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78
3부 696화(1578화)
26.
마침내 오도리들을 따돌렸다. 그놈들은 장길산이 서쪽이나 남쪽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간 녀석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게 분명했다.
“그놈들에게 감사해야겠구나. 나중에 제사라고 지내줘야겠다.”
장길산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순수한 한인들한테는 토인 피가 섞인 절반 잡종이라고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괄시를 받았고, 십여 년이나 도적으로 생활하면서 멋대로 살았으나 그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미주의 풍속은 본국과 그 궤를 같이하니까. 그러니 장길산으로서도 제사를 지내 죽은 부하들을 기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옆에 남은 세 부하도 웃으며 부추겼다. 장길산도 아주 거만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성대하게 지내시죠, 두목.”
“암. 커다란 황소와 수곰을 제물로 바치고 향을 수레째 불태워 연기를 피워야지.”
죽은 이에게 예를 표하는 방법으로는 제사만 한 게 없다. 후손이면 당연히 조상의 제사를 지내고, 남이라고 해도 종중하는 의미에서 다른 사람의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이를 존중하는 의미로 제사를 지내는 예법은 이제 토인들 사이에도 많이 퍼졌다. 다만 이 제사 풍습은 토인들에게 퍼지면서 그 형식이 약간 이상하게 바뀌었다. 토인들이 예로부터 자기네 신령에게 지내는 제사와 혼합되면서 대한 본국에서 지내는 제사와 형태가 생판 달라지는 건 기본이고, 격에 맞지 않는 제사를 함부로 지내는 사례도 빈발했다.
단적인 사례로, ‘바다 건너 큰아버지’, 즉 임금의 제사를 각 부족이 멋대로 지내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는 미주 총관부에서 끌어안은 골칫거리 중 하나다. 치도곤을 맞아야 할 무엄한 행동이건만 분명히 착한 뜻에서 하는 일이기는 하니 처리하기 난감한 것이다. 그나마 각 부족을 이끄는 유력자들이 향교를 통해 유학 지식을 습득하면서 무지로 인하여 생긴 이런 불상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관리들은 그런 꼴을 볼 때마다 함부로 임금의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고 타이르느라 땀을 빼고 있다.
“두고 보자. 임금의 사위, 그놈이 바다 건너로 돌아가기만 하면 다시 부하를 모아서 내가 받은 이 굴욕을 모조리 갚아줄 테니.”
장길산은 박문수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그날 태호성 인근 골짜기에서 만났던 그 잘난 놈, 공연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그냥 쏴버렸어야 했다. 공연히 몸값을 벌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이런 꼴을 겪고 말았다. 덧붙이자면 장길산이 박문수를 계속 ‘임금의 사위’라고 부르는 건,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부마(駙馬)’라는 단어를 몰라서다.
“두목. 기왕 신불랑으로 피하는 거, 아예 그쪽에서 새 나라를 세워 버리는 게 어떻습니까? 일부러 다시 돌아올 거 없이 말입니다.”
“나라를 세우자고? 홍희동이 흉내라도 내자는 거냐? 그건 소설이야, 이놈아.”
“소설이면 따라 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두목이 홍희동 그놈보다 못할 건 또 뭐랍니까? 용력이 딸립니까, 재주가 부족합니까?”
끝까지 장길산의 곁에 남은 부두목급 중 하나인 김칠영이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장길산이 더 자세히 말해 보라고 하자 김칠영이 신이 나서 그동안 세운 계획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미주대령 너머, 원미주 땅에 우리가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땅을 찾아가서 무리를 모아 왕이 되시는 겁니다. 원미주 평원은 말을 타고 한 달을 가도 끝이 없는 곳이니, 그야말로 두목께서 나라를 세우기 좋은 곳이 아니겠습니까?”
대한 태조도 그렇게 나라를 세웠다지 않던가. 자기를 따르는 한인, 여진인 무사들을 자기 기반으로 삼아 세력을 키우고 나라를 얻었다. 장길산에게도 그럴 능력이 있었다.
“미주에서는 조정에서 하는 일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본국에서 가뭄이 좀 들었다고 우리한테 왜 특별세를 걷습니까? 우리는 미주인이고, 본국에 드는 가뭄은 본국이 좋아서 남은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해야지요!”
