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686
4부 070화(1686화)
3.
아칸소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그렇게 방문한 한인촌이 십여 곳쯤 된다. 굳이 들르지 않고 지나가기만 한 곳은 더 많았다. 안내를 맡은 누벨 프랑스 측에서도 크고 잘 사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한 모양이기는 하다. 들르지 않고 지나친 곳들은 대체로 규모가 작았으니까 말이다.
“어쩔 수 없지. 하나하나 다 방문하면 끝이 없으니.”
누벨 프랑스에서 모물 수 있는 나날이 그리 길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처음부터 계획한 바도 있으니 올해 안에는 본국에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하와국에 술루국까지 들렀다가 가야 하는데 말이다. 이 두 번국은 어치피 귀로에 있다는 명분으로 방문 대상으로 꼽혔다. 기왕지사 가는 김에 조홀국까지 들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길이 너무 멀어진다는 이유로 여정에서 빠졌다. 풍토병이 많은 열대지방에서 혹시 열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하느냐는 우려도 컸다.
“연로하신 주상 폐하께서 바다 건너 먼 땅에 가신 저하를 걱정하시느라 심려가 무척 크길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곳 땅에서의 즐거움에 너무 빠지지 마시고 제때 본국으로 돌아가심이 좋을 듯합니다.”
“물론이오. 빈국의 뜻이 내 뜻과 같소.”
누벨 프랑스 여행을 떠나면서 권씨를 조금 걱정했었다. 대한에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는 경험, 해외여행이 너무 즐거워서 조금만 더 있다 가자, 한 군데만 더 들러보자 하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알 수 없는 존재니까…..’
그동안 지선성에서, 그리고 포트 샤를에서 권씨가 보인 모습을 보명 정말 완벽하다고 할 수준으로 포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조약 체결이라는 목표가 끝났다. 권씨도 긴장이 풀어졌을 텐데, 그러면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권씨는 마음가짐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긴장을 풀기는커녕 여기서 늑장을 부리다가는 본국에서 무슨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인식을 몇 차례나 은유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폐하께서 기력을 잃으시기라도 하는 날에는 사직이 흔들릴 겁니다. 그때 저하께서 곁에 계셔야만 나라의 근본이 단단히 유지되지 않겠습니까? 저하의 자리는 다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단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이미 태자비를 의심하고 있는 내 귀에는 권씨도 나하고 가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태자비 박씨가 그 즉시 움직여서 자기 아들을 태자로 올리려고 할 수 있다는 의미 말이다. 가정이지만, 내가 누벨 프랑스에 있는 동안 조부가 붕어하고 태자가 보위에 오른다면 그 소식이 내게 전해지는 데만 반년은 덜린다. 급히 귀국한다고 해도 귀국에 걸리는 시간도 더 길면 길었지, 절대 짧지 않을 거다.
‘먼 바닷길의 위험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태자의 자리는 절대로 비워둘 수 없는 중요한 자리니, 일단 모 친왕 전하를 태자에 봉하여 그 자리를 지키게 하시고 미주에 가신 태손께서 무사히 돌아오시면 다시 그 자리에 앉게 하소서.’
그리고 그동안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를 하는 놈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태자비의 사주를 받은 놈들이 작당해서 일단 한 놈을 앞세워 선창하고 다른 놈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난리를 치고 나서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순리대로 따지면 당연히 말도 안 된다. 설령 내가 그때까지 귀국하지 못한 상태라고 해도 태자로 책봉되는 사람은 내가 되는 게 맞다. 혹시 내게 정말로 무슨 큰일이 생겼다고 해도 그게 분명히 확인되기 전에는 내가 태자지, 이복동생들을 그 자리에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부모라는 작자들을 신뢰할 수가 없는 게 문제다. 술과 여자에 미친 것만 같은 태자가 계모인 태자비의 꼬임에 넘어가 이복동생들을 태자로 봉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머릿속 한구석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권씨는 이런 내 걱정을 들여다본 것처럼 행동했다. 우리에게는 미주(美洲)에서 낭비해도 좋은 시간이 없다고, 적당히 지내다가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게다가 지선성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는 세 양원도 생각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첩이야 온종일 저하를 모시며 함께 있으니 그 행복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세 양원은 언제쯤에나 저하께서 오실까 하여 동쪽 산록만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겠구려. 그 세 사람이 기다리지 않게 어서 돌아가야 겠지.”
