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83
3부 701화(1583화)
5.
베를린에서도 국사조칙은 중요한 안건이었다. 폴란드에 편지를 보내면서 그랬듯, 황제인 카를 6세가 프로이센에도 자신의 결정을 지지해 준다면 어떤 이득을 제공할지에 대한 비밀 부대조항을 붙여서 보냈기 때문이다. 폴란드에 보낸 서한에서, 카를 6세는 폴란드가 국사조칙을 승인하고 마리아 테레지아를 합스부르크의 추정상속인 – 계승권자인 아들이 생길 법적 여지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으니 – 으로 인정한다면 매년 10만 플로린을 폴란드 국왕 앞으로 보내겠다고 비밀리에 제안했다. 황금을 사용해 폴란드 왕실을 매수한 셈이다.
프로이센에 보낸 서한에서는 그 내용이 약간 달랐다. 프로이센의 국사조칙을 승인하고 그 실행까지 도와준다면 백여 년 전부터 프로이센의 탐내던 영토인 베르크 공국을 영유하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제안이 적혀 있었다.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는 폐하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소.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아주 심한 골초였고, 그래서 끽연실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온종일 담배를 피우면서 신하들과 국사를 논하곤 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국사가 이 연기구덩이 속에서 결정됐다.
“일찍이 1609년에 베르크 공작 요한 빌헬름 1세가 사망한 뒤로….. 우리 가문에서는 베르크 공국을 손에 넣으려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소. 그런데 황제께서 이를 주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이만하면 그분의 후계자로 로렌 공작부인을 지지해도 괜찮을 것 같소.”
뒤셀도르프를 수도로 하는 베르크 공국은 과거 한 세기 전까지 월리히-클레베스-베르크 연합공국의 일부였다. 하지만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공작 요한 빌헬름 1세가 후사도 두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영지는 이미 결혼한 그의 두 누나가 나눠 갖게 되었다. 공작의 영지 중 클레베스 공작령, 마크 백작령, 라벤스베르크 백작령 등을 차지한 큰누나 마리 엘레오노르의 가문이 바로 프로이센 공작가 였다. 당시 공작은 마리 엘레오노르의 사위 요한 지기스문트로,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4대조에 해당한다.
자기도 데릴사위로 프로이센 공작이 된 요한 지기스문트는 고인이 된 처외삼촌의 영지를 전부 차지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공작의 작은 누나 안나가 시집간 팔츠-노이부르크 가문 쪽에서 윌리히 공작령과 베르크 공작령을 차지하면서 요한 지기스문트의 꿈은 좌절되었다.
심지어 황제가 이 상속을 인정하지 않았던 탓으로 요한 자기스문트는 ‘윌리히-클레베스-베르크의 공작’이라는 처외삼촌의 작위를 공식적으로 계승할 수도 없었다. 그 뒤로 호엔촐레른가에서는 윌리히-클레베스-베르크 연합공국의 영지를 모조리 획득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여 년이 흘렀어도 그 계획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그 땅을 소유한 주인이 워낙 막강한 까닭이다.
“베르크 공국을 차지하려면 바이에른과 한판 붙어야 합니다, 전하. 그건 아시겠지요.”
“물론이지. 어찌 그걸 모르겠는가.”
지금 베르크 공국은 팔츠-노이부르크 가문의 후예인 팔츠 선제후 카를 3세가 ‘윌리히와 베르크의 공작’ 자격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팔츠-노이부르크 가문은 바이에른 선제후 비텔스바흐 가문의 분가다. 이게 나타내는 뜻은 명확했다.
“황제 편에 서서 바이에른과 싸워 베르크 공국을 얻어라, 그래야만 그 땅을 넘겨주겠다는 듯이겠지.”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군대를 좋아했다. 애정을 품어 키운 군대야말로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군대로 전쟁을 벌이기는 싫어했다. 소중한 군대가 망가지니까. 군대는 좋아하면서도 전쟁을 싫어하는 이 모순적인 국왕의 성격 때문에, 지난 26년 동안 프로이센 왕국은 이렇다 할 큰 전쟁을 단 한 번도 치르지 않았다. 돈을 받고 다른 나라에 군대를 빌려주지도 않는다. 군기는 엄하고 훈련은 혹독하건만 일전은 치르지 않는 거다.
