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70
4부 454화(2070화)
26.
미국에서는 야드파운드법에 따른 단위를 기본으로 쓴다. 본래 영국 식민지였으니 영국에 살던 시절에 쓰던 단위를 그대로 쓰는 거다.
다만 미터법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더 과학적인’ 새로운 도량형을 만들어 낸 프랑스인들은 미국에도 새 기준을 전파하려고 했다.
당시 국무장관이고 프랑스 주재 공사를 역임한 바 있는 토머스 제퍼슨은 적극 호응했다. 제퍼슨은 프랑스를 좋아했으며 프랑스 혁명에도 호의적이었고, 혁명의 산물인 새 단위계도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단위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기였다면 미터법을 법정 단위계로 채택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컸다. 여러 주가 저마다 다른 도량형을 사용하는 탓에 각 주 사이의 교역에 지장이 많았고, 연방정부가 이를 빌미로 기존 단위보다 편리한 새 도량형을 결정하고 선포할 명분이 있었다.
1793년, 프랑스의 저명한 식물학자인 조제프 돔베이(Joseph Dombey)가 미터와 그램을 측정하는 구리 원기(原器)를 가지고 미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돔베이가 탄 배는 도중에 폭풍을 만나는 바람에 카리브해로 방향을 틀었다. 거기서 영국 사략선에 붙잡히고 말았다.
영국인들은 프랑스인인 돔베이를 영국령 섬인 몬세라트로 끌고 갔고, 그는 섬의 감옥에서 죽었다. 그런데 돔베이가 가지고 있던 미터 원기는 또 아무 손상 없이 미국으로 보내졌다. 중립국인 미국 국무장관 앞으로 보내는 짐이어서 영국인들이 봐준 거였다.
그런데….막상 미터 원기가 뉴욕에 도착하니 이미 제퍼슨은 국무장관직을 사임한 뒤였다. 그리고 후임 국무장관인 에드먼드 랜돌프는 미터법 도입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기껏 받은 미터 원기를 저명한 측량사인 앤드루 엘리컷에게 넘겨줬고, 그것으로 일은 끝나버렸다.
이후 미국에서는 영국에서 유래한 야드와 파운드를 계속 쓰고 있다. 미국 시민 대부분이 영국계다 보니 딱히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누벨 프랑스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지금 벌어지는 이 재판도 그 탓이었다.
재판정은 늘 그렇듯 요란하고 시끄러웠다. 큰 재산이 걸린 재판은 언제나 서로를 천하의 망나니로 만들며, 서로의 변호사만 부자로 만들어 주곤 한다. 오늘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시끄러운 법정을 조용하게 만드느라 재판장은 오른손에 든 나무망치로 책상을 몇 번이나 내리쳐야 했다. 겨우 목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해지자, 재판장이 망치를 내려놓으며 재판을 계속 진행했다.
“피고, 계속 변론하시오.”
“예.”
피고인 센트럴 대륙횡단철도회사 측이 고용한 변호사가 일어섰다. 그리고 그동안 제출한 증거에 기반해서 변론을 시작했다.
“말씀드렸듯이 철도에서는 길이 및 무게에 관련된 모든 단위를 미터 단위로 측정합니다. 고로 이 계약 역시 미터 단위로 체결되었다고 봄이 옳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철도에서 미터 단위를 쓴다고 하나, 그건 오직 누벨 프랑스와 이어지는 대륙횡단철도 노선을 운행하는 철도차량과 그 차량을 운행하는 궤간 규격에만 적용됩니다. 주변 지역의 토지를 측량하는 데 이용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각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제각기 마음대로 궤간을 정했다. 어차피 다른 회사가 부설한 노선과 연결되지도 않는 토막 노선이 대부분이므로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부설된 철도의 길이가 길어지고 서로 연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규모 노선이 큰 철도회사에 합병되면 큰 회사의 궤간에 맞춰 개궤되곤 했다. 그러던 중에 누벨 프랑스와 손을 잡고 태평양으로 나가는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선 대륙횡단철도는 남부를 경유하는 유니온 대륙횡단철도다. 이 노선이 수익을 올리자 중부를 통과하는 새 대륙횡단철도 노선이 착공했다. 그게 지금 피고석에 선 센트럴 대륙횡단철도다. 이 철도들은 모두 미터법 궤간이 표준이다.