미주총관부에서는 본국에 흉년이 들어 식량을 보내야 할 때마다 미주에서 특별세를 걷어 그 재원을 마련하곤 했다. 물론 순수한 충심에서든 공명첩을 노려서든 스스로 돈과 곡식을 바치는 이들도 많지만, 모든 재원을 기부로만 충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본국과의 유대감을 유지하는 미주 백성 대부분은 큰 불만 없이 이 특별세를 냈다. 자신과 조상이 살았던 본토의 산하를 기억하는 이들, 임금이 미주에 있던 시절을 기억하고 황태자가 미주에서 태어났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디에나 약간의 이단자는 있는 법이었다. 김칠영 같은 자들은 이 나라가 내게 뭘 해줬냐며, 한 푼의 세금도 내기 싫어했다. 더구나 바다 건너 콧대 높은 본국 백성들을 돕기 위한 세금이라니, 더더욱 내기 싫은 게 당연했다.
“원미주에는 아직 불랑국 관헌들의 손도 미치지 않는 땅이 많습니다. 그런 곳을 찾아가서 그곳 토인들을 모아 등극하시면 천하를 호령하실 수 있을 겁니다.”
조정에서는 이상하게도 원미주에 손을 대지 않는다. 작정만 하면 군사와 농민들을 보내서 농토를 개척하고 마을을 세울 수 있건만, 명백히 빈 땅인데도 내버려 두었다. 도리어 자기 발로 가겠다는 백성들도 못 가게 막았다. 그게 김칠영이 조정에 불만을 품은 가장 큰 이유였다. 몰래 원미주에 이주하려다가 그만 관헌에게 붙들려 죽도록 매를 맞고 막대한 벌금까지 냈다. 그러니 더더욱 본국 조정이 싫고 특별세도 내기 싫을 수밖에 없다.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 같군.”
원미주 토인들도 이제 제법 능숙하게 말을 탄다. 숫자만 충분히 갖춘다면 말 탄 늑대들과 싸워도 괜찮은 승부가 되리라. 장길산이 흥미를 표하자 그 이야기가 잠시 더 이어졌다. 그런데 한참 열중하는 것 같았던 장길산이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잠깐. 일 보러 나간 놈들이 아직 안 돌아오는 게 아무래도 불안하다. 여기 더 있으면 안 되겠어. 당장 서쪽으로 가자.”
“왜 그러십니까, 두목? 고 객주는 믿을만한 상대잖아요? 그놈들이야 술대접이라도 받느라 늘어져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고영윤은 이들이 평소에 자주 거래하던 장사꾼이다. 겉으로는 유타성에서 가장 큰 객주를 경영하는 거상이지만 뒤에서는 장길산이 약탈한 물품을 처분해주는 장물아비 중 하나였다. 지금 장길산은 유타성 외곽에 있으면서 남은 부하 다섯 중 두 명을 고영윤의 객주로 보내 고영윤과 접촉하게 했다. 여기까지 타고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말을 모두 새 말로 바꾸고, 식량도 좀 얻을 계획이었다. 대가는 아직 받지 않은 장물 대금에서 상계하면 될 터였다.
확실하게 하자면 고영윤을 직접 만나는 편이 좋지만, 장길산이 직접 유타성에 들어가기는 좀 불안했다. 그래서 신임하는 부하 두 명에게 너희만 성에 들어가서 고영윤과 접촉하라고 했는데…..이놈들이 돌아오지를 않고 있었다. 과연 그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이건 술대접 따위를 받느라고 늦는 게 아니야.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거다. 당장 말에다 안장을 얹어라!”
쉬고 있던 네 사람은 급히 말에 올라 서쪽으로 달렸다.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미처 다 끄지 못한 모닥불이 가느다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27.
까맣게 탄 나뭇조각이 아직도 연기를 피워 올린다. 박문수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모닥불을 살피러 간 오도리 군관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모닥불과 그 주변에 생긴 발자국을 샅샅이 살피던 군관이 돌아오자 박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
“어떤가.”
“낌새를 알아채고 도망간 지 서너 시간쯤 된 것 같습니다. 간교한 놈이로군요.”
