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741
4부 125화(1741화)
8.
인삼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임상옥을 보고 있으려니 원래 세계에서 제작한 드라마 내용이 떠올랐다. 내가 아직 어릴 때 방영한 거라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거기서도 인삼이 무척 중요한 물품으로 등장했었다. 그 드라마에서, 임상옥은 상대인 청나라 상인들이 인삼 안 사기 동맹을 맺고 인삼 가격을 후려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고 귀국 날짜가 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고, 귀국할 날이 되자 그래도 인삼 보따리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버렸다!
사람을 보내 임상옥의 동태를 살피던 청나라 상인들은 경악했고, 당장 달려와 불 속에서 인삼을 끌어내려고 했으나 임상옥은 이 귀한 보물을 헐값에 팔 수는 없다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청나라 상인들은 이미 타버린 인삼까지 원래의 몇 배 값에 사게 됐다.
‘이쪽 세계에서는 그런 일을 시도할 필요도 없겠지.’
인삼 교역에 관한 조건이라면 원래 세계보다도 이쪽 세계에서 훨씬 더 우리 대한(조선)이 유리하다. 원래 세계에서라면 청나라에도 자국산 인삼이 있긴 있어서 어느 정도나마 경쟁이 되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아예 없으니까 말이다. 이런 변화는 영토가 달라진 탓이다. 원래 역사에서 청나라는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꽤 많은 양의 야생 인삼을 채취했다. 누르하치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도 명나라와의 인삼 교역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중원을 획득하느라 그나마 가지고 있던 요동 땅 전부를 우리한테 넘겼다. 사실상 인삼이 자생하는 모든 지역이 우리 영토인 셈이다.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는 제대로 된 인삼이 안 난다. 모양만 비슷하고 약효가 없는 다른 삼은 있다. 고로 인삼 교역에서는 사실상 우리가 주변국을 상대로 절대갑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 점에선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 그쪽에서도 상당한 양의 인삼을 우리한테 매년 수입하는 처지다.
원래 역사에서는 18세기 중엽쯤에 일본인들도 인삼 재배에 성공한다. 조선에서 몰래 빼간 인삼 종자를 사용해서 얻은 성과였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인삼을 독점한 송방이 눈에 불을 켜고 종자 유출을 막은 덕분인지 꽤 오랫동안 일본으로 인삼 종자가 넘어가지 않았다. 영이가 송방의 인삼 독점을 깨버리면서 보안이 조금은 허술해졌지만, 아직 일본에서 인삼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알려진 바 없었다. 혹시 종자를 가져가는 데는 성공했다고 해도, 재배법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아직 재배까지는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여튼 인삼 교역에서는 우리가 절대갑니다. 외수사와 다른 상단들이 어느 정도 매출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긴 하지만, 애초에 물량이 늘 모자라는 상품이다 보니 경쟁 때문에 값을 내리는 일도 별로 없다.
“여차하면 전부 강남으로 넘겨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그럴 법하군.”
당연한 소리지만 강남의 후송 상인들이 청나라 상인들보다 자금 동원력이 좋다. 더구나 동맹국인 건주 양국을 상대로는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라는 게 조정 지침이지만 후송에게는 그런 게 없다. 고로 후송에 인삼을 팔 때는 에누리도 안 해준다. 청나라 쪽에서도 이를 잘 안다. 그러니 후송 쪽으로 물량이 넘어가지 않도록 기를 쓰면서 붙든다. 후송만큼은 아니어도 자기들이 치를 수 있는 한은 비싼 값을 치르면서 말이다.
“청나라 내에서 아편을 주로 재배하는 곳은 어디인가.”
“소인이 알기로는 사천입니다.”
중국 전체를 두고 볼 때 아편 생산의 중심은 운남이다. 그리고 풍토가 비슷해서 양귀비가 생육하는데 유리한 그 주변 지역에서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임상옥에 따르면 사천 외에는 귀주, 광동 등지가 주된 아편 생산지역이라고 했다.
“사천은 그 내부가 지극히 혼란스럽습니다. 그렇다 보니 관헌도 아편 단속보다는 재배를 통한 이득을 취하는 데 더 관심이 있습니다.”
