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88
1부 188화
– 1 –
“약간 부추기긴 했지만 설마 정말 할 줄은 몰랐군.”
분고(오이타) 일대를 지배하는 오토모 씨의 수장 오토모 치카하루는 신하의 보고를 받으며 피식거리고 웃었다. 아들인 요시나가에게 가독을 물려준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가지만, 그러한 조치는 어디까지나 형식일 뿐 가문의 실권은 여전히 그가 가지고 있었다.
“역시 16세 애송이라 그런가. 스케모토 놈, 그런 쓸데없을 뿐 아니라 해악을 끼칠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치카하루는 45세다. 올해 17세가 되는 쇼니 스케모토에 비하면 충분히 원숙한 나이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45세라고 하면 산전수전을 충분히 다 겪은 나이다. 그래서인지 치카하루는 대화중에 스케모토를 지칭하면서 어떤 존칭도 붙이지 않았다.
“협조를 청하는 서한이 왔을 때 선뜻 받아들이시기에 지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지지했지. 남쪽에 있는 가문들이 혹시 엉뚱한 생각을 할까봐 대신 설득해 주기도 하고.”
치카하루가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그동안 소키모리가 잘못 처신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으니, 쓰시마에 대한 위협 자체는 할 만 했다고 본다. 그동안 다른 가문들이 보내는 교역선을 멋대로 가로막지 않았느냐.”
그동안 쓰시마는 무역을 중계하면서 기항세를 거두는 외에는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군에 정벌된 뒤로는 달라졌다. 쓰시마가 아닌 다른 지방 배가 교역품을 싣고 오면 검색을 하고 또 하면서 출범을 늦췄다. 명분은 왜구 단속이었고, 예외는 없었다.
원하는 날짜에 배를 띄우려면 쓰시마 관리에게 돈을 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왜관에 도착하면 쓰시마가 소유한 왜관 시설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사용료를 내야 했다. 이렇게 돈을 뜯겨서야 조선과 무역이란 걸 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쓰시마 도주 소 소키모리는 여러 다이묘들로부터 항의를 받으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이게 다 조선에 바치는 연공 부담 때문이다, 아니 조선을 배경으로 무역을 독점하려는 술책이다 등 갖가지 소문이 흘러나왔지만 소키모리는 그중 어느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스케모토는 소키모리가 쇼니의 산하를 떠났다고는 하지만 그건 벌써 수십 년 전에 소 씨가 규슈에 있는 영지를 모두 오우치에게 빼앗기면서 사실상 끝난 일이다. 어디, 쇼니 씨가 주군 노릇을 제대로 하기는 했느냐?”
치카하루가 폭소를 터트렸다.
“소 씨는 오우치 씨와 조선, 두 강자와 싸웠으나 졌기 때문에 쇼니 씨를 떠났다. 이만하면 부득이한 사정이 아닌가? 반기를 들고 떨어져 나간 것도 아니다. 제때 도움을 주지도 못해서 그런 꼴을 만들었으면서 배신자라고 펄펄 뛰다니, 스케모토는 어린애가 분명하다.”
소키모리는 바다 한가운데 섬에 고립된 채로 마지막 칼이 부러지고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싸웠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정말 용감하게 싸웠기에 조선 국왕도 그 용기를 인정하여 쓰시마 도주 자리를 소키모리가 계속 지키도록 한 게 아니겠는가?
“나는 스케모토가 쓰시마를 탈환하면 소 씨 일족에게 다시 충성을 맹세하게 하고, 조선군이 쳐들어오면 맞서 싸우게 하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스케모리를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겠지. 두 아들이 조선에 인질로 잡혀 있으니까. 그럼 도주를 갈아치우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냐?”
“확실히 그렇습니다.”
쓰시마 도주 소 소키모리에게는 형제가 있다. 형 시게아키(宗茂明)와 동생 우바(宗右馬)다. 그중 시게아키는 이미 죽었으니, 우바를 새 도주로 세우고 그 아들을 볼모로 해서 쇼니 씨의 거성인 세이후쿠지 성(勢福寺城)으로 데려온다면 훌륭한 동맹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을, 소 씨 일족을 모조리 도륙하고 자기 군사들을 남겨서 쓰시마를 수비하게 하다니…천하의 바보나 할 짓이 아니냐? 쓰시마 지리도 잘 모르는 히젠 출신 병사들이 과연 그 섬에 들어가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스케모토 님은 4년 전의 예로 미루어볼 때 내년 여름에나 조선군이 쳐들어오리라 여기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반년이면 방책을 쌓고 지리를 익히는데 충분하지 않을지요.”
