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989
4부 373화(1989화)
1.
예전에 상희가 이런 가설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매번 생을 반복할 때마다 내가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진다며, 혹시 타고나는 몸에 따라서 그 몸주인의 본성이 달리 나타나는 건 아니냐고 말이다.
‘연산, 네 기억이 유지되니까 같은 사람인 건 분명한데, 태도에서는 차이가 참 크거든….’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생을 반복하면 할수록 그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지금 후금에서 벌어진 사태를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바가 예전 삶에서 내가 취하던 태도랑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은 게 내 머리로도 느껴져서.
“장조 때 같았으면 당장 병력을 몰고 후금으로 쳐들어갈 계획을 세웠겠지….?”
희정당 내 방에 앉아 지도와 보고서를 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전 삶의 나 같았으면 이때를 노려 우리 대한의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며 동서남북으로 눈을 돌리며 공격할 대상을 찾았으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먼저 동쪽. 일본에서는 존왕파가 드디어 본격적인 테러를 벌이기 시작했다. 막부 측에서 그에 대응하기 위해 칼 잘 다루는 평민 출신 대원들을 모아 ‘신선조’라는 특수부대를 새로 조직했다는 첩보를 듣고는 뒤로 자빠질 뻔했다. 아니, 그게 여기서 왜 나와?!
원래 역사에서 신선조가 창설된 시기보다는 20년쯤 이르니까, 아마 원래 역사의 멤버 중 신선조 대원으로 등장할 사람은 없겠지 싶다. 창작물인 만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는 더더욱 나오지 않을 테고 말이다. 여기서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배경이다. 도막파가 막부를 타도하자고 나서는 주된 명분, 그게 우리랑 얽혀 있으니 말이지. 북구주 3주 문제 말이다.
도막파에서는 그 땅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국 일본의 66주는 분할할 수 없는 천황 폐하의 영토’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 관해서 정작 북구주 현지 주민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우리는 상감마마의 신하입니다.」
「천주께서는 주상 폐하를 보호하소서!」
거의 180만에 달하는 북구주 인구 중 대략 ⅓을 차지하는 한인계 이주민들이야 당연히 우리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임금에게 충성한다. 이들 중에는 을미동정 시기 토지를 받아 정착한 둔전병 출신도 많아서, 구주를 확실한 자신들의 땅으로 여긴다.
나머지 일본인 인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8할 이상이 막부의 박해를 피해 구주로 이주한 일본 각지 출신 천주교도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조상들의 신앙을 탄압한 막부에 매우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으며, 다시 일본 백성이 되라고 하면 극렬히 반발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폐하. 도막을 도모하는 역당들이 ‘우리는 같은 적을 두고 있다’라면서 구주인들의 공감을 얻으려고 할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승선 한 사람이 주저하면서 질문했다. 누구든 떠올리자 면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이기에 별 감흥 없이 차분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 박해는 2백 년 전의 일 아닌가. 막부가 교인을 처형 하지 않은 지도 거의 백 년이 다 되었고, 교왜들이 품은 묵은 원한이 있다고는 하나 막부가 구주로 쳐들어온다면 맞서 싸울 거라는 정도지 막부 땅으로 쳐들어가 없애려 할 만 큼 한이 깊은 건 아니지 않은가.”
원래 세계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처럼 북구주에 난민촌을 만들고 반막부 테러활동을 하는, 그런 자들은 이제껏 없었다. 다들 새 터전을 마련하고 새 삶을 꾸미는 데 집중했을 뿐이다.
“이미 14년 전, 짐이 태손 시절에 미주 순방을 나갔을 때 북구주에 들러 직접 보고 왔다. 구주 백성들은 한인과 일인을 가리지 않고 이미 이 대한의 충실한 신하이니라.”
하카타에 들렀을 때, 일본인 유지들이 앞다투어 외치던 말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데우스께서 상감마마와 태자마마와 태손마마를 보호하실 것입니다!’라고 했었지. 종교적인 자유 보장이 그들에게는 그토록 의미가 컸다.
하지만 도막파도 천주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점은 막부와 차이가 없다. 이쪽은 되려 열성적인 성리학자들이라 천주교를 ‘괴력난신’으로 보고 배척한다. 외부 세력과의 연결로로 보고 천주교를 금지했던 막부보다 종교적으로는 더 나쁜 상대가 되는 셈이다.
