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764
4부 148화(1764화)
8.
유구는 아직 독립국으로서 존속하고 있다. 지금 황제는 6대 황제인 상호(尙灝)로, 선대인 조카 상성(尙成)이 불과 4세의 나이로 요절한 뒤에 황제의 관을 썼다. 나이는 지금 만으로 43세, 즉위한 지는 올해로 벌써 26년째다. 연호는 대흥(大興)이다. 상호의 즉위는 근래 들어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였다. 보통은 당사자보다 아래 항렬에서 후계자를 뽑게 마련인데, 상호는 선황인 상성의 숙부였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낸 세조처럼 정변이라도 일으켰나 싶은데, 실상 알고 보면 별일 아니었다. 그저 상성이 4살밖에 안 돼서 죽는 바람에 후손이고 뭐고 없어서 상호가 그 자리를 잇도록 추대되었을 뿐이다. 다만 상호는 치매가 조기에 발병하기라도 했는지, 나이도 별로 많지 않으면서 2년 전부터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태자 상육(尙育)이 대리청정을 맡고 있다. 작년에 조부의 상을 치를 때도 태자 상육이 직접 건너와 조문하고 간 바가 있다.
하지만 군주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고 해서 그 나라를 문을 닫게 만들 권리가 우리한테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유구의 독립은 을미조약 이래로 한일 양국이 보장하고 있다. 그런 나라를 우리 멋대로 ‘발밑에’ 놓겠다고? 황당하고 혼란한 마음에 더해서 아니 이 자식이 내가 기껏 구축한 질서를 자기 마음대로 무너뜨리려고 하나….. 하는 분노까지 겹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태황은 내가 혼란을 겪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고 또 다른 화제를 꺼냈다.
“참, 이번 북경 방문과 관련하여 자칫하면 잊을 뻔하고 넘어간 일이 있구나. 유구 문제도 유구 문제지만,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갈 일이다. 태자야.”
“예, 폐하.”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태황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역시 몸에 밴 습관이란 무섭다.
“네가 올린보고 중에 아편굴에 빠져 홍삼을 횡령한 수행원들을 포박하여 왔으니 적절히 벌해 달라는 청 외에 군사들을 보내서 그 아편굴을 두드려 부쉈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매우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 추후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리라.”
“예, 알겠습니다.”
외교 사절이라는 신분을 배경으로 임의로 폭력을 행사한 건 잘못이라면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청측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덕명도 그 일에 관해서는 묵인하고 넘어갔다. 그쪽에서 걸고넘어졌다면 내가 겨우 사흘 만에 북경을 떠날 수 없었겠지.
아편은 청나라에서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편굴 때문에 나타나는 폐해도 심각하게 본다. 내가 화풀이로 아편굴 한둘쯤 때려 부쉈다고 해서 청나라 쪽에서 외교 분쟁 따위를 일으킬 일은 없다.
“너야 괜찮겠지. 하지만 다른 이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 네 전례를 본떠 멋대로 죄를 짓고 다닌다면 실로 이 나라 체면에 먹칠을 하는 일이 된다. 너는 경거망동하는 대신에 그 점을 생각하여 청나라 관부에 고변하는 데서 그쳤어야 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태황치고는 멀쩡한 말을 했다. 역시 이 인간은 일을 안 하려고 해서 그렇지, 아예 능력이 없거나 정신줄을 놓은 작자는 아니다. 나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서 고개만 숙였다.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인 태황이 밧줄에 꽁꽁 묶여 화차 구석에 팽개쳐진 채 도성까지 끌려온 약쟁이 아홉 명의 처분을 결정했다.
“그놈들은 전부 연역주로 보내 유황 캐는 광산에서 일하게 하라. 나라의 재물을 훔친 건 아니니, 전가사변에 처할 건 없다.”
우리 사절단이 가져간 인삼은 국가 재산은 아니었다. 원래 조선에서처럼 가져간 인삼을 팔아서 사신단의 경비를 조달해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사신단에서 직접 인삼을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져간 인삼은 다 만상 소유였다. 내가 그 인삼에 관해 ‘공금’이라고 적시하지 않고 ‘공금이라고 할 수 있는’이라고 불렀던 이유가 그 탓이었다. 만상의 소유니까. 아마 인삼 짐에 손을 댄 놈들도 그런 생각으로 한층 더 쉽게 손을 뻗었으리라.