장길산은 부하들을 이끌고 적과 싸우는 장수로서의 재능은 없었다. 하기야 당연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놈은 일신의 용력으로 인망을 모아 무리를 이끌게 된 것이지, 제대로 무관으로 조련을 받은 장수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놈이 가진 그 ‘일신의 용력’은 확실히 뛰어났다. 그놈을 직접 추격했던 홍진오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장길산은 몇 번이나 잡힐 것 같으면서도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일곱 번이나 벌어진 교전에서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고, 추격에서 따라잡히지도 않았다.
그렇게 도망가더니 결국은 홍진오를 크게 따돌리기까지 했다. 가장 최근에 달려온 파발이 보고하기를, 잃어버렸던 발자취를 드디어 다시 찾았다며 최선을 다해 쫓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놈이 여기 있는 걸 보면 홍 부장이 중간에 또 놓친 모양이겠지 싶습니다.”
“아주 느긋하게 쉬다 갔군요. 아무도 안 쫓아온다고 봤으니 이렇게 행동했을 겁니다.”
권창과 알레한드로도 모닥불 주변을 한 바퀴씩 돌더니 제각기 의견을 냈다. 박문수도 그 추측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게 모두 도망친 놈들을 쫓아가는 실마리가 될 터이니까.
“유타성 안에 내통자까지 두고 있던 놈들입니다. 느긋하게 쉴 만하지요.”
박문수는 그동안 감찰원 어사대를 지휘한 경험으로 유타성에 장길산의 한패가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미주대령을 넘나들며 잠상 노릇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놈에게 필요한 물자를 대고 장물을 받아주는 누군가가 이곳에 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감찰원과 우포청에서 데려온 정예 포교들을 시켜 유타성 내부부터 먼저 이 잡듯이 털었다. 현감인 조범훈은 자기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항변했지만, 박문수는 개의치 않았다.
“자기 임지에 도적놈이 설치는데 제대로 수습도 못 한 어설픈 작자가 아니오. 그런 놈이 뭐라고 지껄이건 참고 들어줄 필요가 없지요.”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게다가 캐보니 정작 현감이라는 놈이 도적들과 작당해서 재물을 챙기고 있지 않았습니까?”
숙련된 포교들이 작정하고 털자 곧 장길산과 내통하고 있던 놈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나왔다. 심지어 그중 가장 큰 객주를 소유하고 있는 장물아비 고가 놈은 현감과 얽혀서 그 비호를 받고 있었다. 현감이 수사를 막은 진짜 이유가 여기 있었던 셈이다. 박문수는 곧바로 현감을 봉고파직에 처하고 – 그만한 권한은 상감께 받아왔다 – 붙잡은 죄인들을 몽땅 관아 뇌옥에 처넣었다. 그리고 고가 놈이 경영하던 객주에다 덫을 놓았다. 그리고 그 덫으로 똑바로 걸어 들어온 놈들이 장길산이 보낸 두 사자였다.
“그놈들이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군요. 위치도 잡힌 도적놈들의 진술과 일치하고 인원수도 똑같습니다. 혹시 거짓이 아닐까 생각했더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놈들도 이제는 지친 게 아니겠습니까.”
석 달 동안 황야에서 쫓겼다. 그만하면 아무리 장길산에게 충성하던 부하라도 그만 힘이 빠질 때가 됐다. 박문수는 도적놈들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했다.
“미주대령을 넘어서 신불랑으로 도망갈 희망이 있는 동안에야 의리를 지켰겠지요. 하지만 이 상황을 보십시오. 보면 아시겠지만, 이제 도적은 더 도망갈 곳도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두목을 감싸 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감찰원 어사대는 매 같은 건 안 때린다. 심문도 말로만 한다. 하지만 그 말로만 하는 심문이 수시로 상대의 얼을 빼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지은 죄를 자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그 두 도적이 그저 말과 식량을 구하러 유타성에 왔고 장길산이 이곳 근처에 숨어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장길산의 옆에 남은 사람이 이제 단 3명에 불과하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혹시 모를 일이니, 실수가 없도록 우리 군사들을 잘 챙깁시다. 악에 받친 적이 매복해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기습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심문 결과를 보고받는 즉시 군사들을 거느리고 성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서진하며 적이 남긴 흔적을 수색했다. 그리고 마침내 장길산이 머물던 야영지를 찾아냈다. 이제 직접 그 뒤를 쫓을 차례다.
