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77
1부 177화
– 1 –
“아니, 이놈들은 사람이 왔는데 왜 코빼기도 비치질 않아?”
작년과 같은 규모로 구성한 함대는 별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배를 정박시킨 유담년이 나흘을 기다렸는데도 작년에 선물을 교환했던 그 우대개 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크게 불을 피워라. 숲 저 멀리에서도 보이도록.”
혹시나 싶어 특별히 모아서 가져온 늑대 똥을 상자로 하나 가득 불에 넣었다. 얼마 안 가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 연기를 보면 확실히 누가 자기를 부르고 있다는 걸 알겠지.”
유담년이 심호흡을 하며 하늘 높이 치솟는 연기 기둥을 바라보았다. 늑대 똥은 짙고 곧은 연기를 만든다. 조선에서는 많은 양을 구하기 어려워 잘 쓰지 않고 대신 말똥을 많이 쓰지만, 중국에서는 봉수대에서 연기를 피울 때 땔감 사이에 늑대 똥을 자주 섞는다고 했다.
“전하, 신에게 다시 한 번 북해로 가라 하셨사옵니까.”
자기도 모르게 진땀이 흘렀다. 하지만 방금 귀에 들린 임금의 명령은 환청이 아니었다.
“그러하다. 경에게 북방에 펼쳐진 땅을 조사할 탐해사의 직책을 내리니, 한 번 더 연해주로 가라. 작년 탐사 때 진행했던 길을 그대로 밟아 바다 건너 유귀국을 찾아내라 명하노라.”
일순간 가기 싫었다. 작년에 겪은 그 끔찍한 추위가 머릿속을 마구 맴돌았다. 하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지엄한 어명이 내렸는데 어찌 잔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 일은 약간의 고역일 뿐, 다시 생각하면 공을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
“어찌 말이 없는가? 어명이 귀에 들리지 않느냐?”
“아, 아니옵니다.”
급히 허리를 조아렸다. 당장 떠오르는 핑계를 급하게 주워섬겼다.
“신은 당연히 어명에 이의 없이 따를 것이옵니다. 허나 작년 탐사 때 신을 수행했던 군사들 중에는 불만을 표하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너무 추운 날씨 탓으로 동상으로 고생한 자들이 많아서….”
“그러니 지금 출발하라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7월이니, 춥지 않다. 함흥에서 배와 사람을 모아 출발하는 데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적어도 한 달이면 될 것이다. 좀 더 일찍 출발했으면 좋았겠으나, 동원할 군사 및 배꾼들 중 농사를 마쳐야 하는 이들도 있지 않겠느냐.”
“허나 바다를 건너는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사온데, 지금 출발하여서 겨울이 오기 전에 귀환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옵니다. 신의 외람된 생각이오나, 내년 봄에 나서면 어떻겠나이까. 4월에 출발하면 왕복하는 여정으로 4개월을 잡아도 3개월 이상 조사에 임할 수 있사옵니다.”
혹시나 싶어 진언하자 임금은 한숨을 쉬며 내려다보았다.
“작년에는 해안을 세세히 살피며 지도를 그려야 했기에 진행이 늦었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년에 그린 지도를 보며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고, 작년에 도착한 지점까지 가면 그대로 동으로 나가면 되는데 어찌 가는데 두 달이나 걸린단 말이냐? 보름만 해도 족할 것이다.”
“지당하신 분부이옵니다.”
더 이상 둘러댈 말도 없었다. 유담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전을 물러나왔다.
지금은 9월 17일. 기왕 보낼 거라면 작정하고 일찍 보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새삼스럽게 투덜거려보았자 날짜를 다시 앞으로 돌릴 재간은 없었다. 작년 경험에 따르자면 두 달 뒤에는 이 일대 바다가 얼어붙는 추위가 온다.
도성을 출발해서 함흥에 도착하는데 열흘, 그리고 배와 사람을 모으는 데 다시 한 달이 더 걸렸다. 작년에 데려갔던 이들을 그대로 모으려고 했더니 반도 모이지 않았다. 결국 관찰사와 절도사에게 협조를 얻어 새로 군사를 모으고, 배는 왕명을 방패로 내수사에서 조달했다.