누벨 프랑스를 지나 한국령 미주까지 운행하려면 누벨 프랑스와 한국에서 이미 사용하는 미터법 규격, 일명 ‘태평양 표준궤’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표준도 없이 중구난방인 미국 궤간을 쓰면 열차가 미시시피강을 넘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대륙횡단철도가 미터법 규격에 따라 제작되고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철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미터법을 쓰는 사례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재판은 그 탓으로 초래된 사건 중 하나다.
“이 토지 매매 사건에서, 원고는 분명 피트 단위로 토지를 매각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막무가내로 그 매매가 미터 단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자기가 매입하지 않은 토지에 시설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당합니다!”
원고인 토지주 측은 센트럴 대륙횡단철도회사 측에 땅을 팔기로 했다. 측량을 마친 철도 노선을 따라 폭 12피트의 땅을 팔기로 했는데, 매수자인 철도회사 측에서 12피트가 아니라 12미터를 사용하고 있으니 계약 위반이라고 하면서 소송을 걸었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건 계약서상에 양도할 토지의 면적을 ‘12피트’나 ‘12미터’라고 단위 표기를 명기하지 않고 ‘12’’라고 숫자와 기호만 적어둔 부분이었다. 이 ‘12’라는 기호를 두고 한쪽은 미터라고 하고 한쪽은 피트라고 하면서 재판이 붙었다.
1미터는 대략 3피트다. 즉, 재판 결과에 따라서 같은 값에 거래되는 토지 면적이 3배가량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어느 한쪽이 3배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재판장님. 피고인 센트럴 대륙횡단철도회사에서 모든 단위를 미터로 사용하고 있음은 잘 아실 겁니다. 증거품으로 제출한 피고 측의 내부용 문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고 측은 회사 내부에서도 미터 표기를 생략하고 점만 찍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피고 측 변호사는 변론하다 말고 두 팔을 활짝 펼쳐 보였다.
“열차가 운행하려면 이 정도 폭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고작 12피트라니, 선로를 복선으로 깔고 필요한 시설을 넣자면 그 정도로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겨우 그 정도 부지를 가지고서 어떻게 철도를 건설해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원고 측 변호사는 자기 발걸음으로 12피트를 재 보였다. 그리고 철도 궤간인 1.5미터에 딱 맞는 각목을 그 가운데 놓으며 이게 얼마나 좁은지 판사와 방청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철도는 복선으로 부설해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12피트로는 단선밖에 부설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의뢰인은 복선 철도 부설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12미터 폭으로 토지를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분명히 12미터로 계약했다. 그리고 원고의 토지가 아닌 다른 구간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12미터보다 더 넓은 땅을 매입한 구간도 있다. 그런데 원고는 돈을 더 받으려고 본래 계약 내용을 부정하고 허위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 말을 하자 원고 측 변호사가 일어섰다.
“이의 있습니다! 분명 계약은 12피트였습니다. 원고는 피고와 접촉하기 전에는 미터라는 단위를 사용하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분명 12피트라는 말을 들었고, 피트를 굳이 쓰지 않고 점을 찍어 표시한 건 그게 통상적인 피트 표기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원고 측 변호사는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피고 측은 미터법에 관해 잘 모르는 원고를 속여 땅을 사취(詐取)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사기인바, 본래 토지 가격인 1만 5천 달러의 두 곱절인 3만 달러를 속여 얻은 땅의 대가로 지급할 것과 더불어 사기행위에 대한 보상금으로 3만 달러를 추가로 낼 것을 요구합니다!”
원고 측은 센트럴 대륙횡단철도회사가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계약서를 작성해서 토지주를 속인 거라고 주장했다. 3만 달러는 그 행위에 대한 위자료 명목이었다.
“피고 측, 추가로 변론할 게 있으면 하시오.”
“재판장님. 원고는 공사장에서 겨우 3km, 2마일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사장과 원고의 집 사이에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숲이 무성한 것도 아니지요. 공사 구역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했다면 바로 달려와 항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도저히 중단할 수 없을 만큼 공사가 진행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 뒤에야 철로를 뜯어내고 땅을 반환하거나 계약서에서 설정한 ‘12피트’ 이상의 땅은 본래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라고 요구했다. 이는 원고가 의도적으로 피고를 기만한 증거다.
