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699
4부 083화(1699화)
4.
태자가 활기찬 발걸음으로 동궁 문에 들어섰다. 동궁전 내관과 궁녀들이 급히 늘어서서 태자를 맞이했다. 섬돌 위에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선 태자가 방으로 들어서려다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옆을 돌아보고 지시를 내렸다.
“야참을 좀 먹어야겠다. 얼큰한 초탕면에 독한 호주 한 잔 곁들여서 가져오너라.”
요 며칠 동안 태자는 식사할 때 반주를 약간 즐기는 외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태자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이라고 기뻐하던 궁인들은 식사 때도 아닌 밤에 태자가 술을 찾자 당황했다. 말이 좋아 야참이지, 사실상 술상을 차리라는 요구가 아닌가. 작심삼일이라더니, 아무래도 겨우 나흘 만에 안 좋은 버릇이 발작한 것 같았다. 말려야만 한다고 생각한 상궁 한 사람이 주저주저하면서 좋은 말로 태자를 달랬다.
“전하, 폐하께서 환후가 있으시온데 야밤에 술은 조금 삼가시는 편이…..”
상궁은 미처 말을 끝맺지 못했다. 태자가 세상에 이런 머저리가 다 있냐는 표정을 지으며 한심하게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어허, 너희는 소식도 듣지 못하였느냐? 폐하께서 원기를 회복하시어 이제 내일부터 다시 정사를 돌본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찌 아들 된 몸으로서 내가 축하주 한 잔을 홀로 마시지 않겠는가?”
“아, 알겠사옵니다. 바로 대령하겠사옵니다.”
궁인들이 급히 주방으로 달려갔다. 초탕면 국물이야 금방 낼 수 있고, 시간이 걸리는 건 면을 준비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방에서는 태자가 언제 면을 찾을지 모르는 탓에 늘 면을 준비해놓는다. 그러니 불만 크게 피우면 오리는 빨리 될 것이다. 주방으로 가는 궁인들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차던 태자가 자기 방으로 들어섰다. 방으로 들어선 태자가 미리 깔린 금침 위에 편히 앉았다. 그리고 홀가분한 태도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났구나.”
태자는 기분이 좋았다. 부황의 모 ㅁ이 화복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제 대리청정을 그만 거두겠다는 성지가 있었던 까닭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황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상선 권진동이 직접 와서 전했다.
‘폐하께서 전하의 노고를 무척 기꺼워하시며 칭찬하셨사옵니다.’
절로 콧노래가 나오려고 했다. 사흘, 아니 나흘 동안 주변 사람들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품행을 조심하면서 얌전히 군 보람이 있었다.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부황에게 크게 점수를 딴 것이다.
노는 건 좋은 일이다. 어차피 임금 한 사람이 조금 논다고 해서 나라는 망가지지 않는다. 지금도 나랏일 대부분은 각자의 책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관원들이 알아서 하고 있다. 다만, 부황이 몸이 아파 누워있는데 나 몰라라 하고 바깥으로 놀로나 다닌다고 하면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으면서 모범적인 태자의 모습을 보였다. 그까짓 술과 계집이야 며칠쯤 쉬어도 되는 거니까.
본래 나랏일에 별 신경을 안 쓰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은 조금 달랐다. 태손이 미주에 갔으니, 만약의 경우 꼼짝없이 자신이 국정을 도맡아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였다. 조정에서 무슨 문제를 논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도록. 그렇게 준비한 덕분에 이번 대리청정을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중신들이 심각하게 흉년에 따른 대책과 내년에 갖춰야 할 준비 간은 것을 논할 때 멍청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었고, 가끔 한마디씩 던질 수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신하들은 태자를 호평했다.
“평소에 기대치를 낮춰 놓으니 이럴 때 참 좋군.”
