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31
4부 415화(2031화)
6.
후송에서의 전쟁과 관련된 경기는 우리 경제계에 큰 호황을 불러왔다. 우리 군대만 해도 6만 명에 가까운 대규모 원정군이 출정한 상태고, 수십만에 달하는 동맹군이 막대한 수량의 물품을 소비한다. 당연히 막대한 물품이 소비된다.
생산력은 후송도 물론 만만찮다. 산업화는 우리보다 좀 덜 됐을지 몰라도 막대한 인구와 풍요로운 국토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물량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는 많이 늦었어도 산업화 자체도 추진하고는 있고 말이다.
다만 그 생산력에 걸맞은 품질을 아직 갖추지 못한 탓으로 토적연군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을 후송 내에서 공급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후송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산업화가 진전된 우리가 혜택을 보는 것이고. 고무장화도, 통조림도 대표적인 그런 물품 중 일부다.
“춘생식행이 금나라에서 들어오는 가축의 운송비를 줄이고자 아예 요서에 새롭게 석관식 공장을 짓고자 한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후금에서 들어오는 소와 양은 국내에서 키운 것보다 훨씬 값이 싸다. 시대가 시대다 보니 아직은 국내에서 대규모 육우 사육 같은 게 어렵고, 농우(農牛)로 사육하는 게 일반적이라 그렇다. 초원에서 방목한 후금산 가축이 쌀 수밖에 없다.
다만 가축을 포함한 모든 교역은 내란 동안 거의 끊겼다. 그러다가 내란이 륵극덕혼 편의 결정적 우세로 돌아선 작년 하반기부터 겨우 재개됐다. 저쪽도 다급한 상황이라 값도 쌌다. 고맙게도 마침 후송 방면에서 통조림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해서 원료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렇게 잘 팔리는데 저쪽에서 통조림 깡통으로 척탄을 만드니 수출을 중단하라니, 그게 개소리가 아니면 뭔가…..’
태평군이야 통조림 깡통이 없으면 대나무통이나 도자기 그릇에 담아서라도 척탄을 만들 거다. 그런데 고작 깡통 공급 끊는 걸 가지고 무슨 비장의 한수나 되는 것처럼….에휴, 말을 말아야지.
어쨌든 이렇게 들어오는 가축은 열차를 이용해 산 채로 최대 수요처인 한양까지 운반하는 게 보통이다. 고기를 신선하게 운반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산 채로 직접 운반하는 시대라 말이다. 가까우면 자기 발로 걸어가고 멀면 기차에 실어 가져간다.
운반한 가축은 화차에 실린 채 용산역을 통과해서 그대로 마장동까지 간다. 마장동에서는 도성에서 먹는 거의 모든 가축을 도축하는 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피와 내장 같은 폐기물이 상당량 청계천으로 유입된다. 이로 인한 청계천 오염이 상수도 공사의 필요성을 키웠다.
하지만 아예 북방에서 국경을 넘자마자 바로 통조림으로 만들어 버리면 운반비를 아낄 수 있을뿐더러 운반 중에 폐사하는 숫자도 줄 일 수 있다. 한강 오염도 줄어든다. 여기 더해서 공장이 들어선 지역의 경제력을 끌어올려서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내무부와 재무부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해주도록 하라. 새로 편입한 땅은 가축을 들여올 때 유리하니, 석관식 생산이 더 늘겠구나.”
아예 공장을 뜯어서 옮기는 거라면 좀 재고해 봐야겠지. 하지만 공장을 새롭게 증설하는 거니까 괜찮다. 생산량이 줄지도 않고 일자리가 줄지도 않는다. 그러니 북방에 새로 공장을 짓는 건 대환영이다.
통조림은 수십 년 전부터 생산하면서 생산 규모를 키워온지라 이처럼 전쟁으로 폭증하는 수요도 감당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가 막히게 때맞춰 원료 공급도 늘어나 준 덕분에 원료 부족으로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을 위험도 없다.
