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60
4부 444화(2060화)
8.
침대 위에 널브러진 안남인 정부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대체로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사람이 많은 안남인들 사이에서 눈에 확연하게 띌 만큼 피부가 희었다.
그 부드럽고 하얀 가슴에 살짝 입술을 갖다 댄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아쉬운 듯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벨을 눌러서 하인을 불렀다. 안남인 정부 마리안느가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벌써 나가시게요, 주인님?”
“일하러 나갈 시간이 됐으면 일터에 가서 일을 해야지, 마리안느. 네 일터는 여기지만 내 일터는 사무실이거든.”
장차 프랑스를, 그리고 누벨 프랑스를 통치하는 자리에 오르려면 누구나 손꼽는 명문가의 영애와 결혼해야 한다. 아시아인 따위와 결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결혼과 그저 일신의 쾌락을 얻기 위한 정사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샤를 루이는 어느 나라에 가든 현지인 정부를 두었다. 늘 자유롭게 상대를 골라 정사를 즐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붙박이 가 한 사람쯤은 필요했다.
옷시중을 드는 안남인 하인이 소리 없이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중을 받아서 옷을 입는데 마리안느가 이불을 들어 몸을 가리면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부탁했다.
“다음 여름에는 주인님과 유람을 가고 싶어요. 남쪽으로…..”
“생각해 보지.”
안남에 와서 만난 수많은 여자 중 마리안느를 정부로 고른 건 그녀가 프랑스인 아버지의 피를 받아 제법 백인 같은 용모를 지닌 데 다 프랑스어도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티엔인가, 쩌우인가 하는 안남식 이름이 따로 있었지만 계속 마리안느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마리안느는 어머니를 정부로 삼아 데리고 놀다가 버리고 간 아버지 탓에 어려서부터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샤를 루이가 자기를 프랑스로 데려가 주기를 희망했다.
물론 샤를 루이는 그렇게 약속하고 그녀를 데려왔다. 하지만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 대중에게 신비감을 자아낼 수 있는 동양의 명문가 영애도 아니고, 매춘굴 출신인 혼혈 여자 따위를 유럽에 데려가서 대체 뭣에 쓴다는 말인가?
마리안느는 그저 그가 하노이에 머무는 동안 밤 상대가 되어줄 여자에 불과했다. 조만간 그때가 오겠지만, 유럽에 돌아갈 때 전별금이나 몇 푼 쥐여주고 버리고 가면 그만이다.
옷을 차려입은 샤를 루이가 마리안느의 전송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쌓인 일거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서관인 알랭이 정중하게 서류를 내밀었다. 그 역시 샤를 루이가 벌이는 은밀한 거래에 관여하면서 돈을 버는 이 중 하나다. 그래서 아주 충실하게 상관을 따르고 있다.
“운남에서 들어오는 아편의 선적 일정입니다, 이사님.”
샤를 루이의 수완 덕분에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운남에서 생산하는 모든 아편을 완벽하게 틀어쥐었다. 인도나 페르시아에서 들어오는 아편은 운송비 문제로 전부 경쟁에서 탈락했다. 시니카 시장은 완벽하게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몫이었다.
아편을 팔아 번 수익은 그전에 일반 교역에서 벌어들인 돈을 몇 배나 능가했다. 나폴레옹 전쟁의 후유증으로 대아시아 교역에서 밀려나 있던 프랑스 동인도회사의 위상을 순식간에 끌어올린 상품이 아편이었다.
그렇다고 프랑스 동인도회사가 아편만 거래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아편과 비교하면 다소 미미한 액수이긴 하지만 다양한 일반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그중 가장 짭짤한 이윤을 얻고 있는 게 서나라로 들어가는 무기, 탄약, 공작기계와 이를 다룰 용병과 기술자들이다.
이는 ‘고객’이 우수한 무기를 직접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배다. 그리고 이런 상품들을 사들이는 진짜 ‘고객’은 사실 서나라 정부가 아니다.
“무슈 가르시아로부터는 연락이 있었나.”