늘 잘하던 사람은 조금만 수준이 떨어져도 주변의 실망과 질타를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바닥을 기던 사람은 고개만 위로 들어 올려도 주변에서 찬사가 쏟아진다. 태자는 그 이치를 아주 잘 알았고, 살면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자신과 정확히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부황이다. 부황은 평생 임금 자리가 주는 부담을 등에 지고 살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본전치기가 보통이고 제대로 못 하면 이게 전부 나라님 탓이라고 욕이나 먹는 그 길을 말이다. 그리고 그 길은 좋다고 똑같이 따라하는 놈이 지금 미주에 간 태손이다. 너무 앞서 나갈 생각 말고 적당히 살라고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말을 안 듣고 그따위로 주목받으니까 편히 지내지 못하고 초년부터 외국으로 나돌게 되지 않는가.
“뭐, 그 녀석한테도 도움이 될 일이기는 하지만.”
배를 타고 대양을 건너는 건 정말 쉽게 하기 힘든 경헌이다. 평생 한 번뿐인 그 재미를, 기왕이면 일찍 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폴레옹을 비롯한 숱한 서양 위인들을 만나고 유럽 문화를 실컷 만끽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부분은 아들이 부러웠다.
“내가 거기 가서 지내고 싶구먼.”
하지만 힘들게 바다를 건너고 고개를 넘는 건 싫다. 단박에 날아서 나폴레옹이 있는 궁전 마당에 뚝 떨어지면 참으로 좋겠지만, 하늘을 날아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비행선은 아직 그 수준이 미흡하다. 미주까지 날아가기는커녕 제주도까지도 못 가리라. 거대한 열기구에 추진기를 장착해서 마음껏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착상이야 좋다. 하지만 증기기관에 석탄과 물까지 실으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야 그게 제대로 뜰까. 혹시 뜬다고 해도, 그걸 타고 미주까지 날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나저나, 국왕이 보낸 셰익스피어 전집을 받으면 답례품으로 뭘 보내야 하려나.”
신임 대사 앞에서 있는 척하느라 적당히 둘러댄 말이었는데 그렇게 나올 줄이야. 그것도 대사가 개인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국왕 조지 4세가 대한 황실에 직접 선물하는 형식으로 주겠다니, 졸지에 큰 짐이 생기고 말았다. 국왕의 선물이라면 시판되는 판본을 그대로 사서 보내지도 않을 게 아닌가. 분명 최고급 송아지 가죽으로 새로 장정하고 겉은 금박으로 장식한 특별판이 오리라. 그런 귀한 선물을 받으면 답례도 평범한 물건으로는 안 된다.
“설마 우리 서고에 있는 셰익스피어 친필 원고랑 바꾸자고 하지는 않겠지.”
물론 저쪽에서도 갖고 싶기야 하겠지만, 공식적인 외교 석상에서 그런 불가능한 요구까지 하지는 못하겠지. 본래 선물이란 이쪽에서 주고 싶은 걸 주는 거다. 저쪽에서 가지고 싶은 걸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셰익스피어 특별판의 답례라면, 이쪽에서는 글쎄, 홍의동전을 고급스럽게 장정하고 채색 삽화까지 넣어서 보내줘 볼까. 홍의동전은 유럽에서도 스페인어판이 출간됐을 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고 술루국 초대 국왕 디에고 1세가 건너오면서 한층 더 화제가 됐으니 말이다.
“소설이 역으로 사실이 될 줄은 그걸 쓴 허균도 몰랐겠지.”
태자가 금침 위에 드러누운 채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정말이지 황당한 일이었다. 추방된 친왕이 멋대로 돌아다니다가 만든 사생아가 세상을 한 바퀴 돌아 찾아와서 번국이기는 해도 왕위에 오르다니. 이제면 이참에 유럽에서 홍희동전이 재 유행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 셰익스피어 원본을 가지고 싶다면….혹시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직접 손으로 쓴 교향곡 악보를 구해다 준다면 희곡은 몰라도 소네트 몇 편 정도는 넘겨줄 수도 있지.”
모차르트와 베토벤, 두 사람 모두 일세를 풍미한 음악가들이다. 그 실력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후대의 추앙을 받을 거다. 그런 위대한 음악가들이 남긴 친필 악보라면 셰익스피어 육필 원고보다 딱히 뒤떨어질 이유도 없다.
