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67
3부 685화(1567화)
1.
황도의 공기는 역시 맛이 다르다. 장강 강물에서 풍기는 물비린내와 거리에서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체취, 길바닥에서 썩어가는 오물과 쓰레기 냄새 따위가 섞여 냄새를 풍기지만, 그 냄새 자체가 바로 황도인 남경을 상징하고 있었다.
“흠, 흠, 으흠. 그래, 이게 황도지.”
갑판 위에 선 장호원은 콧구멍을 크게 벌리고는 거의 2년 만에 맡는 황도의 냄새를 폐부 깊숙이 한껏 빨아들였다. 그제야 살아났다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번에도 전장에서 무사히 살아서 돌아온 거다.
사방에서 청군이 몰려왔다. 총성과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의 비명이 쉴 새 없이 귓가를 울렸다. 적은 팔기가 아니라 녹영군이었지만 어차피 머리를 깎고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지껄이는 건 건주 놈들과 똑같았다.
“버텨라! 즉어도 버텨야 한다!”
상관인 천총 사천목은 그제 전사해버렸다. 그 통에 임시로 천호를 지휘하게 된 장호원은 미친 듯이 고함치며 쉴 새 없이 칼을 휘둘렀다. 전신에 피를 덮어쓴 그 형상이 마치 악귀와 같았다. 처음에는 양군이 포격을 교환했다. 하지만 곧 포탄이 바닥났다. 이쪽이 포탄이 떨어진 걸 알았는지 적은 곧바로 돌격을 감행했다. 군사들이 든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고, 빈총에다가 총창을 꽂은 군사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군관들은 칼을 들었다. 장호원이 외쳤다.
“죽을 각오로 버텨라! 버티지 못하고 작에게 붙잡히면 너희 모두 막북으로 끌려가서 평생 노예로 살게 될 것이다!”
모두가 익히 아는 바다. 건주군은 붙잡은 후송군 포로들을 마치 생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밧줄과 쇠사슬로 줄줄이 묶어 북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이역만리 떨어진 농장이나 광산에 처넣고 죽을 때까지 노역을 강제로 시킨다. 조금만 일이 느리면 가차 없이 가죽 채찍이 날아와 살을 찢는다. 양식은 모자라고 의복은 부족하다. 추위와 이슬을 피할 지붕조차 넉넉하지 않다. 혹시 도망쳐서 화북 주민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도록 한쪽 귓불을 자르고 손등에 낙인까지 찍는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수용된 농장과 광선 주변은 강남인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난폭한 건주 군사들이 사람보다 큰 몽골산 사자개를 끌고 감시하고 있다. 숱한 포로들이 그 가혹한 노역 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다가 사나운 개들의 밥이 되었다. 그 지옥에서 살아서 빠져나온 자들은 열에 한둘, 아니 백에 한둘도 되지 않는다. 감금된 곳에서 어떻게 벗어나더라도,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귓불이 잘리고 손등에 낙인이 찍힌 채로 강남까지 수천 리 길을 도망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도중에 잡혀도 당연히 죽는다.
그 험난한 길을 뚫고 강남에 도착한 탈출자들은 조정의 명에 따라 각 군영을 순회하면서 자기가 겪은 바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북적(北狄)들이 얼마나 잔혹하고 야만적인지, 그리고 그놈들을 따라서 머리를 깎고 그놈들의 노비 노릇을 하는 화북의 한인들 – 노예처럼 건주의 개 노릇을 한다고 해서 노적구(奴賊狗)라고도 부른다 – 이 얼마나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지를.
장호원도 이런 탈출자들을 여러 차례 접했다. 당연히 포로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결심을 굳게 다졌다. 고향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데 그 끔찍한 꼴을 당할 수는 없다. 사방이 적에게 둘러싸인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익! 이 건주의 노예 놈들!”
