 뒤를 쫓았던 우리 군사들이 금을 캐던 것 같은 흔적을 몇 번 발견하기도 해서다. 장길산이 더 많은 재물을 얻으려고 사람들을 잡아다가 금점을 운영하는 거 꽤 있을법한 추리였다. 그래서 우리 군사들이 동변의 그 넓은 황야와 골짜기를 숱하게 누볐건만, 아직도 잡혀간 이들을 다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이 편지가 온 거다.
「위대하신 동방의 군주, 기사 중의 기사이자 아시아 교회의 가장 큰 보호자이신 대한의 임금 폐하께 삼가 문안 인사를 올리옵니다…..」
안달루시아 출신인 21대 메히꼬(멕시코) 대주교 – 여기서 ‘멕시코’는 누에바 에스파냐의 수도인 한 도시(멕시코시티)를 가리키는 뜻이지 나라 이름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 후안 안토니오 데 비자론(Juan Antonio de vizarron y Eguiarreta)이 보낸 편지는 이런 인사로 시작했다. 섣부르게 행동해 계미남변의 터지게 만든 자기 선임자, 18대 대주교 몬타네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세심한 태도가 돋보였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한계에 따라 화려한 미사여구가 잔뜩 붙은 서두를 넘어가니 중요한 부분이 나왔다. 자기들도 변방에서 입수한 정보라면서 이렇게 써놓은 거다.
「…..그 저주받을 엘 바스타르도가 이끄는 강도단은 우리 누에바 에스파냐 변경에도 자주 나타나서 재물과 사람을 약탈합니다. 최근에 그 손에 들어간 우리 포로 일부를 되찾았는데, 그들이 증언하기를, 동쪽으로 끌려가는 조선인 포로를 보았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엘 바스타르도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동쪽으로 끌려갔다고 하면 프랑스인들에게 넘겼다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프랑스인들은 폐하의 동맹자를 자처하며 가식을 떨었사오나 이로써 그 정체가 드러났으니 실로 분개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우리 누에바 에스파냐와 조선령 미주는 맹호왕께서 처음 칼리포르니아에 터를 잡으신 후 줄곧 우호를 지켜온 이웃입니다. 엘 바스타르도를 토벌하는 과업에서도 그간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인들만은 유독 놈을 잡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놈들이 실은 엘 바스타르도와 거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동안 품었던 의문이 일거에 해소되었습니다. 그 사악한 놈들은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뒤에서는 남몰래 조선에 해를 입히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어서 대응조치를 준비하시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이 넘치시는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폐하와 폐하의 제국에 영원히 햇빛처럼 내리기를 기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사역원에서 불러온 라틴어 역관이 낭랑한 목소리로 대주교의 편지를 읽어 나갔다. 편전을 채운 대신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낭독을 모두 마친 역관이 뒤로 물러나자 내가 신하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한마디씩 해보시오. 어찌들 생각하시오?”
처음 봉투를 뜯고 내 눈으로 편지를 읽었을 때 치솟았던 분노는 이제 웬만큼 진정되었다. 조정 중신들을 소집하고, 그 앞에서 서한을 읽도록 역관을 불러오고 하다 보니 다소 감정을 가라앉힐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폐하. 이는 사실이라면 실로 천인공노할 행각입니다. 불랑국은 그동안 우리에게 한두 번 신세를 진 것이 아니건만, 우리 백성을 사들여 노비로 삼다니 어찌 이런 만행을 벌일 수가 있습니까? 이는 실로 도적의 행동입니다!”
에무대신 신현규가 격분하여 맨 먼저 나섰다. 외무대신 권이성은 차마 믿을 수가 없는지 망설이는 태도를 보였다.
“폐하, 신이 보기에는 서반아 측이 보내온 서한의 진위를 먼저 판단해야 할 듯합니다 혹 서반아가 우리와 불랑국 사이에서 이간계(離間計)를 시도하려는 중이라면, 이 서한에 적힌 내용은 모두 허위가 아니겠습니까?”
“그대의 말도 틀리지는 않는다.”