사실 나폴레옹은 나보고 왔던 길로 그대로 돌아가는 대신 뉴올리언스에서 곧장 서쪽으로 가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귀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이 경로는 나폴레옹이 제안한 대륙횡단철도가 지나갈 바로 그 길이다. 나폴레옹이 이쪽 길을 제안한 취지는 이참에 장차 두 나라를 직접 잇는 중요한 교통로가 될 경로를 직접 답사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데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정말 천부당만부당한 헛소리였다.
‘나보고 포장마차를 타고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가라고? 그것도 아직 우리 땅으로 완전히 편입도 안 된 땅을, 신혼인 어린 아내를 데리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짓을 하다 멕시코 도적들이나 아파치 따위한테 습격당하거나 사막에서 길을 잃고 조난이라도 당한다면 정말로 보위를 이복동생들한테 헌납하는 꼴밖에 안 된다. 그러느니 안전하게 기선과 기차를 활용해서 돌아가련다. 나폴레옹이야 그런 짓을 할 배짱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절대 나폴레옹처럼 할 생각이 없다. 내 목숨은 한 번생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거든.
4.
회담과 조약 체결이라는 부담이 사라지자 긴장이 풀린 건 사실 권씨보다는 내 쪽이었다. 물론 여행 일정을 조정하는 데서까지 정신 줄을 놓지는 않았지만, 그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 중에 온갖 재미를 맛보는 일은 충분히 즐겼다. 배 위에서는 나폴레옹이 준비한 여흥이 수시로 이어졌다. 사냥과 낚시는 물론이고, 음악, 춤, 연극 같은 유럽적인 예술에다 인디언들의 전통춤이나 흑인들이 선보이는 춤과 노래까지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사냥은 포트 샤를에서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가끔 배를 멈추고 호위병들과 함께 기슭에 내려 새와 짐승을 잡아 강기슭에서 바로 요리해 먹는 정도였다. 한번은 큼직한 악어를 한 놈 잡아서 꼬치에 꿰어 통구이로 굽기도 했다. 몸길이가 무려 5m가 넘었다.
“가죽은 그대가 가져가시오. 선물이오.”
“감사합니다.”
악어가죽은 아직 현대에서처럼 고급 패선 소재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말안장이나 신발을 만드는 데 좀 쓰는 정도다. 그래서인지 들소처럼 국가에서 관리하지는 않았다. 악어야 우리 본국에서도 딱히 구경하지 힘든 동물은 아니지만…..이놈처럼 5m씩이나 되는 녀석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나폴레옹에게 선물로 받은 가죽이기까지 하니까, 기념품으로 간직할 만한 가치는 있으니라. 귀국하면 박제로 만들라고 할까.
하여간 이렇게 유희를 즐기며 증기선을 타고 유유히 강을 따라 내려가려니, 옛날에 읽은 소설 생각이 났다. 백 년도 더 전에 읽은 책 내용이 십 년 전에 읽은 책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나다니 이게 무슨 모순일까 싶지만, 내 기억 구조가 이렇게 됐으니 별수 있나.
“허클베리 핀이라도 된 것 같군.”
내가 지금 허클베리 핀처럼 뗏목을 타고 여행하는 건 아니다. 커다란 여객선을 타고 강을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아칸소강의 광대한 흐름과 그 자연을 보고 있으려니까 마치 내가 뗏목 위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을 찰방거리는 소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크? 핀? 그게 누군가요, 저하?”
“아…..그냥 혼잣말이오. 신경 쓰지 마시오, 빈궁.”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혼잣말에 권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히 얼버무리고서 눈앞을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쪽 세계에 태어난 마크 트웨인은 과 을 집필할 수 있을까. 미시시파강은 이제 미국 국내를 흐르는 강이 아니라 미국과 누벨 프랑스 사이의 국경을 이루는 국제하천이다. 그런 강에서 톰과 허크가 자유롭게 놀 수 있을까?