“모차르트야 이미 죽었지만, 베토벤은 아직 살아있지 않나? 그러면 저쪽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악보 하나쯤 받아내지 못할 이유도 없을 거야.”
태자는 혼자 웃으면서 잠시 셰익스피어와 베토벤, 모차르트의 육필 원고를 한데 쌓아놓는 망상을 했다. 이루어질 일은 없을 꿈이지만, 제법 유쾌했다. 그나저나 배가 고파지는데 초탕면이 안 온다. 이놈들, 혹시 면부터 새로 뽑고 있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건 없는데.
“기왕 기다리는 거, 홍 재인이나 부를까.”
오늘까지는 밤 외출은 삼가지로 했다. 앞으로도 너무 자주 나가지는 말아야 할 상황이다. 이미 부황이 한번 드러누운 이상, 지나치게 놀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방에서 불효자라고 지탄받을 게 분명하다. 고로 여자도 동궁 내에 있는 후궁과 궁녀들로 만족해야 한다. 재인 홍씨는 태자비 간택 때 보고 회가 동했던 미주 출신 언니 대신 데려왔다. 나이는 서른을 바라보고 자식도 둘씩이나 낳았지만, 그 미색이 여전하여 가장 총애하는 후궁이다.
“태자 전하, 야참이옵니다.”
“오, 들어오너라.”
자리에서 일어나 술상 받을 준비를 했다. 상을 들고 들어온 상궁에게 홍 재인을 부르라고 할 참이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이 함께 들어왔다.
“아니, 비궁(妃宮)이 이 밤중에 웬일이시오?”
“전하께서 국사를 돌보느라 오늘도 늦게 귀궁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지어미로서 가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전하를 위로해드리고자 술이라도 한잔 따라드리려 찾아뵈었으니 무례하다 하여 내쫓지 마시고 부디 받아주소서.”
후궁도 아니고 태자비다. 함께 술잔을 나눴을 때 가장 트집이 적게 잡힐 상대가 태자비인 건 분명하다. 태자는 피식 웃고는 잔을 들었다.
“좋소이다. 부황께서 완쾌하셨음을 축하하는 의미로 한잔 부탁하오.”
“예, 전하.”
한밤에 태자가 외출하지 않고 궁에 있을 때, 누굴 부를까 고민할 때쯤 태자비가 나타나는 건 혼인 초기부터 종종 있은 일이었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총애를 얻으려는, 그리고 다른 후궁에게 눈길이 가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었으리라. 태자비 박씨가 궁에 들어온 게 갑신년(1824)이었으니 올해가 5년째다. 박씨보다 두 배인 10년을 함께했던 홍씨도 아이를 둘밖에 얻지 못했는데 셋이나 낳은 근본 이유가 이처럼 그 자신이 적극적으로 매달린 덕분이었다.
태자가 하려고만 했으면 질투가 심하다면서 태자비를 멀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태자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태자비가 자기한테 매달리는 게 귀여웠기 때문이다. 자기한테 목을 매는 여자가 있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 재미에 보석과 의복도 자주 내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벌써 5년째로구려.”
“그렇사옵니다, 전하.”
태자비 박씨는 태자가 거느린 여인 중 가장 어린 축에 든다. 홍씨만 해도 경신년(1800)생이지만 박씨는 기사년(1809)생이다. 의붓아들인 태손보다 겨우 일곱 살 위라는 소리다. 이제 겨우 스무 살에 접어든 아내를 보면서 태자는 괜히 웃음을 참았다. 저렇게 어리니까 헛된 꿈도 꾸는 거겠지.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 영민한 태손을 젖혀두고 아직 그 자질도 확실하지 않은 셋째, 넷째를 보위를 물려줄 후보로 삼는다는 게 말이다.
물론 그 아이들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리고 예쁜 아내가 낳은 귀여운 자식들을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힘들게 직접 돌보지도 않고, 자식이 많아 생계가 곤란해질 일도 없고, 다 큰 자식들에게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주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는데. 나중에 혼사를 치를 걱정도 필요 없다. 돈이라면 썩어날만큼 있는데, 거기서 한 뭉치씩 떼어주는 게 뭐 어려운 일이가. 정말이지 태자는 자식 문제로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조만간 마포에서 축제가 있겠구려. 그때 같이 변복하고 구경이나 나갑시다. 마포 사람들은 흉년이라고 해서 그 축제를 빼먹을 작자들이 아니니.”
