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1993
4부 377화(1993화)
서방, 후송 쪽에서는 후송 조정…. 엄밀히 말하면 임칙서의 뼈를 갈아 넣은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태평천국은 서방은 몰라도 동쪽으로는 세력을 더 확장하지 못하고 있고, 그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사방에서 후송으로 지원이 들어가고 있다. 무기, 탄약, 용병 등. 그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용병이었다. 그것도 일본발 후송행 용병들의 숫자가 평소 규모보다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놀랍게 다가왔다.
“일본에서 용병 다수가 송으로 떠나고 있다고?”
“그러하다 합니다. 송나라 조정에서 높은 급료를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만, 일본 내에서 정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후송으로 도피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정쟁이라고 하면 다른 게 아니다. 막부가 정권 탈취를 노리는 도막파 세력을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산케인 미토와 오와리 두 번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천하를 어지럽히는 무도한 불한당들’을 상대로 칼을 뽑았다.
시작은 전에도 이미 언급한, 지난 1월 25일 – 양력으로는 2월 16일 – 에 발생한 ‘오미야(近江屋) 사건’이었다. 교토를 주된 무대로 활동하던 도막파 인사들이 ‘오미야’라는 찻집에 모였다가 이를 탐지한 신선조에게 습격을 당해 일 부가 참살되고 대부분은 체포되었다.
이때 잡힌 자들은 교토소사대에 넘겨져 혹독한 심문을 받았다. 신선조는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으로서 우리 금위사처럼 용의자들의 체포를 맡을 뿐, 심문과 재판은 여전히 기존 치안 기구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막부 심문관들은 붙잡힌 ‘음모자들’에게서‘교토 전역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이를 빌미로 대대적인 반막부 봉기를 일으키려고 계획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그쪽도 우리 의금부나 금위사에 뒤지지 않는 고문 솜씨를 자랑하는 만큼 그 신뢰성이야…. 뭐 알바겠냐마는.
일본에서는 우리 대한에서는 폐지한 압슬도 여전히 현역이다. 이시다키(石拘)라고 해서, 각목을 조합한 판 위에 무릎을 꿇린 뒤 허벅지 위에 80근쯤 나가는 돌판을 하나씩 얹는다. 최대 열 장까지 얹는다는데, 그쯤 되면 다리는 뭐 날아간다고 봐야지.
우리 의금부나 금위사에서는 그런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히는 고문은 이제는 안 한다. 물론 고문을 아예 안 하면 가장 좋지만, 완전히 없애기에는 아직 무리한 부분이 좀 있어서 최소한으로만 시행하고 있다. 하여간 붙잡힌 음모자들에게 자백을 받아낸 막부는 이를 근거로 과격한 도막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 오미야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판명된 자들은 물론이고, 확실히 그 자리에 없었던 자들도 가리지 않았다.
체포되면 고문과 처형이 기다린다. 그러니 도막파 인사들이 순순히 체포될 리는 없었다. 죽거나 체포된 동료들의 복수를 외치며 칼과 총, 폭탄을 쥐었다. 막부 측 관헌들과 도막파 테러리스트들이 곳곳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그 일선에 신선조가 있었다.
막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신선조는 오미야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날 일을 소재로 삼은 연극이나 노래가 여럿 나왔을 정도로 말이다. 막부는 이 기회에 신선조를 개인의 출세가 아니라 천하의 평안을 위해 막부를 수호하는 충의지사로 포장했다.
“교토를 불태우려던 못된 놈들을 그렇게 멋지게 해치우다니!”
“나도 신선조에 들어가고 싶다! 대원 모집은 어디서 하지?”
일본에서는 여전히 우리보다 강고한 신분제를 유지한다. 무사 신분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공직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신선조의 활약과 유명세가 뜻밖의 효과를 불러왔다. 신분이 낮아 출세할 수 없었던 평민층의 지지가 막부로 쏠리는 결과를 빚었으니 말이다.
