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63
4부 447화(2063화)
13.
공부란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법이라고 옛 성현들께서도 말씀하셨다. ‘세월은 번개처럼 흐르는데, 소년은 빨리 늙고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라지 않던가. 그러니 학문을 익힌 자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라는 한국 속담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네, 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한에서 온 유학생, 조경호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리처드슨 교수가 저 말을 할 때는 꼭 뒤따라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나온 말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자, 그러니 오늘 정리하기로 한 계산을 어서 끝내도록 하게나.”
“….네, 교수님.”
대한의 자연학 수준은 대부분 분야에서 유주 국가들에 비해 딱히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의학, 화학, 생물학 등은 되려 크게 앞서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수학과 물리학에서는 그게 좀 어렵다.
일단 수학은 대한에서는 문제만 풀면 되는 거 아니냐는 게 기본적인 취급이었다. 그러니 공식의 증명 같은 건 별 관심이 없다. 이런 실용적인 태도는 오래전부터 유구했다. 전 세계 수학계에 불멸의 위업을 남긴 상빈 이씨부터도 그랬다.
물리학도 비슷하다. 물리학 실험은 별 쓸모도 없는 장난질로 비쳤고, 이론을 세우기 위한 수학 계산은 그저 숫자놀음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많았다. 흥밋거리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나마 수가 많지도 않았다.
그런데 금상이 권좌에 오르면서 달라졌다. 전신을 보내고 전기를 만드는 데 그 물리학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능 좋은 전선은 물론이거니와 전지로 만드는 것보다 지속적이면서 강한 전기를 만드는 기계, 발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대한에서는 그런 걸 못 만든다. 그런 물건들을 만들려면 물리학 외에도 전자기학이라는 학문까지 알아야 하는데, 그 분야는 아직 우리 수준이 좀 미흡하다고 했다.
‘그러니 가서 좀 배워오게나. 어명이니, 못 하겠다는 말은 할 생각도 말고.’
물리학에 흥미를 좀 보였다는 이유로 학장을 통해 어명을 받은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출국하기 전에 상감께서 따로 잔치를 열어 격려해 주시기는 했는데, 하도 긴장한 탓에 친히 따라주신 어주를 몇 잔이나 마셨는지도 전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잉글국으로 건너온 건 좋은데….서툰 잉글어로 교수들의 수업을 따라가고 또 과제까지 해치우려니 죽을 노릇이었다. 게다가 물리학을 공부하러 왔다는 말을 듣더니 그럼 수학도 같이 해야 한다는데, 풀이를 얼마나 많이 시키는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조형, 날씨도 거지 같은 데 주막에 술이나 한잔 걸치러 갑시다.”
“이형, 이 나라에서 날씨가 거지 같지 않은 날이 있기는 하오? 그리고 과제가 너무 많이 남아서 나갈 수가 없소.”
“그깟 과제, 오늘 다 해치워 봐야 내일 또 쌓일 텐데 뭘 그리 기를 쓰시오. 어차피 우리도 다 마찬가지요.”
혼자 남아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조경호 앞에 나타난 건 함께 건너온 유학생들이었다. 본래 서학당에서 지낼 때는 데면데면한 사이들이었지만 이방인들 한가운데 떨어지자 갑자기 친해졌다. 아무래도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원래 머리에는 술을 좀 쳐야 잘 돌아가는 법이라오. 아무 말 말고 갑시다.”
“그럴까….”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이룬 참이다. 매일 같이 수학 공식을 푸느라 깨질 것 같은 머리를 하루쯤 쉬게 하자는 네 사람의 제안은 참으로 달콤했다.
사실, 학교 근처 주점에 가면 제법 용모가 괜찮은 여급들도 있다. 이들이 찾아갈 때마다 한 사람 앞에 두엇씩 달라붙어서 난리를 치곤 한다.
“어머나〜우리 서방님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공부하느라 힘드시겠어요! 어서 한잔 쭉 들이켜세요!”
용케 ‘서방님’이라는 한국어는 어디서들 익힌 모양이었다. 고급스럽지도 않은 평범한 동네 술집에, 여급들도 행동거지가 가벼운 것이 티가 났지만….그래도 이역만리에 외로이 머무는 유학생들로서는 그 간드러진 목소리가 심금을 울리곤 했다.
