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61
2부 039화
두 사람은 고니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접견실로 가니 남만인이 이미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노부나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통역도 없이 능숙한 일본어로 말이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생전 처음 보는 남만인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듣던 대로 코가 높고, 피부는 확실히 희다. 다만 눈은 검고 머리카락은 약간 새치가 섞인 갈색이다. 입고 있는 검은 옷은 마치 도롱이처럼 생겼다.
“앉으라. 약속대로 남만인을 소개해 주마.”
두 사람이 긴장한 채 자리에 앉자 고니시가 나서서 남만인을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이 사람은 루이스 프로이스라 하는 가톨릭, 다른 말로는 천주교 선교사입니다. 예수회라고 부르는 선교회에 소속해 있으며, 교토에 있는 남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만인이 일본어로 먼저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유성룡이 고니시를 돌아보자 그가 웃으며 해석해주었다.
“한참 전부터 조선에 선교하러 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조선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 정말 기쁘다 합니다. 모두 천주께서 베푸신 은덕이므로 오늘 감사하는 뜻으로 주님께 미사를 바쳐야겠답니다.”
고니시는 미사란 승려들이 부처에게 드리는 불공과 비슷한 예배절차라고 해설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유성룡이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그대들은 단지 교를 전파하러 머나먼 이 땅까지 온 거요?”
처음 만나는 이에게 하는 질문은 간단할수록 좋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차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더구나 말이 통하지 않아서 중개자에게 통역을 받아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고니시를 통해 돌아온 대답은 유성룡이 한 질문보다는 많이 길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태어난 나라는 세상 반대편에 있는 포도아(포르투갈)라 하는데, 천주님의 명을 받아 복음을 전하고자 아시아에 왔습니다. 일본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선교 때문에 수만 리 바닷길을 건너 세상 반대편에서 왔다니! 유성룡은 이제껏 이리 전도에 나서는 종교를 본 적이 없었다. 불교가 아직 어느 정도 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다 왕실에서 봐주니까 가능한 일이다. 공공연하게 선교를 하다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중원 땅에 사는 회회교도들은 꽤 열심히 선교를 한다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조선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 희한한 자들에게 솔직히 흥미가 동했다.
“듣자하니, 그대들은 여러 신기한 문물을 남만에서 가져온다고 하였소. 우리 조선에도 일부 흘러들어와 화제가 되곤 하오. 그대들은 왜 사람들에게 그런 기물(奇物)을 나눠주는 것이오?”
유성룡이 물어볼 말을 고민하는 사이 이순신이 입을 열었다. 상대가 군인이 아닌 선교사인 만큼, 이 자리는 유성룡에게 맡기고 앞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하나는 확인해야 했다.
“그대들이 순전히 그 물건들을 선물로 주고자 세상 반대편에서 왔을 리는 없소. 장사하여 돈을 벌기 위함이오? 아니면 처음 접하는 이들을 교도로 만들기 쉽게 하고자 현혹하려 가져온 물건들이오?”
백성들을 신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뭔가 내주는 종교단체 자체는 드물지 않다. 병을 고치고 재물을 나눠주곤 한다. 대개는 나중에 더 많은 재물을 거둬들이기 위한 밑밥이지만 말이다.
이순신은 과거 중국에서 있었던 황건의 난이나 백련교의 난, 미륵교당이 저지른 무종 시해 시도 등등을 떠올렸다. 이 천주교당 사람들을 조선에 들였다가 만의 하나라도 이들이 무종 때 벌어진 일처럼 역모라도 꾸민다면 안 될 일이었다.
더구나 이들은 일본에 총과 화약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이미 일본에는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생겼다고 했는데, 혹시 그들로 하여금 조선을 정복하게 하여 조선을 천주교 국가로 만들려는 의도로 무기를 제공하는 건 아닐까?