하지만 유상(柳商, 평양 상인)들의 대대적인 투자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는 고무제품업계에는 난리가 났다. 후송 방면에서 고무장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국내 시장에 공급할 고무신이 부족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난리를 환영하는 이들도 있다.
7.
고무신 보급 초기, 시중에서는 다들 획기적인 관심이 쏠렸다. 짚신보다 질기고 오래가며 물도 안 새는 신발이라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만 보급 초기에는 아직 고무 가격이 비싸서 싼값은 아니었다. 그래도 워낙 튼튼하면서 신기한 물건이다 보니 인기가 좋았다. 그리고 당연히 기존 신발업계에서 반격이 가해졌다. 이런 시보 제호들이 그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고마신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고마신은 어떻게 발을 썩게 하는가?」
「발을 건강하게 하려면 고마신보다 짚신을」
「기계로 찍어낸 고마신은 성의가 없는 물건」
「장인의 손으로 공들여 지은 신을 신읍시다!」
고무신이 시중에 풀리면서 서민을 상대로 하는 짚신 장사들만 손해를 봤을 것 같을 텐데 아니었다. 고급 신발을 파는 갖바치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상류층 고객들조차 유행을 따라 호기심으로 고무신을 사서 신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처럼 총체적으로 타격을 받은 신발업계는 일치단결해서 고무신에 맞섰다. 자기들 편을 들어줄 의원들을 수소문해서 고무신이 얼마나 발 건강에 안 좋은지를 대한의보에 발표하게 하는가 하면 각 시보에 고무신을 비하하고 전통 신발을 추켜세우는 광고전까지 펼쳤다.
「사람은 땅에서 올라오는 지기(地氣)를 넉넉히 받아야 복을 받을 수 있소. 물도 통하지 않는 고마신으로 어찌 지기가 올라오겠으며, 또한 천하의 양기와 음기가 순환하겠소?」
의원들만이 아니라 풍수지리를 살피는 지관(地官)들도 이 다툼에 한몫 끼었다. 돈을 받고 가담했는지 그 본인의 학문적인 관심에 따라 끼어들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벌어진 학문적인 논쟁은 사실 ‘반(反)고무신 연합’ 쪽이 좀 유리하기는 했다. 지기 운운은 무시하더라도 실제 발에 냄새가 배는 것도 사실이고, 완벽한 방수라는 특징 때문에 내부에 땀이 차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무좀에 걸리기 쉽다.
이런 면에서는 고무 제품을 만드는 유상들이 반박할 말이 없다. 그러니 ‘일과가 끝나면 발을 깨끗하게 씻고 건조하게 잘 말리는 게 예의’라는 식으로 발 씻기 홍보활동을 벌이는 게 고작이었다. 땀이 차는 물건을 두고 땀이 안 찬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
대신 이쪽에서 마련한 방책은 부작용은 무시하고 그냥 고무신의 성능으로만 밀고 나가는 거였다. 질기고 튼튼하며 물이 안 샌다는 점을 기사와 광고를 통해 반복해 홍보하면서 시장 반응을 이끌었다.
「진창을 밟고 나와도 하얀 발」
「발에 땀이 차면 버선을 신으면 되는 문제」
「흙탕물에 잠기면 버리는 가죽신, 흙탕물에 잠겨도 씻어내면 되 는 고마신」
「고마신 한 짝 값은 짚신 열 짝 값, 고마신 한 짝 닳는 동안 닳는 짚신서른 짝」
고무신을 만드는 선도 기업, 평양제화(平壞製靴)에서는 고무신의 성능을 강조하며 활로를 뚫었다. 홍보비도 막대하게 투자했다. 여기에 추가로 힘을 실어준 게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무 공급이 늘어난 부분이었다. 고무 공급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갔고, 고무신 가격도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신발 시장에서 고무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확대되려는 참에….전쟁이 터졌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전쟁은 강과 습지가 많은 강남에서 벌어졌다. 그래서 고무 신발, 그것도 고무 소모량이 많은 장화의 수요가 급증했다. 그 탓으로 국내 시장에 물량을 넉넉히 풀기 힘들게 되었다. 그쪽에서 더 비싸게 사들여 가니 말이다.
