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635
4부 019화(1635화)
17.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내렸다. 하지만 바닥에 쌓인 눈은 없었다. 눈발이 날리는 기미만 보여도 궁인들인 당장 나서서 치우기 때문이다. 싸리비로 쓸고 넉가래로 밀어내서는 전원 구석에 쌓아두었다가 손수레로 실어낸다. 중종 때는 길만 치우고 쌓이게 뒀는데.
“주상께서 옛날에 태자 시절에 얼음을 밟고 발이 미끄러져 다치신 일이 있사옵니다. 그때 얼음을 밟으신 이유가 얼음위에 눈이 덮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여, 그때 이후로 대궐에는 절대 눈이 쌓이게 두면 아니 되옵니다.”
이런 대궐 내 속사정 같은 건 죄다 송 내관에게 듣고 있다. 뭔가 무종 시절 이쪽 세상에 떨어진 나를 처음 챙기던 친절한 ‘내관 아저씨’ 생각이 난다. 그 아저씨가 성종의 3년 상이 끝날 때쯤 죽은 건 기억이 나는데….이름은 아무리 해도 기억이 안 나네.
그 아저씨가 죽고 난 다음에 내 곁에 온 내관이 김처선이었다. 이쪽은 확실히 기억한다. 원래 역사에서부터 이름과 행적 정도는 알던 사람이고, 이쪽 세상에 와서 내 손으로 처음 죽인 사람이기도 하니 잊어버릴 수가 없다. 그 뒤에는 특정 내관과 그렇게 깊은 유대관계를 쌓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장조 시절과 중종 시절에 곁에 둔 내관들과는 다들 어느 정도 간극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던 궁인은 연화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되었으니 나가보아라. 곧 스승님이 오실 시간이니.”
“예, 저하.”
송 내관을 내보내고 바깥을 내다보니, 여전히 내관들이 눈을 쓸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 자기 깃발에 싸리비와 넉가래를 그려 넣었던 원균 생각이 난다. 자기 문장으로 재설도구를 그려 넣다니, 북변에서 눈을 쓸면서 재냈던 일이 정말이지 뼈에 사무치기는 했던 모양이다. 원균의 머리통은 여전히 다른 두 놈, 히데요시랑 고바야카와의 머리와 함께 강무관 수장고에 처박혀 있다고 한다. 감유근이 해준 이야기니까 틀림없으리라.
‘역적의 머리 따위를 어느 땅과 바다가 받아들이겠습니까? 불로 태우면 그 불이 더러워질 테니, 그대로 구석에 박아두고 훗날의 교훈으로 삼을 뿐입니다.’
…라고 했었지, 내 생각 같아서는 그저 ‘장조께서 모으시고 중종께서 남겨두신’ 물건을 또 손대서 버리기가 부담스러워서 그냥 놔뒀을 뿐이지 싶은데. 눈 쓰는 원균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의 나래가 사흘 전 강무에서 본 군사들 쪽으로 다시 옮겨갔다. 다행히 후대에도 임금들이 군무에 관심을 놓지는 않았는지, 다들 장비도 충실히 갖췄고 움직임도 정연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걱정스럽다.
“우리 군대로 실전을 잘 치를 수 있을까?”
서나라 관군을 도와 광동왕을 반란을 진압한 ‘광동진남(廣東鎭南)’ 이후로 우리 대한군은 대규모 실전을 경험하지 않았다. 우리 외교 기조는 확장보다는 수성이었고,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 나서서 건드릴 나라도 없었다. 기껏해야 도적이나 잡으러 다녔겠지.
강무에서 본 경군은 확실히 훌륭했다. 하지만 경군 말고 지방군은 상태가 어떨까. 장기간 이어진 평화에 물들어서 흐물흐물해지지는 않았을까? 훈련은 했다고 치고 넘어가고, 장비는 있다고 치고 넘어가고, 머릿수도 맞는다고 치고 넘어가는, 그런 군대가 된 건 아니겠지? 그런 현실에 관해 확인하려면 조보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군부 기밀문서나 군기총관부 문서 정도는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정보들이다. 그리고 지금 내 수준으로는 그런 문서에는 접근할 수 없다.