스페인은 우리와 프랑스 사이를 이간질할 동기가 있다. 아주 많이. 지금 부왕인 대주교가 부왕으로 취임한 건 4년 전인 지난 1734년이다. 그 이후로 누에바 에스파냐에 밀어닥친 온갖 고난에 맞서느라 대주교는 말 그대로 죽을 고생을 했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멕시코 – 현대에 멕시코라는 나라가 들어선 땅은 ‘멕시코’라고 하고, 그 소도는 이 시대 포기대로 ‘메히꼬’라고 하는 편이 안 헷갈리겠다 ― 일대를 휩쓸었고 폭풍이 해안지대를 덮쳤다.
그가 싸운 적은 자연재해만이 아니었다. 스페인 통치에 불만을 품은 인디언들은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왕실에는 궁전 재건을 위해 막대한 돈을 바쳐야 했다. 2년 전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서 마드리드에 있는 왕궁이 완전히 타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 영국인과 프랑스인 밀수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부왕청의 재정을 좀먹었다. 대주교는 해안경비대를 편성해서 밀수선들을 나포했고, 당연히 영국인들 및 프랑스인들과의 사이가 나빠졌다. 만약 스페인이 영국이나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한다면 누에바 에스파냐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때 우리가 합세해서 서쪽에서 공격하면 누에바 에스파냐 측은 무척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가장 효과가 좋은 방책이 이갈진이긴 하다.
“속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서반아 측 제보만으로 움직이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습니다. 일단 진상을 먼저 파악하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우리 백성들을 송환하고 피해를 배상하라고 불랑국에 요구함이 옳겠습니다.”
외무대신 권이성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물증도 없이, 스페인 측이 보낸 증언 한 마디만 가지고 프랑스 측에 우리 백성을 노예로 부린다고 따지기는 무리라고 했다. 동쪽으로 끌려갔다는 증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쪽에서 구출한 이들도 함께 잡혀 있던 사람들이 동서남북으로 끌려갔다고 진술했다. 애초에 동변 땅만 해도 미국 서부를 절반이나 차지할 만큼 넓은 지역이다.
“게다가, 제 놈들 발로 넘어간 월경자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군사들의 감시를 피해 몰래 미주대령을 넘어간 월경자 수는 우리도 정확히 알지 못하니, 불랑국 총독이 ‘지금 신 불랑에 거주하는 한인은 모두 스스로 넘어온 월경자요’라고 주장하면 우리로서도 대답이 궁합니다.”
미주에서는 본국만큼 호적이 촘촘하지 못하다. 해안에 가까운 도시에서야 아이를 낳으면 바로바로 출생신고도 하고 호적에도 올리지만,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호적 따위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이 많다. 호적에 올려 봐야 속오군 소직 통지서에 세금 통지서나 받기 때문이다. 그 넓은 땅을 관리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호적을 확인할 수도 없고 보니, 본래 인구가 얼마였고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파악하기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놈들이 목적지인 미시시피 유역에 도착하지 전에 병이나 사로고 죽은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루이지애나로 넘어간 월경자 규모는 적어도 수천 명은 되리라고 어림할 뿐이다. 프랑스인들이 장길산을 통해 사들인 노예들을 여기 섞어버리고 모르쇠로 나선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일단 불랑국 조정과 신불랑 총독부 쌍방에 사자를 보내 사실 여부를 조회하고, 그 뒤에 항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중한 일이니 부디 신중히 행하소서.”
“신의 생각도 외무대신과 같사옵니다.”
국상 이상좌도 권이성의 편을 들었다. 신현규의 뒤를 따라 버럭 거리던 신하들은 이광좌가 신중론을 펴자 자기들 쪽에서 공세를 펼쳤다.
“국상 대감. 저들은 우리가 추궁하면 분명 잡아떼기부터 할 터인데 과연 조회하는 의미가 있겠습니까? 바로 군사를 내어 힘을 보여야…..”
