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15
4부 399화(2015화)
4.
공사인 애머스트 백작은 본래 군인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태평천국 토벌전에 관한 군사적 사항에 대한 우리 군부와의 논의도 그가 주도했다. 영국 본국에서 따로 특사가 건너오지는 않았다.
“제가 인도에서 종군했을 때의 경험에 따르면…..”
다만 애머스트의 전쟁 경험은 인도에서의 식민지 전쟁에 집중되어 있었다. 네팔과 마라타 동맹에 속하는 인도 토후국들, 버마 등이 주된 적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인도에서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태평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애머스트가 좀 불안했다. 뭔가 똥물을 뒤집어쓸 것 같은 예감이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연합작전이라고 해도 영국군이 우리와 정말로 바로 옆에서 싸우는 건 아니라는 부분이겠다. 영국군은 광동에 상륙해서 북쪽으로 올라갈 예정이니까.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 폐하. 하지만 우리 영국군도 동방의 사정은 제법 잘 알고 있으니, 그런 광신도집단 정도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애머스트 백작은 이번에 파견되는 영국군에는 동방 출신 병사들도 꽤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거야 뭐 나도 아는 일이긴 하다. 영국군에 초기부터 이민족 병사가 많았던건 뭐 유명한 거 아닌가. 특히 인도에서, 구르카라든가 라지푸트라든가……
이쪽 세계에서는 한국계도 여기에 추가됐다. 지난번에 만난 존 화이트 소령처럼 외국에 나가 정주하는 이들이 조금씩 생긴 지 꽤 오래됐고, 개중에는 영국령으로 간 이들도 있다. 그리고 당사자, 혹은 그 후손이 군대를 진로로 택하는 사례도 간간이 나왔다.
하와인 병사들도 있다. 전에도 언급한 적 있잖은가. 세상에 나가서 모험을 즐기고 싶다고 하와이에 기항하는 영국 군함에 승선하는 하와인 사내들이 간혹 있다고. 그렇게 나간 이들 중 영국 육군에 입대하는 이들도 있다. 마오리족처럼 말이다.
일본인들이야 굳이 거론할 것도 없겠지. 애초에 용병으로 나간 놈들이었으니까. 인도에서, 남만 각국에서 용병으로 뛰던 일본인들이 동인도회사군에, 영국군에 들어가는 건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그래서 동인도회사군에도 일본인 연대가 있을 지경이다.
심지어 팔기 출신 청나라 병사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바다와는 별로 친숙하지 않은 만주인이 어쩌다가 영국군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거야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놈이겠지.
하여튼 이렇게 다양한 인력이 있는 곳이 영국군이다. 물론 대부분은 본토 병력이 아니라 인도군에 있지만. 중요한 건 그 많은 외부 출신 병력을 거느리고 지휘해 본 애머스트 백작 본인이 태평천국을 인도인들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시니카가 제법 발전한 국가라고는 하나, 그건 바다에 면한 동부와 남부 해안지대나 그런 것 아닙니까? 서쪽에 있는 내륙 지방은 옛날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완전히 쇠락하여 아편이나 파는 동네잖습니까. 그런 곳에 사는 자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서나라가 망한 게 이런 식으로 나비효과가 되는구나. 서나라가 건재할 때는 영국도 그리 얕보지 못했는데. 무역의 중심, 천하의 부가 모이는 광동을 다스리는 나라였으니까. 하지만 운남 산골짜기로 쫓겨 들어가니 존재감이 확 떨어졌다. 이번 난리에서도 서익을 맡아 태평당을 압박할 존재로 거론도 안 될 정도로.
기왕지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거론해 보자면, 서나라는 지금도 살아는 있다. 태평천국이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만 치고 나온 덕이긴 하지만, 영토도 거의 뺏기지 않았다. 외부와의 연결이 더 어려워졌을 뿐이다.
다만 기존에 귀주와 광서를 거쳐서 유포되던 아편은 전란으로 유통로를 잃었다. 대치하는 양측 군대가 아편 잠상을 붙잡기만 하면 그대로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예전에야 관헌에게 잡혀도 통과세를 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편이 모두 눈이 뒤집혀 있다. 그래서 통과세고 뭐고 없고, 사람은 전부 죽이고 아편은 몽땅 뺏어버린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편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던 서나라 호족들은 난리가 났다. 태평당이 운남으로 쳐들어오는 것보다 아편을 팔 수 없는 게 그놈들에게는 더 큰 문제였다.