그놈들도 그냥 아편 흡연만 걸렸었다면 연역주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다. 지금 대한에서는 국내에서 아편 거래를 불법화하고 ‘아편을 파는 자는 참수형’이라고 형법에 못 박아 놓았다. 그래도 단순 흡연자는 옻나무 농장에서 노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그놈들은 교역용인 인삼을 훔쳐 절도죄까지 가중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북방 연역주 광산으로 보내지는 노역형이었다.
태황은 인삼 절반을 태워버린 데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인삼은 만상 소유였고, 자기들이 자기들 인삼을 태운 걸 가지고 뭐라고 할 게 없다고 했다. 어차피 받은 돈은 태우기 전이랑 같기도 했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인삼 문제의 뒤처리를 후딱 마무리한 태황은 다시 본래 주제로 돌아왔다. ‘유구를 우리 발밑에’ 놓겠다는 계획 말이다. 내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예부대신 한숭인이 먼저 말리고 나섰다.
“폐하. 유구국은 일찍이 장조께서 그 독립성을 보장하셨으며, 종중께서는 심양회맹에 유구 황제를 불러다 주관을 맡기심으로써 유구가 우리 삼국과 같은 급은 아니더라도 같은 자리에 있을 자격 정도는 있다고 인정하셨습니다. 더구나 일본국과 맺은 조약도 있습니다.”
우리 양국은 경인조약으로 유구국과 아모국의 독립을 규정했다. 그리고 2백 년이 넘게 그 조약을 준수해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갑작스럽게 깨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유구에서는 매년 두 차례 공물을 빠트리지 않고 바쳤으며, 황실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사신을 보내 정중하게 위문하기를 잊지 않았고, 유구첨사진에 주둔하는 우리 군사들에게도 후한 대우를 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지위를 폐하려 하십니까?”
예부대신 한숭인은 유구가 얼마나 우리한테 신의를 다하고 있는지 열거하면서 그 방침은 잘못되었다고 한참을 더 강변했다. 하지만 태황은 오른팔로 턱을 괴고서는 달갑지 않다는 태도로 듣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한숭인이 말을 그치자 시큰둥하게 한마디 했다.
“다 끝났소?”
“….그렇습니다, 폐하.”
한숭인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 태황이 딱히 신하들 앞에서 크게 으르렁거리지 않는 건 여전한 모양이다. 그러니 임금의 뜻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서도 저렇게 겁을 안 먹는 거겠지. 한숭인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른 신하들도 줄줄이 반대한다면서 나섰다. 발언 논지는 먼저 나온 한숭인과 딱히 다를 것도 없었고, 표현만 달랐을 뿐이다. 태황은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반대하는 의견들을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자기 뜻을 밝혔다.
“바로 그거요, 예무. 그대가 나서서 격렬히 이 일에 반대하는, 이 상황이 과연 짐이 유구 따위를 짐과 같은 격의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로 봐줘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게 하는 거요.”
유구는 형식상으로는 일단 외국이다. 그러면 외국과의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대신이 먼저 나서야지, 왜 번국들과의 업무를 담당하는 예무대신이 나서는가. 예무대신 스스로가 유구와 우리 대한의 관계는 동등한 외교가 아니라 번국을 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분명 외무대신이 지난번 회의 때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때 반대했다 해서 이번 회의에서 발언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니다. 한숭인 역시 지난번에도 반대한다면서 나선 바가 있는데 이번에도 나서지 않았는가.
“찬반에 관한 의견 자체는 아무나 낼 수 있으니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대가 짐에게 발언한 내용을 생각해 보시오. 정기적으로 공물을 바치고 사신을 보내 위문하며 자기 땅에 주둔한 외병(外兵)을 정중히 대접하는 나라를 뭐라고 부르오? 보통 속국이라 부르지 않소?”
유구 왕실이 자기들 입으로 황제와 제국을 운운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킬 실력이 없는 권위는 허상일 뿐이고, 그 권위조차 없는 억지 감투는 구차할 뿐이다. 태황은 냉정한 태도로 그 점을 지적했다.