무관인 이순신으로서는 이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 우회해서 질문을 했는데, 놀랍게도 프로이스라는 남만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말씀하신 바가 맞습니다. 선교를 하려면 일단 상대에게 호감을 얻어야 합니다. 물론 함께 생활하며 제가 신뢰할만한 사람이라고 직접 보여주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만, 손닿는 범위가 좁은데다 시간이 걸리므로 어쩔 수 없이 말씀하신 것처럼 물건을 일부 사용하곤 합니다.”
행동으로 호감을 얻으려면 직접 대하는 소수 사람만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물건은 직접 사용하는 사람 외에 다른 이들도 보게 되면서 소문이 퍼진다. 그러다 보면 선교사를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프로이스는 이를 담담하게 인정했다.
“저희는 오직 보다 많은 이들이 주님을 영접하여 구원의 길로 들어오게 만들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이 소망을 이루려면 물건보다는 역시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찾아가 만나고 또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해야 하지요.”
“필요하면 무력으로 선교를 강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오?”
종교를 내세워 침략을 벌이는 자들은 위험하다. 경계심을 품은 이 질문을 받고 프로이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는 무력을 쓰지 않습니다. 누에바 에스파냐에서는 선교를 명분으로 거칠게 행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구원은 어디까지나 자기 뜻으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칼로 강요한 개종은 진정한 구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누에바 에스파냐(Nueva Espana)는 신대륙, 그중에서도 스페인이 지배하는 중앙아메리카 일대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의미는 ‘새로운 스페인’, 즉 New Spain이다.
“저희 예수회는 선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능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유럽에서 가져온 여러 물건들 외에 저희가 익히고 있는 여러 기술로도 말입니다. 덕분에 이곳 일본에서도 많은 분들이 호감을 표해주고 계십니다. 물건이야 솔직히 저희가 아닌 상인들이 주로 가져오지요.”
옆에 있던 노부나가도 프로이스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맞는 말이다. 덕분에 내가 도움을 좀 받았지.”
평소 노부나가는 선교사들에게 호의적이었다. 그 자신이 나서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선교사들이 가져오는 새로운 문물과 그에 따른 상업 발전은 환영했다. 또한 이들은 강력한 반노부나가 세력이던 불교계를 견제하기에도 유용한 집단이었다.
더구나 서양인들은 쉽게 제조하기 어려운 초석을 공급하고 있다. 대량으로 공급되는 초석은 군대를 유지하고 전쟁을 해나가자면 필수품이었다. 초석 없이는 화약을 만들 수 없고, 선교사 일동과 친하게 지내면 더 쉽게 초석을 얻을 수 있었다.
노부나가의 웃음이 자기를 지원하는 의미라고 여겼는지 프로이스가 좀 더 과감해졌다. 그가 던진 말을 들은 유성룡과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만약 귀공들이 주선하신 덕분에 조선에서 주님을 영접하게 된다면, 조선과 일본은 믿음을 함께하는 신앙의 형제가 됩니다. 같은 주님을 섬기며 화목하게 평화를 구가할 두 이웃나라를 생각하니 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두 분이 그 선두에 서주신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정체도 모르는 남만 종교를 믿을 생각은 없었다. 더구나 같은 신을 섬긴다고 해서 이웃한 두 나라가 화목하게 지내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백제와 신라가 불교를 안 믿어서 그리 치열하게 서로 싸웠던가?
“그대에게 묻겠소. 그대의 고향인 남만에서는 모두가 천주를 신봉하오?”
“그러합니다. 모두 같은 신을 섬기는 신앙의 형제들입니다.”
프로이스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성룡은 다소 비판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만인들 모두가 화목하게 살아갈 테니 유럽에는 전쟁 같은 건 없겠구려. 그런데 왜 그대들은 총과 대포를 그리 많이 가지고 있고, 왜국에 갖다 팔기까지 하는 거요?”