“태자가 되어도 어렵겠지.”
아무리 태자라고 해도 함부로 군무에 관심을 가지면 역모를 꾸민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나는 성이나 은이에게 전권을 주고 신뢰했었지만, 지금 태자가 그런 성품이리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강무 때 주고받은 대화만 해도 그렇다.
“이 멍청한 녀석아.”
“예, 예?”
“네가 폐하께 올린 말이 너무도 멍청했기에 내 하는 말이다.”
한참 말을 달린 뒤, 잠시 땅에 내려 땀을 닦고 있는데 옆에선 태자가 경멸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옆에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내가 나폴레옹-먼로 선언 건으로 조부에게 한 질문을 거론하면서 나를 한심해하는 거였다.
“내 너를 볼 때마다 말하지 않았더냐? 자꾸 나랏일에 관심을 드러내지 말고, 그냥 적당히 지내라고 말이다. 너는 네가 당장 나라를 이어받아 보위에 오른 몸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내가 침묵하자 태자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네가 지난 1년 동안 제법 똑똑해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겨우 책 몇 권 읽은 네 마리 하나보다 50년을 넘게 산 정승 스무 명의 머리를 합친 쪽이 더 뛰어난 게 당연하지 않으냐!”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백 년을 산 내 머리 하나보다 60년을 산 정승 세 사람의 머리 쪽이 훨씬 생각의 폭도 넓고 깊을 수도 있다는 건 이미 절실히 체험한 바 있다. 그러니 뭐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느냐. 조용히 있으라고 말이다. 고작 여덟 살 난 네가 드러나 보이면 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너는 이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 폐하께서는 아직도 건강하시고 네가 보위에 오르려면 멀었다.”
여기에도 대답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혹시 조부가 오늘 밤에 당장 죽는다고 해도 그 뒤를 잇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이 작자니까. 아직 서른 살도 안 됐고 몸이라면 건강하기 그지없는 내 ‘아비’ 말이다.
“자꾸 튀려고 하지 말고 네 나이에 맞게 놀아라. 그래야 네가 편하다. 국상이나 학무협판 같은 천재가 아닌 바에야 어차피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별 차이가 없다. 조금 빨리 올라가 봐야 그 종착점이 같다면 먼저 가는 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알겠사옵니다.”
나도 들었던 적 있는 이야기다. 이른바 ‘영재’라고 하는 이들 다수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성장했을 뿐이지 정말 천재성을 가진 게 아니라고. 또래보다 발달이 더 빠르니까 어릴 때는 대단해 보이지만, 자라고 보면 똑같은 일반인이라고. 현대에만 있는 개념도 아니다. 어릴 때는 똑똑한 줄 알았던 아들이 자라면서 범재가 되는 꼴을 본 부모의 입에서 ‘똑똑한 아들이 자라면서 범재가 되는 꼴을 본 부모의 입에서 ‘똑똑한 줄 알았더니…..’라고 실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쪽 대한(조선)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러니 태자가 나를 보면서 그런 사례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리가 아니긴 하다. 주변에서 천재라고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면 일반인이라고 해도 기가 꺾이는데, 이 나라의 대를 이을 태손이라면 그 실망감을 견디기 더 힘들 건 자명하니까. 하지만 여전히 태자의 진심을 모르겠다.
조부와 스승들이 내게 실망하는 모습을 본 내가 상처받을까 봐 내가 아예 부목을 안 받게 하려는 건지, 내가 자기보다 두각을 드러내면서 주목을 받는 게 배가 아픈 건지. 둘 다 가능하다 보니 더 헷갈린다. 내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려니 태자가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내게 위로를 건넸다. 그걸 위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지금은 놀아도 된다. 나이에 맞게 굴란 말이다. 괜히 공부를 서두르다가 힘에 부쳐 지쳐 떨어지든. 네가 원래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든 나중에 폐하께서 실망하시게 되면 괴로운 건 너다. 혹시 공부를 안 하면 태손 자리에서 밀려나기라도 할까 봐 그러느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태자의 목소리가 좀 더 부드러워졌다.