“다 헛소리다. 반년 동안 길을 익힌 외지인이 평생 살아온 토박이보다 낫단 말이냐? 만약에 나였다면, 소키모리를 내쫓고 우바를 앉히되 조선 국왕에 대한 충성은 계속 유지하는 것처럼 꾸미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군이 내도(來島)하면 방심한 틈을 타서 목을 치게 했겠지.”
치카하루의 비아냥은 끝이 없이 이어졌다.
“스케모토가 쓰시마에 보내둔 히젠 병사들도 사기가 높지 않을 것이다. 쓰시마는 히젠보다 조선에 더 가까운 먼 섬이고, 거기 보냈다는 말은 죽어서 돌아오지 말라는 뜻이나 같다. 과연 병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싸우겠느냐?”
중신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이 전투에 나가는 이유는 공을 세워서 봉록을 높여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퇴로도 없는 섬에 들어가서, 적이 제풀에 물러갈 때까지 쭉 버티라고 명령하면 그 사기가 얼마나 유지될까.
“어쨌든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 스케모토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랄 밖에. 조선군이 쓰시마 공격에 나선다면, 이번에는 쓰시마를 되찾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쇼니 씨의 영지에 대한 보복공격, 어쩌면 점령까지 노릴지도 모른다.”
“설마 그렇게까지 큰 욕심을 갖겠습니까?”
“사람은 언제나 욕심 때문에 망하는 법이니까.”
치카하루는 머릿속에 규슈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가능성을 신하들 앞에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노린다 하더라도 손에 넣을 수는 없다. 조선 국왕이 다스리는 땅이 규슈보다 서너 곱절 된다고 하지만, 바다 건너 천리 땅에 대군을 보내고 양식을 공급하기는 어렵다. 먼 훗날 조선이 더 강해진 뒤라면 혹시 모르지만, 이번에는 보복공격으로 그칠 것이다.”
치카하루는 조선 국왕이 규슈를 정복하러 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원나라와 연합해서 쳐들어온 원구(元寇) 때를 제외하면, 이제까지 조선이 일본을 노린 적이 없었다. 저들은 천하 밖, 다른 세상에 사는 자들이었다.
다만 신하들 중에는 치카하루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중신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군, 오우치가 협력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오우치는 쇼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조선과 힘을 합칠 겁니다. 오우치가 식량과 군수품을 댄다면 조선군은 굳이 조선에서 물자를 가져오지 않아도 됩니다.”
“요시오키가 말이냐!”
치카하루가 폭소를 터트렸다.
“너희도 요시오키가 어떤 자인지 잘 알지 않느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대비하려는 너희 마음가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요시오키는 이미 쇼니 잔당 따위는 안중에 없다. 쇼군을 모시고 상락을 할 꿈을 불태우고 있지.”
상락(上洛)은 수도에 간다는 뜻이지만, 그저 방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군대를 이끌고 올라가 쇼군을 바꾸겠다는 의미를 가진 행위다. 이제까지 이런 일을 한 자는 아무도 없다.
수도 내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 쇼군을 몰아낸 적은 있다. 38년 전 오닌의 난(?仁の?) 때, 그리고 12년 전 간레이(管領, 재상에 해당) 호소카와 마사모토가 아시카가 요시타네(足利義稙)를 몰아냈을 때였다. 하지만 자기 영지에서 군대를 몰고 올라간 자는 이제까지 없었다.
지금 요시오키는 쫓겨난 10대 쇼군 요시타네를 데리고 있다. 상락한 요시오키가 마사모토가 옹립한 요시즈미를 몰아내고 요시타네를 복위시킨다면 정말 강력한 권세를 얻게 된다.
