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77
3부 695화(1577화)
23.
라 파르 후작은 길을 서둘렀다. 생각 같아서야 루이지애나에 거주하는 조선인 이주민들의 현황에 관해 직접 조사하고 싶었지만, 이미 아메리카에 도착해 있다는 조선 사절과 만나는 게 급선무였다. 파리를 방문했던 조선 사절단이 ‘본국에서 곧 대규모 토벌군이 출발할 것’이라고 사전에 통보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쪽이 건너야 하는 태평양도 만만한 바다는 아니고, 도착해 봐야 곧 겨울이니 당장 움직이지는 못 하리라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여유가 있으리라고 봤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라 파르 후작이 투덜거렸다. 적어도 4월은 되어야 조선군이 르 바타 토벌을 싯 작하리라고 예상했건만, 저들은 겨울이 다 끝나지도 않은 2월부터 작전을 개시했다. 당연히 본격적인 토벌이 시작되기 전에 조선 측 사령관과 회견하려던 계획이 어르러졌다.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겠군. 조선군이 혹시라도 르 바타를 추격한다는 핑계로 로키산맥을 넘기 전에 말이야.”
프랑스인들이 처음에 루이지애나를 점유할 때, 로키산맥은 별다른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프랑스인들은 모피 교역을 위해 호수와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수로 연변에 요새를 구축해 거점으로 삼았다. 수로 끝, 서쪽에 있는 산맥까지 가는 건 급하지 않았다. 그런 탓으로 루이지애나의 동쪽과 남쪽 한계는 비교적 명확했으나 서쪽 한계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태평양 연안에 식민지를 구축하던 조선인들이 40여 년 전 갑자기 그 산맥을 넘어 나타났다. 그리고 루이지애나 전역을 한 바퀴 돌고 돌아갔다.
뒤늦게 그 소식을 접한 누벨 프랑스 총독부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선인들은 루이지애나를 자기네 영토라고 선언하거나 정착지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두 나라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을 건 분명하다. 조선인들이 루이지애나로 진출하면 북아메리카의 패권을 빼앗길 위험이 컸기에, 총독부는 급히 사냥꾼과 모피 상인들을 동원해서 탐험대를 조직했다. 이들이 루이지애나 서부를 직접 돌아다니며 조사한 바에 따라 요새를 건설하고 원주민들과 교역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다행히 조선인들은 가끔 원주민들과 교역하러 나오기는 했어도 로키산맥 너머로 세력권을 넓히려고 들지는 않았다. 저들도 로키산맥을 암묵적인 경계로 삼았다. 덕분에 누벨 프랑스 총독부에서도 로키산맥을 루이지애나의 서쪽 경계로 간주하고 기반을 다질 시간을 벌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러났듯이, 그 경계는 그렇게 견고하게 지켜지지는 못했다. 양국 밀수꾼들은 수비대가 배치되지 않은 산길을 찾아 수시로 로키산맥을 넘었다. 사실 프랑스 밀수꾼들이조선인 노예를 거래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조선인 밀수꾼들도 인디언들에게 총이나 말, 술 따위 물건을 판다. 공연히 충돌하기 싫어서 묻어뒀지만, 누벨 프랑스 총독부로서는 솔직히 이쪽이 더 신경이 쓰이는 문제다.
“우리 누벨 프랑스 식민지는 동쪽과 북쪽은 영국인들에게, 남쪽은 스페인인들에게, 서쪽은 조선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지. 특히 이제껏 우리와 적대한 적이 없는 조선인들이라면 더더욱.”
라 파르 후작은 북아메리카에 있는 모든 세력의 한가운데 낀 누벨 프랑스로서는 처신에 주의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자칫 주변을 둘러싼 다른 세력들이 손을 잡는다면 가운데서 협공당할 위험이 있다.
“자네나 나나 북아메리카는 처음이지만, 이것 하나는 꼭 기억해두게. 외교란 서로 원하는 바를 제시하고 그 가운데서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일세.”
어느 한쪽에서 원하는 바를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정치라고는 할 수 있어도 외교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라 파르 후작은 그 점을 중요하게 강조했다.