도성에서 데려온 왜어 통사 네 명에 지도 제작과 천문 관측을 담당한 서리 네 명, 여정을 기록할 기록관 두 사람이 일행의 핵심이었다. 이들을 지키려고 내금위 군사 50명이 따라왔고 함경도 군사 2백 명, 선인 70명이 합류했다. 배는 여섯 척, 내수사 사람 넷도 끼었다.
9월 초하루에 돛을 올릴 때까지도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죄다 도망쳐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왕명으로 가는 일이라서인지 중도에 도망가는 이는 없었다. 만약 몰래 도망쳤다가 잡히면 대역죄인으로 일가가 부여주로 보내질 테니 말이다.
도망이 적었던 데는 이미 작년에 유담년을 따라 이 길을 가본 선인과 군사들도 한 몫 했다. 자기들이 이미 갔다 온 길이고, 작년에 이미 무사히 다녀온 길을 한 번 더 가는 것뿐이라고 새로 끌려온 이들에게 일러주니 그들도 두려움이 가라앉았다.
덕분에 작년에 두 달 걸렸던 거리가 이번에는 열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 태풍도 없었고, 바람도 적당하고, 노 젓기도 좋았다. 평소 노를 잡아본 적이 없는 함경도 군사들이지만 일단 시켜 보니 제법 노를 잘 저었다. 물론 열흘을 넘긴 뱃길 끝에 죄다 뻗어버리긴 했다.
“지난 나흘 동안 선인과 군사들을 쉬게 한 건 좋다만, 이 우대개 놈들이 안 나타나니 정말 큰일이로다. 바다 건너 땅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물을 건널 텐데….”
지난번에 파악한 바로 저들은 분명 사냥꾼이었다. 이 숲은 저들의 사냥터고, 사냥꾼이라면 자기 사냥터에 낯선 이가 들어왔을 때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유담년 일행이 커다란 화톳불을 피워 위치를 드러내자마자 나타났다.
유담년은 이름도 모르는 그 우대개 사냥꾼을 여기 바닷가로 불러들이려면 불을 크게 피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한층 더 불길을 키우게 했다.
“땔감을 더 넣고 연기를 잔뜩 피워라! 아니, 누가 또 총을 쏘는 거냐?”
조총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내금위 군사 몇이 또 숲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는 모양이었다. 총성 때문에 우대개 사냥꾼들이 경계심을 느끼고 오지 않을까 걱정해서 금지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영감. 군사들이 짐승을 탐하여….”
내금위 소속 정7품 사정, 김병천이 쩔쩔매며 답했다. 그도 대마도에서 세운 전공으로 김씨 성을 받았다. 다지와는 달리 니마차 원정 때는 궁궐 숙위를 맡아 빠졌다.
“평소 사냥으로 소일하던 놈들이라, 사냥할 수 있는 숲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를 못합니다. 소인은 제발 총이라도 쓰지 말라 하였으나, 워낙 막돼먹은 놈들이 여럿이라….”
이번에 온 내금위는 모두 평소 사냥을 일삼는 백정이나 산척 출신이다. 야인들의 땅에서는 양인 출신 무사들보다는 이런 자들이 훨씬 소용이 닿을 것이라 해서, 내금위에서 그런 자들만 일부러 골라 뽑았기 때문이다. 김병천이 이들을 이끄는 실질적인 수령이었다.
“총소리는 주변 짐승들을 모조리 쫓아 버리기 마련이지만, 힘이 강해서 일단 맞힌 짐승은 즉사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 보니 일단 총으로 사냥하는데 재미를 붙인 놈들은 활을 다시 안 쓰기 마련입니다. 화살에 맞은 짐승은 한참을 도망친 연후에야 쓰러지기 마련이라….”
“그건 나도 아네.”
유담년도 한때 내금위에 있었다. 백정 출신들이 사냥에 얼마나 환장하는지 잘 안다. 그리고 총을 한번 쓰기 시작하면 활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본관이 금하지 않았나! 게다가 앞으로 어떤 난관을 맞닥뜨릴지 모르는데 쓸모없는 사냥으로 화약을 낭비하게 할 수도 없다. 군령이다! 이제부터 함부로 총을 쏘아 소리를 내는 자는 군율에 따라 처벌하겠다!”
“예, 영감.”