그런데 마크 트웨인이 미국인이긴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 마크 트웨인의 출생지이자 톰 소여의 모험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미주리주인데, 여기서 미주리는 누벨 프랑스령이다. 그것도 그 심장부 중 하나. 어쩌면 이쪽 세계의 마크 트웨인은 누벨 프랑스인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 문학의 거두가 아니라 누벨 프랑스 영어 문학의 거두가 될지도 모르는 마크 트웨인이라니, 정말 참 기분이 묘하군.
나폴레옹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뉴올리언스를 수도로 삼았다. 하지만 과거 식민지 시절에는 미주리주에 있는 세인트루이스가 더 중요한 도시였다. 프랑스령 캐나다와 루이지애나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던 덕분이다.
장길산 토벌 때 박문수와 만났던 몽캄 후작도 세인트루이스를 지키다가 종전을 맞이했다. 결국 7년 전쟁에 패해 캐나다를 빼앗긴 뒤에는 아예 누벨 프랑스 총독부가 세인트루이스로 이사했다. 그리고 수십 년을 유지했다. 그러니만큼 세인트루이스가 있는 미주리 일대는 루이지애나 식민지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이 뉴올리언스를 장악했을 때도 세인트루이스 일대는 프랑스 총독부가 계속 통치했다. 영국군이 거기까지 올라갈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렇다 보니 미주리 쪽도 루이지애나주만큼이나 프랑스계 주민이 많다. 나폴레옹이 아닌 부르봉 왕실을 지지하는 왕당파고 많아서 나폴레옹이 제압하느라고 애 좀 먹었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뉴올리언스를 수도로 선정한 데는 그 문제도 있었으리라.
그래도 건국한 지 10여 년이 되니 이쪽도 많이 안정됐다. 옛 왕당파 시민들도 자기들이 나폴레옹에게 맞서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으며, 프랑스 본국의 지원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폴레옹도 세인트루이스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누벨 프랑스 제국의 남북을 잇는 중요한 교통 거점이자 북부 지방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행정 거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매년 두어 달은 세인트루이스에 머물며 중부와 북부의 민심을 회유하고 있다고 했다.
“내게도 성 루이(세인트루이스)에 같이 한 번 가자고 권하더구려. 강을 따라 펼쳐진 무 척 아름다운 도시라고 자랑하면서.”
백 년 전에 거기에 다녀온 김춘호에게 보고받았을 때는 아직 촌구석 개척도시라는 인상이 강했었다. 하지만 백 년이 흐르는 동안 그쪽에도 발전이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닐까. 심지어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나폴레옹의 행궁 – 옛 총독관저 – 은 뉴올리언스의 본궁보다 더 호화롭다고 했다. 나폴레옹은 그 이야기를 이렇게 했다.
‘내가 비록 옛 누벨 오를레앙 시장 관저를 조금 고쳐서 살고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은 일이오. 제국의 황제로서 가져야 할 것은 호화로운 궁궐이 아니라 강력한 군대니까.’
생각해보면 유럽에서도 나폴레옹은 궁궐 건축 따위에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 군대에 드는 비용한 해도 재정이 파산할 지경이니 더 그러긴 했겠지만, 본인이 별 관심이 없기도 했다.
게다가 누벨 프랑스 제국이 깃발을 세운 지 이제 겨우 10여 년이다. 할일이 정말 쌓이고 또 쌓였는데 새 궁궐 따위를 마련하느라 헛돈을 쓸 여유는 없다고, 아주 당당하게 밝혔다. 그런 태도가 또 멋있게 보이니, 나도 참 어쩔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나도 궁궐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라 그럴지도.’
백 년이 넘게 임금 생활을 하면서 새로 지은 궁궐이라고는 경희궁 하나밖에 없다. 전국에 흩어진 행궁이나 별궁 같은 것들은 말이 좋아 궁전이지 그냥 평범한 기와집에 궁궐 간판만 걸어둔 것들 아닌가. 탕춘대 별궁도 요새에다가 간판만 별궁이라고 달았을 뿐.
나 역시 궁궐보다는 군비를 중시하는 성향이다 보니 나폴레옹이라고 태도가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본인이 그게 좋다면 된 거지.
“그래서 성 루이에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셨나요?”
“아니, 거절했소. 거기에 가려면 일정이 또 늦어질 테니까.”