“원고는 1만 5천 달러라는 막대한 토지 대금을 이미 받았으면서도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판사님께서 이 증거들을 현명하게 판단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피고 측 변호사가 변론을 마치자 잠시 조용해졌던 법정이 또 소란스러워졌다. 양측 편을 드는 방청객들이 서로를 도둑놈이라고 부르며 퍼붓는 욕지거리가 법정을 메웠다.
“조용! 조용! 법정을 소란하게 하는 사람은 모두 쫓아내겠소!”
판사가 또 망치로 책상을 두드리자 겨우 법정이 조용해졌다. 잠시 헛기침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은 판사가 판결문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원고 측이 철도회사가 배심원단을 매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심재판을 거부한 탓에 배심원단 평결은 없었다.
“양측이 제시한 증거와 증언을 참고한바, 피고인 철도회사 측의 주장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원고가 요구한 추가 토지 매입에 필요한 3만 달러와 사기행위에 대한 보상금 3만 달러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 다만.”
법정 한쪽에서는 비명이, 다른 한쪽에서는 환호가 치솟았다. 하지만 판사는 개의치 않고 판결문을 계속 읽어나갔다.
“다만, 계약서에서 단위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음으로 인해 혼동의 여지를 준 데는 피고 측의 책임도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고로 피고 측에도 일부 책임을 인정하여, 이번 재판에 들어간 법률 비용은 각자 부담할 것을 명한다.”
판결문 낭독을 마친 판사가 망치로 책상을 두드려 재판을 끝냈다. 다음 순간 재판정 안은 또 난장판이 되었다.
27.
대륙횡단철도는 막대한 양의 사람과 물자를 운반하며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고 있다. 예전에는 멕시코의 베라크루스에서 아카풀코를 잇는 육로가 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쪽 경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내란으로 혼란스러운 멕시코의 치안 문제 때문이다.
멕시코 중앙정부는 누벨 프랑스가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 아직 여러 군벌 집단이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누벨 프랑스 주둔군도 이런 군벌들을 모두 진압하기는 어렵다 보니 대치 상태만 유지한다. 그렇다 보니 육로 이동은 좀 불안하다.
미국인들로서야 지금 상황이 훨씬 낫다. 굳이 멕시코까지 갈 것 없이 기차만 타면 곧바로 태평양까지 갈 수 있는데 아쉬울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스미스 & 스크루지 상회 사무실에 앉은 스크루지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펜을 내려놓았다.
“뭐야, 화차를 충분히 못 구했다고?”
“죄송합니다, 남작님.”
앤드루 플렌티 지배인이 쩔쩔맸다. 그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으나 철도회사에서는 화차가 없다면서 거절했다. 적어도 8량분의 화차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받아낸 건 겨우 4량, 나머지는 1주일 뒤에나 겨우 차가 나온다고 했다.
“요즘 들어오는 화물 물량이 너무 많답니다. 적어도 한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화차를 내줄 수 없다더군요.”
대륙횡단철도라고 전부 태평양까지 가는 짐만 싣는 게 아니다. 버지니아나 조지아, 누벨 프랑스 같은 곳이 목적지인 짐도 있다. 뉴욕에서 짐을 싣는 스미스 & 스크루지 상사로서는 한정된 적재 공간을 놓고 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거다.
“할 수 없지. 의용연대가 사용할 탄약부터 보내고, 다른 물자는 뒤로 미뤄. 열차가 늦어서 다음 배로 보내게 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겠지.”
다른 물건이야 현지에서 어떻게든 변통할 수 있겠지만 탄약만은 안 된다. 의용군이 쓰는 레밍턴 소총과 콜트 권총은 미제 탄약만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탄약이 없어서 전투를 못 한다는 연락이라도 오면 난리가 날 거다.
“자칫하면 우리 계약이 떼인단 말이네! 그러면 곤란해!”
올해로 벌써 3년째다. 스미스 & 스크루지 상회는 의용군에 물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맡아 수행하면서 그동안 상당한 돈을 벌었다. 지구를 반 바퀴 도는 보급로를 유지하는데, 운임을 한두 푼 받아서 장사가 되겠는가.