이런 건 익문사에서도 파악한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임상옥은 익문사 못지않은 수준의 정보망을 쥐고 있었다. 정확한 현지 상황 파악에 막대한 돈이 걸려 있다 보니 만상으로서도 정보 수집을 게을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전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서천에서는 최근 민란이 다수 일어나 무척이나 혼란스럽습니다. 청나라 관군은 이를 적극적으로 진압하지 못하고 허둥거리기만 하고 있고 말이지요.”
근래에 서천을 어지럽히는 반란군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자기가 서나라 황손이라며 서나라 부흥을 외치는 자는 약과고, 자기가 명나라 황손인 주씨라고 주장하면서 사천 땅을 기반으로 대명의 재건을 주장하는 자도 있다. 백련교 계열 종교반군은 덤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우니 사방에 양귀비밭이 생겨도 관에서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들이 생산한 아편은 그대로 군자금으로 탈바꿈했다.
“역시 중원을 얻은 나라치고 2백 년을 버티는 나라가 없구먼.”
원래 역사에서 청나라도 이때쯤 되면 확실히 망조가 들었었지. 이쪽 세상 청나라도 후송 때문에 일찍 무디어지지 않고 꽤 오래 갔다만, 2백 년을 채울 때가 되니 슬슬 조금씩 맛이 가는 모양이다. 후송이야 뭐 먼저 맛이 가기 시작했고, 다만 양쪽 모두 덩치가 있다 보니 당장 망할 수준은 아니다. 아편이 본격적으로 두 나라 사회에 퍼진 것도 이제 15년 남짓이니까 그 폐해가 완전히 나라를 쓰러트릴 만큼 커지지도 않았고. 그러니 당장은 곧 다가올 북경에서, 그리고 심양에서의 회견 준비에 집중하자. 말하는 걸 깜박 잊었는데, 후금 측은 심양에서 만나겠다는 연락이 와 있다.
“이건 좀 수상합니다, 전하. 상도에서는 북경이 심양보다 훨씬 가깝지 않습니까?”
함께 앉아서 임상옥의 설명을 조용히 듣고 있던 박규원이 의문을 표했다. 박규원 외에도 정사 김정희, 종사관 박규수와 김좌근 등이 동석해서 임상옥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여기에 하진교도 일종의 게스트로 앉아있다.
“건주 양국이 우리에게 내밀 요구사항이 있다고 가정해도 힘을 합쳐 내미는 게 더 유리할 터인데, 굳이 따로 만나려는 태도가 영 수상합니다.”
“복잡할 게 있겠소, 부사? 북경에서는 청나라 측의 눈과 귀를 피할 수 없을 터, 금나라가 보낼 사자가 청나라 쪽에는 비밀로 하고 우리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것이겠지.”
상도에서 기차를 타면 심양까지 이틀이면 올 수 있으니, 그렇게 먼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기차로 북경으로 가면 하루도 안 걸린다. 두 도시를 잇는 직통 철로가 있으니까. 그런데도 심양에 오겠다는 건 후금 쪽에 뭔가 다른 궁리가 있다는 소리다. 그게 무엇일지 궁금해하면서 일단 임상옥과의 대화를 계속했다.
“금나라 측도 인삼을 원할 것 같은가?”
“인삼이야 어디든 원하지요. 하지만 아편 때문은 아닙니다.”
후금에서는 아편이 애초에 불법이었다. 유목민인 몽골인이나 수렵민인 여진인들이 열심히 유목하러, 사냥하러 돌아다니지 않고 아편이나 피우고 늘어져 있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주교회에서도 아편을 혐오했다. 청나라 황실 쪽에서는 몰래몰래 아편을 사용하는 이들이 일부 있지만, 후금 황실에는 없다. 이것 역시 신앙의 힘이라면 신앙의 힘이다.
“그렇다고 금나라에서 아무도 아편을 안 피우는 건 아닙니다. 광산이나 농장에서 힘들게 노역하는 한노(漢奴)들한테는 많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삼을 살 돈이 없지요.”
후금에서는 후송의 농장주나 공장주들처럼 대놓고 노예들에게 아편을 공급하지는 않는다. 불법이니까. 교회에서도 금지하니까. 하지만 나라에서 하지 말란다고 다 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던가. 후금에서도 한노들에게 몰래 아편을 파는 잠상이 있다. 최근에 아편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아편을 취급하는 잠상 숫자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들도 대부분 한족이다. 후금 조정은 한노들 사이에 아편이 퍼지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한노를 사람으로 보지도 않는 데다, 그들은 아편을 마음껏 피울 돈도 없기 때문이다.