“예, 각하. 명심하겠습니다.”
배 위에서 이뤄지는 외교 강의에 몽캄 후작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그간 풍부한 전투 및 외교 경험을 쌓은 라 파르 후작의 강의는 말 그래도 피와 살이 되었다. 이들은 지금 최대한 빨리 조선 사절단과 접촉하려고 수로를 통해 이동하는 중이다. 루이 16세의 명에 따라 총사대에서 선발한 정예병 5백 명과 함께 이동하려니 좀 번거로워지기는 했지만, 본국에서 온 정예부대를 대동한 만큼 조선 측도 이쪽의 진정을 이해해줄 터였다.
“이곳 식민지에서는 본국과 다른 사정이 많지만, 본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없는 이상 여러 면에서 골치가 아프겠지요. 보하르누아 후작이 보인 태도도 이해가 갑니다.”
보하르누아 후작은 점점 커지는 영국인들의 위협에 맞서 누벨 프랑스를 지킨다는 목표에 전력투구하느라 다른 ‘사소한’ 문제는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이 조선인 노예 밀매 문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인구가 늘어난다는 면에만 주목해서 내버려 뒀겠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이미 문제가 되었고 국왕 폐하께서도 진노하고 계시네. 지금 시 점에서라도 잘 수습하면 문제가 더 커지지는 않을 테고, 루이지애나의 서쪽 경계도 안정되겠지.”
앞서 언급했듯, 로키산맥 일대는 양측 모두 엄중한 경계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는 상대다. 기나긴 산맥 전체에 배치할 병력 따위는 양쪽 모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길산, 그 저주받을 놈 외에도 숱한 도적과 밀수꾼이 오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양국이 협력해서 그놈을 잡아 죽이고 밀수꾼들까지 처리하면 그 문제도 완화된다. 이참에 누벨 프랑스와 조선령 미주 사이에 정식 교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라 파르 후작은 루이 16세에게 그에 필요한 권한도 받아왔으니까 말이다.
24.
라 파르 후작이 열심히 로키산맥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동안, 박문수는 이미 로키산맥에 도착했다. 그리고 총독 대리로서 협상에 필요한 전권을 부여받은 앙투안 드 보레와 장길산 문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 총독부는 절대 조선인들을 의도적으로 납치하거나, 노예 상태로 방치하지 않았음을 백작께 엄숙히 약속합니다. 이 사안에 관해 어떤 오해도 품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토포사 영감. 소관도 그동안 총독을 비롯한 여러 불랑인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바, 저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낌새는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앙투안은 자기편을 들어주는 김춘호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함께 움직이면서 최대한 구워삶은 보람이 있었다. 총독이 보하르누아 후작이 은연중에 드러내는 인종차별적인 어조를 무마하고 수습한 것도 다 그의 공이었다.
‘총독 각하께서는 인디언뿐만 아니라 백인에게도 얼마든지 속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쓰곤 하십니다. 그런 말 몇 마디로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뭐, 괜찮습니다. 본국에서도 그런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니까요.’
임금을 모시는 시종무관이면서도 은연중에 차별받았다니, 역시 조선 본국에서도 본국인과 식민지 토인사시에 구분이 있긴 한 모양이다. 앙투안은 속으로 은근히 안도하며 김춘호가 너무 서운해 하지 않도록 대접에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지금 김춘호가 편을 들어주고 있다.
“알겠소이다. 우리 대한으로서도 귀국에서 의도적으로 우리 백성들을 노예로 삼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신의를 배반한 일, 상호주의적인 조치에 따라 우리 역시 국내에 체류하는 프랑스인들을 붙잡아 노역에 투입해야겠지요.”
끔찍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하는 박문수를 보자 앙투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 조선에 체류하는 프랑스인이라야 성직자와 상인을 합쳐 백 명도 안 되지만, 동아시아 전역으로 그 범위를 넓히면 그 열 배가 넘는다. 상업적인 이권은 또 얼마인가. 게다가 조선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다 보니 일단 뭔가를 한번 빼앗긴다면 탈환하기도 어렵다. 세상 반대편에서 조선과 전쟁을 벌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이미 30년 전에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때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가 확실한 전례를 보여주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우리 폐하께서 진노하신다면 이곳 미주대령을 넘어 누벨 프랑스로 진군해서 붙잡혀간 우리 백성들을 직접 구출하라는 명도 내리셨을 겁니다. 30년 전에 이미 필리핀에서 한번 하셨듯 말이지요.”