“서나라 쪽 관리들과의 이번 협상도 무사히 마쳤고, 곧 화물과 함께 홍국으로 넘 어간다고 합니다.”
프랑스 동인도회사 내에서는 태평천국을 ‘홍국(紅國)’으로 지칭한다. 본국 정부에서 아직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으므로, 정식 국호가 아닌 편의에 따른 적당한 이름을 택했다.
태평천국은 지난번에 일으킨 ‘국제 중국 부두교 반란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였다. 게다가 자기네가 확보한 지역에서 외국인 학살을 저지르기까지 해서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
하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오묘한 부분이 있었다. 태평천국이 학살한 외국인은 대부분이 기독교 선교사로, 배상제회를 가리키며 이단에 사교라고 비난한 이들이었다. 아니면 시니카 정부에서 고용한 정부군 소속 용병이거나.
자기들에게 필요한 물자나 인력을 제공할 상인들은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말단 병사들은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죽이려 들곤 했지만, 교단 상층부는 교섭할 수 있는 상대를 찾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다. 샤를 루이도 그렇게 풀려난 상인을 통해서 저들의 뜻을 확인했다.
태평천국이 항구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물자를 거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안남 북부를 확보하고 있었고, 여기서 서나라를 거쳐 우회하는 교역로가 아직 살아있었다. 샤를 루이는 이 길을 통해 자신의 심복인 가르시아를 보내 거래를 뚫었다.
가르시아는 놀라운 솜씨로 샤를 루이의 지시를 수행했다. 서나라 관리들과 협상해서 모든 물자와 인력이 서나라 정부의 주문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만들고, 이를 명분으로 해서 태평천국에 청구하는 대금 액수를 끌어 올렸다.
본래 물건이란 단계를 거칠수록 비싸지는 법이니까, 태평천국 측도 이쪽이 내민 청구서에 큰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샤를 루이로서는 그 과정에서 자기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었다. 회사의 금고만 채우는 게 아니고 말이다.
“여기, 누벨 프랑스에서 온 편지도 있습니다.”
누벨 프랑스에 있는 부친, 아칸소 대공 루이가 보낸 편지였다. 잠시 고개를 숙여 부친의 건강을 빈 샤를 루이가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꺼냈다.
「….내게 실망해서 느낀 아쉬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겠지. 하지만 돌아가신 폐하께서 워낙 뜻이 확고하셨고, 의회에서 마타모로스 공작의 인기가 높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네가 조금만 더 참고 머무르면서 입지를 다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다행히 네 계승권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마타모로스 공작의 즉위를 도리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능한 공작이 제국의 기반을 조금 더 든든히 다지는 섭정 노릇을 한 뒤에 진짜 다음 황제가 즉위하면 된다는 거지. 나도 같은 생각이고.
너도 알겠지만, 마타모로스 공작도 이미 늙었다. 그리고 공작에게는 후계자도 없어. 네가 지금 귀국해서 황태자 자리에 오르면 다음 황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네가 될 거다.
나는 네가 되도록 서둘렀으면 한다. 네가 그 자리를 노리지 않는다면 미주리 대공이 그 자리를 가져갈지도 모른다. 이미 그 장자인 제롬이 누벨 프랑스로 넘어왔어. 제롬은 대공이 미국에서 낳은 사생아라 계승권이 없긴 하지만, 다른 아들도 있으니 또 모를 일이 아니냐.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네가 비록 우리 제국의 다른 작위는 받지 못 했어도 내 아칸소 대공 작위는 승계할 수 있을 거라는 통보다, 의회에서 결정하기를, 비록 제위를 잇지는 못했어도 우리 가문의 혈통에 대한 예우로 두 대공 가문의 작위는 승계를 인정하기로 했단다.
고로 네가 돌아온다면 백만 프랑의 연금과 대공 작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 이만한 수입이 있으면 마타모로스 공작이 물러나기를 기다리면서 네 기반을 쌓기에는 충분하지 않겠느냐? 너는 아직 젊으니까, 도전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쪽에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서둘러서 결정했으면 한다. 게다가 요즘 내 건강도 좋지 않으니, 한층 더 조급해지는구나. 내가 살아있는 동안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재차 말하지만 내가 없으면 미주리 대공의 입지가 더 넓어질 테니 말이다…..J
편지를 내려놓은 샤를 루이가 알랭을 내보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칸소 대공으로서는 파리를 얻을 수 없단 말입니다, 아버지.”