헐레벌떡 뛰어가는 김병천을 보며 유담년은 한숨을 쉬었다. 작년에 워낙 고생을 해서 가기 싫은 길이기는 하지만, 이 길은 출세의 길임도 분명했다. 꼭 성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우대개 야인들과 꼭 만나서 교섭해야 했다. 그래야 바다 건너 땅, 유귀국에 갈 수 있었다.
임금이 옛 책에서 보았다며 어필로 직접 그려서 내려준 지도를 보니, 조선과 중국까지는 그 윤곽이 제법 맞아 들어갔다. 하지만 과연 바다 건너까지 정확할지는 알 수 없었다.
문득 옛 생각이 나서 한숨이 났다. 내금위 시절에는 박원종보다 그가 위였다. 성종이 직접 주최한 활쏘기 시합에서도 박원종이 2등, 그가 장원이었다.
허나 그보다 뒤졌던 박원종은 누이인 월산대군 부인 덕분에 임금에게 총애를 받아 도성에서 희희낙락, 유유자적하면서도 벼슬과 품계가 줄줄이 오르는 중이다. 그동안 유담년은 기미년 야인 정벌도, 신유년 대마도 정벌도 참가하지 못하고 변경으로만 나돌아야 했다.
다행히 자잘한 공을 몇 번 세우며 기회를 노리던 중에 니마차 정벌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대공을 세우리라 결심했건만, 그에게 떨어진 명은 그저 땅 끝 ?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에 가서 듣도 보도 못한 나라를 찾으라는 거였다. 수행하면서도 기가 막혔다.
헌데 다녀와서 보고를 마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임금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그를 당상관으로 승진시켜주었다. 그때는 설마 또 보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문득 생각이 미쳤다. 임금은 조정 대신들에게 이 탐사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우대개가 옛 발해의 후신이니 그들에게 임금의 위용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고, 선창에 싣고 갈 철물과 쌀, 포목도 모두 우대개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하지만 유담년을 따로 불러서 내린 지시는 달랐다. 우대개에게 줄 물품은 일부이고, 나머지 물품은 바다 건너 유귀국에서 쓰라고 했다. 그곳 토인들과 교역을 하고, 혹시 추장을 만나면 선물도 넉넉히 하라는 지시였다.
왜 임금은 바다 건너 유귀국에 신경을 쓰는 걸까? 임금이 하필 왜어 통사를 딸려 보낸 걸 보면 유귀국은 아마도 왜인들의 나라인 모양이다. 갈라져 싸우지만 일왕의 명은 받드는 여러 영주들과 다르게, 아예 왜국에서 떨어져 살면서 일왕을 모시지도 않는 나라인 듯하다.
먼 북방에 있는 나라인 점을 보면 필시 그 사는 꼴은 연해주 야인들이나 매한가지일 터다. 어쩌면 임금은 그 땅도 부여주처럼 정복할 생각일지도 모르리라. 땅을 넓힐 생각이라면, 정말 쉽게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지한 야인들은 총 한 발에 놀라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유귀국에 도착하고 나서 생각할 일이다. 유귀국에 도착하면 뜯어보라며 임금이 친히 봉해서 건네준 밀지가 책상 속에 있다. 과연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혹시 모든 군사로 유귀국을 정벌하라는 지시일까? 아니면 유귀국 왕에게 항복하라고 권하는 국서일까?
어떤 방향이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없다. 임금이 유귀국 방문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은 분명하고, 이번 일을 잘 마치면 박원종을 뛰어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유담년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 2 –
“유담년에게는 아직 연락이 없느냐?”
“녹둔도를 통과하며 보낸 장계가 마지막이옵니다.”
으음, 하긴 몇 척 되지도 않는 배만 가지고 출발했는데 도중에 배를 줄여 가면서 보고서를 보내기는 어렵겠지. 대선단을 보내기는 애초에 좀 무리였고.
“알겠다. 돌아오는 대로 바로 장계를 접수할 수 있도록, 빠른 배를 골라 녹둔도에 대기시켜두도록 하라.”
녹둔도에 쾌속선을 두면, 바로 경흥으로 장계를 전달할 수 있다. 경흥까지 오면 거기서부터 역이 있고 역마가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파발이 도성으로 온다.
“예, 전하.”
내가 유담년을 보내 개척하고자 하는 땅은 북해도다. 사할린이 더 가까워서 건너가기는 좋지만, 너무 북쪽이라 올라가기 힘드니까.