여기에 ‘귀공도 들으셨겠지만, 우리 폐하께서는 별호가 아니시겠냐’라는 은근한 협박이 덧붙었다. 스페인이 대한을 무시하다가 당한 바를 잘 알고 있을 뿐더러, 켕기는 데도 있는 앙투안으로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잘 알고 있습니다, 백작 각하.”
다행히 박문수는 그 이상 위협적인 언사를 내뱉지는 않았다. 양측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장길산 퇴치를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 나갔다. 그게 지금 가장 급한 현안 이니까.
“르 바타가 넘어올 만한 길목에는 이미 병력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다른 길을 이용해서 산맥을 넘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평소 쓰지 않던 낯선 길을 지나서 산을 넘는 건 위험한 일이지요.”
앙투안은 박문수가 도착하기 전에 체포한 밀수꾼들을 심문해서 그놈들이 장길산과 거래할 때 왕래하던 통로를 대부분 파악했다. 그리고 총독에게 받은 병력 5백, 그리고 자신이 총독 대리의 권한으로 임의로 소집한 병력 1천 명을 추가해서 이 길들을 막았다. 블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밀수꾼 두목은 영악한 놈이었다. 인신매매 혐의로 처형되는 것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 중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자기가 장길산에게 넘겨받아서 루이지애나 조선인 농장주들에게 팔아넘긴 조선인 노예의 규모에 관해서도 자백했다. 불랑에 따르면 자기가 인수한 노예는 5백 명쯤 되었다. 하지만 장길산과 거래한 노예상은 자기 하나만이 아니며, 두어 명은 더 있을 거라고 했다. 블랑이 사들인 노예가 모두 루이지애나까지 전달된 것도 아니었다. 그중에서 백 명가량은 이동 도중에 병이나 사고로 죽거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도망쳤고, 나머지 4백 여 명만 목적지에 닿았다.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국왕 폐하의 이름으로 약속했으니 살려는 줍니다만, 그놈과 일당들은 서인도제도에 있는 유형지에 보내져 평생 노역하게 될 겁니다. 부디 그 정도로 귀국 임금께서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앙투안이 쩔쩔매며 해명했다. 박문수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폐하의 깊으신 뜻을 어지 소관이 멋대로 판단할 수 있겠소이까. 그저 사정이 어떠한지를 폐하께 곧이곧대로 아뢰고 현명하신 판단을 청할 뿐이지요.”
박문수는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애를 태웠다. 실제로 주상께서 이 일을 어떻게 판단하실 지는 그가 마음대로 말할 수 없기도 했다. 신하 주제에 임금의 뜻을 자기 마음대로 지어내서 퍼드렸다가는 큰 죄가 되니까. 지금 중요한 건 장길산을 잡는 일이다. 박문수는 장길산이 지나갈 만한 길목에다 자기도 병력을 보냈다. 유타성 소속 관병과 속오군 1천을 보내 프랑스군과 협력하게 하고, 자기는 직접 거느리고 온 기병 4백 기와 함께 유타성에서 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25.
홍진오가 천리경을 들어 동쪽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머나먼 황야에는 어떤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장길산을 붙잡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하자 괜히 성질이 난 홍진오가 이를 갈며 분노를 토했다.
“제가랄! 그 도적놈에게 그렇게 속을 줄이야!”
분명 70일간 추적한 그 발자국이었다. 편자에 특정한 흔적이 있는 말굽 자국. 그래서 세 갈래로 달라진 마지막 잔단 세 무리 중 바로 서쪽으로 향한 놈들을 전력으로 쫓았다. 헌데 이틀 뒤 새벽녘에 놈들을 따라잡고 보니 생각지 못한 날벼락이 떨어졌다.
