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80
1부 1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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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담년이 조우해 증언을 토해내게 한 우데게들 중 그 자신이 직접 바다를 건너본 적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이웃 부족들에게, 조상들에게 물려들은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다.
‘저 거친 바다를 건너면 커다란 땅이 있다. 넓은 숲이 펼쳐져 있고 커다란 곰과 늑대가 그 숲을 지배한다. 숲에는 온몸에 털이 난 숲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사냥을 하고 물고기를 잡아 먹고산다. 농사를 짓지 않아 곡식을 모르며, 쇠붙이도 모른다.’
이게 우데게 야인들을 윽박질러 얻어낸 정보 전부였다. 결국 항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모두 노를 잡아라! 아니, 지금은 정오다. 배를 세워라!”
방위는 가져온 지남철로 확인한다. 출발한 곳에서 직선으로 동진할 계획이었으므로, 그보다 남쪽이나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파악하는 데는 다른 방법을 쓴다.
정오가 되면 배를 멈추고 잔잔한 물통 위에 막대기를 세운 목판을 띄운다. 그 그림자 끝이 닿는 자리를 확인해서 출발 전에 표시한 길이보다 더 길면 북으로 올라온 것이고 짧으면 남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에 따라 그날의 진로를 보다 북으로 올리거나 남으로 내렸다.
“북쪽으로 자꾸 떠내려가는구나. 오늘도 배를 남동쪽으로 몰도록 하라.”
바람은 서풍이 주로 불었다. 하지만 해류는 꾸준하게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움직였다. 바람이 전혀 없는 날에 곧바로 동쪽을 향해 노를 저으면, 다음날 정오에는 언제나 출발했을 때보다 북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주상께서는 어찌 이런 방법을 다 알고 계실까.”
천원지방(天圓地方), 천동지정(天動地靜)이라고 했다. 해는 하늘 높은 곳에 있으니 평평한 땅 어디에 있건 해가 비치는 높이는 같다고 생각했는데, 상감이 지시한대로 측정해보니 과연 남북으로 오르내리는데 따라서 그림자의 길이, 즉 해의 높이가 달라졌다.
“정녕 평범한 분이 아니시로다.”
조총이야 기존에 있던 총통을 개량해서 만들어낸 물건이다. 목륜마도 제갈량의 목우유마와 일륜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증기기관을 만든다거나 해를 이용해 위도를 간단히 측정하는 법 등은 다른 사대부들이 생각도 못 한 일이다.
그 외에도 임금은 세상 상식에 어긋나는 언사를 수시로 내놓았는데 그것이 신통하게도 맞아떨어져서 모두 어리둥절해하곤 했다. 불경한 언사라 차마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필시 상감은 기인(奇人)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유담년은 여기까지 생각하다 말고 머리를 내저었다. 불경한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가는 언제 말실수로 입 밖에 낼지 모른다. 얼른 일에 집중해서 머리를 비워야겠다.
“출발이다, 노를 저어라! 오늘이 벌써 나흘째다! 모두 좀 더 힘을 내어 노를 젓도록 하라. 이제 열흘 안에는 바다를 건너 목적지에 다다라야 하느니라.”
우데게 땅을 출발하면서 물은 보름 분, 식량은 한 달 분을 실었다. 당연히 더 넉넉히 싣고 싶었지만, 교역품과 하사품을 싣고 남은 자리에 채우려니 그 정도가 한계였다.
화재를 방지하고 물과 땔감을 아끼기 위해서 배 위에서 먹을 모든 양식은 끓이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말린 생선과 찐쌀로 실었다. 땔감을 싣기보다는 그 자리에 물 한 통이라도 더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군사들이 밥이 먹고 싶다고 투덜거렸지만 할 수 없었다.
“바다만 건너면, 육지에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 힘내라!”
우데게 야인들이 직접 건너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건너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라면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으리라. 적어도 열흘, 길어도 보름 안에는 닿을 수 있으리라고 유담년은 확신했다.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대감 칭호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뱃머리에서 튀는 바닷물 맛이 짭짤하지 않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 8 –
올해 초 내가 가장 집중한 사업은 물론 정계회담이다. 하지만 임금이 된 입장에서 태평하게 한 가지 업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외정을 펼치려면, 일단 내정을 제대로 다져놓아야 한다.