장호원은 부하들을 독려하면서 밀려오는 적군을 상대로 죽을힘을 다해서 칼을 휘둘렀다. 그의 군사들도, 원래 거느리고 있던 한양도통부 관병 외에 단련병들도 최선을 다해 싸웠다. 지금 두려움에 싸여 패주하면 전멸이라는 건 이들도 잘 알았다. 지금 장호원을 향해 밀려오는 적은 녹영병이다. 팔기군으로 구성된 적 본진은 저쪽에서 유유히 대기하고 있다. 청군이 즐겨 쓰는 전법이 녹영병으로 후송군의 전열을 무너뜨린 뒤 팔기 기병들이 그 빈틈을 파고들어 돌파하는 거라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밀리면 밀렸지, 뚫리면 안 된다. 정말 미친 듯이 싸웠음에도 장호원의 군사들은 조금씩 밀려났다. 늦게라도 원군이 달려와 도와준다면 좋겠지만, 원군은 없을 게 분명했다. 장호원의 천호가 맨 마지막 부대였으니까. 이미 다른 부대는 전부 철수했으니까.
‘전군의 후위를 지키는 건 장수로서 누릴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세. 장 공, 부디 적의 추격을 막아 폐하께서 맡기신 군사들을 잘 지켜주시게.’
윗사람들 앞에 불려간 장호원은 이렇게 당부를 빙자한 명령을 받았다. 혼자 뒤에 남아서 끝까지 적과 싸우다가 죽으라는 소리였지만, 돌봐줄 배경이 없는 장호원으로서는 그저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버텨준 휘하 군사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싸움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꽤 괜찮은 전과를 거뒀는데, 청군이 예상치 못한 역습을 가해왔을 때도 지형을 잘 이용해서 꽤 괜찮게 버텼는데, 다른 부대들이 밀려날 때도 위치를 지켰는데. 그게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제기랄! 차라리 그때 패퇴할 걸 그랬어!”
다른 장수들처럼 밀렸으면 이번에도 그냥 도망갈 수 있었을 거다. 뭐가 잘났다고, 혼자만 적군의 공격을 막아냈다가 눈에 띄었다. 게다가 다른 장수들과 달리 배경까지 없었다. 뒤에 버리고 가기 딱 좋은 버림패인 셈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지금이라도 지원군이 달려와서 장호원을 도와 적의 선봉인 녹영군을 격퇴한다면 적의 추격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본진에선 아무도 달려오지 않고 도망가기만 급급하다. 장호원을 돕기보다는 당장 자기 목숨이 급한 거다.
원군이 온다는 희망도 없이, 장호원과 군사들은 싸우고 또 싸웠다. 총성이 울리자 탄환이 가슴을 뚫었다. 내리쳐진 대도가 어재부터 허리까지 단박에 쪼갰다. 창날이 배를 뚫고 피와 창자를 흩뿌렸다. 마침내 장호원의 군사들도 지쳤다. 압도적인 적에게 밀리고 또 밀려 더 이상 싸울 여력이 없었다. 이제 최후가 왔다고 생각한 장호원이 죽을 결심을 했다. 자기 목에 장검을 대고 그으려는 순간 기적이 있어났다.
“대인! 원군입니다! 원군이 왔습니다!”
장검을 목에 대고 막 그으려던 장호원의 몸이 굳었다. 뒤쪽에서 우렁찬 함성이 울리고, 앞에 있던 청군 녹영병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원군이 온 거였다.
“뭐하십니까, 장형! 배가 부두에 닿았습니다!”
뒤에서 웃음기 가득한 고함이 들렸다. 함께 양양성에 갔다가 함께 돌아오게 된 고구였다. 양양에 가기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유쾌하고 발랄하다. 하지만 이제는 장호원도 더 이상 고구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도리어 밝게 웃었다.
“오랜만에 황도에 돌아오니 너무 기뻐서 발이 떨어지질 않는구먼.”
“에이, 도중에 고향에 들렀다 와서 그런가 보지요. 가족들의 환대가 그만큼 좋았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런가 보네.”
장호원이 껄껄대며 웃었다. 그가 고구를 보고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막 죽음을 맞이하려던 순간에 구원군을 이끌고 달려온 가람이 바로 고구였기 때문이다. 그간 몇 번이나 장호원 쪽에서 고구가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운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
뱃길로 남경에 돌아온 두 사람은 본영에 출두했다. 이들을 전장으로 보낸 상관 주준이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그새 직급이 올랐는지, 주준은 어느새 정5품 중랑장이 되어있었다.