자신은 누벨 프랑스만을 원하는 게 아니다. 샤를 루이는 파리와 누벨 아작시오에서 모두 황제로 군림할 작정이었다. 구대륙과 신대륙, 두 대륙에 걸친 대제국의 황제가 될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프랑스 본국부터 차지해야 한다. 누벨 프랑스는 백부의 조카라는 자격으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지만 프랑스 본국에서는 안 된다. 아칸소 대공이 황제로 즉위한다고 하면 왕당파와 공화파가 연맹을 맺어서 절대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설 테니까.
고로 1848년에 있을 다음 선거에서 오를레앙 공작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될 필요가 있었고, 그러자면 인맥을 쌓고 최대한 많은 후원자를 확보해야 한다. 아칸소 대공의 작위는 그 작업에 방해만 된다.
당장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다. 샤를 루이는 지난 몇 년 동안 동인도회사에서 근무하면서 2천만 프랑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이 정도 돈이면 대통령 선거에 쓰고도 남을 터, 아칸소에서 나오는 연금이 급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일단 본국에서 대통령이든 황제든 오른 뒤라면 아칸소 대공의 자격을 얻어 누벨 프랑스 황제 자리에 올라도 문제가 될 게 없다. 아칸소 대공의 작위는 부친에게 물려받기만 하면 되니까.
“아버지, 4년만 더 버텨주세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제위를 돌려받으러 갈 테니까요.”
그동안 안남 황제와도 깊은 친분이 생겼다. 프랑스의 강한 힘을 확실히 알게 해주었으니, 나중에 제위에 오르면 그 왕관을 자신에게 바치게 할 수도 있으리라. 아프리카 식민지까지 합치면 네 대륙에 걸친 땅을 다스리는 황제가 되는데, 얼마나 멋진 일인가.
“본국도, 누벨 프랑스도 모두 프랑스니 마땅히 한 사람의 군주가 다스리는 게 옳지. 저기 북쪽 카타이도 같은 혈통의 백성들이 두 나라로 갈라졌다가 결국은 다시 합치지 않았는가. 그러니 우리 두 프랑스도 합쳐짐이 옳아.”
그의 논리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도 다시 합쳐야 하리라. 하지만 샤를 루이는 그렇게까지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다스려야 할 제국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9.
후금은 이제 없다. 관습적으로 ‘금나라’를 칭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청나라의 신하고 백성이다. 둘로 갈라져 있던 만주인들도 이제 다시 하나가 되었다.
나라가 갈라졌다가 다시 합치면 아무래도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언어도 달라지고 생활 습관도 달라진다. 각 지역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건이 다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청과 후금은 그런 면에서는 차이가 적은 편이었다. 워낙 교류가 많고 혼인 관계도 맺는 등 서로의 관계가 긴밀했기에, 언어나 관습과 같은 부분에서 눈에 보일 만큼 두드러진 차이가 생기지는 않았다.
이에 비하면 본래 비슷한 풍속을 지니고 있던 화북과 강남의 한족들은 같은 시간이 흐를 동안에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다시피 했다. 그에 비하면 청나라와 후금은 그냥 같은 나라로 지낸 거나 마찬가지다.
두 나라, 아니 이제 두 지역 간에 확연히 드러난 단 한 가지 차이라면 옛 후금에 살았던 만주인과 왜인들은 모두 천주교 신자라는 점이다. 대부분 불교도인 ‘주류’ 만주인들에게는 이것이 좀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폐하. 조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됐소.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내버려 두시오.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종교를 두고 나라 안에서 싸움을 벌이자는 말이오.”
‘내전’에서 이겼다는 생각에 콧대가 높아진 일부 대신들은 패자인 후금 출신 만주인들의 천주교 신앙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니면 적어도 청 황실에서 지내는 제사 의식에 참례하게 해서 충성심을 검증하거나 말이다.