“서방님, 서방님. 한국에서는 남자가 아내를 여럿 두더라도 괜찮다면서 요?”
“그렇…지.”
“그러면 저 한국으로 데려가서 두 번째 부인으로 삼아 주시면 안 되나요? 서방님이 너무 좋아서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요.”
“한국은 그대들이 살기에는 별로 좋지 않을 텐데? ‘이교도들의 나라’ 아닌가?”
“괜찮아요! 서방님과 함께 있잖아요. 그리고 정부가 아니라 정식 아내가 되는 거잖아요. 저 때문에 고국에 계신 첫 번째 아내분과 이혼하게 된다면 그분께 너무 죄송하지 않겠어요? 그러느니 제가 두 번째 부인이 되겠어요, 기꺼이!”
조경호를 비롯한 유학생들은 학비 외에 생활비와 용돈까지 넉넉하게 제공받았다. 덕분에 그들의 돈 씀씀이를 본 여급들은 이들을 동방에서 온 귀공자로 여기고 마치 입안의 혀처럼 굴었다.
이들이 아무리 잘난 남자를 만나 인연을 맺더라도 그 사내들이 이 여급들을 정식 아내로 맞아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고서 필사적으로 달라붙는 거다. 두 번째 아내건 세 번째 아내건 되어서 팔자를 고치고 싶어서.
처음에야 다들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머무르는 기간이 몇 년 되고 보니 외로움을 느끼고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하나씩 생겼다. 아예 잉글인 여자와 따로 살림을 차리고 자식까지 얻은 사람도 있을 정도다.
조경호에게도 대놓고 달라붙는 여자가 있기는 했지만, 살림까지 차리지는 않았다. 매일 쌓이는 공부거리를 들고 문생 노릇을 하는 데만도 진이 빠지는데 여자는 무슨 여자인가.
결국 마음을 정했다. 조경호가 석묵필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래, 나가서 같이 한잔합시다. 내일 좌주 어른이 뭐라고 하면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잤다고 하지 뭐.”
“잘 생각했소!”
다섯 사람은 웅성거리며 밖으로 몰려 나갔다. 이 잉글국 땅의 지저분한 겨울을 견디려면 역시 술이 필요했다.
조경호는 잠시 머릿속으로 상감께 사죄했다. 그래도 지난 5년 동안 매일 수학 문제 푸는 데만 하루에 12시간 이상 보냈던 고생을 생각하면, 며칠에 한 번쯤 여급을 끼고 술 정도는 마셔도 되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잉글인 학생들은 요즘 난리더구먼. 그, 배상제회 놈들 때문에 말이오.”
“그놈들이 뭘 했다는 거요?”
“강화를 제안한 모양이오. 자기들은 송나라 조정만 적으로 생각할 뿐, 잉글국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면서 말이오.”
“허어?”
조경호는 교수가 내주는 과제에 치여서 모르고 있었지만, 그새 신문에 기사가 나왔다고 했다. 태평천국이 영국•일본•대한 등 토벌군을 파견해서 자기를 공격하는 열강 측에 국서를 보내서 강화를 제안했다고 말이다.
“‘타임스’지에 실린 기고에서는 단순한 사교 집단인 줄 알았던 홍서당이 의외로 품위 있는 외교적인 언사를 구사했다면서 높이 평가 했더군. 홍서당의 적괴가 외교에 관한 지식이 있는 서양인 조언자를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서 말이오.”
이들이 본국을 출발할 때는 이미 난리가 터진 뒤였다. 다만 옆 나라에서 터진 내란일 뿐, 대한과는 직접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그사이 천하를 뒤흔드는 대란(大亂)이 되어버렸다.
지금 본국에서는 비행선이나 귀갑차, 회선연자포 같은 신무기를 투입해서 그 위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잉글인 학우들이 이들에게 그 신무기들의 원리를 궁금해하며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로서도 제대로 대답해 줄 수는 없었다. 이들은 수학에 솜씨가 있거나 물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선발되었을 뿐이지 기계를 다루는 데는 별 지식이 없었던 탓이 크다.