조금만 버티면 난리가 끝나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으나 태평당의 세력은 강해지기만 했고, 끊어진 아편 거래선은 회복되지 않았다. 경제 봉쇄가 된 거나 마찬가지 상태였던 서나라는 괴로워하던 끝에 결국 새 유통망을 뚫었다.
“우리 영국도 아편을 팔지 않기로 했건만 그자들은 도리어 아편 판매를 늘리다니, 정말로 지저분한 자들이 아닙니까?”
애머스트 백작이 흉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서나라가 찾은 새 아편 거래선이 다름 아닌 프랑스 동인도회사였기 때문이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임칙서와의 거래에 따라 후송에 팔던 벵골산 아편의 수출을 중단했다. 그러자 후송 내에서 밀거래되던 아편의 가격이 바로 폭등했고, 프랑스인들이 여기에 눈독을 들였다.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최근에 안남 북부 지방에 거점을 만들었다. 완복선은 천주교 선교는 싫어하면서도 프랑스 군사고문단의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했는지 그들이 통킹, 즉 하노이에 새 상관을 열게 허락했는데, 여기가 아편이 나오는 구멍이 되었다.
묘노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타격을 입은 프랑스인들은 그 손해를 벌충하려고 홍하(紅河)를 타고 운남으로 갔다. 그리고 운남의 서나라 호족들과 아편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게 동아시아 아편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서나라 호족들은 새 거래처를 통해 막혔던 거래를 새로 뚫었다. 프랑스인들은 벵골산보다 훨씬 싼 값으로 아편을 살 수 있게 됐고, 시장으로 가져가는 운송비도 엄청나게 절감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서로의 필요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계약이었다.
덕분에 그동안 아편을 팔아 엄청난 재미를 보던 벵골 칸국이 난리가 났다. 프랑스인들이 독점한 운남산 아편이 벵골산보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운남에서 생산하는 아편값이 싸진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일단 서나라 호족들이 돈이 급했고, 육로로 운송 될 때는 몇 단계나 되는 중간상을 거칠 때마다 무지막지하게 붙던 이문과 관청이나 도적단에 내는 통과세가 싹 사라 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통단계만 줄어든 게 아니다. 프랑스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을 사용해 안전하게 수송하니 안전보장비도 필요가 없다. 물론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자기들이 운남에서 사들인 값에다 몇 배나 되는 이문을 붙여서 팔았다. 그래도 그 값이 예전에 공급되던 가격보다 쌌다.
가격에서 경쟁이 안 되니 그동안 벵골산 아편을 가져다 후송에 팔던 다른 여러 국가 출신 상인들은 죄다 아편 시장에서 밀려날 판국이다.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갑자기 알을 못 낳게 될 상황이 됐으니 벵골 칸국에서도 펄쩍 뛸 수밖에 없는 거고.
지난 한 해 동안 벌어진 이 사태로 돈에 환장한 마약 장사꾼들이라는 이미지는 영국에서 프랑스로 급속도로 옮겨 가는 중이다. 애머스트 백작이 프랑스를 흉보는 것도 그 탓이다.
“프랑스인들이 그렇게 마약을 팔아대고 있는데도 시니카 정부에서는 프랑스군을 거부하지 않는 겁니까?”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모양이오.”
임칙서는 기껏 영국인들의 아편 거래를 중단시켰더니 프랑스인들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을 보고 무척이나 통탄한다고 들었다. 프랑스군 참전 제안도 거부하려고 했지만, 송태후가 그 방침에 반대하면서 ‘지금 우리는 찬물 더운물을 가 릴 때가 아니오!’라고 했다던가.
임칙서도 참 답답할 거다. 반은 아편 때문에 시작된 전쟁인데,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수천 짝이나 되는 아편을 팔아넘긴 프랑스 놈들이 뻔뻔하게 연합군이랍시고 끼어드는 꼴을 봐야 한다니 말이다.
“프랑스군 파병 규모는 얼마나 되오?”
“저희가 통보받은 바로는 해군 수발총병대와 외인부대가 각 1개 대대, 총 1천 명쯤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도착 하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유럽에서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루이 필리프 대통령은 군부를 장악하는 데 다소 곤란을 겪고 있다. 루이 19세가 군내 요직을 죄다 충실한 왕당파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왕당파에 속하는 장군들은 루이 필리프를 배반자, 반역자 로 여긴다. 당테스 대위처럼 말이다.