“폐인이 될 때까지 피울 아편을 살 돈도 없는데 인삼을 살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금나라에서 인삼은 그냥 인삼이라서 천금만큼 귀한 거지, 아편 때문에 귀한 게 아닙니다.”
나는 내가 잘 모르는 후금의 경제 현황에 관한 대화를 좀 더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까는 박규원이 끼어들어 방해하더니 이번에는 김좌근이 끼어들었다.
“금나라는 제위 계승권 문제로 대칸의 아우와 서자들 간에 은근한 대립이 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를 생각하면 그쪽에서는 재물보다는 정치적이나 군사적인 지원을 더 받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저도 외숙께서 하신 말씀 쪽이 옳을 것 같기는 합니다.”
대칸 박락이 무능하거나 통치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후계자가 없고 보면 그 신하들이 다른 쪽에 줄을 대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문제다. 신하들도 미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 쪽의 문제는 조정 신료가 아닌 임상옥 앞에서 논하기는 좀 껄끄러웠다. 출신이 중인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고 현직 공무원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헛기침 한 번으로 이 대화를 여기서 멈추자고 신호했다. 그리고 임상옥과의 본래 용건으로 돌아갔다.
“인삼 말고 저들에게 필요한 거라면?”
“늘 오가는 교역품인 차와 소금, 면포의 공급을 늘려주는 게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저들에게서 사들이는 생축(生畜)이나 가죽, 뼈, 모전(毛氈)의 양을 지금보다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점은 ‘더 많이’ 사준다는 데 있다. ‘더 비싸게’ 사주는 게 아니다. 전자는 우리가 저들을 배려하는 조치일 뿐이지만 후자는 우리가 호구가 되어 털린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임상옥은 후금 내에서 철도 노선을 확충하는 것도 저들에 대한 지원이자 우리가 이익을 얻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상도에서 북정호(바이칼호)로 올라가는 철도를 부설하면 그 효과는 실로 막대할 거라면서 말이다.
“지금 우리 철도는 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노선이 할빈까지 밖에 닿지 않습니다. 땅이 험해 공사비가 많디 드는 데다, 물길을 따라 짐을 운반할 수 있기도 한지라.”
이름을 보면 바로 알겠지만, 할빈(?濱)은 원래 세계에서의 하얼빈이다.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의미다. 북한(만주) 지역 현행 지명 중에 할빈처럼 본래의 만주어 이름을 그대로 쓰는 사례가 제법 있다.
“금나라 철도도 아직 상도를 중심으로 한 동부 일대에만 뻗어 있습니다. 이를 북정호까지 닿게 해준다면 금국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우리도 루스와 한결 편히 교역할 수 있습니다. 더 나가자면 아예 카라코룸까지 철도를 깔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상도에서 카라코룸까지 철도를 부설한다면 석 달이나 걸리면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진다. 필요할 때만 카라코룸으로 달려가서 계속 상도에 머물러도 된다. 북정호(바이칼호)까지 철도가 가서 우리와 루스의 교역이 더 왕성해지면 이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 부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원래 세계에서도 시베리아 횡단 철도 지선 중에 계속 동쪽으로 달리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몽골을 종단하는 노선이 있었다.
지금도 러시아 측에서는 툭하면 두 나라를 철도로 연결하자고 제안해온다. 러시아 대사인 세르게이 볼콘스키 공작은 태황의 술친구 중 하나인데, 태황의 유럽 취향을 잘 알고 있어서 트럼프 게임 중에 이런 말로 태황을 꼬드기곤 했다.
‘폐하,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가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신다면 편히 앉아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를린을 거쳐 파리까지 갈 수 있으실 겁니다.’
다행히 태황은 그 정도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느긋하게 담배를 물고 카드를 젖히며 유연하게 받아넘겼다. 덕분에 충분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착공해야 하는 무리는 범하지 않아도 된다.
“철도를 깔아준다는 건 너무 큰 약속 아니오? 내게 그만한 권한은 없소.”