프로이스는 말문이 막혔고 노부나가는 폭소를 터트렸다.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던 프로이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여기까지 오는 뱃길에 해적이 많은 탓입니다. 수시로 출몰하는 해적에게서 저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장하는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가져온 무기 중 일부를….”
“됐다, 집어치워라. 부사, 그대가 한 말이 옳다. 남만인들도 사람인데 왜 전쟁이 없겠느냐? 저놈들은 자기들 땅에서는 자기들끼리 신나게 싸우면서 우리에게 와서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니냐?”
끼어든 노부나가가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데도 프로이스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차분한 태도로 대답할 뿐이었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여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비록 지금 세상에서는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신앙 아래에서 모두가 형제가 되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세상이 분명히 오리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프로이스가 보여준 단호한 믿음에 유성룡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어쩔 수가 없었다. 프로이스가 언급한 ‘형제’가 되려면 오직 천주교로 개종을 해야만 하지 않는가? 개종할 의사가 없으면 형제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 문제로 토론을 더 이어나간다는 건 별로 적절하지 않았다. 유성룡은 오늘은 이만 이야기를 끝내기로 했다.
“알겠소. 나중에 따로 만나 이야기를 길게 한번 나눠 봅시다. 우리는 당분간은 여기 숙소에 계속 머무를 테니까.”
“저를 만나고자 하는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쪽에서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프로이스는 유성룡이 천주교 자체에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선교사로서 가진 책무가 떠올랐는지 아주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아니, 가급적이면 내가 찾아가는 쪽이 좋겠소. 남만사를 구경하고 싶구려.”
유성룡으로서는 프로이스의 방문 요청을 가능한 돌려서 거절할 필요가 있었다. 남만인들과 접촉하라는 건 임금이 유성룡에게만 내린 밀명이었고 김조영은 모르는 일이다. 사전에 허락도 구하지 않고서 남만인을 숙소로 부르면 전후 사정을 모르는 김조영이 불쾌해 할 게 뻔하다.
“알겠습니다. 그럼 편한 날을 골라서 연락을 주십시오. 오시기 전날에 심부름꾼을 남만사로 보내 미리 연락을 주시기만 하면, 대접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프로이스는 선선히 허락했다. 옆에서 고니시가 살짝 귀엣말을 했다.
“프로이스 님은 손님에게 늘 카스테라를 냅니다. 솔직히 아즈치 성 주방에서 만드는 것보다 맛이 더 좋습니다.”
그 말을 듣자 유성룡의 입에 자기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남만사 방문에서 얻을 수 있는 바에 대한 기대가 갑자기 확 커졌다.
– 12 –
“먹는 이야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무엇을 먹었으며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여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으냐.”
젠장, 나도 카스텔라 먹고 싶어! 시원한 우유 마시면서 카스텔라 먹고 싶다고! 현대에 먹던 음식은 거의 다 맛도 잊어버렸지만, 그 이름을 듣자마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치솟았다. 처음에 한 번은 그래도 참았는데, 또 거론하다니.
하지만 차마 내가 먹고 싶어지니 언급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다.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을 이름만 듣고도 먹고 싶어 한다니, 신하들 보기에 이상하지 않은가!
“내 그대에게 이르기를, 선교사를 데려오라 하였지 만나고 오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첫 회견에서 내 뜻을 확실히 전하지 않았느냐?”
내 뱃속 생각을 숨기느라 아무 말이나 꺼내 화제를 돌렸다. 헌데 입에서 나가는 대로 말해 놓고 나서야 아주 바보스러운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정할 사이도 없이 유성룡이 내 말에 답을 했다.
“전하, 신은 전하께서 내리신 밀지를 충분히 명심하였사옵니다. 다만 남만인을 만났다 해서 그 자리에서 서둘러 일을 추진하기보다 잠시 미룸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장의 면전에서, 더구나 고니시라는 왜인에게 통역을 맡긴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유성룡은 바로 그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다. 내가 조금 늦게 떠올린 원인과 결과가 이렇게 이어졌다. 히데요시의 충복인 고니시 앞에서 이런 중대사를 함부로 논한다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부주의다.