이들을 그냥 놓아둔다면 군대 내부에서 왕당파를 지지하는 쿠데타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루이 필리프는 신뢰할 수 없는 왕당파 장군 대다수를 해임했다. 아예 국왕의 측근인 친위대를 해체하고 ‘공화국수비대’를 창설하여 군 의 주력으로 삼으려는 지경이다.
새로 창설하는 부대와 존치하는 부대의 요직에는 당연히 오를레앙 지지파와 공화주의자를 골라 앉혔다. 이렇게 군대를 뒤흔들고 있으니 프랑스 육군은 해외에 파병할 상황이 아니다. 영국이 다섯 자릿수를 보내는데 해군과 외인부대만 겨우 1천 명이 오는 건 그래서다.
외인부대는 그나마 이럴 때 써먹기 편한 게, 병사들이 루이 19세에게 충성해서 입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부대원으로서 임무에 충실하니 루이 필리프로서는 참으로 기특한 존재다.
‘뭐, 나도 오도리와 왜인여진을 그런 존재로 쥐고 있기는 하지만.’
표트르가 보내준 중앙아시아 기병들이나 독일인 척탄병 같은 애들은 처음 들어왔을 때는 확실히 외부 출신으로서 내 친위세력이 되었다. 하지만 몇 대 지나 대한 사회에 정착하면서 그 색채도 옅어졌다. 이제는 그냥 일반 한인 가문 과 차이가 없다.
이에 반해 저 둘은 집단 전체가 말 그대로 대를 이어 충성한다. 임금의 충견이자 황실의 사병으로서 저 두 집단은 여전히 절대적인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확고하게 위력을 발휘하던 정예 기병으로서의 능력은 슬슬 퇴색될 때가 됐지만 말이다.
아마 장래에는 기병이 아니라 전차와 장갑차를 보유한 기계화부대 정도로 개편해야겠지. 아니면 공수부대로 만들 거나. 과연 그런 작업을 할 기회가 나한테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온다면 오도리는 기갑사단으로, 왜인여진은 공수사단으로 편성하면 어울릴 듯하다.
“다른 나라들이 보내는 병력은 얼마요?”
“네덜란드가 2천 명, 벨기에는 5백 명, 포르투갈이 1천 명을 참여시켰습니다. 다만 여기서 네덜란드 측 인원의 절반과 포르투갈 측 인원의 ⅔는 일본인 용병들입니다. 네덜란드군에서 또 남은 절반은 인도네시아 원주민 병사들입니다.”
참전 참 경제적으로 하는구먼. 굳이 유럽에서 새로 병력을 파견하면 번거롭고 비용도 더 많이 드니까 동남아시아 현지 수비대를 전용한다, 뭐 괜찮은 생각이기는 하다.
포르투갈이 생각보다 많은 병력을 내는 것도 마카오 수비대가 그대로 참전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군은 파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요새 앞으로 걸어 나오기만 하면 된다.
벨기에군만 빼고, 죄다 일본 용병이 잔뜩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다. 동남아시아에서 왜병 안 쓰는 나라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디 다른 나라들만 그런가. 당장 작년 가을부터 참전해서 흠주 방어에 종사하는 일본군 병력도 일본 본국에서 정식으로 보낸 막부 육군이 아니다. 막부가 미쓰이에 명해서 투입한 용병들이다. 미쓰이가 제공한 이 용병들도 일본군 전체 병력인 4만중 일부다.
“여기에 하노버군까지 합치면 대략 3만 명이 됩니다. 지금쯤이면 광주에 상륙해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겠지요. 시니카 군대 5만 명도 함께 움직이기로 했으니 그 빨갱이들 정도는 그냥 짓밟으면서 진격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야기가 나올 때는 본국 병력과 인도군을 합쳐서 영국군만 3만이 건너올 거라더니 규모가 좀 줄었다. 아무래도 의회에서 군사비 예산을 깎은 모양이다. 그래서 영국군 대신에 하노버군 같은 동맹군까지 끌어들여서 3만 명을 맞췄나 보지.
이들을 지원할 양광총독부는 영국군과 일본군에게 각기 5만 명씩 내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번에 했던 동원 병력 규모에 대한 추산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도 총계 40만은 확실히 되겠네.