“잘 돌아왔네, 잘 돌아왔어! 소식은 전부 들었네. 자네들은 정말 운이 좋구먼! 그 참혹한 패배 와중에 눈에 띄게 전공을 세우다니. 역시나 내 선택이 탁월했네. 함께 보내기를 정말 잘했어.”
“과찬이십니다, 중랑장 대인.”
장호원이 고개를 숙였다. 애초에 주둔은 싸움터에 ‘죽으로’ 가고 싶다는 고구에게 원하는 대로 ‘죽을 기회’를 마련해줬을 뿐이고, 장호원은 거기 말려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정말로 고맙게 여길 필요도 없지만, 처세술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잖은가.
“모두 대인께서 안배하신 덕분입니다! 소관이 이번에 싸움에 나가서 폐하께 바칠 전공을 세우고 또 살아 돌아온 것이 모두 여기 있는 장 파총 덕분인데, 장 파총이 저와 함께 가게 해주신 분이 중랑장 대인이시니 어찌 그 은혜를 감사히 여기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고구는 달랐다. 고구는 진심으로 주준에게 감사를 표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자기 집안에서 주준에게 뇌물을 먹였으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도중에 집에 들렀을 때도 그렇게 행동했던 거겠지만.
두 사람은 지난 9월까지 양양에 머루르면서 패잔병을 수습하고 적의 역습을 대비하면서 정신없이 보냈다. 북정에 나섰던 후송군이 절반 가까운 병력을 잃었으니, 기세가 오른 적이 양양성 함락을 노리고 역습을 가할 위험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쉴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동안 그간의 공을 인정해서 정7품 파총으로 승진시킨다는 통보를 받았다. 별장이 아니라 파통인 이유는 도통부 소속 관병은 금군과 직급은 같아도 그 관명은 달라서다. 여기에 그만 남경으로 돌아오라는 병수상서 명의의 통보도 있었다.
소환장을 받았으니 돌아와야 한다. 두 사람은 남경과 양양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인 장강을 운행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고구가 고집을 피웠다. 병부에서 출두하라는 날짜까지 여유가 넉넉히 있으니까, 집에 들러야 한다는 거였다.
“장형!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고 했어요.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공을 세워 출세했는데 어떻게 고향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장호원은 요 몇 년 동안 고향을 찾지 않았다. 고구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혹시 집에 갔다가 고 씨네 집안사람들이라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순순히 고향을 찾아가느라 배에서 내렸다. 고구는 자기 생명의 은인이었으니까.
의외로 준비성이 투철한 고구는 자기가 도착하기도 전에 시종을 시켜서 편지부터 보냈다. 고 씨 본가에 도착하니 고가장(高家莊) 전체가 이미 축하 잔치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어서 오게, 장 파총. 그동안 우리 못난 아들놈을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네. 이 못난 놈이 자네 덕을 보았다면 편지로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
“어르신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부끄럽습니다. 제가 뭘 했다고…..”
고 씨 집안의 가장, 고 장주(莊主)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장호원을 환영했다. 장호원은 그 앞에 서자 아무 소리 못 하고 고개가 바닥에 닿도록 허리를 숙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군영에 있을 때는 고구에게 반말도 할 수 있었다. 거긴 군영이니까 하지만 여기는 고 씨 일문이 절대적인 권력을 쥔 고향이다.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절로 허리가 굽혀졌다. 옛날 부친을 도와 밭을 갈다가 땅을 둘러보러 나온 고 장주를 만났을 때처럼.
“아버님! 제가 싸움에 나가서 공적을 세우고, 이렇게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까지 한 건 순전히 여기 장형 덕뿐입니다. 장형은 진실로 용감하고 현명한 무관으로,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옆에 선 고구는 신이 나서 변죽을 올렸다. 자기가 누구 덕분에 훌륭한 무관이 되어 이번 싸움에서 살아났는지, 그리고 공적을 세울 수 있었는지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게 다 장호원 덕분이라고 말이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면 마땅히 갚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마땅히 그리하셔야 합니다.”