어느 책에서 본 말인지 기억은 잘 안 난다만, 정치의 기본은 국민을 굶기지 않는데 있다고 했다. 새 영토를 얻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땅을 얻기 위해서 우리 백성들을 굶겨야 한다면, 민심이 떠나면서 궁극적으로 내 권력 기반이 흔들린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신작로 공사를 내년에는 재개하고 싶다. 어느 쪽 길부터 정비하는 편이 좋겠는가.”
남방순행을 나가면서 전라도 쪽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정비한 게 벌써 6년 전이다. 평안도, 함경도, 경상도로 가는 길까지 정비해서 K자 형태로 간선도로를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흉년이 겹친 데다 전쟁부터 하느라 도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미처 손이 닿지 못했다.
“내 생각하건대 일단 의주까지 가는 가도를 먼저 정비함이 좋을 듯하다. 칙사가 오는 길을 어찌 황폐하게 두겠느냐?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개성, 평양을 거쳐 의주로 가는 길은 원래 중국을 오가는 사신들이 이용하던 길이다. 중국 황제가 보내는 칙사들도 이 길을 이용했으니만큼 당연히 그전부터 관리가 꾸준히 이루어졌다.
수년 전부터 사행길이 바닷길로 바뀌자 이 도로는 중요도가 떨어졌다. 당연히 관리 상태도 소홀해졌지만, 올해 초에 한 번 칙사가 오면서 조정에서도 정비할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서둘러 보수하긴 했으나 여기저기 꽤 망가져 있었던 탓이다.
물론 내 머릿속에서야 도로는 물산을 운반하고 군사를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다. 칙사 따위, 교통을 위한 관점에서 보면 일반 여행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평안도 방면 도로부터 정비하려는 건 군사적, 산업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차 요동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경 방어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바로 평안도 군대를 투입하기는 곤란하다. 요심에 군대를 보낸답시고 압록강 방어선을 비워버린다면, 국경 일대를 배회하는 도적들에게 좋은 먹이를 제공해주는 멍청한 짓밖에 안 된다.
도로가 준비되어 있다면, 국경은 그대로 놓아두고 중앙군을 곧바로 요심으로 보낼 수 있다. 지금 당장이야 아직 중앙군 주력이 번상병이라 좀 곤란하지만 장래에는 만 단위 상비군으로 편성할 예정이니 말이다. 그때는 필요해지는 즉시 대규모 군대를 바로 출동시킬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서북면 도로는 중요하다. 명나라와 진행하는 공무역은 그동안 사행선(使行船) 이용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하지만 명나라 및 건주위를 상대로 하는 밀무역은 지금도 압록강 일원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신작로는 그 무역을 더 활발하게 해줄 것이다.
곡식이나 석탄과 같은 국내 물자 운송도 훨씬 편리해지리라. 이미 전라도 쪽 물산은 해로를 보조하는 신작로를 통해 상당량이 도성으로 운반되고 있다. 운반할 수 있는 양도 적고 이동거리도 짧지만, 날씨에는 훨씬 적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히 이점을 갖는다.
이미 서남에선 수레로 유통되는 상품 양이 늘면서 가도 연변 고을들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점포와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내는 상세 수입도 늘었다. 짐을 들거나 지고 다니는 보부상 대신 목륜마, 즉 내가 발명한 목제 자전거에 짐을 싣고 다니는 상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서북면에는 조선 제2의 도시라고 해도 무방한 평양도 있고, 조선 제1의 상업도시라고 할 수 있는 개성도 있다. 이 도시들이 넓고 평탄한 신작로로 연결된다면, 분명히 상업을 촉진하는 효과가 난다. 이 지역에는 무역로에다가 풍부한 광산까지 있으니까.
석탄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운반 문제 때문에 그동안은 평양 인근에서만 제대로 돌아가던 증기기관을 도성에서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릴과 해머를 움직일 동력원으로 군기시에 한 대를 설치했더니, 배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이게 무용지물이었다.
