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60
3부 678화(1560화)
16.
목표로 잡은 기한까지 겨우 맞췄다. 5월 29일, 양력으로는 7월 15일에 수송선 여덟 척과 호송선 두 척이 제물포에서 기운차게 닻을 올렸다. 참, 호송선 중 한 척은 동현이다. 동현을 보내는 건 다른 이유에서 가 아니다. 이번 토포군은 내 특명으로 편성했다는 점을 미주 백성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그리고 어차피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고 있어서다. 은이가 죽은 뒤로 동현을 탈 사람도 할 일도 없다. 그래서 요즘은 내 배인 동성과 함께 하릴없이 서해로 나가서 순시나 하다가 돌아오는 게 일상이다. 그러느니 장길산 토벌군을 호송해서 미주에 가는 게 훨씬 좋지 않은가.
이렇듯 배와 물자를 모으는 일은 그래도 쉬웠지만, 자질을 갖춘 인원을 충분히 모으기는 좀 힘들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시간이 촉박했다. 일단 의금부에는 수사관이 많지, 기동대는 적다. 가장 적합한 선발 대상은 2만에 달하는 우포청 소속 기마대인데, 이놈들은 전국에 흩뿌려져 있다. 그래서 급하게 인원을 소집하기 어려웠다. 결국 경기도?강원도?황해도 일대에 주둔한 병력 중심으로 차출해야 했다.
본국, 아니 남도 – 외부에서는 남한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 에 주둔한 대원들이라고 해서 모두 남도 출신인 건 아니다. 기병이라는 특성상, 다수가 북도 출신이다. 왜인여진이나 오도리 출신도 좀 섞여 있다. 속오군에 군졸로 있기보다 관위를 받기를 택한 이들이다. 여기에 금군에서 차출한 군사들까지 더해졌다. 친위대, 시위대, 백위대에서 차출한 최정예 기병들은 오도리나 왜인여진 외에 무어인이나 카자크인, 바시키르인, 유럽계 백인까지 정말 출신이 다양하다.
이들 모두가 내 신하들이다. 이 조합이 어울려 살아가는 나라를 만드는 데 백 수십 년이 넘게 걸렸다. 이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시작할 참이다.
“모두 건투를 빈다. 도적놈을 꼭 처단하고 와야 한다!”
“예, 폐하!”
“태황 폐하 만세!”
짧은 훈시를 끝내자 박문수 이하 토포군 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뒤에 늘어선 군사들은 무기를 든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일제히 만세를 외쳤다. 특별히 뽑혔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한층 더 우렁찼다. 마치 2천 명이 아니라 2만 명이 외치는 듯했다. 복장은 다들 편안한 전복 차림이다. 혹시나 해서 가져가는 갑옷은 선창에 잘 실어놓았다. 장길산 일당과 싸울 때야 갑옷이 별 필요가 없겠지만, 만약 프랑스군과 싸우게라도 된다면 놓고 간 갑옷이 무척 아쉬워지리라.
“승선!”
호령이 울리자 대기하고 있던 거룻배들이 움직였다. 부두에 늘어선 군사들은 각자 휴대한 군장과 함께 순서대로 거룻배에 올랐다. 그리고 배에 닿자 선측에 늘어뜨린 그물망을 타고 갑판에 올랐다. 개인 휴대품 외의 다른 짐은 이미 선원들이 다 실어놓았다. 부두를 메운 구경꾼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배에 오르는 군사들을 환송했다. 가족이지 싶은 이들이 눈물을 훔치며 손을 흔드는 광경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예무대신 신현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폐하. 신이 배 다루는 일에 무지하기는 하오나, 배가 조금 많이 것 같습니다. 두 척 정도 줄여도 되지 않았을지요.”
신현규는 토포군이 장길산을 붙잡거든 옛날 임해군 못지않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가장 크게 떠든 전력이 있다. 그런 양반이 묘한 데서 애매하게 굴었다.
“배가 두 척 정도 더 줄었어도 미주 백성들에게 폐하의 위엄을 떨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듯합니다. 가뭄 때문에 돈 쓸 곳도 많은데 공연히 배 두 척을 낭비한 게 아닐지…..”
