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766
4부 150화(1766화)
11.
“폐하, 태자께서 이번 서행길에 직접 살피고 오신 금나라 황실의 내분에 관해서는 어찌 처분하실 생각이시옵니까.”
유구 문제가 조정을 뒤흔들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문제를 몽땅 미루고 그 안건만 논의할 수는 없다. 온갖 국내 현안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물고 온 소식인 후금 황실의 후계자 분쟁 건도 다루어야 할 문제다. 태황은 이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 비변사를 소집했다. 나는 심양과 북경에서 아파태와 두도, 륵극덕혼 등을 만나 나눈 이야기 내용과 더불어서 심왕부나 청나라 조정 등을 통해 입수한 후금 황실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그러자 중신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도 내가 아는 대로 최대한 성의껏 답했다.
“태자께서 말씀하신 바에 따르자면 금나라 황실에서 혈육의 피를 흘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중종 폐하시절에 터진 난리야 우리가 사전에 몰랐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사정을 알았으니 그런 비극은 피하도록 손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무대신 김창재가 심각한 표정으로 제안했다. 우리 대한이 심양회맹의 이름으로 개입해, 후금 황실에서 삼촌과 조카들 사이에 피를 흘리는 일은 막도록 조정하자는 이야기였다.
“그건 내정간섭입니다, 대감. 후계자를 누구로 정할지는 금국 대칸이 자기네 풍속에 따라 정할 일이지요. 우리가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습니다.”
“외무대신 대감. 우리가 후계자 결정에 개입하자 하였소이까? 이웃의 정으로, 황실 내에서 피를 흘리는 일만은 피하도록 돕자는 거 아닙니까!”
한숭인이 제지하자 김창재가 짜증을 냈다. 그로서는 이미 청나라가 사실상 칸위 계승전에 개입했다고 봐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손 놓고 있자는 말을 들이니 역정이 난 모양이다. 다른 이들도 나서서 한 마디씩 의견을 내면서 중신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불상사를 피하도록 개입해마안 한다는 파와 개입 자체가 후금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파였다. 다만 국상 정약용은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대칸이 눈을 감으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들 서두르시오? 공연히 손을 댈 궁리를 하다가 대복진이 적자를 생산하면 우리 입장만 우스워질 거요.”
“국상 대감, 대복진의 나이 아미 서른여섯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생산하지 못한 후사가 지금 나올 리 있겠습니까? 게다가 대칸과 대복진의 사이가 지극히 나빠졌다고 하니 어찌 후사를 생산할 기회인들 잡겠습니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속담은 조정에서 언급하기에는 조금 점잖지 않은 말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대칸 부부의 상황을 드러내는데 딱 맞는 적절한 표현인 건 사실이다.
“대칸이 아직 젊고 건강하니 당장 후계가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드러나지는 않을 거요. 그러면 우리가 굳이 개입할 일은 없겠소.”
중신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동안, 딱히 관심 없다는 듯 내내 시큰둥한 표정이던 태황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개입하면 후금에 대한 내정간섭이라서 꺼리는 게 아니라 그저 귀찮아서 그 문제에 손대기 싫다는 티가 은은하게 났다.
“본래 금나라 법도가 적자에게만 계승권을 준다는 것이기는 하나, 국법이란 군주의 뜻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것이오. 대킨이 서자를 대패륵으로 책봉해서 보위를 물려주고 싶다면 그리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가 끼어들 일이 아니오.”
태황은 우리 사절단 내에서 논의할 때 나온 얘기를 똑같이 했다. 그 문제로 후금 황실과 천주교회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그건 후금 황실이 감당할 과제라고. 어차피 천주교를 믿는 것도 아닌 우리나 청나라 황실이 신경 쓸 사안이 아니라고.
“대칸이 사신을 보내 이 문제를 두고 공식적으로 도와달라고 청하면 그때 가서 개입할지 말지 고려해보겠소. 저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가 어디 있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태황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서로 으르렁대는 대칸의 서자들과 동생들의 성품이나 그들이 현재 처한 상황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어쨌건, 이제원이 조언했듯이 그중에서 이긴 녀석을 승인하고 지지하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
“자, 그러면 그 문제는 여기서 끝내고 유구 문제를 더 논하도록 합시다. 그대들은 여전히 유구국을 짐의 뜻대로 처분하는 일에 반대하시오?”
