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79
4부 463화(2079화)
37.
하진교는 느긋하게 옥좌에 뒤로 기대앉아 있었다. 본국에서 새로 보내온 총과 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바다를 지배하는 힘센 상어의 형상이 금과 보석으로 아로새겨 장식한 것도 물론 마음에 들었지만, 칼과 총 자체도 아주 좋은 쇠로 잘 만든 물건이었다.
역시 본국산 강철이다. 쓰레기 같은 미주산 똥철 따위와는 비교가 안된다.
“깃털을 얹어놓기만 해도 두 토막이 날 것 같군. 폐하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시오.”
“예, 전하.”
하사품 전달을 마친 칙사가 객관으로 물러갔다. 하진교가 신하들 앞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방금 받은 칼을 휘둘러보았다. 손잡이도 손에 딱 맞고 무게도 휘두르기에 좋았다. 철판이나 쇠사슬로 만든 갑옷까지 벨 수는 없겠지만 맨몸 정도는 볏짚처럼 자를 수 있을 듯했다.
“실전에서 써보고 싶은데, 이 칼? 폐하께서 이토록 좋은 무기를 대주시어 우리 군사들이 강남에서 훌륭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데, 그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에서라도 과인이 출정해야 하지 않겠소, 왕사?”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절대로 안 됩니다.”
하와인 신하들이 동조하고 나서기 전에 왕사 이동연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다. 엉뚱한 결정이 나오기 전에 막아야 했다.
“송나라 출병은 전하께서 친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전하께는 그따위 도적들을 붙잡겠다고 하와국의 사직을 위험에 빠트릴 권리가 없으십니다. 친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고 정사나 열심히 돌보십시오.”
이동연이 단호한 태도로 쐐기를 박자 하진교가 풀죽은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스승님은 내게 너무 가혹하다니까. 그냥 신나게 도적들 좀 때려잡고 오라고 선선히 보내주면 안 되오?”
“안 됩니다! 자리 비울 생각일랑 마시고 일이나 하십시오.”
이동연이 하와국에 왕사로 건너온 지도 벌써 8년을 채웠다. 처음 하와국에 건너왔을 때만 해도 국왕이 하는 행동을 보고 기가 차서 할 말을 잊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다.
“전하의 책무는 전장에 나가시는 게 아니고 여기 왕궁에 계시며 일하시는 겁니다. 본국에 계시는 폐하께서 하시듯이 말입니다.”
이동연은 몇 년간 속앓이를 한 끝에 화병으로 죽지 않고서 이 직책을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전부 드러내면서 사는 거였다. 그게 여기 하와국 방식이었다.
하진교가 하는 짓 때문에 속이 터지면 그냥 터트렸다. 하진교가 놀러 가서 자리를 비우면 비우는 대로 자기가 알아서 나랏일을 전부 처리했다. 어차피 붙든다고 붙들어지는 사람도 아니다.
이런 고생에는 당연히 대가가 따라야 한다. 그래서 대놓고 이렇게 요구했다.
“제가 왕사의 직책으로 녹을 받으면서 전하께서 맡으실 몫까지 일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전하 대신 국사를 챙긴 날짜만큼 전하 몫의 녹을 주십시오.”
“그건 너무한 게 아니오. 왕사에게 나라 재산을 다 바치고 나는 굶으란 말이오? 그만큼은 곤란하고, 지금 받는 액수의 두 배를 드리도록 합시다. 어떻소?”
그렇게 해서 이동연은 자기 녹봉을 두 배로 올렸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고를 따로 빼돌려 사복을 채울 수 있는데 겨우 녹봉을 두 배 올리는 정도로 타협했으니, 이만하면 퍽 양심적인 행동이 아닌가.
그렇다고 하진교가 아예 바깥으로 나돌도록 내몰고 하와국을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는 건 아니다. 최대한 자리를 지키도록 붙들기는 했다.
“연초에 호랑이 축제도 계획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강남에 가면 가둬놨다가 풀어놓은 호랑이 정도가 아니라 진짜 야생 호랑이를 사냥할 수 있을 텐데. 훨씬 크고 사나운.”