“어서 도적의 뒤를 쫓아라! 폐하께서 내리시는 상급은 마땅히 너희가 받아야 한다!”
박문수가 거느린 군사들이 하나가 되어 장길산의 발자취를 따랐다. 은화 2만 냥이 열심히 도망가고 있으니, 마땅히 쫓아가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28.
앞에서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다. 맨 앞에서 전진하다가 전력으로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를 들은 척후가 급히 돌아와 누군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홍진오에게 보고했다. 이거, 생긴 지 며칠씩 지난 발자국이나 찾으면서 여유를 부릴 순간이 아닌 듯했다.
“양쪽 산등성이로 올라가 매복한다.”
홍진오는 휘하 군사들에게 길 양쪽 산기슭으로 올라가서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게 했다. 어쩌면 그놈들이 돌아오는 건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안 그러겠지만, 박문수가 유타성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어마 뜨거라 하고 도망치는 중일 수도 있지 않은가. 만약 지금 달려오는 놈이 장길산이라면, 군사들을 산 위에 숨기지 않고 길 위에 두는 건 형언할 수 없는 바보짓이 되리라. 그놈이 훤히 드러난 이쪽 군사들을 보고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다시 다른 쪽으로 도망갈 게 뻔하니까.
그래서 앞서가던 척후를 비롯한 모든 군사를 서둘러서 양쪽 기슭으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기다리니 얼마 안 가서 접근하던 장본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정말로 장길산이었다! 네 번째 싸움에서 붙잡혀 귀순한 포로 두 놈이 입을 모아 저놈이 장길산이라고 확언했다. 마침내 나타난 장길산은 뭔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 서둘러 말을 달리고 있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홍진오가 군사들을 움직여 놈을 덮칠 시점을 가늠했다.
“놈이 지나가겠습니다, 나리! 어서 잡으시지요!”
“기다려라, 아직은……지금이다!”
신호하느라 쏜 총성이 주변을 흔들었다. 이어서 터진 함성과 함께 홍진오가 직접 거느린 최정예 기병 5백 기가 산비탈 아래로 짓쳐 내려갔다. 적은 불과 4기밖에 안 되니까 양측의 병력 비율은 120대 1이 넘는 셈이다. 서둘러 앞으로 달리는 데만 집중하던 장길산의 수하들은 삽시간에 나타난 대군이 주변을 둘러싸자 당황했다.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춘 장길산의 부하들이 입을 열어 뭐라고 지껄이기 전에 홍진오가 선수를 쳤다.
“투항하면 살려주겠으나 반항하면 독수리 밥으로 만들어주겠다!”
총진오는 며칠 전 서쪽으로 도망치다 잡힌 녀석을 상대로 한 고문 생각이 떠올렸다. 만약 장길산을 사로잡으면 그 방식으로 처형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순순히 총을 놓고 칼을 칼집에 꽂고 말에서 내릴 대 이야기지만 말이다.
“투항 따위 할 것 같으냐! 얘들아, 뚫고 나가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장길산은 투항을 거부했다. 대신에 허리춤에서 애검인 톨레도산 강철검을 뽑아 들고 포위망이 조금이나마 얇아 보이는 방향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급히 뒤돌아본 장길산은 아직 살아남은 부하 셋이 모두 무기를 버리고 두 손을 번쩍 드는 광경을 보았다. 바로 조금 전에 원미주에 가서 나라를 세우자고 부추기던 김칠영까지도 말이다.
“정말 끝인가.”
이를 악문 장길산이 고함을 지르면서 마저 돌격했다. 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이쪽으로 총을 겨누고 있던 관군 포수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구름 같은 진한 연기가 솟으면서 우박 같은 총성이 울렸다. 다음 손간 장길산이 타고 있던 말이 쓰러졌다. 등에 타고 있던 기수도 말과 함께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밧줄을 들고 잽싸게 달려든 관군 군사들이 그 위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