도막파는 성리학을 공부한 사무라이들이 중심이 된 만큼 백성들의 권리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고, ‘무지한 백성들’은 그저 개돼지로 취급했다. 게다가 테러를 통해 백성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주었으므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되려 이들을 막는 막부의 인기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각광받은 이들이 바로 신선조였다. 평민 출신이지만 천하를 위해 막부에 충성하는 칼잡이들이라는, 상품화하기에 아주 좋은 구성 아닌가. 게다가 일본 문화계는 옛날부터 칼싸움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 탄압이 강해지자, 일부 도막파 무사들이 투쟁 노선을 변경했다. 일본 내에서 막부와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일단 외국으로 나가서 탄압을 피하고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노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목적지로 택하기 가장 좋은 나라가 후송이었다.
“우리 쪽으로 온다고 해 봐야 보호해 줄 리가 없으니.”
“물론입니다, 폐하.”
우리와 막부 사이에 범죄인인도조약 같은 게 맺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에서 혹시 대역죄를 지은 죄인이 넘어왔다가 잡히면 지체 없이 송환하는 게 관습으로 되어있다. 일반 형사범이라면 죄를 지은 장소에 따라 처결이 달라지지만, 역적죄는 처분이 확실하다.
그러니 일본에서 탈출하고 싶은 ‘정치범’들이 후송을 망명지로 택하는 건 당연하다. 건주 양국도 왜병을 모집하지만, 그쪽은 아주 철저한 친한파이므로 언제 우리한테 넘겨질지 알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최근 후송 조정이 고용한 왜병이 적어도 수천에 달하는 데, 적어도 그중에서 수백 정도는 도막파에 속한 무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막부는 도막파 사이에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열심히 조장하는 중이다. 수배서가 따로 나올 만큼 중요한 체포 대상이라고 해도 후송으로 가는 용병에 지원한다고 하면 두말없이 출국시켜 줄 정도다.
“홍서당과 싸우다 다 죽어버리라 이거로군.”
“저들의 관점으로는,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것이니까 나름대로 명예로운 처형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계산대로 나가서 죽어 주면 참 좋겠지만….과연 계산대로 다 잘 될까. 도리어 중국에서 세력을 키워서 권토중래를 시도하는 건 아니려나 모르겠다. 후송 상서령 자리에 앉은 일본 망명객이 후송의 전력을 기울여서 일본 원정을 시 도하는….광경을 생각만 해도 섬찟하네.
어쨌든 후송 조정은 그렇게 모은 일본 용병들을 해 뜨는 동쪽 나라에서 데려왔다고 해서 ‘부상군(扶秦軍)’이라는 이름으로 편성하고, 부대기로 일장기를 들게 했다. 부대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장기는 막부의 상징인데 그걸 부대기로 삼게 하다니, 대체 어떤 놈이 정했을까?
임칙서가 지휘하는 – 임칙서 본인은 남경에 머물고 있으니, 실제 일선 지휘는 다른 이가 맡겠지만 – 강용군은 악양에 진을 치고 장사 방면으로 출격을 반복하고 있다. 서양인에다 일본인까지 포함한 다국적 용병대지만, 임칙서의 노력 덕분에 사기는 높고 전력도 강하다. 장비도 최신형이다. 우리한테 육혈포와 뇌관총도 잔뜩 사갔다.
강용군이 악양을 지키는 한양도통부 군사들과 합세하자 태평군 수뇌부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로부터 수도인 장사를 방어하느라고 주력부대를 다른 전선으로 돌리지 못하는 상태다. 다만 홍수전이 직접 통제하는 주력부대 말고도 일부 병력이 다른 방면에 출격하고 있고, 태평군이 ‘소천병’이라고 부르는 지방 동조 세력들도 꽤 많아서 세력 자체는 확장하고 있다. 단, 원래 주공이 되리라고 예상했던 장강 방면이 아니라 다른 쪽이다.