하진교가 투덜거리면서 칼을 칼집에 도로 집어넣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눈은 웃고 있는 걸 보면 이동연을 놀리는 재미에 일부러 저런 소리를 한 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떼쓰는 소리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내 꿈이란 말이오. 경양강에 가서 호랑이를 때려잡는 거 말이오.”
“그런 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보위를 버리고 양산박에 들어가서 산적 두목으로 전업하실 게 아니면 그따위 쓸데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시고 일부터 하십시오.”
만약 이동연이 본국 어전에서 이따위 언사를 내뱉었다면 상감께서 이를 나무라시기 전에 주변에서 방자하다고 난리가 났으리라. 대간들이 들고일어나서 탄핵한다고 난리가 날 테고, 다른 중신들 역시 덮어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하와국에서는 달랐다.
“왕사 대감 말씀이 옳소!”
“그렇지, 저 정도는 직언하셔야 우리 왕사 대감이지!”
“전하는 할 말이 없으셔야 합니다!”
하와국 중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동연 편을 들었다. 그들 역시 하진교가 왕좌에 앉은 채 좀 노는 정도가 아니라 몇 년씩 자리를 비우고 한양 도성에 가 있는 바람에 단단히 학을 뗀 기억이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하와국 최강의 전사인 하진교는 신하들의 간언에 대해서는 ‘내가 하는 게 마음에 안 들면 나한테 덤벼 보든가?’라는 식으로 응대했다. 하진교의 행동을 차마 힘으로 제지할 수 없는 신하들로서는 이동연 편에 붙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도 이동연이 이렇게 붙드는 덕분에 하진교는 근래 몇 년 동안 비교적 성실하게 임금 노릇을 했다. 다만 얌전히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지 가끔 이럴 뿐이다.
“에휴, 내가 말만 왕이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한다니까….우리 전사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직접 보고 잘 싸운 이들을 표창해야하는데.”
지난 3년 동안 홍서당 토벌에 참여한 하와군이 정확히 얼마나 많은 적을 무찔렀는지는 사실 하진교도 잘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적군 열 명을 베고서 백 명을 베었다고 주장할 놈들이 하와이 전사들이라는 사실을 그 자신이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와국에서 가장 확실한 전과는 노예로 삼은 포로 숫자다. 지난 3년 동안 후송에 출정한 하와이 병사들이 붙잡아 하와국으로 후송한 묘노 숫자가 대략 4천에 달한다. 붙잡은 홍서당 포로 중 건강하고 튼튼한 자들만 골라서 끌고 온 숫자다.
묘노들은 하와인보다 체구가 작고 힘도 약하지만 다른 장점이 있다. 남양 – 하와국에서는 하와국보다 남쪽에 있는 수많은 섬을 뭉뚱그려서 남양이라고 부른다 – 출신 노예들과 달리 천연두나 홍역에 걸려서 죽을 일은 없다는 거다. 요즘도 하와국에서는 이런 병에 걸려 죽어 나가는 사람 숫자가 적잖다.
말이 안 통하는 거? 아무 문제 안 된다. 묘노 출신 마름들에게 맡기면 아주 잘 관리한다. 그놈들이 그러더라. 말 안 듣는 놈들은 귀가 등에 붙은 거니까 채찍으로 때리면 된다고.
게다가 남양으로 나가는 원정이 중단된 탓도 있어서, 묘노들은 각 섬의 공작과 귀족들이 앞다투어 나눠달라고 청하는 최고의 전리품이다. 전리품 중 가장 인기가 좋다.
“그런데 말이오, 왕사. 혹시 형님 폐하께서 우리 하와국에서도 노비를 없애라고 하지는 않으시겠소?”
“아마 괜찮을 겁니다. 번국의 내정은 번국의 자율에 맡겨져 있고, 전하께서는 이 하와국의 왕이십니다. 하와국에서 노비를 없애는 건 전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하진교를 비롯한 하와국 귀족들의 농장은 많은 부분이 묘노를 비롯한 노예들로 경작한다. 그러니 이 문제는 은근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헌데 이동연이 기껏 안심시키니 하진교가 또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형님 폐하를 뵙고 여쭤봐야겠소. 우리 조카님이 곧 혼사를 치르실 나이가 되었으니 내가 미리 도성에 가서 좀…..”
“안됩니다, 전하.”