그 이야기였냐, 하지만 배를 넉넉히 편성한 건 다 생각이 있어서 한 일이다.
“공간이 넉넉해야 군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선창에 짐짝처럼 구겨져서 바다를 건너려면 그 수고가 얼마나 큰지 그대는 아는가?”
나라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라곤 없는 신현규가 그 고충을 알 리 없다. 그에 반해서 나는 직접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해본 사람 아닌가. 선객들이 쾌적하게 여행하려면 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게다가 저 수송선 여덟 척에는 무기와 탄약이 토포군이 사용할 양 이상으로 실려 있다.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동원한 미주총관부 속오군에게 지급할 분량이다.
여기에 그간 장길산 때문에 곤욕을 겪은 미주 백성들을 위무하는 데 쓸 하사품까지 잔뜩 실려 있다. 이 많은 짐을 선부 나르자면 배 8척 정도는 많은 게 아니다.
“그리고 저 배들이 돌아올 때는 빈 배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미주에서 생산한 양식과 술을 가득 싣고 올 것인바, 기근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가뭄을 생각하지 않고 쓸데없이 배를 낭비하는 게 아니다.”
2년째 가뭄이 들었으니, 빈 배라도 미주에 보내서 물자를 실어와야 할 판 아닌가. 그런데 군사를 싣고 미주에 갈 일이 생겼다. 공연히 배를 아낄 이유가 없다.
“신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부디 어리석은 신을 벌하여주소서.”
내 설명을 듣더니 신현규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설명을 명확히 해고 못 알아들을 정도로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니 다행이다.
“폐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아니다. 그대들이야말로 무사히 돌아와야지.”
‘그러는 사이 박문수를 비롯한 지휘부 장수들이 단상 위로 올라와서는 대 앞에 엎드렸다. 하나씩 친히 일으켜 손을 잡아주면서 격려했다. 아까부터 식전 내내 내 옆을 떠나지 않았던 영이에게도 내 옆에 서서 함께 장수들을 격려하도록 했다.
“그대들의 임무는 도적을 잡는 것이지만, 무사히 돌아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대들은 모두 내 아끼는 신하인데, 이제 여기 있는 태손을 위하여 그 재주를 발휘해야 할 차례가 아닌가.”
박문수, 세묜, 권창처럼 나와 따로 사적인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는 어깨라도 한 번씩 더 두드려주었다. 내 외손자 순규도 마찬가지고. 세묜외에 다른 카자크 조카들도 여럿 출정할 예정이라, 그 녀석들한테도 적을 쳐서 공을 세우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격려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박문수다. 잠시 고개를 돌리니 연주가 박문수의 품에 안겨 뭐라 속삭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주요 장수진 중에서 아내가 여기까지 배웅을 나온 사람은…..역시 연주 하나뿐이구나. 하기야 맏아들까지 나가니까 당연하기도 하다.
거기에 덤으로 혜련이와 이사벨라가 연주를 따라왔다. 하지만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미 인사를 마쳤다면서, 이 아이들은 연주처럼 ‘찐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장수들을 태운 마지막 거룻배가 동현에 닿았다. 줄사닥다리를 타고 갑판에 오른 장수들이 뱃전에서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이고 예를 올렸다. 부두에 남은 구경꾼들과 가족들이 배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친 동현이 돛을 펴며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요즘 미주행 상선단은 대동양 쪽으로 나가 일본 연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토카부치를 찍고 동쪽으로 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해를 거쳐 울릉도를 찍고 아모국으로 간다. 이유는 두 가지다. 혹시 일본 연안을 지나가다가 태풍을 만날지 모르는 위험을 피하려고, 그리고 느닷없이 병력을 태운 배가 앞바다로 지나가면 경계할 일본 측 입장을 배려해서다. 우리도 우리 앞바다로 군대를 가득 실은 일본 함대가 지나가면 경계하지 않겠는가.