세인트루이스는 미시시피강 본류가 미주리강과 합치는 합류점에 들어선 도시다. 우리가 미시시피 본류로 들어갔다가 상류로 다시 수천 km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소리고, 거기 들렀다가 뉴올리언스로 가려면 일정이 적어도 두 달은 더 늦어진다. 그럴 여유는 없다.
“시간이 늦었구려. 이만 자도록 합시다.”
“예, 저하.”
포트 샤를에서는 회담 준비가 바쁘다는 이유로 각방을 썼다. 나도 좀 부담감이 있었지만, 김유근이 아주 강력하게 주장했다. 내가 지금 당면한 과제 외에 다른 데 신경을 쏟으면 안 된다나. 어차피 회담 준비는 우리 쪽 대표들인 김유근과 김정희, 황사영, 박지순이 도맡아서 하고 따라온 문관들이 돕는데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서너 시간씩은 꼬박꼬박 나를 붙들고 경서 수업을 진행한 양반이니 투덜댈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배를 타고 내려오면서부터 비로소 권씨와 같은 선실은 쓰게 되었다. 회담도 다 끝났고, 외교보다는 부부간의 사이를 좋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김유근도 반대를 표하지 않았다. 뭐, 배가 작아서 선실이 모자란 탓도 있긴 했지만.
아직 관계는 없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보면 점점 내가 이 여자와 가까워지는 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허클베리 핀보다 한 가지는 확실히 우월하군.’
허클베리 핀의 뗏목에는 미녀가 없었으니 말이지, 톰 소녀에게도 여자친구를 준 저자가 허클베리 핀에게는 흑인 친구나 줬으니 이건 확실한 차별대우다. 불쌍한 녀석 같으니.
5.
이 시기에 ‘미국’에 왔으니 당연한 소리지만, 흑인 노예를 흔하게 볼 수 있었따. 한인촌에 들렀을 때도 일꾼으로 부리는 흑인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주민들의 주장으로는 머슴이지 노예가 아니라고 했는데, 과연 진실이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상류 쪽, 비교적 건조한 기후라 대농장이 없는 콜로라도나 캔자스 – 현대 지명 기준 – 와 같은 지역에서는 흑인 노예가 드물어서 어쩌다가 한둘쯤 눈에 띄는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 아칸소 지역은 슬슬 플랜테이션 대농장이 나타나는 곳이다. 노예들도 흔했다.
“이 지역에서 재배한 목화는 국제적으로 아주 인기가 높은 상품입니다. 이게 전부 조선인 분들 덕분에 이뤄낸 업적이지요.”
나폴레옹과 함께 하선해서 주변 지역을 둘러보러 갔다. 그랬더니 우리를 맞이한 지방관이 벙글벙글 웃으며 이런 소리를 했다. 이게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싶어서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걸 순수한 놀라움으로 오해했는지 이놈이 부연설명을 했다.
“조선에서 온 이주민들이 제작한 조면기 덕분에 목화에서 씨를 빼는 수고가 크게 줄었고, 그로 인해 목화 생산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니까…장조 때 만들었던, 우리 대한의 특허 1호였던 그 부안제 조면기가 바다 건너 누벨 프랑스에 흘러 들어와서 이곳의 목화 생산을 증대시켰다는 소리였다. 미주대령을 넘어 건너온 이주민 중에 조면 기술자가 있었고, 그놈들이 여기서 조면기를 만든 거다. 다만 본국에서 재배하는 목화와 이곳 목화는 품종이 달라서 그대로는 쓸 수 없었다. 그걸 또 적절하게 개조한 주역도 한인 출신 이주자였다고 한다.
뭐 특허야 진작에 끝난 물건이니 내가 열을 낼 건 없다. 하지만 그 영향이 이렇게 미쳤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보니 또 놀라움이 솟았다. 거참.
“농장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저하?”
“보도록 합시다.”
더운 날씨 탓인지 권씨가 피곤해해서 거절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저쪽이 자기네 상황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티가 확연하고, 나폴레옹의 면도 있으니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권씨는 먼저 대로 돌려보내고, 나만 준비된 마차에 나폴레옹과 클레이와 함께 올라탔다. 그리고 주변을 에워싼 폴란드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목적지로 출발했다. 과연 그쪽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