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98
4부 482화2098화)
30,
후송에서 국혼을 청했다는 이야기에 편전이 또 떠들썩해졌다. 세상이 망할 때가 됐다며, 어디 감히 소금장수 후손 따위가 우리 황실에 혼담을 넣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이는 곧바로 다른 이들에게 반박당했다.
“대명의 태조 홍무제께서도 일찍이 음식을 구걸하는 탁발승 노릇을 하신 적이 있으나 그 과거를 두고 지금 비웃는 자는 없지 않소? 공은 어찌 그리 막된 소리를 하시오?”
“송나라 태조가 비록 염상(鹽商) 출신이라 하나, 그 기업을 이룬지 이미 2백여 년이 다 되었소. 게다가 그 후손을 우리가 강남 백성을 다스리는 황제로 인정하고 있는데 시정잡배 같은 그런 말로 지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오.”
중종 때만 해도 미천한 신분으로 떨쳐 일어나 천하를 손에 쥔 조승복의 출신은 공공연한 비웃음거리였다. 명색이 황제라는 자가 시법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송의 후계를 자처하면서 자기 묘호로 떡하니 ‘태조(太祖)’를 썼으니 비웃음을 안 살 수가 있겠는가.
간단히 설명하면, 한 왕조에 태조라는 묘호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설립자 단 한 명뿐이다. 송나라에서는 초대 황제였던 조광윤 외에 다른 사람이 태조 묘호를 쓸 수 없다. 한번 망한 나라를 다시 일으켰다고 해도 안 된다. 그런데 그 귀한 묘호를 자기가 멋대로 썼다.
후송 사대부들이야 황제가 하라는 대로 안 하면 당장 쳐 죽일 기세니 그대로 따랐겠지만, 우리 사대부들한테야 그런 위협이 통할 리 있나. 그래서 조승복이 죽은 지 40년이 넘었어도 후송 황실은 비웃음을 사는 존재였다. 예법도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라고.
하지만 백여 년이 또 지나면서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중종 시절에 후송과 국교를 재개한 뒤로 그래도 서로 체면이 있으니 노골적인 비난은 좀 삼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후송과 만성적인 전쟁 상태였을 때야 대놓고 욕을 퍼붓거나 비웃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일단 국교를 맺었으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무리 후송을 낮게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최소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무분별한 언사를 삼간다. 국교를 맺은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 말을 뱉은 이의 품위도 떨어트리는 행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폐하. 하지만 우리가 송과 국혼을 딱히 맺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혼인할 정도로 가깝게 지낸 적도 없고, 동맹을 맺어야 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짐이 생각하기에도 송나라 황실과의 혼인이 우리 대한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을 듯하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들이 내건 조건을 보면 바로 거부하여 내치기에는 또 망설여지는구려.”
그렇다. 후송 측에서는 이 혼사에 조건을 붙였다. 의외로 솔깃한. 송문호는 우리 쪽에서 신부를 보내라고 하지는 않았다. 우리 공주나 옹주를 후송에 보낼 때 양국 국내에서 발생할 논란에 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대신 자기네 공주를 우리 대한에 시집보내겠다면서 온갖 칭찬을 다 늘어놓았다.
“임금께서도 들으신 바가 있으시겠지만, 저희 황후 폐하께서는 용모가 아름답고 인품이 현숙하여 칭송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십니다. 공주께서는 용모와 성품이 모두 황후 폐하를 쏙 빼닮으셨으니, 실로 천하의 재원이십니다.”
송문호가 들고 온 청혼서에 따르면, 혼인을 치를 상대는 함화제 조심창의 장녀 영화공주(迎華公主)였다. 영화공주는 조심창이 황태자 시절에 낳은 장녀로, 신묘년(1831)에 태어나 올해 딱 만 15세다. 혼인하기에는 딱 좋은 나이인 셈이다.
나이만 보면 이쪽이 아나스타샤보다 황태자비로 더 적절하다. 게다가 적자가 하나도 없는 조심창의 단 둘뿐인 적녀 중 장녀로 정치적인 가치도 무척 크다.
하지만 양국 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우리가 황태자비로 후송 공주를 들일 리가 없다. 이건 후송에서도 잘 알고 있으니만큼 그동안 혼담 따위는 넣지 않았다. 공연히 헛된 희망을 품고 청혼했다가 거절당하면 자기네 자존심만 상할 게 아닌가.