“뭐냐, 네놈들은! 장가 놈은 어디 있느냐!”
모닥불 주변에서 자고 있던 도적 여섯 명 중 세 명은 접근하는 군사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일어나다가 사살됐다. 남은 세 명은 생포했다. 그런데 그중에 장길산이 없었다. 붙잡은 놈들을 추궁해도 아무도 놈의 행방을 실토하지 않았다. 화가치민 홍진오가 호령했다.
“이놈들을 발가벗겨라! 그리고 땅에 말뚝을 박아 사지를 큰대자로 묶어라!”
붙잡은 세 도적 중 하나는 총에 맞아서 배가 터진 상태였다. 상처에서 창자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홍진오는 치료 따위 해주지 말고 그대로 묶으라고 명령했다. 곧 세 명 모두 벌거벗겨진 뒤 땅바닥에 눕혀졌다. 손목과 발목은 밧줄로 묶어서 팽팽하게 당기고, 밧줄 반대편 끝은 말뚝에 묶어 고정했다. 세 명 모두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고 홍진오가 그 옆에 서서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네놈들이 장가 놈의 행방에 관해 자백한다면 살려주겠다.”
그래도 세 도적은 얼른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홍진오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바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말려 죽여라.”
세 도적은 그렇게 네 활개를 펴고 온종일 묶여 있었다. 뙤약볕이 온몸을 그슬리고 손목과 발목을 묶은 밧줄은 맨살을 파고 들었다. 밧줄이 낸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그 피를 핥으려고 파리 떼가 물려들었다. 배 밖으로 흘러나온 내장 위에도 구름처럼 파리가 앉았다. 파리들만 모인 게 아니었다. 어디선가 물려온 독수리들이 머리 위를 맴돌 더니 한 마리씩 땅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배가 터진 도적을 향해 다가왔다. 아직은 숨이 붙어있던 도적은 독수리를 쫓으려고 기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밧줄이 살 속을 더 깊게 파고들 뿐이었다.
“끄아아악!”
마침내 독수리들이 도적의 배에서 흘러나온 창자를 부리로 쪼아대기 시작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도적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독수리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 내장을 물고 찢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밟고 끊었다.
홍진오는 그늘에 서서 그 비명이 완전히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그 고통스러운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두 도적이 멈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인상을 살짝 찌푸린 홍진오가 천천히 걸어서 도적들 옆으로 돌아갔다. 부하 몇이 동행했다. 홍진오와 부하들이 총을 휘둘러 독수리들을 쫓아내며 접근하니 배가 터진 도적은 완전히 숨이 끊어져 있었다. 하지만 남아서 비명을 지르던 두 도적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여기저기 상처가 나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먹을만한지 독수리들이 건드려본 모양이었다.
“너희 동패는 이미 끝났구나. 다음 차례는 너희 둘 중 하나다. 자,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장가 놈은 어디로 도망갔느냐.”
두 번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두 놈은 앞다투어 자백했다. 한 번 지나간 길을 다시 돌아오는 데 이틀이 걸렸고, 장길산이 북쪽으로 움직인 발자취를 찾는 데 또 나흘이 걸렸다. 거기서부터 다시 추적이 시작됐지만, 이미 지나간 지가 한참 된 흔적을 뒤늦게 쫓아가려니 쉽지 않았다.
어쨌든 고생 끝에 찾아낸 장길산 일당의 발자취는 확실하게 동쪽의 미주대령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불랑으로 도망가려는 게 분명했다.
“역시 처음에 짐작한 바가 맞았군. 동쪽이었어.”
곧바로 미주대령 쪽으로 먼저 가서 덫을 쳤다면 장길산 일당이 그대로 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가지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법이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편이 낫다.
“유타성 일대에 포진한 아군과 협력해서 붙잡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대는 나보고 몰이꾼 노릇만 하라는 말인가.”
피식 웃은 홍진오가 앞으로 말을 몰았다. 이미 박순규에게 공적을 한 번 선물했는데 길을 막은 미주 속오군 따위에게 또 공을 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토포사 박문수가 유타성에 이미 도착해서 앞을 막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