북해도라면 겨울에 눈은 확실히 많이 오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한 기후고, 원주민인 아이누와 교역할만한 물건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누를 이용해서 일본을 북방에서 견제할 수 있다.
내 기억대로라면, 일본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아이누를 독립된 민족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갖은 방법으로 차별하고 박해했다. 본래 혼슈 중부까지 흩어져 살았던 아이누는 ‘일본인’들이 동진함에 따라 점점 밀려나 쫓겨 갔고, 지금쯤은 홋카이도에밖에 남아 있지 않을 거다.
지금도 일본인들은 홋카이도에 있는 아이누들을 속이고 착취하며 치부하고 있으리라. 그들 사이에는 당연히 원한이 쌓여 있을 터, 지금 우리가 끼어들어 일본인들 대신 상품을 공급하면 아이누들은 어느 쪽에 호감을 가질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소 거리가 멀어 운송은 힘겹겠지만 쌀, 베, 철물 등을 가지고 가면 모피와 어물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설사 재정적으로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일본을 북방에서 견제하는 동맹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에 가져가게 한 물품들은 그 마중물이다.
이 정책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홋카이도에 통일된 아이누 국가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일까. 수렵과 채집을 주로 하는 아이누들은 각기 부락 단위로 흩어져서 산다. 집단 구조가 말 그대로 모래알이니 동맹으로서 협정 같은 걸 체결할 상대가 없다.
가능하다면 좀 세력이 큰 추장을 골라서 다른 부락을 통일하도록 부추기고, 그 뒤를 후원해 주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일이 제대로 안 되면 직접 홋카이도를 정복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부여주와 연해주도 벅차니, 그 뒤에나 생각해 볼 일이다.
“아바마마!”
“오, 원자야!”
생각하며 정원을 걷던 참에 내 맏아들 황이 나를 보고 반색했다. 이제 네 살이라 달리기도 하고, 제법 말을 한다. 옆에 선 상궁들이 기겁을 하며 붙들었지만 잽싸게 빠져나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어이구, 우리 아들!”
이 순간만은 임금으로서의 체통이고 뭐고 없다. 황이를 비롯해 내 아들딸들을 대하는 바로 그 때만은 임금으로서 해야 할 언행 같은 건 의식적으로 치워버렸다. 제왕교육? 필요 없어! 그런 건 어차피 원자한테 딸린 선생들이 하는 거잖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연산군이 삐뚤어진 이유 중에 하나가 차가운 아버지, 성종이었다고 말이다. 훨씬 후대 사람인 사도세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조는 늘 사도세자를 차갑고 엄하게 대했고, 사도세자가 정신이 나간 데는 엄한 아버지의 행동이 크게 작용했다.
그대로 두 팔을 뻗어 원자를 안아 올렸다. 상궁들이 대경실색했지만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저 아줌마들은 왜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질색을 하는 걸까.
“원자야, 오늘은 무엇을 하며 놀았느냐?”
볼을 부비며 묻자 원자가 발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방에서 매를 보았사옵니다.”
“잘 하였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쪼이지 않도록, 그것만 조심하여라.”
응방에는 매 외에도 개, 여우, 노루 등 갖가지 동물이 있다. 일본에서 바친 공작과 원숭이도 있다. 왕실 전용 미니 동물원인 셈이다.
“이제 좀 있으면 공부를 시작해야 하느니라. 공부를 시작하면 많이 놀지 못할 터이니, 지금 실컷 놀아두어라.”
“예, 아바마마.”
본래 세자가 될 원자는 일찌감치 학문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천자문이나 소학이 아무리 기본 학문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이런 어린애한테 그런 책을 가르치는 건 아동학대나 마찬가지다. 애들이 놀아야지 공부는 무슨 공부인가.
원자는 물론 다른 아이들도 만 5세가 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안 가르칠 작정이다. 그때까지 실컷 놀게 하고, 아버지로서 사랑이나 듬뿍 쏟아 주리라.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칭찬해주고, 함께 놀아주고.
다만 목마를 태우거나 허리에 얹어 말타기 놀이를 하는 것만은 할 수 없어서 유감이다. 나 혼자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너무 반발이 큰 장난일 듯하다. 지금 하는 정도만 해도 파격일 텐데, 저런 것까지 했다가는 아무리 내 눈치를 보는 신하들이라도 난리가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