“어차피 쇼니 씨를 당장 정복해서 삼킬 수 없다면, 저들로서는 조선을 끌어들여 쇼니 씨를 치기보다는 지금처럼 놓아두는 게 최상이다. 강력한 조선군이 규슈에 들어온다면, 요시오키는 배후가 불안해서 상락에 나설 수 없다.”
신하들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웃더니 치카하루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 요시오키는 조선군이 오는 상황을 딱히 반기지 않을 거다. 아마 지금쯤 어떻게 해야 조선군이 오지 못하게 할까 고심하고 있겠지.”
– 2 –
“멍청한 스케모토 놈!”
찻잔이 마룻바닥 위를 뒹굴었다. 평소 언제나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던 요시오키가 뜻밖의 행동을 보이자 가까이 있던 신하들 모두가 움찔했다.
“주, 주군! 고정하십시오!”
“고정하게 되었느냐! 지금 조선군이 규슈로 몰려올 판인데!”
요시오키가 두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저 멍청한 적수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요시오키는 조선군이 대규모로 규슈에 상륙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조선 수군이 히젠 일대를 습격하고 약탈해서 쇼니 씨를 괴롭혀주면 그걸로 충분했다. 육군이라니, 전혀 필요하지 않다.
오우치 씨의 조상이 백제 왕족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조선 국왕의 신하가 될 의사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요시오키 자신은 분명 일본인이고, 조선은 엄연히 다른 나라다.
조선 국왕도 요시오키를 진짜 신하로 생각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자는 가운데 낀 쇼니 씨를 적당히 견제하고, 적당히 두들기면서 서로 만족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보 같은 스케모토가 쓰시마를 건드리면서 모든 게 뒤집혔다.
스케모토는 조선 국왕에게 충성하기로 맹세한 쓰시마 도주 소키모리를 비롯한 소 씨 일가를 모조리 죽였다. 주민은 모조리 납치해서 자기 영지인 히젠으로 끌어갔다. 이는 조선 국왕에게 전쟁을 선포한 거나 마찬가지 행동이었다.
조선 국왕이 쓰시마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일본 내에서 벌어지는 일로 간주하고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조선 국왕은 쓰시마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군대를 보내 정벌하고 충성 맹세를 받은 일이나, 볼모를 잡은 일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분명 조선왕은 내년에 대군을 일으킬 것이다. 쓰시마를 탈환하면서 쇼니 씨의 본진을 쳐서 앙갚음까지 해야 한다. 신하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주군은 충성을 받을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쇼니 씨에게 타격을 줄 정도로 대군이 건너온다면, 과연 그들이 전투 몇 번 벌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갈까? 정말로?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대군을 동원한 만큼 전리품을 원할 게 분명하다. 히젠 전체? 절반? 아니면 쓰시마와 가까운 섬 몇 개?
조선 국왕이 일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불안이 적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진심을 털어놓고 서신 한 번도 교환한 적이 없다 보니, 일본 땅에 욕심을 품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다. 만약 전자라면 스케모토 그 멍청이가 엄청난 명분을 주고 말았다.
조선 쪽 생각을 알아보려는 시도는 했다. 충성심을 시험해 볼 생각에 일부러 손코 놈에게 사절 임무를 주어 조선 쪽 속사정을 정탐해보게 했더니, 파악하라는 정세 파악 대신에 조선 국왕의 비위만 건드려놓고 왔다. 수행원들의 보고로는 국왕의 안색이 싹 변하더라고 했다.
더불어서 멋대로 자신이 ‘요시오키의 친동생’이라고 자칭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아마 자기 값어치를 올려 보이려고 한 모양인데,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역시 쓸모없는 놈이다.
“할 수 없다. 일단은 겨울이나 무사히 보내도록 하고, 스케모토 그 얼간이가 혹시 엉뚱한 짓을 또 벌이지나 않는지 잘 살피도록 하라. 자칫 봄에 싸우러 나서야 할 수도 있으니까.”
“예, 주군.”
요시오키는 조선 국왕이 쓰시마 탈환과 응징원정으로 만족해 주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적수들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조선까지 규슈에 대군을 보내 끼어든다면 그 혼란은 엄청난 규모에 달할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지금 최우선 과제는 상락을 벌여 요시타네를 쇼군의 직위에 복위시키는 작업이다. 그러자면 후방인 규슈가 안정되어 있어야만 하는데 조선군이 출병하면 모든 게 뒤집힌다. 어렵겠지만 저들이 오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 3 –
“전하, 또 군사를 일으키시는지요.”