“완공 시점을 확정하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부지를 측량하고 노선을 확정하는 데만도 시간이 연 단위로 필요할 텐데, 무슨 걱정이십니까.”
임상옥도 확실히 통이 크구나. 그 제안을 그대로 다를 필요는 물론 없지만, 다소 참고할 필요는 있겠다.
“그대의 의견은 잘 들었다. 앞으로 북경에 가는 동안도 잘 부탁하겠다.”
“과찬이시옵니다.”
임상옥이 절을 올리고 물러갔다. 임상옥이 나간 뒤에 수행원들과 회의를 마저 계속했다. 건주 양국이 우리와의 우호를 계속 유지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게 하려면 어떤 당근을 줄 때 가장 효과가 좋을지에 관해서 말이다.
9.
점심을 거나하게 먹은 뒤에는 의주부 고을 여기저기를 시찰했다. 생각 같아서는 의주에 왔으니 백마산성(白馬山城)에도 한 번쯤 가보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백마산성은 숙고인 행궁에서 40리 가까이 떨어져 있고, 그중 절반은 산길이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됐다. 돌아오는 길에 들리지 뭐.”
당연한 소리지만 이쪽 세계 백마산성은 임경업과는 인연이 없다. 이쪽 세계의 백마산성은 무자호란 당시 북방을 지키는 경비태세 전체를 환기할 목적으로 정비한 물건이다. 나한테는 장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인 셈이다. 대신 공식적인 일정에 따라서 항구와 공장, 창고 따위를 돌아보았다. 내가 마차를 타고 움직이는 길가에는 의주 백성들이 빽빽이 늘어서서는 연달아 천세를 연호했다.
“어깨가 무겁구려.”
“이 또한 치자(治者)가 져야 할 짐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전하.”
시찰을 마치고 행궁으로 돌아왔다. 가볍게 푸념했더니 김정희가 안쓰럽다는 듯 위로했다. 내가 내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지 잘 아는 김정희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치자로서, 유자로서 져야 할 짐은 끝이 없습니다, 전하. 세상 만민이 평온을 누리고 우리 대한의 국세가 강성하게 하자면 그 끝이 없는 짐을 지셔야만 하지요. 신들이 곁에서 돕기는 할 것입니다만, 그 책임은 결국 전하의 몫입니다.”
‘유자의 짐’이라는 표현을 정확히 언제부터 누가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예의와 도리를 모르는 야인들에게 군자의 도를 알려 교화한다’라는 기본적인 개념은 장조 때 미주를 개척하면서 이미 나타났다. 아마도 그 뒤 누군가가 만들었으리라. 주변국을 낮게 보는 우월의식도 여기에서 비롯한 바가 크지만, 그렇다고 이게 나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이상적인 교화는 어디까지나 폭력이 아닌 덕치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위선이다. 하지만 위선이라도 부리는 편이 대놓고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남들을 두드려 패고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몽둥이를 등에 메고 있다. 그럼 두 손을 내밀어 상대에게 악수를 청해도 된다. 필요하면 물러나서 몽둥이를 잡으면 되니까.
“그것도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전하께서는 언젠가 그 몽둥이를 언제 휘둘러야 할지 결정하실 분이 됩니다. 그때를 정확하게 판단하실 수 있는 분이 되셔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스승님.”
제자를 위해 충고를 아끼지 않는 김정희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따 밤에 또 만찬이 있으니 말이다. 둘째 날 저녁 만찬은 첫날보다는 좀 점잖고 품위가 있었다. 우리 일행이 다음 날 아침에 기차를 타고 요양을 향해 떠나야 하다 보니 너무 떠들썩하게 놀 수는 없었던 탓이다.
깔끔하게 먹고 마신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역으로 배웅하러 나온 임승훈 이하 의주부 관리와 유지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주상 폐하께 바치는 그대들의 충심과 성의를 내 깊이 느꼈노라. 북경에서 용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다시 들를 터이니, 그때 다시 만나보도록 하자.”
“감사하옵니다, 태자 전하!”
임승훈을 비롯한 의주부 관민은 승강장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나를 배웅했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니 그 광경에 한눈에 들어왔다. 북경에서 맡은 일을 잘 마치고 웃으면서 돌아와 저들을 자랑스럽게 다시 보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