그런데 지난 1년 사이 국제 정세가 정말 자기들이 생각도 못 한 미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러니 남경에서도 타개책을 생각다 못한 나머지 이렇게 나왔으리라. 혼담을 거부당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말이다.
“폐하께서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 저도 잘 압니다. 공주께서는 황상은 전혀 닮지 않으셨으니 그 점에서는 안심하소서. 정말로 황후 폐하를 거울에 비춘 것 같은 분이십니다. 천지신명께 맹세합니다!”
송문호는 이렇게 간접적으로 자기 황제는 인간적으로 쓰레기라고 대놓고 깠다. 그 심정은 이해한다. 천하가 조심창을 쓰레기라고 본다는 사실을 송문호라고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 그러니 어떻게든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기를 쓰는 거지.
“영화공주가 뛰어난 재원이라는 이야기는 전에도 들었소. 그래서, 공주를 누구의 짝으로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요?”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만 멈추고 요점으로 넘어가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대체 누구랑 공주를 맺어주고 싶다는 건가? 명색이 적통 공주인데 너무 먼 종친하고 혼인하려는 건 아닐 테고, 아직 혼인하지 않은 내 이복아우 중 하나인가?
굳이 ‘혼인’이라고 표현한 걸 보면 내 후궁으로 바치겠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럴 거면 ‘혼인’이 아니라 ‘진상’한다고 했겠지. 굳이 ‘혼인’이라고 표현했다는 건 누군가의 정처(正妻)로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일 거다.
설마 러시아 공주를 밀어내고 태자비 자리를 노리는 건가? 우리가 건 조건에 관해 저쪽이 회답을 안 보냈으니까 아직 완전히 약혼이 성립된 건 아니라는 점을 빌미로 삼아서?
그런 얼토당토않은 요구는 하더라도 거절하면 그만이지만, 다행히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송문호는 무척이나 간곡한 태도로 후송 황실에서 보내온 제안을 설명했다.
“폐하께는 아직 아드님이 여럿 계시지 않습니까? 그중에 조만간 친왕으로 정식 책봉되실 4황자 전하의 배필로 공주 전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그 아이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인데…? 그 나이에 신랑보다 아홉살이나 많은 신부라니,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오.”
이건 다른 의미로 어이가 없었다. 옛날 영화에나 나오던 ‘꼬마 신랑’ 아닌가. 옛날 준이가 영화고륜공주한테 장가들었을 때도 그 정도 나이 차이는 안 났다.
정말 진지하게 적이한테 공주를 시집보내고 싶다면 영화공주가 아니라 네 살인가 더 어린 그 동생을 신부로 내세우는 게 옳다. 세살 정도라면 뭐 넘어갈 수 있는 차이니까.
말이 좋아서 황제가 한 청혼이지, 후송 조정이 돌아가는 양상을 고려하면 이 혼사도 분명 송태후가 주도했을 거다. 이런 혼담을 보내올 정도라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송태후가 정말 정신적으로 몰리는 모양이다.
헌데 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그 혼인은 나이 차가 커서 곤란하겠다고 하니 바로 말이 바뀌었다. 적이랑 혼인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시다면 태자 전하의 둘째 배필이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뭐야, 정실 공주를 태자의 후궁으로 보내겠다고? 혹시 처음부터 이쪽이 진짜 목적이었나?
“4황자 전하의 비가 되어도 좋고 태자 전하의 후궁이 되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공주 전하를 받아들여만 주신다면 저희 송나라에서는 한실과의 새로운 인연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며, 대한의 선의를 믿고 홍적과도 강화를 맺겠습니다.”
이게 본론이었다. 후송 측에서는 우리가 자기들만 태평천국과 싸우도록 팽개치고 떠나지 못하도록, 일종의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개념으로 우리한테 국혼을 요구하는 거였다. 그러면 적어도 그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은 우리가 후송을 방관하지 않을 테니까.
“사정이 그렇단 말이오. 홍서당과 싸움을 끝내고 우리 군사들을 빼내려면 송나라 조정이 협력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공주를 우리 황실에 맞아들이면 그렇게 해주겠다니.”