곧 크리스마스다. 세간에서는 예수가 탄생한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예수절’이라고 부르는 그날이다. 그날이 오면 마포 대성당을 비롯한 모든 교회는 밝게 불을 켜고 예수의 탄신일을 축하한다. 다만 그중에는 이질적인 존재도 하나 끼어 있다.
“올해는 덕성도 회당에 한번 가볼까 하오. 그동안 한 번도 못 봤으니까, 이번 기회에 직접 보면 참 놀랍고 재미있을 것 같구려.”
덕성도가 언급되는 건 덕성도에서도 예수절을 기리지 때문이다. 덕성도에서는 예수절에다 석가모니의 탄생일로 알려진 음력 4월 초파일까지, 두 날 모두 성탄절이라고 칭한다. 덕성도가 이 두 날을 모두 성탄절로 여기는 건 예수불이 곧 예수이자 부처라고 간주하는 기본 교리 때문이다. 당연히 불교와 천주교 양족에서 백안시당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예, 전하.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이처럼 머릿속 생각과는 별개로 잡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어가던 식사가 끝났다. 초탕면 그릇이 비었고 준비한 술병도 비었다. 태자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태자비가 옆에서 기다리던 나인들에게 지시했다.
“태자께서 식사를 마치셨으니, 상을 내가거라.”
“에, 태자비 마마.”
배가 부르고 술기운도 알딸딸하게 오른 태자는 나일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태자비를 보며 뜨거운 기분에 젖었다. 지난 나흘 동안 여자를 참았으니, 이제 조금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을 찾을 것도 없다. 눈앞에 태자비가 있지 않은가.
태자가 비척거리며 팔을 뻗었다. 그리고 마침 고개를 돌리고 있던 태자비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깜짝 놀란 태자비가 움찔하면서 몸을 떨었다. 온몸으로 그 반응을 즐기던 태자가 느긋하게 나인들을 몰아냈다.
“너희는 어서 밖으로 나가도록 하여라. 나는 비궁과 시간을 보내야겠다.”
“예, 예, 전하!”
미처 머리도 풀지 않은 태자비를 그대로 금침 위에 눕혔다. 바로 입술이 맞닿고, 두 손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다. 뜨거운 한숨과 신음이 오가는 가운데 태자비가 뭐라고 숨 가쁘게 중얼거렸다.
“뭐라 하였소?”
“부, 부끄럽사옵니다. 부디 불을…..”
피식 웃은 태자가 아직 켜져 있던 촛불을 훅하고 불어서 껐다. 그리고 바로 다시 아내의 몸 위에 엎드렸다. 사각거리면 천이 스치는 소리, 허덕거리는 신음소리, 축축한 살 부딪는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태자의 코 고는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한밤중의 방사로 완전히 녹초가 된 태자비 박씨는 남편인 태자의 왼팔을 베고 모로 누워서 한숨을 쉬었다.
‘어서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셔야 할 텐데.’
금상 폐하께서는 이제 늙으셨다. 그분이 곧 돌아가시리라는 사실은 대궐에서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면 다음은 태자의 차례다. 태자는 자신을 무척 아낀다. 자신이 낳은 두 아들과 딸도 예뻐한다. 그렇다면 두 아들 중 하나가 다음 태자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도 되지 않겠는가.
태손은 머나먼 미주에 있다. 바다도 무사히 건넜고 미주대령도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신불랑 수도에 간다는 편지가 온 뒤로는 수식이 끊겼다. 그럼 좋은 일이 생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신불랑은 어쨌거나 남의 나라, 어떤 사고가 있을지 모른다.
태자비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잠든 태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장차 일이 어찌 되건, 가장 중요한 건 태자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었다. 그래야 혹시 꿈꾼 대로 잘되지는 않더라도 자식들이 풍요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