“폐하. 그 정도는 한국에서도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에서는 어떤 종교를 믿건, 제례에는 참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조정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야 시초부터 그렇게 규정했으니까 그 문제를 그렇게 풀 수 있지. 하지만 금나라는 그 제례를 아예 천주교식으로 하지 않았소. 지금 갑자기 옛 방식의 제례에 참가하라고 하면 난리가 날 거요.”
지난번 내전이 끝난 뒤에 후금에서 청나라로 이주한 만주인과 왜인의 수만 해도 150만은 된다. 이들 대부분이 요서에 거주하던 이들로, 한황의 백성이 되기를 거부하고 청나라로 그 터전을 옮겼다. 그래도 이쪽이 동족의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50만이면 청나라에 원래 있던 만주인과 왜인의 절반에 가깝다. 몽골인까지 합쳐야 겨우 3:1의 비율이 된다. 그 많은 수가 반기를 들면 자칫 지배층이 흔들릴 규모의 내란이 된다.
덕명은 그런 위험을 무릅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주인들끼리 단결하여 한족들을 철저히 통제해야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인데 무슨 경거망동인가.
더구나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외국과의 교류가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종교, 그것도 서양인들이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천주교를 탄압한다면 외교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 몰리게 될 위험이 크다.
“때려잡으려면 홍서당 같은 사교도들이나 때려잡아야지. 그리고 그 사교도들을 때려잡는 건 북조 출신들이 가장 잘 하지 않소.”
몇 년에 걸친 내전 때문에 지친 건 후금 출신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은 종교적인 열정으로 ‘이단자’들을 토벌하는 일에 더 열성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덕명으로서는 그들의 그 열정을 굳이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저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이주민 수가 가장 많은 산서 일대는 본래 철과 석탄이 풍부하므로 하급 기인들은 생업으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유목하는 외에 광산에서도 일해야 한다. 숲에서 말을 달리는 건 덤이다.
기병으로서 복무할 의무를 지키면서 노동까지 하려면 벅차겠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이샨이 입관하던 시절부터 이 지역의 한족 인구를 몰아낸 탓에, 이들 지역에는 애초에 한족 인구 자체가 별로 없어서다. 먹고 살자면 감자•기장•밀 따위를 직접 경작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새로운 생활 기반을 만들랴, 전쟁에도 나가랴 바쁜이들에 게 수백 년 동안 믿어온 종교까지 갑자기 바꾸라고 하면 무슨 일이 터지겠는가. 덕명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보다는 한국에서 만드는 비행선과 전신이 언제쯤 우리 쪽으로도 넘어올지가 궁금한데. 한성에 있는 공사관에서는 별 소식이 없소.”
“아직 새로운 소식은 없사옵니다.”
열기구는 청나라에서도 쓴다. 과거 후송과 청나라 사이의 국경에 서는 양쪽이 띄운 기구가 수십 개씩 떠서 서로를 감시하곤 했다.
하지만 비행선은 아예 단계를 넘어선 물건이다. 기관을 설치해서 마치 새들처럼 자유로이 하늘을 날다니, 엄청나지 않은가.
덕명은 그 비행선이 어서 황해를 가로질러 한성과 북경 사이를 오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 양국은 더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테고, 그만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면서 그 관계가 돈독해질 터였다.
“한국은 중원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하고, 절대 우리를 적으로 돌리지 못하오. 그러니 비행선은 우리 서로를 위협하기보다 관계를 단단히 하는 데 훨씬 유용한 도구가 될 거요.”
전신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북경과 한성을 연결하는 전신선은 발해 북쪽으로 빙 돌아서 오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끊어질 위험도 크다. 하지만 바다 밑으로 바로 전선을 깔 수 있다면 훨씬 빠르게, 차단될 위험 없이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면 좋겠구려. 그러면 굳이 국혼 없이도 서로를 믿으며 단단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테니.”
국혼은 사실 반쯤 인질을 잡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런 인질 없이도 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 덕명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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