동쪽의 요주도통부는 태평군에 동조하는 반란이 잇달아 일어나서 진압에 애를 먹고 있다. 서쪽의 귀주, 광서 방면은 태평천국이 차지하지는 못했더라도 조정과의 연락이 끊겨 사실상 전부 상실한 셈이 되었다. 남쪽은 남녕을 함락한 태평군 별군이 계속 남진하면서 침주까지 위태로운 상태다. 침주성 자체는 지금도 양광총독부 예하 관군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주변 농촌과 작은 고을들은 이미 상당수 태평군 쪽으로 넘어갔다.
영국군이 정말 온다면 침주를 거점으로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어쩌면 영국군이 오기도 전에 침주가 태평군 손에 함락될지도 모르겠다.
“런던에서 아직도 파병 여부를 두고 논의하고 있어서 그런가. 오려면 빨리 올 것이지.”
영국군이 온다면 어떻게 싸우는지 구경이나 해야지. 원래 역사의 아편전쟁이랑은 양상이 크게 다를 것 같으니까 말이다. 무능한데다가 싸울 의지조차 거의 없었던 청나라 군대와 싸울 의지가 충만한 태평천국군은 싸움에 임하는 자세가 전혀 다를 거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욱일군을 그쪽에 원군으로 투입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서둘러야지. 만약 저들이 원병을 보내는 게 늦어져서 침주가 무너진다면 그 여파가 우리 뇌주에도 닥칠 터, 주의해야 할 거요.”
뇌주에서는 우리 주둔군과 현지민 덕성도 신도들로 편성한 민보군이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홍수전이 장악하고 있는 태평군 본대는 우리 땅인 뇌주를 건드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잔챙이 놈들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
태평군이 남경을 목표로 장강을 따라 진격하면 최전선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한양도통부는 뜻밖에도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일단 악양을 중심으로 형성한 방어선이 꽤 강고할 분더러, 앞서 말했듯이 강용군이 악양에 주둔하면서 공동으로 싸워주고 있어서다.
북쪽에 있는 청나라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후금 내란이 치열하게 번진 나머지, 태평군과 협력해 한양도통부를 남북에서 압박할 궁리 같은 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태니까 말이다.
8.
후금에서는 여전히 내란이 치열하다. 내 예상….아니, 중전의 예상대로 감숙과 관중에 있던 팔기군이 후금 영토로 수만 명이나 진입했다는 보고도 들어왔다. 당연히 그 명분은 ‘외적’을 격퇴하기 위해서다.
덕명은 후송을 상대하는 남쪽 국경에는 녹영병을 중심으로 한 방어선만 펼치고 북방으로 여유 병력을 보냈다. 동서 양쪽 전선에 4만 명씩을 추가로 지원하면서 륵극덕혼 쪽 병력은 총 13만 명이 되었다. 여기에는 보병, 공병, 포병도 다수 포함되었다. 명백하게 공성전을 염두에 둔 지원부대의 구성이 가리키는 의미는 명확했다. 카라코룸과 상도에 공성포를 퍼부어 서라도 륵극덕혼을 대칸 자리에 앉히고 말겠다는 뜻이었다.
상도에서 포위전을 치르게 되면 고이마혼으로서는 악몽이 펼쳐진다. 쓸 일이 없었던지라 후금군에서는 기병을 제외한 다른 병과가 계속 축소됐고, 지금은 아예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성벽을 지키며 싸우게 된다면…..
다만 아직은 승패가 끝난 게 아니다. 청군의 ⅓은 찰니군을 상대하느라 서부전선에 있다. 내 예상대로 두도는 청군을 차마 공격하지 못했고, 청군과 동맹까지는 맺지 않았지만 당장 직면한 적인 찰니군을 무찌르기 위한 공동교전자 정도로 인정했다.
「폐하, 어서 원군을 보내주소서. 원군만 주신다면 제가 다 이길 수 있습니다.」
애끓는 호소의 문구를 쓴 편지가 연달아 날아왔지만,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확인된 청군 규모만 10만이 넘는데, 이들을 제압하려면 우리도 15만은 보내야 한다. 그만한 병력을 속오군 소집도 안 하고 대체 어디서 빼 낼까.