“네가 공부를 좀 게을리 한다고 해서 너를 보위에 오르지 못하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는 이 대한의 보위를 20대나 물려 내려온 황실의 적통이다. 누가 감히 너를 하늘이 정한 네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느냐?”
하는 말을 보면 진심이든 가식이든 나를 생각해주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내가 ‘주제넘은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눈감아줄 거라는 보장이 되지는 않는다. 한숨을 한번 쉬고 생각을 돌렸다.
“20대, 20대란 말이지.”
내가 태자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르면 이씨 왕조의 23대 임금이 된다.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거야 형제간 계승이 두 번(정종-태종, 숙조-중종), 조선관 계승이 한 번(중종-현종), 숙부가 조카에게 받은 선양이 한 번(단종-세조)씩 있었던 탓이다.
중간에 딱 한 번, 환이가 후사가 없어 경성군을 입양한 것 말고는 계속 적통으로 내려온 황실이다. 그 혈통에서 얻어진 정통성은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게 맞기는 하는데….태자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를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어린이처럼 편히 지내라는 건지, 나도 놈팽이로 만들어서 자기가 먹는 욕을 분산하고 싶은 건지…..”
전자건 후자건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전자라면 의도는 좋다고 하겠지만, 현대라면 모를까 대한 황실에서는 도저히 허락될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후자라면 개연성은 있겠지만 태자가 자식을 방패로 여기는 천하의 개자식이라는 말이 된다.
“가능성만 따지면 후자 쪽이 더 높기는 한데….이게 참….”
그렇게 보자니 또 애매한 게 태자의 태도다. ‘나중에 자라면 공부건 뭐건 실컷 하게 해줄 테니 지금은 놀아라!’라니, 참으로 괴이하지 않은가. 임금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조기교육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는 게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이 황실의 전통인데 말이다. 이 큰 나라는 임금 한 사람이 맡아 다스리는 게 아니라 만인의 뜻을 모아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저 망나니가 대체 어디서 그런 민주주의적인 사상을 배웠을까? 설마 자기 목을 자르는 프랑스식 혁명을 원하는 건 아니겠고, 영국인가? 영국식 입헌주의?
사람도 오가고 정보도 오가니 다른 나라 제도를 배우는 건 어렵지 않다. 장서각에는 온갖 유럽 서적의 원서와 번역서가 쌓여 있으니, 태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태자도 영어 원서 정도는 사전 펼쳐 가면서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야 좋은 말이지, 말은…..”
민주주의도 역사적, 사회적인 기반이 충분히 있어야 제대로 돌아가는 거다. 하지만 지금 대한에는 그럴 만한 기반이 없다. 당장 중추원이 향회부터가 죄다 관선(官選)으로 사람을 뽑는 셈인데 민주주의는 무슨 민주주의인가. 그게 다가 아니다. 태황의 권한을 법으로 제한한다는 발상을 누가 떠올린다고 해도, 그걸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대역죄로 당장 차꼬를 차게 될 거다. 아직은 그런 나라다. 대한은.
그걸 모르지 않을 태자가 태연하게 입헌주의적인 발언을 내뱉고 다니니 – 그나마 조부나 조정 중신들 앞에서는 안 하는 것 같다 – 종잡을 수가 없는 거다. 뭘까? 정말 신념이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얼른 일을 신하들에게 떠넘기고 신나게 놀고 싶어서?
“저하, 서연 준비는 되셨습니까?”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데 김유근이 들어왔다. 어이고, 그렇지. 오늘도 공부해야지.
18.
늘 그렇듯이, 수업을 마치고 나서야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유근은 이번 강무를 화제로 꺼내며, 최근에 몇 년 동안 강무가 매우 축소된 시기도 있었다는 말도 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원평 33년(1815)과 40년이 있습니다. 그 전해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서 강무뿐만 아니라 다른 조련도 많이 줄어서 시행했습니다. 특히 원평 33년에는 남방에서 큰 화산이 터지는 바람에 흉조라고들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건….볼내공에게 들었습니다.”