우리 군이 철수한 뒤에 어떤 난장판이 펼쳐지든 상관없다면야 후송이 동의하든 말든 협상 끝내고 그냥 나오면 된다. 하지만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빠져나오기도 어렵고, 나온다고 해도 체면을 구기게 된다. 적어도 전면 강화는 성립된 뒤에 나오는 게 맞다.
그리고 이 강화가 성립되려면 후송 조정이 협조적으로 나와야 한다. 후송 조정은 반란을 혼자 진압하기는 어려워도 진행되는 판을 뒤엎을 능력은 있는 셈이다. 그 위치를 이용해서 이런 요구를 한 것이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적통 공주를 태자 전하께 후궁으로 보내겠다니, 송나라 측이 무척 절박한 상황이긴 한 모양이옵니다.”
“내 생각에도 그러하오.”
진짜 쓰디쓴 굴욕 아닌가. 적통 공주, 그것도 적장녀를 이웃 나라 태자의 정비도 아니고 후궁으로 보내야 한다. 심지어 상대방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데려다 바치려 한다. 주변에서 공녀라고 인식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도 우리 눈치를 무척 보고 있지 않소? 청나라 공사처럼 시보에다 기사를 실어 일단 터트려 놓고 압박을 가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는데, 외부에는 일절 노출하지 않고 짐에게만 직접 혼서를 전달하지 않았소.”
의외로 기특하다. 우리가 기분 나빠할까 봐 이런 것도 신경 쓰고. 그만큼 후송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말이 겠지만.
“그래도 저들은 화번공주라고 주장하겠지?”
“속으로는 그리 생각할지도 모르지요. 저희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김정희의 말마따나 후송인들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까지 우리가 알 수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약간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추측할 뿐이지.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나는 받아들여도 괜찮을 것 같소만.”
창이가 원할 때까지, 후궁을 따로 들여 주지는 않겠다는 게 얼마 전까지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문호가 찾아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 후송 공주를 후궁으로 들여도 좋을 듯하다.
일단 태평천국과의 강화협상에 방해를 안 받게 된다는 쪽이 마음에 든다. 강화에 순순히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그 혼담을 받아들이겠다는 거니까.
두 번째는 우리 대한의 위상이다. 인구 면에서는 동아시아에서 버금갈 나라가 없는 대국, 후송의 황제가 자기 큰딸을 태자비도 아니고 후궁으로 우리 대한에 보낸다. 그게 얼마나 큰 사건인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여기에 굳이 덧붙이자면 시집오는 공주가 들고 올 지참금이 덤으로 붙겠지만…그건 딱히 반갑지 않다. 솔직히 지참금 많이 들고 와봐야 그 돈 가지고 유세 떠는 거 말고 할만한 게 뭐가 있겠는가. 아니면 자기 세력 모으는 데 쓰거나.
그러니 지참금 문제는 빼고, 정치적.외교적인 이득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예 딱 잘라 거절하기는 아쉬운 혼담이다.
“폐하. 만약 그 제안에 응하신다면 간택후궁을 몇 사람 더 들이시는 게 좋겠사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오. 좋은 집안의 현숙한 규수를 몇 사람 물색해 보도록 하시오.”
만에 하나라도 창이가 첩으로 온 후송 공주에게 홀딱 빠지고, 그녀에게 얻은 자기 소생을 자기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기라도 한다면 곤란하다. 분란의 소지가 될 위험이 크다.
그러니 기왕 후궁을 뽑을 거라면 여럿을 봅아서 창이의 관심과 애정이 분산되게 만들자는 제안은 충분히 할 법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31.
우리가 홍수전과 강화조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중원에서 포성이 완전히 멈추는 건 아니다. 청나라 쪽 전선은 별도기 때문이다. 청나라 군대도 태평천국과 싸우고 있고, 이쪽도 실지를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놈들과 화평을 이룰 생각이 전혀 없다.
“폐하. 북경에 계시는 저희 황제께서는 근심이 무척 크십니다. 홍적이 남쪽에서 강화하고 힘을 추스르면 다시 북쪽으로 치고 올라오는 게 아닐지 걱정하고 계시지요.”
청나라 황실은 1년 동안 약혼하고 내년 가을에 혼인하자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현지와 청나라 황태자 영록 사이의 혼담이 정식으로 성립되었다.