조만간 있을 황태자의 국혼에 대비해서, 그리고 세자빈이 될 처녀를 구하러 본국에 한번 가야겠다는 하진교와 절대 안 된다는 이동연 사이에서 또 말다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말다툼은 그래도 금방 끝났다. 약속된 알현이 있었던 까닭이다.
38.
하와국은 남태평양에 널린 단순한 야만인들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속국으로서 150년 가까운 발전의 역사가 있다.
또한 이 섬은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교통의 요지로, 여러 나라 배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쉬어 가는 곳이다. 이 섬을 거점으로 삼는다면 태평양 전체에 확실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늘 벌어지는 이 담판에 태평양을 장악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려 있다. 사내는 고개를 숙여 자기 옷차림을 살핀 뒤 흑색 관을 머리에 쓰고 녹색 옷을 입은 국왕 앞으로 당당하게 나섰다. 그리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모자는 이미 벗었다.
“알현을 허락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전하와 전하의 왕국에 끝없는 영광과 번영이 이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일어나시게. 서양인이면서 한어가 무척 유창한 게 신기하군. 미주 억양이긴 하지만.”
“태황 폐하의 신하로 살기로 했으니까 마땅히 그분의 백성들이 쓰는 말을 익혀야지요.”
국왕이 호의적으로 인사를 받아줘서 다행이다. 사내는 허리를 펴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선교를 제대로 하려면 선교 대상인 사람들의 말을 미리 배워야 했다.
아니, 한국어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와국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전교하려면 하와국 말도 어서 익혀야 한다. 그렇게 결심한 사내의 이름은 브랜든 허친스라고 했다. 모르몬 교단에서 하와국에 모르몬교 신앙을 전하고자 파견한 선교사다.
선지자 조셉 스미스가 이끄는 모르몬 교단이 한국령 미주로 이주 한 건 3년 전이다. 처음 이주해 온 신도의 수는 대략 7천 명이었지만, 미국에 남아있던 신자들이 뒤를 따라오면서 곧 1만 명을 넘게 되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들에게 ‘푸른 갈매기’라는 호수 주변 토지를 정착지로 내주었다. 마치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보고 물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호숫물은 물고기 한 마리도 살지 못하는 짠물이었다. 좋다가 말았다. 실망감에 ‘대염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도 호수로 흘러드는 강물은 주변 산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민물이라서 그 강물을 대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여기 먼저 거주하던 한국인들은 이미 그렇게 농사를 짓고 있었고, 모르몬 교도들에게 여기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마침 때가 좋았던 것이, 본래 유타성은 한국령 미주와 누벨 프랑스 사이를 잇는 교역으로 번성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대륙횡단철도가 개통하면서 로키산맥을 넘어가는 기존 교역로가 쇠퇴했다. 그래서 유타성의 인구가 줄면서 모르몬 교도들이 정착할 틈이 생겼다.
지난 3년 동안 모르몬 교도들은 열심히 일했다. 이미 개척된 기반이 있는 곳이라 비교적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도자인 선지자 조셉 스미스는 만약 여기서까지 쫓겨나면 더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으므로, 최대한 한국 정부와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관리들의 눈 밖에 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과 교세를 넓히는 건 별개 문제다. 마침 한국 정부는 반정부적인 활동만 벌이지 않는다면 모든 종교에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르몬 교단은 올해부터 국내외에 걸친 본격적인 선교사업을 시작했다.
일단 한국령 미주 각지에 선교사를 보냈다. 인접한 누벨 프랑스에도 보냈다. 그리고 여기 하와국에도 선교사가 왔다. 여기 오겠다고 자원한 사람이 허친스였다.
아무리 한국의 속국이 되어 개화했다지만 하와국은 기본적으로 아직 이교도들의 나라다. 수틀리면 국왕이 선교사를 처형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허친스는 그 위험을 각오하고 하와국을 찾았다.
그리고 성과를 올렸다. 허친스는 지난 두 달 사이 이미 십여 명의 신자를 확보해 놓았다. 발판을 만들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확장을 시작하면 된다.
다만 완전한 이교 신앙을 믿는 이들을 모르몬교로 개종시킨 건 아니다. 그동안 하와국을 찾은 미국인과 영국인 선교사들이 일부 주민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켜 놓고 있었는데, 그들을 모르몬교로 재개종하도록 설득한 거다.