성당을 모든 공동체 생활의 중심으로 두는 북구주 지역 일본인들로서는 도막파가 집권할 일본은 막부가 다스리는 일본보다 더 나쁘다. 그러니 받아들일 까닭이 없다.
“심지어 이제는 말도 잘 안 통하지 않는가. 말도 안 통하고 종교도 다르니, 북구주 거주 일인들이 저들 도막파의 손을 잡고 일본으로 돌아가고자 할 것 같지는 않다.”
북구주 지역의 인구 구성부터가 변했다. 본래 이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을미동정 때 거의 죽거나 쫓겨났고, 한인 이주민들과 일본 각지에서 온 천주교도들이 들어왔다. 당연히 그 지역 언어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여러 방언이 섞여 새롭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금 북구주 3주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일종의 혼합어가 되어버려 인접한 분고나 치쿠고에서 쓰는 규슈 지방 일본어 방언과는 무척 달라졌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 정도는 아니지만, 차이가 명확하다.
그나마 대마도나 일기도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 두 섬은 아예 경상도로 편입된 지 오래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막힘없이 한국어를 구사한다. 아주 찐한 경상도 사투리를. 덤으로 세금 문제도 있다. 매년 작황에 따라, 그리고 기타 형편에 따라 양쪽 모두 세율이 오르내리지만, 일본 농민들은 대체로 우리 농민들보다 세율이 더 높다. 북구주 백성들도 그 사실을 뻔히 아는데 왜 북구주를 일본 땅으로 만드는 계획에 가담하겠는가.
“그러니 우리 구주 백성들이 일본국의 역도들과 한패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개중에 그런 자들이 소수 있을지도 모르기는 하나, 그것은 도성 백성 70만 명 중에 제정신이 아닌 자가 70명쯤은 있으리라는 말 과 같은 야기다.”
내 발언의 요지는 이거다. 혹시 존왕론을 내세우면서 구주를 재통합하려는 일본 도막파의 주장에 공감하는 일본계 백성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놈 하나가 제정신이 아닌 거니까 모든 일본계 백성들을 반도 취급하지 말라는 거다.
다행히 신하들도 내 뜻을 이해했다. 그래서 존왕파 놈들에 대한 대비는 이 정도로 적당히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구주대총관으로 하여금 관문을 잘 지켜 그 일본의 반도들이 우리 땅에 멋대로 출입할 수 없도록 관리하라 이르라. 만약 저들과 내통하여 난동을 부리려는 자가 있으면 대역의 죄로 다스릴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꼭 우리 땅에서 난리를 벌이는 게 아니고, 북구주를 거점으로 해서 막부에 테러를 벌이는 자들 역시 처벌 대상이다. 이웃 나라에서 하는 테러도 테러고, 그놈들을 방치하다가 우리가 놈들을 후원한다는 오해를 사는 것도 싫다.
그 외에 그놈들에 대한 대응은 막부가 알아서 하도록 놓아두기로 했다. 이런 쪽은 우리가 관여할 수 없는 내정 문제일뿐러, 지금 막부에는 딱히 다른 외적이 더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면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남쪽. 모로족 토벌전. 이건 뭐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초토사에게서 올라온 표문이옵니다.”
“우리 군사들이 참으로 고생이 많구나.”
오늘이 윤3월 16일, 양력으로 5월이니 내가 사말도에 방문한 지도 7개월이 되었다. 내가 한양으로 돌아온 뒤에도 토벌은 순조롭게 계속되었다.
⅓ 정도 남았다고 하던 사말도 평정은 이제 거의 마무리 되었다. 래태도, 레이테섬도 절반 정도는 평정했다. 하지만 갈로도, 민다나오는 섬이 워낙 깊은 탓으로 여전히 내륙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하면 충분한 성과다. 내륙에 있는 모로족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해 두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느냐.”
“폐하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필리핀 정부도 21세기까지 처리하지 못한 게 민다나오 섬 반군이다. 19세기 중반 수준인 무기와 전술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 거지. 물론 어설프게 패다가 말면 저놈들이 기가 살아서 더 덤빈다. 그러니 계획한 만큼은 패야 한다. 저놈들이 소굴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우리한테 덤비지 못하도록 말이다.
“소굴에서 머리를 내미는 거북이들은 모조리 구워서 먹어버려야 하는 법입지요.”