스크루지로서는 이 계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전황에 지치기 시작했다. 요즘은 의용군으로 지원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후원금도 전처럼 잘 모이지 않는 상황이다. 의용군을 철수시키자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용군들한테 탄약이 없다, 제대로 못 싸우겠다 운운하는 편지라도 온다면 당장 의용군을 바로 불러들이자는 이야기가 나올 거다. 그러면 돈벌이도 끝이다.
스크루지로서는 이 좋은 돈벌이가 조금이라도 더 계속되길 바라는 게 당연하다. 그러자면 상회가 맡은 물자 운반 업무에서 어떤 문제점도 지적받아서는 안 됐다.
연신 죄송하다고 굽실거리던 플렌티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마치 그와 교대라도 하듯이 아그네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인 스크루지는 전혀 안 닮고 죽은 아내를 닮은, 금발의 미인이다. 나이는 이제 열아홉이다.
“가두모금도 전만큼 성과가 안 나와요. 사람들이 시큰둥해지는 것 같아요. 신문들이 너무 자극적으로만 다루는 데 반해서 진전이 없으니 그런가 봐요.”
아그네스는 버지니아 의용연대 후원회에 들어가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스크루지한테는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은 일이었지만, 아그네스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화이트 씨도 거기 있잖아요. 그분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한은 도와야죠.”
“그 친구는 법무참모 겸 군수참모라고 했잖으냐. 딱히 빨갱이들과 싸우지도 않을걸.”
“아예 안 싸우지는 않는데요. 몇 차례인가 전투를 치렀다고 하던 걸요.”
아그네스는 존에게서 받은 편지 내용을 떠올렸다. 시니카에서 지내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사이사이에 태평군과의 전투 이야기도 조금씩은 섞여 있었다. 신문에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실리는 이야기처럼 잔인하고 거칠지는 않아도, 현실감은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전투가 아니라도 질병이나 굶주림은 다 같이 겪는 위험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아그네스, 너 정말 화이트 군을 진지하게 생각하고는 있는 거냐?”
올해도 다 끝났다. 해가 바뀌어 1846년이 되면 아그네스도 스무 살이 된다. 여자 나이가 스물이면 노처녀 소리를 듣고도 남는다.
만약 딸이 화이트를 진지하게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면 스크루지도 기다려 줄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면 서둘러 사윗감을 물색해야 했다.
“아버지. 제가 만약 화이트 씨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면, 3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지도 않았을 거예요. 호감이 있었으니까 시니카에서 제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청을 받아들여서 저도 답장을 썼겠지요. 저는 아버지 딸이니까요.”
스크루지는 아그네스가 외모는 아내를 닮았어도 성격은 자기를 그대로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하긴, 그게 외모는 자기를 닮았으면서 성격은 아내를 닮아 양순한 편인 언니 앨리스와는 다른 점이다.
“그래. 네 성격이면 싫은 사람을 억지로 만나주는 일 따위는 없었겠지. 그럼, 화이트 군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려야겠구나. 우리 돈벌이가 끝나는 거야 아쉽지만, 아무래도 원정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에서 슬슬 철수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거든.”
의용군이니까 정부에서 철수 명령을 내리기는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의용군에 참여하고 있는 정규군 장교들에게는 현역 복귀 명령을 내려 불러들일 수 있다. 그러면 의용군 전체에 해산 및 귀국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연대장 리 대령을 비롯한 정규군 출신 장교들을 전부 빼버리면 연대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니까. 나머지 장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려울 테니, 연대를 해산하고 귀국하는 방법밖에 없지. 마침 후원회도 슬슬 힘에 부친 상황이 되어가고 있으니.”
스크루지가 파악한 바로는 버지니아 연대 3천 명을 1년 유지하는 데 적어도 80만 달러가 든다. 뉴욕주와 연방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금을 주고 있긴 하지만, 후원회를 유지하는 게 힘겨운 건 분명했다.
“기도하려무나. 그 성실한 젊은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말이다.”
“예, 아버지.”
아그네스가 웃으며 부친의 뺨에 입을 맞췄다. 일찍 퇴근하시라며 사무실을 나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인사를 건네던 스크루지는 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였다.
“역시 딸자식은 아무리 공들여 키워 봐야 남의 사람이 되는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