동현이 바람을 타고 앞으로 미끄러지자 다른 배들도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멀어져가는 선단을 보자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부디 장길산 그놈을 확실히 요절을 낸 다음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박문수는 우리 조정에서 누벨 프랑스 총독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도 가지고 있다. 과연 그 편지가 무사히 전달될까. 저쪽은 우리가 현지에서 그 소문에 관해 사실 여부를 조사하도록 허용할까. 공연히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어도선에 오른 뒤에도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벽 너머에서 흐느끼는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들어보니 연주가 울고 있고 혜련이와 이사벨라가 위로해주고 있었다. 연주도 역시 괜찮은 척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남편을 이국에 보내고 울고 있는 연주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것도 내가 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동원되는 개별 장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다. 부디 최대한 적은 피해만으로 임무를 완수하기를.
17.
아모국에서 돌아오는 배편으로 토포군이 무사히 미주로 떠났다는 소식을 확인했을 때쯤 북쪽에서 급전이 날아왔다. 내가 기다리던 사건이 마침내 유럽에서 일어났다는 연락이었다.
“도이치 황제가 붕어했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아우인 대공이 바로 제위를 이었는데, 지위를 잇자마자 돌궐에 사자를 보내 강화를 맺자 했다고 하옵니다.”
드디어 카를 6세가 제위에 올랐구나. 다만 카를 6세도 이미 쉰 살이 한참 넘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황제 자리를 오래 지키기는 어려울 텐데, 과연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상속권을 넘겨줄 수 있을까.
“그쪽에서 일을 어찌 처리하건 우리와는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청나라나 후송의 제위를 잇는 문제라면 우리 안위와 직접 관계되니 관심을 크게 기울여야겠지만, 루스나 서반아도 아니고 별로 교류도 없는 나라의 제위 계승에 크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사옵니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 허나 천하의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그 영향을 받아서 커다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라. 그러니 어찌 아예 관심을 두지 않겠는가.”
마리아 테레지아가 과연 합스부르크를 물려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비가 될지, 못 될지가 결정이 난다. 물론 프랑스 혁명이 순전히 마리 앙투아네트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변수가 될 일은 적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루이 16세는 루이 14세의 족적을 그대로 따르겠다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모양이다. 스승인 플뢰리 추기경은 어떻게든 제자를 좀 견실하고 평화적인 군주로 만들어 보려고 했던 모양인데, 어째 자라면서 제 증조부를 본떠서 행동하는 경향이 더 커진다.
원래 세계의 루이 15세, 지금 폴란드에 간 앙주 공작과 다른 점이라면 본인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국정을 부도한다는 점 정도다. 증조부 루이 14새를 우상으로 삼다 보니 그 태도도 비슷하다. 숱한 정부를 두고 사치를 즐기며 예술을 권장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놈의 부르봉 핏줄이 문제인가, 가풍이 문제인가.”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과 7년 전쟁에 프랑스가 참전할 건 확실하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소극적인 앙주 공작 대신에 왕위에 앉은 루이 16세라. 게다가 이쪽 세상에서의 7년 전쟁은……적어도 하나는 확실히 다르다. 러시아에 엘리자베타 여제가 없을 테니까, ‘세 부인의 동맹’은 확실히 없을 거다. 아니, 아직은 퐁파두르 부인이나 마리아 테레지아의 위치도 확실하지 않다. 세 ‘부인’ 중 하나도 권력을 못 잡을 수도 있다.
“밀라노 대공이 새 황제가 되면, 분명 자기 딸에게 지위를 물려주고자 하겠지.”
“욕심은 그렇겠지만, 선황이 정한 바가 있는데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선황이란 카를 6세의 형인 요제프 1세가 아니라 부황 레오폴트 1세를 가리킨다. 레오폴트 1세는 죽기 전에 을 제정해 남자 계승자가 없다면 합스부르크 가문의 모든 영지를 여자 후손도 계승할 수 있게 규정했다. 다만 여기서는 요제프 1세의 후손들에게 우선권을 두었다. 카를 6세가 마리아 테레지아를 후계자로 삼고 싶다면 이미 수십 년의 된 계승약관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합스부르크가 지배하는 모든 왕국과 공국 의회에서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과연 그럴 여유가 있을까.
원래 역사에서는 카를 6세가 젊어서 즉위했으니 자기 희망대로 을 제장하고 승인받을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전쟁에 진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오스만과의 전쟁에 패하기까지 했다. 과연 자기 딸의 계승권을 밀어붙일 여유가 있을까.