“어쩔 수 없소, 중전.”
“많은 백성이 상하게 되옵니다. 군사를 아니 일으키고는 아니 되시는지요.”
나란히 베게를 베고 누운 중전이 건네는 말 한 마디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아, 이 착한 여자를 어쩌나.
중전 신씨는 진짜 연산군에게는 ‘제발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호소했다고 했지. 내게는 살인 대신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호소하는데, 이게 전혀 틀린 말도 아니라 속이 쓰리다.
“대마도가 공격을 받았다 하나, 왜인들 사이에 벌어진 싸움일 뿐입니다. 역대 선왕들께서는 물론이고 전조에서도 왜인들이 자기들끼리 무슨 일을 하건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선례가 분명 있건만 전하께서는 왜 굳이 개입하려 하시는지요.”
“대마도주는 내 신하가 되겠다고 맹세했소. 과인이 비록 재주가 없다 하나, 신종하는 자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어찌 군주라 하겠소?”
“대마도주는 이미 세종대왕께도 항복하고 신하로서 따르겠다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소첩이 알아보니 그 뒤로도 대마도주는 구주에 있는 다른 영주들과 수시로 쟁투를 되풀이했고 본조에 도움을 청하거나 경과를 보고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들을 신하라 하겠습니까?”
중전의 말이 사실이다. 세종대왕 때 이종무가 대마도를 정벌한 이후에도 대마도는 규슈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꽤나 자주 끼어들었다. 대개는 쇼니 씨 편이었고, 그러다 규슈에서 가지고 있던 영지를 싹 다 잃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중전이 워낙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리 말하는 줄은 아오. 나 역시 백성들이 너무 과한 희생을 치르기를 원하지 않소. 과거 왜국 내정에 개입한 전례가 없다고는 하나, 국사를 모두 전례대로만 처리할 수는 없소. 이번 일은 필히 무력으로 응징할 수밖에 없소.”
내가 보복에 나서지 않는다면 내 체면은 완전히 무너진다. 국내에서야 그냥저냥 묻어버리고 지나갈 수 있겠지만 내 대외신인도는 완전히 날아간다고 봐도 된다.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는 조선 국왕과 어떤 일본 영주가 손을 잡겠는가? 유구 국왕인들 나를 신용할까?
출병 한 번으로 쇼니 씨를 붕괴시키기야 무리겠지. 하지만 적어도 신나게 두들겨준 다음 섬 몇 개라도 뺏어낼 필요는 있다. 본토 영지를 뺏었다간 곧바로 복잡한 일본 내전에 말려들어갈 텐데, 아직 그럴 준비는 안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하, 싸움터로 끌려갈 백성들이 너무 가엾사옵니다. 그것도 왜인들의 복수를 대신 해주러 바다 건너 다른 나라 땅에 가서 싸워야 한다니요.”
잔소리라고는 일체 하지 않는 두 후궁들 쪽이 이럴 때는 더 편하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중전은 신씨니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이게 다 원자가 물려받을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 하는 일이오. 중전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하지만…읍!”
중전이 뭐라고 말을 더 하려고 하기에, 가장 좋은 입마개를 쓰기로 했다. 내가 갑자기 입을 맞추자 중전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중전이 정신을 차릴 틈을 주지 않으려고 그대로 몸을 굴려 위로 올라갔다.
“중전, 교태전은 정사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소? 여기는 부부가 정을 나누는 장소이니 우리도 부부답게 운우지정이나 나누도록 합시다.”
내 입이 되는대로 궤변을 주워섬기는 사이 이미 손을 비롯한 몸은 자기가 할 일을 바쁘게 수행하고 있었다. 중전도 입을 열어 뭔가 대답하려고 했지만, 이미 내 손이 옷고름을 풀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벌어진 입에서는 가쁜 숨소리와 신음소리만 새어나왔다.
쳇, 이렇게 상대 입을 막을 목적으로 부부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