그저 싸워서 전투에서 이기려면 더 적은 숫자로도 된다. 하지만 희생을 줄이면서 저들을 ‘제압’하려면 우리 편에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를 위압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손을 잡고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건 두도 한 명만이 아니다. 다른 황자 세 사람 – 연신은 내전이 시작되고부터 나한테 한 줄의 글도 보내지 않았다 – 은 물론이고 청나라 황제, 덕명까지 내게 은밀하게 서신을 보냈다.
「….본래 동방의 법도에서는 서자라고 해도 계승권을 주므로, 서자라고는 하지만 장자인 다라순승군왕이 그 아비의 자리를 잇는 것은 당연하고 타당한…..」
친서 내용을 묘당에서 공개하면서 중신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떻소. 그대들은 청제의 논리를 수긍하시오?”
“종교라는 체계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 사정에 따라 택할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의와 법도는 천하가 따르고 수행해야 할 진리이니, 어찌 청제가 보낸 서한의 말이 그르다 하겠습니까.”
요약하면 괴력난신인 교회의 가르침 따위보다 동양 전통의 성리학적 규범이 우위라는 뜻 되겠다. 여기는 동양이니까.
여기에 덕명이 편지 말미에 추가한 부분도 중신들의 기대를 부추겼다. 우리가 그 대의에 동의하여 륵극덕혼의 즉위를 지지한다면 즉위한 이후에 섭섭하지 않은 성의를 보이리라는 언급이 있었다. 대놓고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영토를 할양하겠다는 뜻이 맞아 보였다.
“받아들이시지요. 어차피 삼패륵이 자력으로 승리할 전망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군사를 내어 삼패륵 대신 청군과 싸울 수도 없고, 다라순승군왕을 도와 삼패륵을 쳐 제압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냥 놓아두고 땅이나 넉넉히 받아내는 게 나을 듯합니다.”
꼭 군대를 보내 도와야 돕는 건가. 륵극덕혼의 계승을 묵인하는 외교적인 지원도 큰 도움 맞다. 명분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가. 결국 우리 조정에서는 우리도 륵극덕혼의 즉위를 인정하겠으며, 다만 그에 따르는 감사의 표시는 꼭 받아야겠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작성해 보냈다. 물론 외교 수사로 가득 채운.
9.
“군기시 시찰도 오랜만이로다.”
“어서 오소서, 폐하.”
업무가 너무도 바쁘다 보니 군기시는 아직도 이사를 못하고 북한산성 안에 있다. 그래서 왕래하기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나들이 삼아 가끔은 찾는다. 그리고 오늘은 신무기 시험을 관람하러 온 참이다.
“그래, 백연자포의 성능은 어떠할 것 같은가.”
“이제껏 시험에서 모두 무사히 작동했으니, 오늘도 괜찮으리라 생각하옵니다.”
김귀훈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음, 겸손함의 표현인가, 불안감의 표현인가. 하지만 총이 고장이 나 봐야 발사가 중단될 뿐, 폭탄처럼 터지거나 주변을 불태울 위험은 없다. 그래서 안심하고 실험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발포!”
통제관의 구령이 떨어지자, 이번에 제작한 백연자포(百連子砲) 옆에서 대기하던 시험관이 전력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곧바로 열 개나 되는 총열이 일제히 회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 끝도 없이 불을 뿜었다.
“우와아아…..!”
백연자포에서 쏟아져 나가는 총탄의 비가 표적지 주변을 삽시간에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신무기가 발휘한 위력은 시험장에 둘러선 사람들 모두를 큰 목소리로 환호하도록 만들었다.
“성공이다! 만세!”
“태황 폐하 만세! 만세!”
그 광경을 보는 나도 뿌듯했다.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기관총이 이제 막 개발됐는데 내가 왜 기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