“옛날 왜구들이 우리 해안을 노략질하던 시절에도, 선주(先主)들께서는 배와 군사를 내어 왜구의 근거지를 토벌하기 전에 잡아간 사람들을 돌려보내라고 경고부터 하셨소. 계미남변 때도 폐하께서는 조사관을 보내 교섭부터 하셨소. 그런데 어찌 이번에는 다르게 하겠소?”
당시 필리핀에서는 우리 이주민이 대량으로 학살당했다. 천인공노할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사자부터 보냈다. 확실한 증거와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메히꼬 대주교의 편지 한 장에 넘어가 우리가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한다면, 제보가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참으로 속여 먹기 쉬운 호구라고 인증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겨우 편지 한 장에 넘어가서, 진위도 확인하지 않고 전쟁을 시작한 바보가 된다.
잠시 신하들 사이에 격론이 오가자 재무대신 조운홍도 이편에 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외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전쟁인데, 본국에서 미주로 군사와 마필, 병기를 운반하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이동하는 거리만 해도 광동까지 가는 거리보다 너덧 배는 된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가뭄입니다. 안 써도 될 전비를 써서 일부러 국고를 축내고 가뭄 대책에 쓸 돈을 부족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하옵니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좌참정대신 송연명과 우참정대신 권훤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행정을 책임지는 내무대신 출신인 송연명과 군무를 책임지는 삼군부 도총사 출신인 권훤은 서로 눈빛을 맞추더니 입을 모아 말했다.
“불랑국에 따지는 것은 외무부에서 할 일이옵고, 조정에서는 일단 도적 장가를 붙잡는데 전력을 기울임이 좋겠습니다. 장가 그자가 도적질을 시작한 지 이미 13년이 되었고, 천하를 뒤흔드는 대적(大賊)이 된 지도 이미 8년이옵니다. 더 놓아둔다면 나라의 치욕이 됩니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미주총관부에서 해결하도록 하려고 했지만, 끝내 잡지 못했사옵니다. 심지어 그놈들은 우리 백성을 타국에다 노비로 팔아먹는 짓까지 저질렀으니, 이제는 도저히 더 참아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치안유지라는 작업에 관해서는 조정에서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을 두 사람이 일치된 의견을 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옳다. 본국에서 토포사(討捕使)를 임명해 보내고, 정예군을 딸려 보내 놈을 잡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결국 편전에서 낸 결론은 신중론이었다. 일단 프랑스 정부와 누벨 프랑스 총독부에 모두 사절을 보내 항의한다. 그리고 현지 실사를 통해 노예로 팔려 간 사람들을 찾는다. 프랑스 측에서 순순히 피해자를 송환하고 사과하면 그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됐다. 처음 편지 내용을 보고 흥분했을 대는 달랐지만, 조금 침착해지고 나니 웬만하면 전쟁까지 안 가고 싶다. 이제 슬슬 이번 인생도 끝나가고, 임금 자리도 영이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전쟁 따위를 함부로 일으키면 그게 더 어려워지니까.
13.
방침이 결정되자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한양에는 프랑스 공사가 주재하지 않으므로, 외교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파리외방전교회 대표를 먼저 불러 호되게 호통을 쳤다.
“짐은 이 문제에 관해 듣자마자 분노할 수밖에 없었소!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우리 대한은 귀측과의 모든 교역을 중단하고 당장 전쟁을 선포해야 할 거요!”
“폐하! 부디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당장 본국에 연락해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을 알아보고,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선교사는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단순한 충돌도 아니고 누벨 프랑스 총독부가 한인들을 노예로 매매했다니, 사실이라면 파리에서도 난리가 날 문제다. 우리가 교역이고 선교고 다 끊겠다고 나서도 할 말이 없을 거다.
“당장 돌아가 파리에 서한을 보내시오. 짐이 만족할 만한 답변이 돌아와야 할 거요.”
파리외방전교회 대표는 외무부에서 작성한 공식 항의서한을 받아서는 허겁지겁 나갔다. 마침 제물포에 들어온 프랑스 동인도회사 배가 있으니, 그 배로 본국에 연락할 모양이다. 항의문 한 통은 그와 별개로 시베리아 루트를 거쳐서 파리로 갔다. 사고 위험성이 있는 선편으로만 문서를 보냈다가 중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니, 백업을 겸해서 좀 비싸지만 가장 빠른 길로 따로 한 통 보낸 거다. 루이 16세가 우리 항의를 확실하게 받도록.