하지만 이번에 황제 편을 든다면, 바이에른 및 작센과 대립하게 된다. 정말로 싸워야 할 거다. 바이에른은, 그리고 작센은 이 국사조칙을 받아들고 노발대발하고 있으니까. 지금이야 당장 움직이지 않더라도, 카를 6세만 붕어하고 나면 당장에 군대를 소집할 공산이 높다.
“다른 영방(領邦)들의 동태는 어떤가.”
“아시다시피 반발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무력을 동원해서 막고 나설자들이라면 역시 두 선제후, 아니 네 선제후와 그들과 직간접으로 얽힌 다른 영주들이겠지요.”
바이에른의 비텔스바흐 가문은 선제후 직위를 두 개 더 가지고 있다. 팔츠 선제후와 쾰른 대주교다. 전술했듯이 팔츠-노이부르크 가문은 비텔스바흐 가문의 분가고, 쾰른 대주교는 비텔스바흐 본가가 숙질계승의 형태로 세습하고 있다. 준가인 팔츠-노이부르크 가문은 본가와 분쟁도 있고 칼뱅파로 개종한 지도 퍽 오래라서 종교적으로도 사이가 안 좋다. 하지만 합스부르크 영토 전체를 손에 넣을 기회가 있다면야 그 정도 대립쯤은 잊을 수도 있으리라.
중신들은 확실히 비텔스바흐 가문 전체를 상대로 싸울 각오를 해야 할 거라고 예상했다. 더 나아가 바이에른을 부추기는 프랑스군도 적으로 삼아야 할 수 있다. 프랑스는 루이 14세 이래 유럽을 제패한 최강국이다.
“작센 정도라면 몰라도, 프랑스까지는…..”
장군들이 조심스럽게 서로 눈치를 살폈다. 분명히 병사들의 훈련 수준은 높다. 1분에 세 발을 쏘는 게 보통인 보병들의 소총 사격도 프로이센군은 다섯 발을 쏠 수 있다. 기병대는 다른 자들도 아닌 폴란드 기병과 싸우면서 단련했다. 포병대는 스웨덴 포병과 싸워보았다.
“다만, 선왕께서 계시던 시절 이후로 직접 싸워본 적이 없다 보니 말입니다.”
선대 국왕, 프로이센에서 처음으로 국왕을 칭한 프리드리히 1세는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 군대를 보낸 적이 있다. 다만 프로이센군으로 참전한 건 아니었고, 국왕으로 즉위하는 것을 허락받는 대신 오스트리아에 병력을 빌려주었다.
“그래도 대가가 베르크 공국이라면……”
4대에 걸쳐 탐내던 영토다. 군대를 아까워하는 프리드리히 빌헬름이지만 전쟁을 감수하고 나서서라도 가지고 싶었다.
“전하. 황제가 약속을 어길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조용히 앉아 있던 왕세자 프리드리히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지라, 짐승을 잡는 굴처럼 담배 연기가 자욱한 이 방을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국왕은 아들이 담배 연기를 싫어하건 말건 전혀 상관하지 않고 불러들이곤 했다.
“지금 황제께서 서면으로 약속하시지 않았느냐. 너는 이 약속을 믿지 않는 거냐?”
“그 편지는 공개된 공식 서한이 아니라 밀서잖습니까? 밀약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지요. 게다가 황제께서는 ‘귀국이 베르크 공국을 영유하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라고 말씀하셨지, ‘귀국에게 베르크 공국을 넘겨주겠다’라고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 둘은 명백히 다릅니다.”
최악의 경우, 바이에른과 싸우는 최전선에 내세워진 뒤에 영토 할양은 ‘그런 거 모른다’로 처리될 위험이 있다. 기껏 키운 정예병들을 남의 싸움에 소모해놓고 그 대가도 받지 못하는 거다.
“전하. 차분하게 생각하십시오. 확실한 보장 없이 움직이시는 건 위험합니다.”