“육군대신의 말이 틀린 건 아니긴 하오. 나도 여러 번 먹어봤지만, 거북이 고기가 참으로 맛이 좋기는 하더이다.”
민홍석이 구지가를 인용해서 건넨 농담을 나도 농담으로 받고 화제를 넘겼다.
“초토사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공을 세운 군사들에게 신상필벌을 엄중히 할 수 있게 하시오. 전군의 사기를 올리는 데는 그 이상 가는 조치가 없소.”
“예, 폐하.”
다음은 서쪽. 후송 방면이다. 후송은 여전히 태평천국의 난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황제 함화제는 태평천국 따위는 전혀 아랑곳없이 황궁 내에 틀어박혀 주지육림을 실컷 만끽하고 있다.
우리 공사관에서 수집한 첩보에 따르면 계유년(1813)생인 함화제는 온갖 미약과 보약을 들이부어 가며 매일 수십 명의 궁녀나 후궁들과 동침한다고 했다.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숫자인지는 나도 모를 일이지만, 사실이라면 참 대단한 정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송제가 슬하에 자녀를 몇이나 두었다고 했더라?”
“여덟 명이옵니다. 황후 소생 적자녀가 둘, 나머지는 모두 서출이옵니다.”
태어난 아이는 더 많다. 높은 유아사망률 탓에 일찍 죽은 아이가 꽤 있어서 그렇다. 일본 황실만큼은 아니지만 꽤 죽었다고 알고 있다. 같은 나이 때 선황도 자식이 여덟이었다. 둘이 거느린 처첩의 숫자에서 차원이 다른데도 자식 숫자는 비슷한 걸 보면, 의외로 함화제는 허당일지도 모르겠다. 기관총으로 총알을 막 쏟아붓기는 하는데 혹시 그게 다 공포탄인 건가.
그렇게 아방궁에 파묻혀 있는 아들 대신 국정을 살피느라 애를 먹는 건 송태후다. 처음에 송태후가 하는 걸 보고는 서태후 축소판이 아니려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렇게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다. 정말 애를 먹으며 나라를 이끌고 있는 모양이다.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송태후는 측천무후 같은 유능한 군주 감은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고 들을 귀도 있어서 주변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고, 마침 조언자로는 임칙서라는 유능한 인물을 택한 덕분에 버티고 있는거지.
“임 흠차가 새로 받은 관직이 삼공집정흠차대신이라고 하였던가. 말 그대로 삼공(三公)이 가진 모든 권한을 부여 한 셈이니 송나라 역사에 제일가는 권신이 된 셈이로구나.”
원래 세계 임칙서가 이쪽에서 자기가 겪는 운명을 봤으면 감격해서 울었을 것 같다. 그쪽 세계에서는 기껏 아편을 단속하고 침략군을 물리쳤더니 조정의 압력으로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았던가. 그에 반해 황태후에게 신임받아 전권을 쥔 또 다른 자신을 보면 눈물이 나겠지.
그 외에도 달라진 점은 있다. 원래 역사에서의 아편전쟁은 없지만, 대신 태평천국이 원래 역사에서보다 훨씬 강성 해졌다. 후송 조정이 전력을 기울여도 토벌에 애를 먹을 만큼.
“비록 홍서당이 지금 강성한 세력을 자랑한다 하나, 형 주도통부 밖으로 세력을 뻗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좌상은 어찌 그리 생각하시오?”
“송국의 각 도통부는 하나의 번국과 같습니다. 도통사가 자기 부를 상실함은 곧 영지를 잃는 일과 동일하니, 외적의 침입을 어찌 힘써서 막지 않겠습니까. 자기의 권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들 최선을 다해 홍서당을 막을 것입니다.”
봉건제가 방어전에서 유리한 점이 그 부분이기는 하다. 자기 영지, 자기 재산이니까 죽을 각오로 지킨다. 문제는 못 지키겠다 싶으면 선뜻 항복해 버릴 수도 있다는 거지만.
그러니 믿기 어려운 지방군이 아니라 충분한 전력을 갖춘 중앙군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거리낄 게 없는 외국군도 유용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국군을 들이기로 합의했겠지만 말이다.
벌써 넉 달 전에 주송 영국 공사 찰스 엘리엇과 임칙서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원래 세계에서는 적이었던 영국군이 태평천국을 함께 진압하는 한편이 되었다. 과연 이건 어떻게 작용하려나. 출병에 대한 보수로 땅이라도 받아 내려나?