“폐하, 만약 대주교가 보낸 서신 내용이 거짓으로 반명되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신서반아 측에 감히 우리를 이간질하려 한 책임을 묻겠다.”
대주교가 정말 날 속이려고 했다면,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 누에바 에스파냐를 공격할 작정이라면야 루이지애나 공격보다 훨씬 쉽다. 육군 없이 전함만 몇 척 보내도 충분하니까. 하지만 이번 건으로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한다면…..계미남변보다 훨씬 어려운 전쟁을 하게 된다. 일단 거리가 문제다. 본국 코앞에 있는 필리핀, 미주와 바로 붙고 해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누에바 에스파냐와 달리, 루이지애나에 가려면 황야와 산맥을 도보로 넘어야 한다.
장길산도 못 잡는 미주 속오군을 믿고 정쟁을 벌일 수도 없으니 본국에서 상당한 병력을 보내야 하고, 루이지애나까지 가는 보급로도 유지해야 한다. 그 넓은 황야에 로키산맥까지 넘으면서 물자를 운반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외교라인을 통한 항의와는 별개로 우리 조정에서는 후속조치를 이어 나갔다. 프랑스 측과 교섭에서 어떤 결론을 내든, 무조건 때려잡아야 할 장길산 토벌대 편성 문제다.
“군사는 광야를 달리는 데 익숙한 북방 마병을 주력으로 한 정예 기병 2천 기를 보낸다. 화포는 필요 없을 것이고, 추가로 필요한 인원은 미주에서 얼마든지 징발하라.”
미주 속오군이 형편없는 존재인건 지휘관들도 형편없는 실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서다. 군관 대부분이 향관(鄕官)으로, 제대로 된 군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 미주에서 제대로 실력을 갖춘 군사라면 내가 미주에 있을 때 들어온 병사들 정도지만, 그쪽도 이젠 늙었다. 하지만 미숙하고 얼빠진 군사라도, 지휘하는 장수가 유능하다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자가 지휘하는 양 떼가 양이 지휘하는 사자 떼를 이긴다지 않던가. 본국에서 유능한 이를 뽑아 토포사로 파견하면, 미주 속오군이라도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
“그럼 토포사는 누구로 하시겠습니까?”
이 문제는…..이미 답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실력과 인품에 신분까지 모두를 갖추었고, 본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러 나설 의지까지 있는 사람.
“감찰원 어사대장 박문수로 하겠다. 고령위는 그동안 숱한 싸움에 나가 공을 세운 바가 있고, 도망친 적을 추적해 잡는 일에도 일가견이 있다. 혹시 그대들이 추천하고 싶은 다른 이가 있는가?”
이번에 미주에 가면 스페인이나 프랑스 측과도 자주 만나 조율할 부분이 많을 거다. 고로 실력만 갖추면 되는 게 아니고 적절한 신분도 필요하다. 태황의 사위인 박문수는 그 점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역시나 내 뜻에 거스르려는 추천인은 없었다. 신하들은 잠시 웅성거리는 듯하더니 바닥에 고개를 깊게 조아렸다.
“말씀대로 고령위가 적임인 듯하옵니다. 폐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이제까지 박문수가 쌓은 성과가 워낙 많다 보니 신하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대장인 토포사를 경정했으니 이제 사소한 일들만 남은 셈이다. 오늘은 4월3일, 양력으로는 5월 23일이다. 국력으로 6월이 되기 전에 출정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두르라는 명을 내렸다. 출발까지 한 달이니 여유는 충분하리라.
앙주 공작은 루드비크 1 세가 아니라 2세가 되는 게 맞습니다. 헝가리 앙주 왕조의 러요시 1세가 폴란드 국왕 루르비크(1370~1382)로 재위했는데, 제가 확인을 제대로 못 해서 빠트렸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