프리드리히는 애써 부왕을 만류했다. 그리고 부왕이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냉소를 날렸다. 사실 프리드리히는 카를 6세에게 유감이 많았다. 마리아 테레지아와 결혼하고 싶다고 한 자기 청혼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이센을 빠져나가도록 도와주지도 않았다. 그래놓고 지금은 자기 딸의 세습을 도와달라는 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인간이 뻔뻔한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카를 6세가 도와달라고 한 상대는 자기가 아닌 부왕이니까 말이다. 자기가 품은 앙심 따위는 고려도 안 하리라. 그래서 그도 상대의 곤란함에 대한 배려 따위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
“싸움이 더 끝난 뒤에 황제께서 뒤늦게 모르는 일이라고 하시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좀 더 확실한 약속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악연을 잊지 않은 프리드리히는 이번 사건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뜯어낼 수 있는 건 죄다 뜯어 낼 작정이었다. 부왕이야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곧 관력을 쥘 사람은 자신이었다. 부왕은 통풍과 위장병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이렇게 줄담배를 피우며 신하들과 회의를 주재하는 건 확실히 대단한 열의이긴 했다. 하지만 죽도록 맞으면서 자란 기억이 생생한 프리드리히에게는 이 모습에 미치광이 폭군의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병이 났으면 쉬기나 할 것이지! 동방의 조선에서는 임금의 병이 나면 황태자에게 대리로 국정을 맡기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던데! 전하께서도 좀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왕세자는 속으로는 이를 알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했다. 부왕에게 뭔가로 트집잡혀 맞아 죽지 않기 위해서 감정을 감추는 게 습관이 된 덕분이다.
“게다가 전하. 아까 장군들이 말했듯이 자칫하면 프랑스군과도 싸워야 할지 모릅니다. 그 수고를 고려하자면 고작 베르크 공국 하나로는 대가가 너무 쌉니다.”
프리드리히는 이 싸움에 끼어드는 대가로 황제에게 슐리지엔을 달라고 요구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대담한 제안을 들은 부왕이 벌컥 화를 냈다.
“슐레지엔이라고?! 이놈아! 그 땅은 황제령에서 걷는 세금 전액의 2할을 내는 보물단지와 같은 땅이다. 그런 땅을 황제께서 내주실 리 없잖으냐!”
국왕은 아들에게 왕세자 주제에 사리 분별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라고 대놓고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옆에다 놓아둔 지휘봉을 잡더니 아들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멍청한 놈! 이따위 녀석을 왕세자라고 앉혀놓다니! 네놈의 동생들이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으면 당장에 왕세자를 바꿔버렸을 거다! 썩 꺼져라, 이놈!”
정수리가 깨져 피가 비쳤지만, 프리드리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끽연실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맞았던 것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맞은 것도 아니었다. 왕세자가 나간 뒤에도 회의는 이어졌다. 신하들은 베르크 공국을 욕심내는 국왕의 소망을 이해하면서도 왕세자의 냉철한 분석도 인정했다. 결국 이들과 쭉 논의한 끝에 국왕이 내린 결론은 다소 모호한 것이었다.
“이 문제는 조금 더 보류하겠다. 황제께서 보낸 서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회답을 보내도록 하고, 전쟁에 참여할지는 좀 더 지나고 판단하겠다.”
결단을 미루기로 한 데는 바이에른이나 작센이 어떤 조건을 보내는지 기다려보자는 의도 역시 있었다. 혹시 아는가? 저쪽에서 제안해 올지도 모르지 않는가. 어쩌면 바이에른은 프로이센에 슐레지엔을 약속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6.
모든 부모는 형제간에 우애를 강조한다. 자식들이 사소한 욕심 때문에 서로 피를 보면서 싸우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다. 자식들이 서로 싸우게 시켜서 가장 강한 놈 하나만 남긴다! 그런 건 옛날이야기 속 마왕이나 하는 짓이다.
당연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황궁에서도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라는 건 아주 중요한 원칙이었다. 하지만 체사레비치 표트르는 그 원칙을 아주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그 망할 계집애가 요즘 하는 짓이 아주 마음에 안 든다.”
불평을 듣는 상대는 동생인 파벨 대 공이었다. 형과 달리 차레비치라는 칭호로 불린다.
“황후께서 그 계집애를 폴란드 왕비로 만드신 건 장차 폴란드 왕국을 우리 러시아 제국의 일부로 만드려는 원대한 계획 일부였다. 그 계집애도 자기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런데 왕궁에 들어가더니 하는 짓이 뭐냐? 폴란드를 자기 왕국으로 만들고 있지 않으냐!”