비변사에 상시 출석하는 신하는 모두 11명이다. 국무총리대신(국상), 좌참정대신(좌상), 우참정대신(우상), 내무대신, 재무대신, 외무대신, 육군대신, 해군대신, 육군제조, 해군제조, 마지막으로 내직사 판내직부사다. 비변사라는 기구의 특성상 군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비중이 크다. 우참정대신, 육해군대신, 육해군제조까지 총 5명이나 된다. 그러니 이 안에서는 유구를 처분하는 문제를 두고 태황 쪽 의견에 찬성하는 이들의 비율이 조정에서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폐하,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옵소서.”
그 와중에 외무대신 한숭인이 진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한숭인은 태황이 처음 이 문제를 끄집어냈을 때부터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대한은 덕을 베풀어 소국을 보호하고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절대 타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국시로 삼아서 수백 년을 내려왔사옵니다. 지금 유구가 딱히 우리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그 보위를 빼앗는다 하면 천하가 우리 대한을 어찌 보겠습니까?”
“그대는 짐을 바보로 보시오? 짐이 이제껏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소? 짐은 우리 군사들을 드러내놓고 움직여 유구를 위압하려는 게 아니오. 우리가 할 것은 그저 국서 한 장을 보내 유구국주에게 ‘인제 그만 칭신(稱臣)하고 천명을 넘기라’고 종용하면 될 뿐이오.”
태황의 자세는 아까 후금 이야기가 나올 때와 전혀 달랐다. 눈에 총기가 비치고 얼굴에는 광채가 났다. 이 문제에 진심으로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유구에 관한 옛 기록을 두루 읽어보았소. 백여 년에 걸쳐 칭신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어떤 명분도 없이 칭제까지 한 유구의 태도가 참으로 건방지다고 하여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난 2백 년 동안 많이도 쌓였더구려.”
사실 유구를 정식으로 입조시켜서 우리 번국으로 삼자는 요구는 연이 이후 몇 십 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유구에서 매년 두 번 사신이 찾아올 때마다 임금이 칭신 요구를 하고, 유구 사신은 간곡히 거절하는 건 숙조 시절까지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이어지는 관례였다. 당시 유구는 칭신만은 피하게 해 달라며 정말 애절하게 빌었다. 그게 가련하기도 해서 늘 말로만 복속을 요구하고 넘어갔었다. 그게 가련하기도 해서 늘 말로만 복속을 요구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갑자기 유구인들이 칭제를 선언하고, 무리해서 심양회맹에 따라갔던 영락제 상익이 폐렴으로 죽으면서 비로소 칭신 요구도 끝을 맺었다.
그때 유구 병탄을 포기한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상익이 내 앞에서 죽는 바람에, 우리가 유구를 노리고 황제를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는 게 싫어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종 때 이미 일본과 타협을 시도해서라도 유구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짐이 유구 황제의 지위에 오르고자 계획함은 짐의 욕심 때문이 아니오. 2백 년 전부터 조야에서 쌓인 유구를 복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에 호응하고자 함이지. 조정에 있는 중신들과 재야에 있는 산림들, 저자의 백성들까지 모두 유구를 번국으로 두자고 원했었소.”
“하오나 폐하, 지금은……”
“좌상.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짐이 승선원에 명을 내려 그대들의 조부, 증조부, 고조부가 유구를 우리 번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 기록을 가져오라고 해야 말을 듣겠소? 그대들은 지금 그대들의 조부, 증조부, 고조부가 잘못을 범했다고 주장하는 거요?”
좌참정대신 남공철이 입을 다물었다. 말이 궁할 수밖에 없으리라. 남공철은 중종 시절에 예무대신을 맡았던 남현준의 증손자니까. 남형준은 예무대신으로는 비교적 온건하고 나한테 충성을 다했지만, 유구 복속 문제에서는 아주 강경하게 복속을 재안한 전력이 있었다. 남공철만이 아니다. 다른 교관들도 선대로 올라가면 유구국왕이 건방지다느니, 그 교활한 속내를 파헤치려면 군사를 보내야 한다느니 운운한 사람 한둘쯤은 다 있다. 지금 그 기록이 밝혀지면 자랑스러울 게 뭐 있겠는가.