“잉글군에게는 광서 방면의 토벌을 맡길 예정이라고 하였지.”
“그렇습니다.”
원래 세계에서의 전례를 고려하면 영국 본토 병력이 아니라 인도군이 건너올 테지. 과연 광서의 그 복잡한 전장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종 때, 광동진남 때 간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았던가. 광서 방면 지형이 얼마나 싸우기에 더러운지 말이다. 덥고, 습하고, 산 많고…. 들판에서의 회전에 익숙할 영국군이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시 구르카 같은 산악부대를 골라서 파병하려나.
어느 길로 광서에 들어갈지도 의문이다. 안남 국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안은 광동성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광동을 거쳐야만 광서로 들어갈 수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둘이다.
하나는 자기네 영토인 홍콩을 근거지로 삼아 광주를 거쳐 서쪽으로 들어가는 거다. 둘은 광서성 바로 남쪽인 침주(飮州)에 상륙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거다. 전자는 구축이 완료된 거점과 수로를 사용할 수 있고, 후자는 새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각각 있다.
“우리 뇌주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짐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청이 들어오더라도 점잖게 거절하도록 하시오.”
영국군 수천이 우리 항구를 드나들고 주둔하기까지 하는 위험한 상황은 사절이다. 뇌주에 주둔한 우리 군대가 지금 육해군을 합쳐 5천 정도인데, 영국군이 아편전쟁 기준으로 온다면 적어도 2만 명은 될 거다. 그런 대군을 우리 땅에 머무르게 해줄 생각은 절대로 없다.
만약 내가 영국 총리라면 – 지금 총리는 휘그당 소속의 윌리엄 램이라고 한다- 진격로는 홍콩으로 잡을 거다. 홍콩을 원정군 거점으로 활용하기도 좋고, 주강을 진격로 겸 보급로로 활용하기도 유리하다.
다만 후자는 군대 주둔을 핑계로 침주에 새 개항장을 만 들 수 있을 거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광서 지방의 내륙부만이 아니라 안남과 운남 일대까지 영향권에 넣을 수 있다. 우리 쪽에서 보기에는 그쪽 방면에서의 상업적인 경쟁 이 더 치열해지는 셈이다.
“불랑국인들이 안남 북부에 이미 거점을 만들고 있으니 , 서로 싸우도록 두는 편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한가…..”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안남에서는 가톨릭 탄압과 승인이 황제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일어난다. 그동안 가톨릭을 혹독하게 탄압하던 명명제가 지난 12월 – 양력으로는 올해 1월 – 에 죽고 황태자가 소치제(留治帝)로 새롭게 즉위했는데, 소치제는 태평천국이 자기 땅을 침범할까 두려워해서 프랑스에서 군사고문을 초빙하여 북부 지방의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왜 하필 프랑스냐고? 그야 안남이 옛날부터 프랑스와 은근히 왕래가 잦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쪽에서 고문을 맞이하면 군대가 우리 손으로 넘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우리 쪽 파견 제의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광서와 맞닿은 안남 국경에 프랑스 고문들의 조언을 받아 요새를 구축하고 병력을 배치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천주교 금교령을 해제한 건 아니다. 그거야 뭐 나중에 두고 볼일이고.
“그대로 놓아두면 불랑국이 상업 이권까지 얻어 이익을 독점할 테니, 그 꼴을 보고 넘길 수 없는 잉글국이 침주에 자기들만 쓸 개항장을 얻어내려 하리라는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가능한 일이긴 하겠다. 영국 측이 군사적인 필요만 생각하지 않고 정치, 경제적인 이득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생각 같아서야 우리 쪽에서 원군을 보내주겠다고 후송 조정에다 먼저 제안하고도 싶지만, 아직 모로족 토벌을 진행하는 중이니 새 전역을 열기가 애매하다. 지금 난리가 터진 규모를 보면 천 명 단위 소규모 병력을 보내서는 제대로 생색이나 낼 정도도 안 될 테고 말이다.
‘그래서 덕성도 교단에서 의용군을 보냈으면 했는데…..’
병력을 마음껏 동원할 수 없으니 태평천국 사태만이 아니라 후금 내란에도 간단히 개입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 쪽도 참 상황이 말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