누이동생 예카테리나가 폴란드 왕비가 된 지도 벌써 5년째다. 그 계집애를 왕비 자리에 앉힌 건 자신이 장차 폴란드에 손을 뻗칠 때 삼키기 쉽도록 미리 사전 정지작업을 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이게 엉뚱한 짓을 시작했다. 그 의도는 불을 보듯 뻔했다.
“상비군 조직에 왕권 강화, 세임과의 의견 대립……이건 자기 권력을 강화해 폴란드를 그냥 자기 입맛에 맞는 나라로 바꾸고 자기 후손에게 넘겨주겠다는 소리가 아닌지요.”
파벨 대공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은 이제 겨우 13세밖에 안 되어 형보다 11세나 어리기는 하지만, 머리는 꽤 명석했다.
“그래. 그 멍청한 계집애는 고작 군대 2만 명이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런 코딱지만 한 병력으로는 소규모 반란이나 겨우 진압할 수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자기 병력으로 나와 싸워 이길 생각이라도 하고 있다면 제정신이 아닌 거지.”
부황인 차르 알렉세이는 상비군 20만을 손에 쥐고 있다. 게다가 차르가 군대를 소집하는 명령을 내리면 백만 대군이 모일 수 있다. 예카테리나가 아무리 자기 군대에 공을 들였어도 결국에는 숫자가 더 많은 쪽이 이긴다.
“좋게 생각하시지요, 전하. 누님께서 폴란드군을 강화하고, 저들이 장차 폐하를 떠받드는 동량(棟梁) 중 하나가 된다면 결과적으로는 다 좋은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 어린 파벨은 열 살이나 많은 누이를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려면 부모가 맡긴 임무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멋대로 놀아날까. 결국은 폴란드를 통재로 러시아에 넘기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어차피 폴란드 국왕은 선거로 뽑는다. 만약에 루드비크 2세가 죽는다면 왕비였던 예카테리나의 신분은 러시아의 공주, 딱 그것 하나만 남는다. 아무리 자기 자식에게 왕관을 세습하려고 기를 쓰더라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파벨은 지금 13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알았다. 그래서 형이 하는 걱정에 별로 공감을 표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분명 폴란드는 형님의 지배를 받게 될 테니까요.”
형제가 짜증과 위로를 주고받는 사이 시종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리고 부황과 모후가 두 형제를 찾는다는 전갈을 전했다. 표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지금 바로 가지.”
“파벨 대공, 바르샤바에 좀 다녀오거라.”
뜬금없는 지시였다. 의아해하는 아들을 향해서 황후 루시아가 인상을 잔뜩 쓰면서 누이를 만나러 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폴란드 국왕이 난봉질에 빠져 왕비인 네 누이를 거들떠보지 않는 건 너희도 잘 알 거다. 그래서 국왕에게 화가 난 네 누이가 복수심 때문에 정부를 네 명이나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퍼진다는 소식을 받았다. 가서 사실인지 확인하고 오거라.”
예카테리나는 이제 겨우 스물세 살이다. 베르사유에서도 주변을 둘러싼 남자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미모로 명성이 높았다. 세임의 귀족들이 왕비에게 한 수 접어두는 이유도 젊고 아름다운 왕비의 미모 때문이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부모로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업다. 안 그래도 불안한 참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하니,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진상을 확인한답시고 공식 조사관 따위를 보냈다가는 소동만 커질 테니, 차라리 어린 동생을 보내 그 수행원들을 시켜 은밀하게 진상을 캐 보겠다는 게 부모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는 김에 오스트리아 쪽에서 나온 소식에 어떻게 대응하려는지도 알아오너라. 아무래도 보조를 맞춰야 하니까.”
“예, 폐하.”
국사조칙은 러시아로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문제였다. 굳이 따지자면 지지하는 쪽이긴 하다. 사연이야 어쨌건, 현임 군주의 자녀가 계승권에서 우위를 가지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자기 후계자를 정하는 거야말로 군주의 신성한 권리다. 다만 외교적 지원만이 아니라 군대까지 보내 도와줄 정도냐고 하면 그건 장담할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오스트리아에서 알아서 처리할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