당장 나부터도 상익을 심양에 데려간 배경에 ‘이를 빌미로 군주가 직접 입조했으니 이건 칭신이나 마찬가지’라는 명분이 있었다. 상익이 폐렴으로 죽지만 않았으면 그때부터 유구를 대놓고 속국 취급했을 거다. 그걸 막은 유일한 요인이 상익의 급사였다.
“폐하, 신 재무대신 노경휘 아뢰오. 우리가 어떤 형식으로 건 유구국을 복속하면 일본에서 아모국을 복속할 것이 확실시 되옵니다. 그리하면 저들이 대동양을 건너는 항로를 막아 우리 배가 미주로 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재무, 그대는 바보도 아닌데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구려. 저들이 무슨 명분으로 바닷길을 막아 우리 배가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오? 우리가 일본을 먼저 적대하지도 않았는데 저들이 우리 바닷길을 막는다면 그건 곧 저들이 전쟁을 원한다는 뜻이겠지?”
태황은 일본에 굽히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건혀 없었다. 굽히기는커녕 저쪽에서 우리한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서슴없이 머리를 걷어차 버릴 의사가 충만했다. 하기야 그러니까 일본이 장래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모른다면서 유구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떠올렸겠지.
“우리가 유구를 명목상의 영토로 삼듯이, 저들도 아모국을 명목상의 번국으로 들이도록 하면 서로 공평한 조건이 될 거 아니오? 이미 그리되어가고 있고. 솔직히 과거에 장조께서 을미동정을 감행하기 전만 해도 아모국은 사실상 일본의 번국이었소.”
이봐, 그 발언에는 어폐가 있어. 아모국은 그냥 미개척지였지 일본의 번국이 아니었다고. 일본의 지배를 받는 마을과 교역소가 산재해 있었다고 해서 아모국 전체가 일본의 번국은 아니었단 말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끼어들 수는 없었다. 일단 잠자코 태황의 발언을 계속 들었다.
“대군은 막부의 위신을 위해 번국을 거느리기를 원하오. 그러니 아모국을 일본에 합치는 대신에 지금처럼 따로 떼어두고 계속 번국으로 거느릴 거요. 그리고 우리 배들이 대동양을 건너가는 길목도 막지 않을 거고. 그게 자기한테 이익이니까.”
원래 역사에서 에도 막부가 유구를 병합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않고 계속 놓아둔 이유 중 하나가 조공국이 필요해서였다. 이국적인 존재인 유구국의 조공 사절을 백성들에게 선보여 쇼군의 위신을 세웠던 거다. 조선 통신사도 그렇게 선전했었고. 또한 아모국 항구들이 번영하는 부의 근원은 그 근해를 자유롭게 항행하는 각국 선박에서 나온다. 막부가 계속 돈을 벌고 싶다면 우리 배들을 놓아둘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뻔히 알면서 우리 배를 막는다? 태황 말대로 그건 전쟁이지. 둘 다 틀리지 않은 이야기라 반박이 힘들었다. 일단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다들 생각해 보시오. 일본이 정말로 우리를 치려고 마음먹는다면 주된 전장은 북구주와 일기도, 대마도, 경상도 일원일 것이 분명하지 않소? 아모국 같은 촌구석은 애초에 신경 쓸 거리도 못 되오. 그리고 유구에 있는 우리 함대는 뭐, 엿이라도 바꿔 먹을 거요?”
태황이 인상을 쓰자 해군 제조 구처경이 일어서서 설명했다. 일본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유구첨사진에 배치된 전선들은 바로 동쪽으로 출동, 일본 동해안을 습격하게 된다고. 유구 방어는 유구첨사진 전선들 대신 본국에서 신속하게 건너온 증원함대가 맡는다고.
“물론 저들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자면 사전에 일본 측에 설명이 있어야겠지. 우리가 유구를 얻는다 해서 그 땅을 완전히 본국으로 흡수하거나 대함대를 두고 요새를 축조해서 일본을 위협하는 데 쓸 게 아니라고 말이오. 순전히 부자연스러운 현상을 바로잡자는 거지.”