“아니, 애초에 우리가 본국을 떠난 뒤에 나온 무기를 두고 우리한테 질문하면 무엇하오.”
조경호를 끌어낸 주동자, 이몽진이 투덜거렸다. 다른 세 사람도 동조했다.
“자, 우리는 술이나 먹도록 합시다. 싸구려 진 말고 뭐 좀 괜찮은 술이 있으면 좋겠군.”
다섯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술집으로 향했다. 문 닫기 전까지 몇 시간은 마실 수 있을 터였다.
14.
태평천국 측의 강화 제안은 시중에서만 시끄러운 게 아니다. 당연히 의회와 정부에서도 그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여왕 폐하께서 어떤 결론이 났는지 궁금해하십니다. 슬슬 마무리를 짓도록 합시다.”
총리대신 로버트 필이 대답을 재촉했다. 태평천국 원정을 결정한 윌리엄 램 내각은 경제 정책 실패 문제로 지난 1841년의 총선에서 대패했고, 보수당 정권이 들어섰다. 로버트 필은 그 승리에 힘입어 두 번째로 총리대신으로 취임했다.
보수당 정권은 타국에의 내정간섭이나 마찬가지인 태평천국 토벌전 동참을 그만두고 싶어 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전쟁을 함부로 그만둘 수도 없으니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쟁 자체는 정부 내에서 별 인기가 없다. 시작할 때는 태평천국의 도발 행위 때문에 분명히 전국민적인 동조와 분노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몇 년이 지나도 딱히 전황에 변화가 없으니, 뉴스를 접하는 시민들이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이겼다고 말은 하는데, 대체 어디서 뭘 이겼다는 거야?」
「딱히 전리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니카 정부는 이번 출병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홍콩 북방, 중국 본토의 일부인 구룡반도 일대를 할양해 달라는 요구에 차일피일 답을 미루고 있다. 자기들로서는 크게 필요한 땅도 아닐 텐데, 그저 시간을 끌며 어깃장을 놓고 싶은 모양이다.
“혹시 그 풍문이 사실입니까? 시니카 정부에서 땅을 더 내주기는 커녕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홍콩까지 도로 빼앗으려 한다는 소문이?”
의원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러자 외무장관 애버딘 백작이 바로 대답했다.
“그건 헛소문입니다. 시니카 정부는 홍콩의 귀속 여부에 관해서 우리 측에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영토를 추가로 할양하는 건 망설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홍콩을 강탈할 궁리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홍콩이 본래 후송 소유였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백여 년 전, 아직 서나라가 건재하던 시절에 서나라 황제로부터 해적을 소탕해 준 데 대한 보수로 받은 땅이기 때문이다.
영국 측의 관점으로는 후송이 홍콩 ‘탈환’을 고려한다는 가정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애초에 자기네 땅이 아니었는데 ‘탈환’이라니 말이 되는가? 그저 욕심이지.
“시니카 정부가 선왕조에서 다른 나라에 내준 땅을 욕심낸다면 홍콩보다는 수도 남경의 목을 조이는 위치에 있는 주산진을 먼저 탈환하려고 하겠지요. 고로 우리보다는 한국 쪽이 시니카 정부의 행동에 더 관심이 많을 겁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홍콩에 대한 위협은 없다고 선포하자 토론에 임하는 의원들의 동요가 많이 가라앉았다. 이제 주된 화제는 후송 조정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영토를 넘겨받은 뒤에 전쟁을 끝내자는 쪽으로 옮겨갔다. 지금까지 싸워준 것만 해도 대가는 충분하지 않은가.
“그 중국 부두교를 믿는 빨갱이 당원들은 우리 영토인 홍콩에서 반란을 일으켜 우리에게 큰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면야 이쯤에서 전쟁을 중단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폭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만 문제가 아니다. 수만 명이나 되는 대군을 중국까지 보내 싸우게 하는 데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있다. 막대한 무기, 탄약, 식량에다 병사들의 급료도 고려해야 한다. 전쟁 비용 조달을 맡은 동인도회사가 이 때문에 휘청거릴 지경이다.