원평 33년에 남만해 – 대한에서는 남중국해와 인도네시아 일대 바다를 하나로 뭉뚱그려 남만해(南蠻海)라고 부른다 – 에서 ‘탐보라’라는 커다란 화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디에고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그 화산은 이사변에서 남쪽으로 1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그 폭음이 왕궁까지 들렸다고 한다. 코앞에 있는 볼내도(보르네오섬)에서 터진 줄 알만큼.
다행히 그 화산은 술루국이나 조홀국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게 다일 리가 있나. 그 뒤에 몇 년을 갔다는 세계적인 흉년이 그 화산 탓일 게 분명하지 않은가. 김유근은 물론 다른 학자들이나 중신들도 그건 모르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김유근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 화산 폭발이 미친 사회적인 영향이었다.
“나라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모르고 살던 옛날 같았으면 그저 올해 흉년이 심하다며 한숨만 토하고 넘어갔겠지요. 하지만 바깥소식이 바로 들어오다 보니 그게 엉뚱한 쪽으로 퍼졌습니다. 세상이 망할 징조라고 날뛰는 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솔직히 화산이라는 건 대한에서 전혀 낯선 존재가 아니다. 본국에는 백두산 말고는 다른 화산이 없지만, 이웃인 일본에는 화산이 널려 있다. 연역주에 가면 대체 몇 개나 되는지도 모르는 화산들이 일 년 내내 불과 연기를 뿜고 있다. 그만큼 흔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늘 있는 일상 같은 존재들이다. 먼 남쪽에서 터진, 이제껏 유례가 없는 대규모 화산 폭발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남방의 대화산(大火山)이 분화하면서 기근이 닥치니, 이는 곧 천하가 멸망할 징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지요. 예수교의 묵시록에 나온 불과 유황과 연기가 바로 이 화산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지 않나, 미륵이 재림할 징조라고 주장하는 자들까지…..”
정규 교단들, 불교, 천주교, 그리고 의외지만 덕성도까지도 기근을 맞이하여 관의 구휼에 협력하여 멀쩡한 종교단체로서 할 일을 하고 고세를 넓혔다. 하지만 기회를 잡았다고 냉큼 혹세무민에 나선 사이비 놈들도 적지 않았다. 그 지긋지긋한 미륵교를 포함해서.
그놈의 미륵교. 수백 년 동안 나를 비롯한 임금들이 그렇게 때려잡았어도 남몰래 숨어서 믿는 자들의 맥은 계속 이어졌던 모양이다.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개인적으로만 믿는다면야 사회에 별 해가 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틈이 생기자마자 고개를 내밀 궁리를 하는지.
“그래도 그 참언에 넘어간 백성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본국에 몇 년씩 기근이 닥친 적이 한두 번이었습니까. 이번에는 우연히 대화산의 분화가 겹쳤을 뿐이지, 고작 한 해 흉년이 들었다고 세상이 망하는 줄 알 만큼 우리 백성들이 기가 약하지 않습니다. 예수교에서 말하는 애집투 기근처럼 한 7년쯤 흉년이 왔다면 모를까요.”
하기야 아무리 큰 흉년이라고 고작 한 해로 지나갔다면 별 충격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다. 경신대기근 같은 대기근도 겪고 대비태세도 갖춘 우리 대한이 고작 한 해 정도 흉년이 닥친 정도로 휘청일 리는 없으니까 참, 애집투(埃集?)는 이집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흉년이 닥쳐 아사자가 줄을 이었다 합니다. 특히 서나라가 그때 기근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때 중국은 전체적으로 작황이 나쁜 데다 하필 벵골발 콜레라까지 또 닥쳤지만, 운남이 그중에도 가장 타격이 심했다고 한다. 청나라나 후송에선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 다른 지역을 도울 수도 있고 해로로 식량을 수입할 수도 있었지만 서나라는 그게 안 됐다.
“그러니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서 쌀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나라 잠상들이 아편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한 계기도 그 기근이었습니다.”
이게 또 그렇게 이어지나. 세상만사가 참 복잡하기도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