“고니시가 비록 동래에서 학문을 익혔다 하나, 근본은 왜인입니다. 더구나 신장 본인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 신이 남만인과 주고받은 이야기 전부가 저들의 귀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판에 어찌 전하께서 품으신 깊으신 뜻을 부주의한 행동으로 누설하겠나이까.”
확실히 맞는 말이다. 내가 서양인들과 손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게 되면 노부나가는 분명히 경계할 거다. 군사와 경제에서 서양인들이 지금 일본에 주는 이점이 막대하니 말이다.
한 발 더 나가서 상상한다면, 만약 내가 개종이라도 한다면 선교사들의 지지가 급격하게 내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 군주가 세례를 받는다니, 정말로 로마 교황청이 발칵 뒤집어질 소식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노부나가로서는 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물론 나는 세례를 받을 생각이 없다. 대외적으로 얻는 이점이야 어쨌건 간에 국내 정치적인 파장이 너무 크다. 그저 선교사들에게 전교를 허용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능력만 뽑아먹으면 족하다. 무역로 개통은 그에 따라오는 덤이고.
“알겠다, 그대가 말한 바가 맞다. 그래서 우리 통사를 거느리고 남만사로 찾아갔느냐?”
“예, 전하. 서너 차례 찾아가서 매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카스텔라는 많이 먹었겠군.”
뒤끝 있는 한 마디를 던졌더니 유성룡이 다소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딱히 변명하지는 않고 보고에 집중했다.
“수차 만난 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전하께서 남만 선교사를 받고 싶어 하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 프로이스라는 선교사는 크게 기뻐하며 적절한 사람을 인선하여 저희가 귀국할 때에 함께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같이 오지 않았느냐?”
“출발 직전에 그만 저희와 함께 오기로 한 그 선교사가 열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젠장할! 열병이라고? 출발 직전에? 어떻게 자빠져도 코가 깨지냐?
그런데 속으로 욕을 한바탕 하고 보니 이게 또 전화위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정사인 김조영부터가 이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남만인이 일행에 끼어들면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그리고 사절단이 돌아온 뒤 조정에서 몰아칠 태풍은?
그 문제를 생각하니 확실히 선교사가 조금 늦게, 따로 오는 편이 훨씬 낫다. 내가 성급하게 굴다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보완해주다니, 확실히 하늘이 내 일을 돕는 모양이다. 아니, 천주님의 가호인가?
“알겠다. 그럼 선교사는 병이 나은 뒤에 따라오기로 하였느냐?”
“예, 전하. 그래서 대마현령과 동래부사에게 ‘지금 왜국에서 남만인들이 우리나라에 건너올 기미가 있는데, 중대한 일이니 저들이 오거든 함부로 돌려보내지 말고 곧바로 도성에 알리라’고 귀띔해 두었습니다.”
그만하면 됐다. 동래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그때 가서 모르는 일인 척, 내가 꾸미지 않은 척 불러올리면 되니까.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선교사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건데….
“선교사에게는 왜 땅에서 신과 주고받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일체 비밀로 해 두어야 한다고 일러두었습니다. 무용하게 논란이 커질 경우 전교가 불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스스로도 이해하고 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을 놓으셔도 되옵니다.”
“훌륭하다! 잘 처치하였다.”
역시 유성룡은 천재야! 그럼 안심이다. 이제 잘 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다만 남은 이야기는 좀 빨리 들어야겠다.
“이제 중요한 부분은 전부 들었으니, 이제부터는 중요한 사안만 적절히 발췌하여 보고하라. 그대들이 신장을 만난 날까지의 이야기만 가지고도 지금 해가 중천에 떴는데, 다섯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지금처럼 이야기하면 보름은 족히 걸리지 않겠느냐.”
“예, 전하. 그리 하겠나이다.”