“유구는 장조 폐하 시절부터 실질적으로 우리 속국이었소. 그저 명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놓아두었던 건데, 어쩌다 보니 그 상태가 그대로 굳어졌을 뿐이오. 이제라도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아 속국 노릇을 제대로 하게 함이 옳소.”
중종 시절, 유구가 자기네를 병합하지 말아 달라고 죽는 소리를 할 때마다 내세운 명분이 ‘우리는 함께 대명을 모시던 사이’라는 거였다. 속으로는 가소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놓고 그걸 무시하고 짓뭉개지는 못했다. 명나라란 그런 존재였다. 태황은 예전부터 그런 의식을 비웃었다. 조부 앞에서는 대놓고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를 앞에 두고서는 대명의 은혜 따위는 2백 년 전에 다 갚았다고 코웃음을 치곤했다. 그러니까 주성진에게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는 거고. 그나마 대명공부를 없애버리겠다거나 하는 소리까지 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사대부들에게 명나라 천자라는 이름이 갖는 권위를 잘 아는 까닭이다.
“신들은 폐하의 뜻에 적극 찬동하옵니다. 유구는 지금과 같은 어중간한 상태를 유지할 게 아니라, 조속히 우리 대한의 확실한 일부가 되어야 하옵니다.”
육군대신 한승룡, 해군대신 이항권이 쌍수를 들고 찬성하고 나섰다. 역시나 유구를 아예 우리 밑에 넣자는 태황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은 군부 쪽에서 주로 나왔다.
“지금은 유구국이 우리 군사를 두고 폐하의 뜻을 따른다 하나, 장래 저들이 반기를 드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유구에 암군이 즉위하여 타국과 동맹을 맺고 그 군사를 끌어들여 우리를 친다면 그 어찌 엄청난 비극이 되지 않겠습니까?”
만약 유구가 적국으로 돌아선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가 오는 건 사실이다. 태평양으로 나가는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린다. 현토도(사할린) 북쪽으로 돌든가 대남도(대만) 남쪽으로 우회해서 나가야 한다. 군부에서는 그런 일말의 위험조차 없기를 바랐다. 하지만 장래의 위험을 대비해서 유구를 확실히 우리 손에 넣자는 그 의견은 당연히 반대편의 이런 지적을 불러왔다.
“우리는 유구국을 지금 상태로 놓아두고 더 개입하지 않기로 일본과 조약을 맺었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유구를 병합한다면 당연히 일본이 항의할 텐데, 이 문제는 어찌 해결하려고 하는 겁니까?”
일본이 유구를 두고 정면으로 싸우려 들지는 않으리라. 객관적으로 우리 전력이 우위인데 유구를 두고 싸우기는 부담이 크니까. 대신 저들은 우리가 대처하기 힘든 방면을 노리면서 치고 들어올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방향도 뻔하다.
“아모국은 어쩔 겁니까, 아모국은요? 우리가 유구를 점하면 저들은 당연히 그 앙갚음으로 아모국을 점하려고 들 겁니다.”
아모국은 우리가 도와주어 독립시킨 나라지만 계속 지원하기도 난감한 존재다. 일단 우리 본국에서는 너무 멀고 일본 본토에서는 너무 가깝다. 유구에서 일본과 싸우면 아마 우리가 이기겠지만, 아모국에서 일본과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고 장당하기 어렵다. 이런 곤란함 때문에 그동안은 유구와 아모국 두 나라 모두 지금처럼 중립지대로 놓아두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조정의 대세였다. 조부 시절에는 유구를 얻자는 이야기 같은 건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태황의 입에서 나오다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태황은 아모국에 대해서도 아주 냉소적으로 평했다.
“우리가 넘겨주지 않아도 이미 아모국은 일본의 땅이 되어가고 있소. 영주들은 일본에서 보내오는 재물에 눈이 멀어 앞 다투어 자기 영지에 일본인을 받아들여 산업에 종사시키고, 갈수록 일인들의 수가 늘고 세력이 강해지니 그게 아모국이오? 일모국(一慕國)이지!”