여름부터 영국군의 공세가 둔해진 것도 전비를 아끼려는 의도 탓이 컸다. 물론 저쪽에서 보내온 협상 제안 서한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계속 늘어지기만 하는 전쟁에 지친 지휘부가 쉬엄쉬엄하라는 암묵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으면 그렇게 천천히 싸움을 진행했겠는가.
차라리 전쟁 상대가 후송 정부였다면 되려 싸움이 빠르게 끝났고 비용도 덜 들었으리라. 함대를 장강으로 들이밀어 수도 남경을 포격하면 어찌 그자들이 버티겠는가 말이다. 바로 항복했을 게 분명한 일이다.
청나라도 마찬가지. 함대가 천진으로 진격하여 수로를 방어하는 포대를 공략하고 항구를 봉쇄하면 항복시킬 수 있다. 이는 원칙적으로는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한국 측 본국함대를 격멸할 만한 전력을 집중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역으로 영국도 템스강 하구를 봉쇄하고 런던을 포격할 수 있는 적이 나타난다면 항복하는 방법밖에 없으리라. 애초에 그런 상황으로 몰리기도 전에 협상으로 싸움을 끝내겠지만.
“정말이지, 현지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들어도 잘 싸우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체 함락했다는 도시와 마을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가 없으니.”
나름 아시아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하원의원들도 시니카 내륙부의 지리까지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원정군이 올렸다는 성과가 실감이 안 날 수밖에 없다.
함께 싸우는 동맹군들이라도 성과를 올리면 모르겠다. 하지만 현지 병력이 다수 복무하는 네덜란드군과 포르투갈군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뿐, 프랑스군과 벨기에군은 밥이나 축내는 존재들이었다.
프랑스군은 파병될 때부터 그러더니 지금도 의욕 없이 후방에서 맴돌았다.
“빨갱이들이 고용한 서양인 용병 중에 프랑스인이 많다던데, 혹시 그 탓 아닙니까? 서로 짜고 움직이느라 충돌을 피하려고 프랑스군이 의도적으로 태업하는 건 아닌가요?”
“그런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의원님, 말씀을 주의해 주십시오. 빨갱이들 편에서 싸우다 포로로 잡힌 유럽인 용병 중에는 우리 영국인도 있습니다. 의원님 말씀대로라면 우리 여왕 폐하의 병사들도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로버트 필이 쏘아붙이자, 상대 의원이 헛기침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여기 반박하면 괜히 꼬투리나 잡는 꼴이 될 것 같아서 두려운 모양이다. 그러자 다른 의원 한 사람이 교대하듯 나서서 질문했다.
“태평천국을 자처하는 빨갱이들은 현재 외부에서 고립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국인 용병을 고용한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정부가 봉쇄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로버트 필 수상이 인상을 찌푸리자, 전쟁 및 식민지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 for War and the Colonies)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나섰다. 얼마 전까지는 상무원 총재로 재임했었다.
“우리 육해군은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태평군에 있는 서양 용병들은 대개 시니카 정부군이 고용한 용병 중 처우에 불만을 품고 탈영했거나, 안남과 서나라를 경유해 시니카로 밀입국한 자들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생포한 자들이 자기네 입으로 한 말이다. 그 자백이 사실이라면 태평천국 봉쇄망에 실로 큰 구멍이 있다는 이야기니, 새로 점검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 전쟁을 끝낼 거라면 굳이 그런 귀찮은 일을 자청할 필요는 없으리라.
“태평군 측에 진정성 있는 교섭 태도를 요구합시다. 정말 종전을 원한다면 구체적인 배상 액수와 지불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해 보지요. 그 답변을 보고 종전 여부를 결정합시다.”
“좋습니다!”
보수당이건 휘그당이건 의원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싸워서 태평군에게 타격을 줄 만큼 줬으니 이제 저들이 잘못을 사죄하면서 적절한 보상안을 내놓는다면야 그만 전투를 중단하고 철수해도 좋다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의회에서 낸 결론에 관해 여왕 폐하께 보고하고, 현지에 명을 내려서 저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파악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결론을 내고 회의를 끝내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의원 한 사람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한 마디 던졌다.
“참, 그….거지 같은 아일랜드 놈들을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올해 감자 농사가 망한 통에 줄줄이 굶어 죽는다고 난리라던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