이런 성과로 인해 허친스는 한껏 기세가 올라 있었다. 그래서 국왕에게 알현을 신청했다. 혹시 국왕이 개종해 준다면 일거에 모르몬교 왕국이 탄생하는 셈이 아니겠는가?
다행히 젊은 국왕은 시종일관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옆에 있는 나이 든 신하들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것과는 달랐다. 허친스는 어쩌면 국왕이 이 자리에서 개종을 선언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래. 자네들은 침례교나 감리교와는 다르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저희 모르몬교의 교리는…..”
허친스는 공들여 모르몬교의 교리를 설명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잘 먹힐 것 같은 미끼를 하나 더 던졌다. 그동안 그가 미주에서 만나 본 한인들도, 여기 와서 만난 하와인들도 모두 솔깃해하던 이야기였다.
“다른 예수교 종파들은 모두 아내를 한 사람만 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모르몬에서는 그런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원하는 만큼 아내를 두셔도 됩니다.”
“오, 그거 괜찮군!”
역시나 국왕이 눈을 빛냈다. 이건 기회라고 생각한 허친스는 열심히 모르몬교가 가지는 이 장점을 홍보했다. 하와국 유력자들은 다들 아내를 여럿 거느리니, 잘 먹힐 터였다.
“저희 모르몬의 교리에 따르면, 아내를 여럿 둔 사람만이 가장 높은 경지의 천국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하나뿐인 사람은 천국에 가면 그 관계조차 소멸하여 홀로 지내야만 합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이미 그 경지에 오르신 셈이며…..”
“어허, 어!”
갑자기 국왕이 헛기침을 크게 했다. 허친스가 깜짝 놀라서 설명을 멈췄다.
“저, 전하?”
“어흠, 흠.”
흥미 있게 이야기를 듣던 국왕이 갑자기 왜 자기 설명을 끊었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지만 딱히 상황이 달라진 기색도 없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시녀 한 사람이 나타나서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사이 국왕이 화제를 돌렸다.
“음, 그런데 모르몬교를 받아들여서 개종한다면 우리 하와국에서 옛날부터 믿던 신들은 어찌 되는가?”
“그건 당연히 버리셔야 합니다. 우상을 버리고 진실한 믿음을 따르셔야 하니까요.”
교리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크리스트교다. 나무와 돌로 만든 우상을 섬기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헌데 그 이야기를 들은 국왕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아이고, 그거 곤란하겠군. 내가 다스리는 모든 백성이 원하는 종교를 믿게 해주려면 나는 특정 종교를 탄압하는 종교를 믿을 수 없거든. 그러니 나는 그대가 가져온 종교를 믿어줄 수 없겠네. 우리 형님이신 폐하께서도 그래서 아무 종교도 안 믿으시지.”
막 완성되는 것 같던 탑이 신기루처럼 폭삭 무너졌다. 당황한 허친스가 몇 번 더 권유해 보았으나 국왕은 넘어오지 않았다. 개종할 생각 같은 건 전혀 없다고 딱 잘라 거부했다.
허친스는 하는 수 없이 물러섰다. 국왕 본인은 개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와국 내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건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괜찮지. 하지만 종교를 빌미로 다른 이들을 핍박한다면, 우리 하와국에서 대대로 믿어온 전통적인 신앙을 모욕한다거나, 신전에 불을 지르거나 한다면 곧바로 추방할 걸세. 인정하겠는가?”
“알겠습니다, 전하.”
국왕이 이 문제를 강조하는 건 실제로 과거에 그런 짓을 한 선교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격분한 하와인들은 그자의 사지를 묶어 상어가 들끓는 바다에 던지려고 했으나, 한국 관리들이 중재해서 처형하는 대신 배상금만 받고 풀어준 전례가 있었다고 했다.
“뭐, 그래도 다른 파의 예수교를 믿는 것보다는 자네들 종파를 믿는 쪽이 조금 좋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내 조언 하나만 하지. 자네 들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감사히 듣겠습니다, 전하.”
허친스가 바짝 긴장했다. 그 모습을 본 국왕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자네들, 술루국에는 절대 가지 말게. 거기서 이런 교리를 퍼뜨렸다가는 분명 화형당하고 말 테니까.”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