혼례는 청나라 쪽에서 제안한 대로 한양에서 치른다. 그 뒤에 열차를 이용해서 북경으로 떠나고, 현지가 원할 때는 언제든 한양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혼인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우리 예무부와 청나라 예부에서 직접 교섭하여 진행하기로 했으므로 내가 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청나라 공사 영린은 혼인이 합의된 뒤에도 매번 다른 문제를 들고 열심히 나를 찾아왔다.
오늘은 이 문제, 태평천국과의 싸움에 관한 논의다. 자기들도 태평천국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한군이 비행선을 타고 적의 머리 위에 뛰어내려 적괴의 세자를 사로잡는 대전과를 올린 쾌거는 분명 찬양할 일입니다. 황제께서도 축전을 보내 폐하께 축하를 드리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희 본국에서는 싸움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청나라 조정이 병력을 재배치해서 태평군을 저지하면서 태평군의 북상은 완전히 멈췄다. 허창을 위협하던 태평군의 군세는 격퇴되었고, 이제 청군이 반격을 위해 남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확보하려고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는 구 후금 출신 팔기들이 아주 큰 공적을 세웠다. 십자가 군기를 나부끼면서 신의 이름을 더럽힌 이단자들을 짓밟는 그 모습에 관한 우리 공사관의 보고서를 읽고 있으려니, 7백 년 전 십자군 시대에 보였어야 할 광경이 지금 벌어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남쪽, 후송 방면에서 태평천국과 후송이 만약 강화를 맺는다면 순조롭게 진행되던 전황이 뒤집힐 우려가 있다. 후송과의 강화로 여유가 생긴 태평천국이 남는 병력을 청나라 전선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영린은 그 부분에 우려를 표했다.
“폐하께서는 천하를 어지럽히는 도적을 우리 혼자 치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 있겠소? 다만 남의 나라 땅 깊숙이 대군을 들여보내 싸우게 하는 일이 힘겨워서 적당히 물러나고 싶을 뿐이오. 애초에 홍적이 우리 땅에서 폭동을 일으킨 죄를 응징하고자 일으킨 군사인데, 그 군사를 송나라를 위해 희생할 필요는 없지 않소.”
청과 후송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격을 지닌 이웃이다.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버려 두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후송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을 맺은 사이였다. 중원일통을 명분으로 하는 청나라는 아예 후송을 쓰러트리는 게 목표였고.
비록 지금은 그 꿈을 거의 포기했지만, 청나라는 아직 중원일통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후송을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본다. 그러니 후송을 도와 태평천국을 토벌하고 후송 공주를 황태자의 후궁으로 들이려 하는 우리를 우려의 눈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작 후궁일 뿐이오, 공사. 그에 비하면 귀국으로 시집갈 내 딸 정현공주 쪽이 훨씬 높은 위치에 있지. 짐은 공주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지만 태자의 후궁의 본가를 위해 같은 일을 하지는 않겠소.”
나는 영린에게 누가 더 우선순위인지 명확하게 전달했다. 이는 만약 청과 후송 사이에서 전쟁이 재개되더라도 우리가 후송을 도와 청에 맞설 일은 없으리라는 약속이기도 했다.
“그 외에 우리가 도와줄 건 없겠소?”
“비행선을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폐하.”
“비행선?”
“예, 폐하. 땅 밑을 기어다니는 먼지 같은 도적놈들에게 하늘을 대신해서 불벼락을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최신 무기는 이미 모두 청나라에 공급하고 있다. 개틀링 기관총까지도 말이다. 물론 거저 준 게 아니고 합당한 이윤을 붙여 팔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그러니 비행선이라고 팔지 못할 것도 없다. 영린의 태도를 보니 바로 말은 안 해도 우리 응룡군이 거둔 이런저런 성과를 부러워하는 티가 너무나도 역력했다. 우리 항공작전을 보고 자기들도 비슷한 시도를 해보려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 문제는 논의 끝에 유사시 청나라 지원에 관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난번 제안에 대한 회답이 왔다. 프랑스어로 아주 간단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약혼에 관해서 임금께서 제시하신 조건을 수락합니다. 이로써 앞으로 우리 두 나라 사이에 더욱 굳건한 유대감이 형성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