분명히 그중에 인도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병사 다수가 섞여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3만에 달하는 유럽 군대가 이제껏 아시아에 건너온 유례가 없다. 계미남변 때도 유럽 육군이 와서 싸운 적은 없었다.
그러니 애머스트 백작이 자신감에 차 있는 태도도 이해는 간다. 계미남변 때 우리한테 진 스페인군 말고, 다른 유럽 군대가 아시아에서 전쟁에 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가도 다음 전투에서 설욕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영 불안하다. 나름대로 경험이 풍부한 군인 축에 드는 사람인 애머스트 백작이 곧 싸우게 될 태평천국을 어디 인도 토후국 수준으로 보고 있으니, 직접 병력을 이끌고 싸우러 간 지휘관들도 비슷한 태도 아닐까.
“하하. 안심하십시오, 폐하. 다들 유능하고 뛰어난 지휘관들입니다.”
그 말을 들어도 전혀 신뢰가 안 가는데. 제발 태평천국군의 인해전술에 당해서 참패하고 무기만 헌납하는 꼬락서니를 초래하지는 말기를.
5.
남방에서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동안 북방에서도 싸움 이이어지고 있다. 겨울은 기본적으로 전투가 쉬는 계절이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겨울은 그 지역에서 가장 춥고 싸우기에는 안 좋은 계절이라서다.
그래서 지난겨울에 고이마혼과 륵극덕혼은 모두 진영을 구축하고 조용히 겨울을 지냈다. 찰니가 붙잡히고 두도가 투항하면서 둘만 남았으니, 봄이 오면 끝장을 보기 위해서,
그런데 여기서 유일하게 빠진 미친놈이 하나 있었다. 복수에 눈이 돌아간 연신은 겨울이 닥쳤는데도 숙영지에 들어가지 않고 휘하 기병들을 데리고 고이마혼 군의 진영을 짓부수고 다녔다.
고이마혼 측에서는 당연히 길길이 날뛰며 연신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연신은 기가 막힌 솜씨로 그 추격을 따돌리면서 또 다른 고이마혼 측 마을과 진영을 짓밟고 다녔다.
“진국공은 참으로 대단한 장수라고 하겠습니다. 나이도 젊은데 어찌 그리 군사를 다루는 역량이 뛰어난지…..”
“역량이 뛰어난 게 아니라 그저 복수심에 눈이 먼 거요. 군사들을 쉬게 해야 할 때 쉬지 않고 그리 쉴 새 없이 싸우고 다니면 어찌 그 군대가 오래 가겠소?”
삼군부 회의에 참석했을 때, 참모 한 사람이 연신에게 감탄을 보내는 걸 보고 확 질렀다. 아니, 연신이 대단한 싸움꾼인 건 알겠는데 오늘만 싸우고 말 거냔 말이다. 전력을 아껴서 훗날을 대비해야 하지 않는가.
“진국공은 오직 부친의 복수에만 눈이 멀어 있소. 그 분노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싸움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오. 공적을 많이 세웠다고는 하지만 너무 무모했소.”
다행히 겨울을 버티고 살아남은 모양이긴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다 죽었으면 정말 개죽음 아닌가. 어쨌든 연신이 날뛰었던 때문에 고이마혼 군의 월동에는 심각한 차질이 있었다고 한다. 상도에서 철수할 때 데려간 인질 다수도 구출했다고 하고.
결정적인 공적은 고이마혼의 본진을 찾아내 들이쳤던 일이다. 고이마혼이 마침 어디 가고 없어서 내란을 바로 끝낼 기회는 놓쳤지만, 본진에 붙들려 있던 전대 대복진 애신각라씨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륵극덕혼 진영에서는 당연히 환호했다.
다만 그동안 하도 고생한 탓에 대복진의 건강은 매우 나빴다. 그래도 말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륵극덕혼과 청나라 조정으로서는 그만하면 충분했다.
“구출된 대복진이 고이마혼의 승계를 부정했으니, 고이마혼으로서도 계속 피하기만 할 수 없게 되었소. 올해 안에는 분명 승패가 날 거요.”
차라리 대복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사라졌으면 고이마혼에게는 더 유리했으리라. 왜 살려뒀는지 모르겠지만, 그 탓으로 고이마혼은 정치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조만간 후금 내전도 끝날 것 같다. 그러면 륵극덕혼이 허수아비가 될 건 분명하고…. 과연 고이마혼은 어떤 운명을 겪게 될지가 궁금하다. 전사하려나, 처형되려나? 아니면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