신작로 정비는 이렇듯 수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다. 더구나 서북면 쪽 신작로는 기존 도로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비용도 적게 든다. 공사비가 많이 들 게 분명한 다른 두 방향 도로는 좀 나중에 만들도록 하자. 그쪽은 칙사를 위한다는 명분도 없으니까.
“의견을 말해 보라. 서북면으로 가는 가도는 칙사가 오는 길이니 새로 신작로로 정비하고, 평소 사신들이 왕래하지 않을 때는 백성들이 교통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내 의견에 그대들도 동의하는가?”
“그러합니다.”
조정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야, 진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구나. 내가 6년 전에 처음 도로공사를 계획했을 때, 명분을 만드느라 일부러 순행까지 가야 했던 걸 생각하면.
물론 순행에서 내가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유능한 수군 장수들을 등용했고 백성들의 실제 삶을 일부나마 엿보았다. ‘암행어사 쇼’도 한 번 하고, 저화도 퍼뜨리고.
물론 앞으로도 순행은 할 생각이다. 하지만 순행을 나간다는 명분 없이도 도로를 만들 수 있으니까 참 만족스럽다. 이젠 도로부터 만들어둔 다음 내가 나가고 싶을 때 순행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그럼 올해 수확이 끝나면 도로가 지나는 각 고을에서는 관장이 주관하여 공사를 진행토록 하라. 남방에서 그러하였듯이, 동원된 역군들에게는 필시 보수를 지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단은 중앙에서 재정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다. 평안도는 아직까지 잉류지역으로 조정에 세금을 보내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군사비는 아직 많이 필요하다지만, 사신을 접대하는데 쓰는 비용이 없어졌으니 여유가 있을 테다. 그만하면 도로 건설에 쓸 돈 정도는 있겠지.
– 9 –
오늘은 모처럼 풍악이 울리는 날이다. 그동안 일만 하면서 산 건 절대 아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즐기는 자리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대들이 수고한 바를 치하하고자 자리를 만들었으니, 마음껏 즐기도록 하라!”
그동안 노는 자리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적당히 가무도 관람하고 주연도 즐겼다. 중전 및 후궁들과 밤일도 거르지 않고 했다. 다만 이런 대규모 잔치를 열지 않았을 뿐이다.
일단 작년에는 전쟁 준비 및 뒤처리 준비로 바빴다. 아무리 내가 왕이지만, 원정군이 북쪽 땅을 누비고 있는데 혼자 부어라 마셔라를 시전할 수는 없었다. 올해는 정계회담이 신경 쓰여 편히 즐기기 힘들었고. 어쨌든 이제 추수도 끝난 가을이니 편한 자리를 한번 꾸몄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금 여기는 창덕궁 인정전 앞. 여기서 하는 잔치를 다소 껄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장소이긴 하다. 바로 재작년 계해년 때 이세좌가 술을 쏟았던, 계해년의 변을 시작했던 바로 그 자리니까 말이다.
하지만 백관이 모이기에 여기만한 장소도 별로 없다. 일단 넓고, 나는 이런 큰 잔치를 여는 장소로 경복궁은 싫다. 경복궁에는 연회장으로는 최고인 경회루가 있지만, 경회루에서 여는 잔치는 엄선한 극소수만 초대하는 특별한 행사다.
“저 녹수라는 무희는 참으로 신기하도다. 도대체 나이를 먹지 않는 듯하구나.”
“그래서 신도 무척 아끼고 있사옵니다.”
사람 좋은 당숙, 제안대군이 웃으며 굽실거렸다. 흠, 이제까지 이 아재한테 내가 딱히 겁을 주거나 한 적은 없는데 왜 이렇게 알아서 기는 걸까. 종친들 중에 나를 무서워할 만한 이들은 ‘내’ 이복동생들밖에 없지 않았던가.
어쨌든 장녹수도 참 대단하긴 하다. 40을 넘겼을 텐데 아직도 스무 살 남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걸그룹 미모라니. 사전지식이 없었거나 단단히 결심하지 않았으면 정말 저 여자가 뿜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겠다.
“오늘 녹수가 선보인 가무도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저화 다섯 섬을 내리노라.”