덕분에 고무신을 찾는 소비자들은 불평이 심하다. 하지만 국내 신발업계는 다들 기뻐하는 분위기다. 위협적인 신규 경쟁자가 시장 외적인 요인으로 알아서 시장에서 사라져 주니 그 위력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로서는 얼마나 좋겠는가.
다만 평양제화는 해외 주문만으로도 감당을 못하는 지경이다. 고무장화를 신고 늪지대를 돌아다녀 본 미주원호군 장병들이 고향에 편지를 써서 그 효과를 알리는 바람에 미국에서도 장화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이거 참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던 효과가 파생되고 있다.
“그래도 가죽신을 아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잘 만든 가죽신만큼 튼튼하지는 않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소.”
현대 세계에서도 고무장화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착용하는 작업화였지 가죽으로 만든 군용 전투화를 아주 대체하지는 못했다. 이쪽 세계에서도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족하다.
“그리고 고무 공급은 계속 늘어날 테니 공급 부족 현상도 곧 해소될 거요. 남만에 소재한 우리 속령과 번국 치고 고마농장이 들어서지 않은 곳이 거의 없잖소? 조만간 고마 수급량이 계속 늘어날 테니 마음 편히 먹고 생산설비나 증설하라고 하시오.”
지금은 가장 초기에 심은 고무나무들이 자라나서 막 진액을 채취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나무들이 성목(成木)이 되면 확실하게 채취량이 늘 거다. 농장 자체도 계속 확대하고 있고 말이다. 그 농장에서 일할 일손은 모로족 포로들로 충당하고 있다.
“그나저나, 고마로 만든 장화는 장딴지까지 덮다 보니 단화보다 땀이 더 많이 차는 것은 사실이 아니오. 그러니 토적군 군사들에게 군의의 지시에 따라 발을 씻고 말리며 버선을 잘 갈아신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라 이르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8.
이번 내란의 결과, 후금은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확실하게 청과 우리에게 종속된 나라가 되었다. 예전에도 마음만 먹으면 그래도 혼자 꾸려나갈 수 있는 살림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우리 양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저놈들이 좀 잘 살게 해줄 필요는 있지.’
정치적인 불만을 폭발하게 만드는 건 경제적인 불만이기 쉽다. 내가 획득한 요서 회랑과 탁색도맹 – 최초로 내 신하가 된 유력 몽골 부족이다 – 의 영지를 돌려줄 생각은 없지만, 후금에 남은 몽골인들의 수입을 늘려줄 생각은 있다. 그게 우리한테도 도움이 되니 말이다.
저들이 부유하게 살게 되면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 위험이 줄어든다. 그러면 우리도 굳이 군사를 동원해서 놈들을 제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편으로 쭉 붙들어 놓아야 하는 놈들과 공연히 싸워서 뭐 할건가.
게다가 후금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식품과 원료를 생산한다. 그러니 저들이 물자를 많이 생산할수록 우리도 풍요로워진다는 이야기다.
“내 뜻을 알겠는가.”
“예, 폐하!”
외수사 도방 유재업이 바짝 엎드렸다. 방금 말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유재업을 지금 해외로 출장을 보낼 참이다.
“신홀란도에는 털이 특별히 많이 자라는 면양이 있다고 들었다. 그 양을 후금에 보내 더 많은 양털을 산출하도록 할 터이니, 그대는 신홀란도로 가서 그 새로운 양을 넉넉히 구해서 데려오도록 해야 한다.”