“좋다. 당연히 그래야지. 장 씨, 여기 나와 보게.”
미처 눈치를 못 챘는데, 어버지가 고가장에 와 있었다.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고 씨 집안 일가붙이들 사이에 있으니 그 허름한 옷차림이 한층 더 두드러져 보였다. 아버지가 익숙한 태도로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나게. 자네 아들 앞이잖은가. 자, 자네 아들 장 파총이 내 아들놈에게 군영에서 무척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니 나도 그 은혜를 갚아야지.”
“아이고, 대인께서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호원이 저놈은 그동안 대인께 진 빚들 대신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요.”
아버지는 고 장주의 따뜻한 말을 듣고 몸 둘 바를 몰라 하면서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호원은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면서 속이 답답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고 장주가 비록 인심 좋은 지주라고 해도, 그들 일가의 목숨 줄을 쥔 사람인 건 사실이었으니까.
“은혜를 갚는다고 해 봐야 별건 아닐세. 일단 그동안 자네 앞으로 쌓인 빚을 탕감해주고…….올해부터 자네가 빌린 땅에서는 지조를 받지 않기로 하지. 논도, 밭도, 뽕밭도 모두 말일세. 다만 아예 아무것도 안 받으면 자네 마음도 편하지 않을 테니, 매년 닭 세 마리만 받음세.”
“감사합니다, 아버님.”
옆에 선 고구는 싱글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장호원은, 그리고 부친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백 호(戶)에 달하는 고 씨 집안의 소작농 중에서 이런 특혜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고 씨 집안 인심이 후해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장호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부친이 먼저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꿇어 엎드려 고 장주의 자비로움을 찬양했다. 장호원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상태로 옆에서 허리를 바짝 숙였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덕분에 아버지를 따라 땅에 엎드리지는 않았다.
“자, 일어나서 내 술 한잔 받게나. 장 파총, 자네도 내 술 한잔 받게.”
장호원은 아직도 떨떠름한 상태로 고 장주의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아들을 구해둔 은인!’이라 해서 잔치 자리 상단에 불려가 앉았다. 정말이지 이게 다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중랑장 대인께서도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저희가 있게 될 자리에서도 부디 잘 살펴주시기를 바랍니다.”
“허허, 뭐 내가 한 게 있어야지. 그리고 앞으로 자네들이 있을 곳이라고 하니까 말인데, 자네들 금군으로 돌아오지는 못할 것 같네.”
지난번에도 전장으로 나갔다가 금군으로 돌아왔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주준의 말은 장호원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자네들은 양주도통사 휘하로 간다고 하더군. 세운 공이 워낙 많았어야지. 그런 장수들을 금군에 박아놓고 썩힐 게 아니라 전장에 보내 제대로 적과 싸우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여럿 계신 모양이야.”
고구는 그 말을 진짜 칭찬으로 받아들였는지 희색이 만면했다. 하지만 장호원의 귓가에는 그 말이 고 씨 집안에서 또 뇌물을 먹이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미로 들렸다. 양주도통부라니, 이번에 대운하를 통해 북진하려다가 참패한 그 부대 아닌가. 당분간 출진하지 못할. 아무래도 또 고구와 쌍으로 묶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는 딱히 큰 불만이 없었다. 거구 덕에 이번 싸움에서 살았고, 또 고구 덕에 아버지가 남은 생이나마 좀 편히 사시게 되었다. 그런데 뭐 아까울 게 있겠는가.
“아, 그리고 자네들 양주도통부로 가면서 직급도 오를 걸세. 정6품 천충으로 말이야. 그것 역시 자네들 공적 덕분이니 자랑스러워하게나.”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그것도 다 중랑장 대인 덕분입니다!”
고구는 여전히 만사를 좋게만 해석하면서 기뻐했다. 그러나 장호원에게는 그 소식 역시 고 씨 집안에서 돈과 연줄을 활용했다는 방증으로 들렸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쨌든 장호원 역시 그 덕분에 승진했으니 된 것이다. 과연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