연산군이 그랬듯이 후궁으로 들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하지만 가수를 불러 출장공연을 시켰으면 마땅히 출연료를 줘야지.
장녹수 다음에는 내 매제 임숭재가 특별히 양성한 무희들 차례였다. 장악원 제조로 임명된 뒤 임숭재는 절치부심해서 임무 수행에 매진했다. 1년에 걸쳐 전국을 돌면서 적당한 관비들을 모았고, 자신이 직접 준비한 춤과 노래를 반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다.
오늘은 그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잠시 기다리니 꽃같이 차려 입은 무희 서른여섯명이 몰려나와 줄을 섰다. 음, 임숭재는 물량으로 승부할 생각인가? 자기 마누라 같은 미인이면 한 명만 내세워도 될 텐데. 하긴 들리는 풍문으로는 다들 외모가 좀 별로라는 소리가 있었다.
“시작하라!”
임숭재가 뽐내는 표정으로 신호를 보내자 악단이 연주를 시작했다. 뒤이어 무희들이 일제히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이게 제법 괜찮았다! 임숭재가 직접 고안했다는 안무는 흥겨우면서도 무희들이 가진 여성미를 잘 드러내도록 고안되었고, 노랫소리도 무척 듣기 좋았다.
술이 얼큰해진 탓도 있었지만,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눈과 귀를 총동원해 집중하는 사이 춤이 끝났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움직여 박수를 쳤다.
“훌륭하다. 무희들에게 저화 석 섬씩을 내리고, 악공들에게도 한 섬씩 주어라. 그간 수고한 장악원 제조 임숭재에게는 새 옷과, 사복시에서 말을 한 필 내리도록 하겠노라.”
이런 건 호조 예산에서 지출하지 않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즐거워서 쓰는 돈이니 내수사에 있는 내 용돈으로 나간다. 임숭재가 히죽이 웃더니 무희들을 앞으로 불러들였다.
“전하께서 너희에게 큰 상을 내리셨노라! 어서 앞으로 나와 감사 인사를 올리도록 하여라.”
춤을 마치고도 들어가지 않고 다소곳하게 서있던 무희들이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움직였다. 곧 무희들은 내 앞에 4열 횡대로 늘어섰다. 그리고는 일제히 바닥에 앉으며 절을 올렸다.
“어, 어흠. 되었다. 다들 일어나거라.”
가까이서 보니 다들 멀리서 볼 때보다 더 예뻐 보였다. 더구나 이들 모두 외모가 조선에서 선호하는 형태의 미인이 아니고 현대적인 이목구비였다! 외모가 별로라는 풍설의 근원이 바로 여기 있었다.
이제야 임숭재가 그동안 함께 술 마실 때마다 왜 그렇게 꼬치꼬치 어떤 여자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이유를 알았다. 미인을 모아서 상납할 생각이었군, 이 자식.
솔직히 말하자면 장녹수만한 미모를 갖춘 무희는 없었다. 하지만 장녹수는 겉으로 보이는 얼굴이야 스물 남짓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이제 마흔을 넘긴 중년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애들은 진짜 20대 이하인 젊은 애들이다.
“전하, 신이 고른 무희들이 마음에 드시는지요.”
자식, 내가 중전이랑 숙의들은 나오지 말라고 하고 순전히 신하들하고만 마시는 자리라고 노렸구나. 서른여섯이나 되는 이 대군단에서, 딱 한명한테만 내가 꽂혀도 이긴다는 건가.
내가 딱히 내 마음에 들 여자를 구해오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뚜쟁이질을 하려는 의도는 모르겠다. 단순히 욕심 때문에 보다 많은 부와 권세를 원해서인지, 아니면 형 하나가 역적으로 몰려 무너질 뻔한 가문을 보다 든든하게 하고자 해서인지.
원인이 어디 있든지 간에, 본의 아니게 내 눈이 호강을 하게 되었다.
“무척 마음에 든다. 앞으로 장악원에서 하는 가무를 기다릴 일이 생겼구나.”
연산군이었으면 아마 거기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무희는 앞으로 나오거라, 하고 당장에 별실로 데리고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나름 남자들이 가지는 로망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