메리노 품종 이야기다. 중종 시기까지, 메리노는 스페인 왕실이 반출을 엄금하는 중요한 품종이었다. 그래서 어느 나라도 메리노를 구하지 못했다. 메리노 반출 금지령이 해제된 건 나폴레옹 전쟁으로 이베리아반도가 쑥대밭이 된 뒤의 일이다.
영국인들은 전쟁 당시 스페인을 도와준 데 대한 보상 중 하나로 메리노 수출을 요구했고 스페인 왕실은 받아들였다. 그게 뉴홀랜드에 들어가 번식한 지 이제 30년쯤 지났으니 제법 숫자가 늘었을 터, 잘 교섭하면 백 마리쯤은 사 올 수 있을 거다.
옛날에 이기빈이 모카에 커피 종자 사러 갔을 때랑은 다르다. 그때는 커피가 분명한 수출 금지 품목이라 분쟁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뉴홀랜드에서 면양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물건은 아니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상품이니까 말이다.
“하오나 폐하, 소인이 직접 다녀온 적이 있기에 여쭙습니다만, 신 홀란도와 금나라 북방의 기후는 전혀 다르니 신홀란도의 풍토에 익숙한 양들은 금나라 땅에 가면 죄다 얼어 죽고 말 겁니다. 기껏 들인 노력을 낭비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옵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아무리 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어떻게든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짐승 아니겠나. 더구나 금나라 목동들은 가축 다루는 솜씨가 무척 뛰어나니, 새끼를 쳐서 잘자라는 새끼를 골라낼 거다, 필시.”
본래 몽골에서 키우던 양과 함께 새끼를 쳐서 교잡종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추위에 강한 체질과 더불어서 털 생산량까지 증가한 새로운 품종이 나올 거다. 그게 내 생각이다.
여차하면 북방에의 적응은 조금 더 따뜻한 우리한테 귀순한 탁색도맹 영지에서 진행하고, 사육하는 개체수가 좀 더 늘어날 때까지 여기서 적응시키다가 나중에 북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다. 매년 조금씩 올라가다 보면 적응할 수 있는 최저선이 나오겠지.
어느 쪽이든 후금 주민들에게는 꽤 큰 도움이 될 거다. 양털을 많이 깎으면 더 많은 돈이 된다는 자명한 이치를 두고 누가 반박하겠냐는 말이다.
9.
양털도 양털이지만, 내란 피해를 하루빨리 회복하려면 활발한 교역도 필요하다. 대놓고 내란에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는 은근히 부추긴 게 분명한 러시아와도 말이다. 당장 우리가 후금 내에서 관리권을 확보한 교역로도 모두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교역로들이다.
그리고 바로 그 러시아에서 특별한 인물이 특사로 방문했다. 고이마혼 건으로 정치적으로 차르가 과오를 좀 범하긴 했지만, 설마 이런 사람이 사자로 올 줄은 몰랐다.
“안녕하십니까, 임금 폐하.”
“찾아 주셔서 고맙소. 그대 같은 사람이 한성까지 올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이번에 새로 온 손님은 니콜라이 1세의 친동생, 미하일 대공이었다. 올해 만으로 17세가 되는 대공은 그저 여행을 즐기는 듯 흥겨운 표정으로 경복궁을 찾아왔다.
“군주의 아우라는 귀한 신분에 있는 사람이 유럽에서 이 먼 땅을 찾아온 건 우리 대한의 역사상 처음이오. 우리 양국의 우호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오.”
“감사합니다, 임금 폐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중량급 인사가 사자로 들어온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대공이라는 사람 자체보다는 그가 들고 온 용건 쪽에 관심이 크다. 아무래도 단순한 여행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궁금하던 그 사건에 관해 먼저 물어보았다.
뭐냐고?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러시아로 도주한 고이마혼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러시아 내에 있기는 한가?
“예, 있습니다. 아니, 있었지요. 지금쯤이면 로마에 있을 겁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떻게 그 패거리가 교황청 기사단으로 들어갔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