“역시 슐레지엔을 팔아 프로이센군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을까.”
원래 역사에서의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 내릴 수 있는 결론이겠지만, 나로서는 그 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슐레지엔을 용병료로 넘겨주고 프리드리히 대왕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라면 그 거래에 응한다. 그게 몽땅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다만 이 거래는 성공하더라도 훗날 7년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슐레지엔을 빼앗긴 마리아 테레지아가 프로이센에 복수하겠다면서 일으킨 전쟁이 7년 전쟁이었으니까. 빼앗긴 게 아니라 아버지가 판 거라고 해도, 마리아 테레지아가 앙심을 품을 확률은 있다.
하지만 그거야 지금 미리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신하들과 의논해보고 싶어도 우리 조정 내에서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정말 관심이 없다. 이유야 뭐 앞에서 이미 언급한 그대로다. 신성로마제국과는 국경이 닿지도 않았고, 교류도 별로 없으니 큰 관심이 없을 수밖에. 그래서 이 문제는 그냥 나 혼자서만 심각하게 주시하는 중이다.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하지만, 내가 손쓸 수도 없는 일인데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결판이 날 것 같지도 않다. 7년 전쟁, 그거 아직 한 20년은 있어야 터지지 않던가.
어쩌면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이 끝나는, 아니 시작했다는 소식도 못 들을지도 모른다. 일단 카를 6세는 나보다 스무 살이나 젊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보다 오래 살지 않겠는가? 그러면 다음 생에서나 그 결과를 알게 되겠지.
18.
“조홀국에 들어오는 새 백성들은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가?”
“예, 폐하. 일단 낯선 땅으로 들어온지라 다소 혼란스러워하고 있기는 하나, 땅을 받아서 일하는 태도는 무척 성실하다 합니다.”
조홀국 내란이 마무리된 지도 1년이 넘었다. 하지만 내란의 후융증으로 조홀국은 인구가 절반 이하로 격감했다. 당연히 농업도, 광업도, 상업도 크게 타격을 받았다. 광선은 채굴을 멈췄다. 농토는 버려졌다. 당연히 교역도 끊어졌다. 남은 한인과 일본인, 소수의 중국인과 말레이인 인력으로는 이것들을 다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느라고 대남도에서 새로이 이주민을 모집했다. 하지만 그만한 공백을 한 번에 메울 방법은 당연히 없다. 본국에서도, 누손주에서도, 일본에서도 이주민을 모집해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린다.
딱 하나, 광동이나 복건에서 이주자를 모집하면 단박에 국토를 채우고도 남겠지만, 그건 미친 짓이다. 이번 내란이 어떤 놈들 때문이었는지를 생각하면, 절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받아들인 새 이주민 집단이 바로 영국 동인도회사가 데려온 인도인들이다.
“잉글인들이 데려온 천축인은 아직 1천여 명밖에는 안 됩니다만, 무척 성실하게 일한다고 합니다. 더 데려오고 싶으니 본국 조정에서 자금을 원조해주면 좋겠다는 청이 와 있습니다.”
“좋다. 승인하고, 그 비용은 모두 한양에서 정산한다고 전하라. 상국이 되었으면 그 정도 배려는 번국에 베풀 수 있어야겠지.”
인도인 노동자는 당연히 공짜가 아니다. 운송비 및 계약 수수료를 치러야 한다. 말하자면 계약제 노예인 셈이다. 그래서 본국에서 돈을 내겠다고 했다. 조홀국 조정에서 돈을 내면, 문자 그대로 노예로 취급할 테니까. 내가 그 돈을 내줘야 조홀국에서 함부로 취급하지 못할 게 아닌가. 노예라 해도 내 노예지 조홀 국왕의 노예는 아니니까 말이다.
“개중에는 배화교도들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장사로 유명한 자들이니, 조홀국을 거점으로 하는 교역망을 복구하는 데 유용할 듯합니다.”
“좋은 생각이다.”
배화교(拜火敎), 즉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하는 페르시아계 인도인들은 ‘파르시’라고도 하는 유명한 상인들이다. 현재 영국이 지배하는 구역인 인도 서부에 많이 거주한다. 파르시들이 이주해오면 조홀국의 종교 구성이 좀 더 복잡해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