역시 태황은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예리한 식견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모국이 급격하게 일본화되어가는 추세임을 이미 알고 있고, 현재 상태대로 놓아두면 절대로 뒤집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근본적인 조건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니까.
“이대로 놓아두면, 아모국은 조만간 허울만 독립국이라고 내세운 채로 일본의 속국 아닌 속국이 되어버리고 말 거요. 그래도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할 터인데, 그러느니 차라리 지금 손을 써서 유구는 우리 속국으로, 아모는 일본의 속국으로 아예 명문화하는 편이 낫소.”
태황의 말은 논리적으로 합당했다. 게다가 나는 아모국이 아닌 ‘훗카이도’가 일본령이던 세계에서 살다가 오지 않았던가. 그렇다 보니 ‘일본에 홋카이도를 주고 오키나와는 우리가 갖는다’라는 주장이 썩 나쁘지 않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정 중신들은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이 다수였다. 그들의 시각으로는 아모국이든 유구국이든, 다 애초부터 일본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않은 땅이었다.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땅을 가지고 협상할 거리로 삼아 나눠 갖는다니,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폐하, 말씀하시는 바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조께서 유구국왕에게 일본군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도와주겠다고 약조하신 이래 역대 임금께서는 꾸준히 유구를 도우셨을 뿐 그 백성과 사직을 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 땅을 지금 빼앗겠습니까?”
학무대신 남명한이 나서서 반대 의견을 표했다. 그 역시 조부 시절의 노신이다.
“유구 영락제가 심양회맹에 참여했다가 병으로 숨을 거둘 때, 중종께서는 장차 그 기업이 끊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지금에 와서 그 땅을 빼앗고 백성을 빼앗아 선조의 약속을 깨트리려 하십니까.”
그래, 중요한 지적이다. 바로 이 명분 때문에 그동안 재위한 여러 임금이 유구를 넘보지 못했다. 선대로부터 지키고 보호한 이웃, 그런 나라를 어찌 빼앗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태황은 이런 질문이 나오리라고 예상한 모양이었다.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반박할 논리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열성조께서 유구국의 존속을 보장하셨음은 나도 물론 잘 알고 있소. 내가 어찌 유구국을 보위(保衛)하겠다 보장하신 장조 폐하나 심양으로 그 임금을 데려가신 중종 폐하의 깊으신 뜻을 모르겠소.”
장조이자 중종인 나는 태황의 이런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과연 이 인간이 선대의 뜻을 빙자해서 어떤 결론을 내려는지, 일단 끝까지 들어는 봐야 이를 막아서든 힘을 보태든 선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유구를 발밑에 둔다고 해서 유구국주를 폐위하여 서민으로 내릴 생각은 없소. 다만 그 가당치 않은 자칭 황제라는 칭호를 내려놓고, 그 분수에 맞는 국주(國主)라는 칭호를 쓰게 하려는 거요.”
그러면 이미 쓰고 있는 유구국 황제의 호칭은 어떻게 할 거냐고 신하 한 사람이 물었다. 유구국은 우리 한 나라와만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니다. 청과 후금, 후송, 일본은 물론이고 서양 각국과도 교역과 외교를 진행하고 있다. 유구 황제의 이름으로 말이다.
“유구국이 없어진다고 하면 그동안 유구국과 관계를 맺어온 나라들이 모두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별 해를 끼치지도 않은 작은 이웃나라를 왜 멸하였느냐고 폐하께 책임을 묻겠지요. 폐하께서 유구국을 없애신다면 이까지 감수하셔야 합니다.”
외무대신 심세원의 지적은 무척 날카로웠다. 하지만 태황의 대답은 내 예상을 한 단계 더 뛰어넘었다.
“유구국을 없애지는 않을 거요. 유구국 황제의 지위는 선양을 받아 짐이 겸임하도록 하고, 유구국주는 짐의 대관(代官)으로서 계속 유구를 다스리도록 하겠다는 게 짐의 생각이오.”
그러니까….대한과 유구를 동군연합으로 한데 묶고 자기가 두 나라 임금으로 재위하겠다는 소린가. 지금? 와, 정말 깨는 생각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