태황은 막부에서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확언했다. 어차피 막부로서는 남의 땅에 불과한 유구 따위를 두고 우리와 싸우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우리가 유구를 얻는다 해서 일본과의 교역을 막거나 일본 상선이 통행하지 못하게 막을 것도 아니니까.
“다른 주변국들의 반응이 걱정되지 않으시옵니까? 유구국과 심양회맹을 함께 맺었던 건주 양국은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금국은 후계 다툼에 바빠서 관심도 없을 것이고, 청국은 자기들하고 깊은 관계도 아닌 유구 따위가 망하든 말든 방관할 거요. 그리고 그대들은 애초에 그 두 나라가 유구를 같은 급으로 치지도 않았음을 알지 못하시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부터도 유구를 사실상의 속국 취급했는데 그 둘인들 오죽했겠는가. 멸시하는 눈빛으로 상익을 바라보던 와극달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나마 파사합은 제법 부드럽게 대해줬었지만, 와극달은 대놓고 상익을 내 따까리 취급했었다.
“송나라 놈들이야 유구를 놓고 지랄하든지 말든지 상관없소. 만약에 짐에게 서한을 보내 지랄한다면 태워버리면 그만이고, 바다로 기어나와 지랄하면 가라앉혀 버리면 그만이오.”
태황의 태도는 단호했다. 상호가 순순히 칭신하고 황제위를 바치면 그 보답으로 유국국주 자리를 보장하고 유구 전체를 봉지로 삼아 계속 다스리게 해준다. 만약 거부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꾸준하게 해준다. 만약 거부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꾸준하게 ‘설득’한다. 이에 관해서는 사전에 일본 측과 교섭해 둔다.
“유구와 아모국의 현재 지위는 우리와 일본 사이에 체결한 을미조약과 경인조약, 두 차례 조약으로 정해졌소. 이를 바꾸려면 세 번째 우호조약을 체결하면 될 일이오.”
그러고 보니 내가 요시무네와 만나 경인우호조약을 체결한 지도 어느덧 120년이 되었다. 그러니 양측의 변화된 사정을 고려해서 한 번쯤 우호조약을 갱신할 때가 되기는 했다. 지금 태황은 그 기회에 유구국의 지위를 바꿔놓자는 것이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 근거를 확실히 댈 수는 없지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아주 강력한 불쾌감이었다. 공연히 우울해지려는 나를 옆에 두고 신하들의 항변이 아직 더 이어졌다.
“폐하. 송구하오나 여쭙겠습니다. 우리가 유구를 점하는 모습을 보고 술루국이나 조훌국 같은 우리 번국들이 봉작과 봉지를 빼앗길까 우려하여 반기를 들 위험이 있니 않겠습니까?’
“우상. 그대는 어찌 중종께서 직접 세우신 두 번국과 작은 섬의 오랑캐들인 유구 따위를 같이 보시오? 술루국과 조홀국, 하와국도 모두 우리 황실의 피를 직접 받은 분국(分國)이나 마찬가지인 나라들이오. 유구국주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귀한 혈통이오.”
태황은 정식으로 우리 번국 지위에 있는 세 나라에 손댈 생각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인지라 나도 속으로 안도했다. 내가 중종 시절에 그 셋을 우리 번국으로 만드느라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걸 없앤단 말인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지. 유구 건은 내가 북경에 가 있는 동안 이미 터트려버린지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세 번국과 관련해서 또 태황이 무슨 헛지랄을 하려고 한다면 결단코 무슨 짓을 해서든 막아설 테다. 이미 내가 만든 질서의 일각이 무너질 판인데 더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
“대놓고 무력으로 유구를 위압하지는 않으시고, 먼저 일본에 특사를 보내 유구와 아모의 향방에 관해 논의를 마치신 뒤에 유구에 다시 특사를 보내 우리 대한에 스스로 칭신하도록 설득하시겠다 그 말씀이시옵니까?”
잠시 고개를 숙인 채로 곰곰이 생각하던 정약용이 태황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러자 태황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국상.”
“그러면 그 특사로는 누구를 보내려고 생각하고 계시옵니까.”
“그야 태자 정도는 보내야 하지 않겠소? 유구국주에 대한 배려로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이런 니미럴, 왜 안 좋은 예감은 자꾸 현실이 되는가. 이런 일이 생기려고 아까 그렇게 큰 불쾌감이 든 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